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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국내 여성 작가들의 한없는 깊이를 탐구하는 기쁨, 'REJOICE'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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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국내 여성 작가들의 한없는 깊이를 탐구하는 기쁨, 'REJOICE'展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2.03.14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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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JOICE>전 /김서진 기자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롯데갤러리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REJOICE>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국내 여성 작가들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만나는 전시를 열었다. 이번 <REJOICE>전은 본점, 잠실점, 동탄점, 인천터미널점, 광주점에서 갤러리와 아트월을 포함해 총 8개의 연계 테마 전시로 진행된다.

여성작가 총 40여명이 참여해 다양하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본점 에비뉴엘에서는 정희승 작가의 <Still Life>전시가, 본관에서는 <Rising Names>(김찬송, 유재연, 장수지, 정지윤, 정희기)와 니키드 생 팔의 <Bulletproof!> 전시가 4월 25일까지 열린다

잠실점 전시는 <추상의 표정>이라는 타이틀로 잠실점 아트홀에서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을 시작으로 4월 24일까지 열린다. 추상의 표정이라는 주제로 안정숙, 제여란, 윤종주, 박정혜, 홍승혜 작가가 참여했다. 

본점 에비뉴엘, <Still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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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 Life>전 /김서진 기자

<Still Life>전은 사색의 작가, 정희승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물의 담담한 온도를 느낄 수 있는 개인전이다. 사진을 주 매체로 한 그의 작품은 공간 속에 놓인 일상적인 사물들이 지닌 본연의 의미와 더불어 그것들이 어떻게 기존의 맥락에서 벗어난 이면을 감추거나 드러내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전에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은 'Orb'(2020)을 비롯해 그의 작품 세계 전반을 엿볼 수 있는 여러 작품들을 선보인다.

'Untitled from the series Tender Buttons' /김서진 기자
'Untitled' /김서진 기자

작가는 사진을 통해 대상의 본래 의미와 이면에 존재하는 의미를 탐구해 왔다. 나아가 사진 매체의 한계와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업을 이어 왔다. 그는 대상이 존재하는 공간과 시간, 또는 구성 배열과 배치를 다양하게 엮어 대상을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상태로 만든다.

작가의 적극적인 개입과 연출은 카메라가 단편적 외면을 재현하기보다는, 대상이 무언가가 되어 가는 현재진행형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감각적으로 정제된 그의 화면은 보는 이의 주관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해석을 유도함으로써 '바라본다'는 시각적 행위를 소통적 경험으로 확장시킨다.

'Torres Sky' /김서진 기자

정희승 작가의 작품은 층마다 걸려 있으며, 아주 안쪽에 있는 경우도 있으니 숨바꼭질을 하는 것처럼 작품을 찾아내는 묘미도 느껴 보길 바란다. 

<Rising Names>

장수지, '존재의 존재' /김서진 기자
유재연, 'The little moment' /김서진 기자

<Rising Names>는 빠른 속도로 존재감을 키우며 미술계에 이름을 새기고 있는 국내 동시대 여성 작가 5인의 그룹 전시다. 현실과 환상, 평안과 불안의 틈에서 만난 감정과 풍경을 담는 유재연, 미성숙하면서도 이상적인 모습을 한 소녀의 위화감을 그린 장수지, 삶 속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낯선 불안감을 표현한 김찬송은 공통적으로 우리 모두에게 내재된 불안의 사유를 조심스레 다룬다.

정희기, 'Life is Self' /김서진 기자

텍스타일을 기반으로 회화, 설치, 조각, 퍼포먼스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삶의 멜랑꼴리를 천진하게 바라보는 정희기, 비정형적이고 리드미컬한 붓질을 통해 조형성의 실체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정지윤은 동시대 작가들이 지닌 다채로운 표현 방식의 힘을 증명한다. 전시 제목처럼 '떠오르는 이름들'은 삶에 떠오를 준비가 된 모든 여성들을 응원하며 모두가 빛날 수 있는 가능성의 무한함을 저마다의 방식을 찾길 바란다

<Bulletproof!>

'Nana Power 18/18' /김서진 기자

니키 드 생팔은 프랑스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세계대공황으로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했을 때 어머니의 고향인 미국에서 자란다. 20대의 니키는 일찍 결혼해 프랑스, 스페인을 여행하며 딸과 아들을 낳는다. 그는 안토니 가우디의 구엘 공원을 보며 예술에 대한 꿈을 키웠지만 화목해 보이는 가정 뒤에 숨은 그의 우울증과 신경쇠약은 점점 심해져 갔다.

또 무의식 저편,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당했던 성적 학대도 그를 괴롭혔다. '나는 누구인가?' 에 대한 고민으로 힘들어하던 그를 구원한 것은 예술이었다. 그는 예술가들의 전시와 작업실을 구경하며 독학으로 예술을 배웠고 전시회를 열며 활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타로 공원 작업실에서 창작에 몰두했으며, 오늘날 가장 대표적인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 중 하나로 손꼽힌다.

'Nana Powe 9/18' /김서진 기자
'Nana Power 6/18' /김서진 기자

<나나 파워>는 17점의 판화로 이루어진 한 세트의 작품으로 니키 드 생팔의 자전적 스토리가 담겨 있다. 작품 속 임신한 거대한 여성은 그의 친구의 임신을 축하하며 그린 그림으로 나나 시리즈의 출발이다. 작가는 이미 20대에 두 아이를 낳고 깊은 우울증을 겪으며 임신과 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있었지만 친한 친구의 임신을 축하하며 인식을 바꾼다.

총으로 물감 주머니를 쏴 터뜨리며 분노를 표출하던 작업이 밝고 화사한 작품으로 스타일이 확장된 것도 이 시기다. '나나'는 프랑스어로 '여자'를 뜻하는 말로 여성 본연의 원초적인 속성을 주목하며 이후 작가가 즐겨 쓰는 언어적 모티브가 된다. <나나 파워>는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모든 총알에서 우리를 지키고 막아내는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잠실점, <추상의 표정>

<추상의 표정>전 /김서진 기자

잠실점에서 열리는 <추상의 표정>은 오랫동안 남성들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추상의 세계를 탐구하는 여성 작가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조명하는 자리다. 추상화의 시작이라 부르는 몬드리안, 칸딘스키에서부터 잭슨 폴록과 마크 로스코로 대표되는 추상 표현주의를 거쳐 우리나라에서도 단색화에 이르기까지 추상은 마치 남성 작가들의 전유물처럼 생각되어 왔다. 허나, 잭슨 폴록의 아내였던 리 크레이스너를 비롯해 아그네스 마틴, 조안 미첼 등 여성 작가들도 꾸준히 추상의 세계를 추구해 왔다. 롯데갤러리는 이 세계적인 미술계의 흐름에 발맞춰 추상을 추구하며 고유의 존재감을 구축해 온 여성 작가들을 선별했다. 

왼쪽부터 'Tension 2020 D-1', 'Tension 2020 A-1' /김서진 기자

안정숙 작가는 인간 관계의 대립과 갈등을 삶의 필연적인 요소로 생각하고, 이를 평화롭게 화합시키는 것을 작품의 주요 주제이자 삶의 화두로 삼는다.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변화하는 이미지는 삶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도 같다.

안정숙, 'Tension 2020 D-3' /김서진 기자

직선적인 사고방식의 문화가 있다면, 곡선적인 사고방식의 문화도 존재하며 이들이 만드는 팽팽한 긴장감은 대립하는 듯 보이지만 동시에 유기적인 관계로 서로를 지탱하며 조화와 균형을 이룬다. 대립되는 두 세계의 존재를 인정하고 합치시키고자 하는 그는 철학을 공부하며 예술에 대한 관심을 키워 나갔고, 현재도 국내외 다양한 전시에 참여하고 있다.

제여란 작가 전시 모습 /김서진 기자
제여란, 'Usquam Nusquam' /김서진 기자

제여란 작가는 붓이 아닌 스퀴즈를 사용한다. 스퀴즈는 두툼한 고무 막대기를 뜻하며, 실크스크린 판화를 제작할 때 물감을 밀어넣는 도구다. 판화를 만들던 작가가 어느날 이 도구를 회화에 사용한다는 발상을 한 이후 스퀴즈 회화는 30여년이 넘게 제여란 작가 회화의 특징이 됐다. 그는 구체적이거나 섬세한 표현이 어렵다는 도구의 한계를 새 도전의 과제로 여긴다. 

제여란, 'Usquam Nusquam' /김서진 기자

거대한 캔버스에 다양한 물감이 쏟아지며 화면이 장악하는 그의 작품은 스퀴즈를 밀어낸 작가의 힘과 속도를 느낄 수 있다. 작가에게 회화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내면의 에너지를 표현한다. 작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작가가 남성인지 여성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관람객이 그의 작품을 보고 무언가를 떠올리며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특정 지식이나 정보가 줄 수 없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방식의 소통과 성장의 시간이 될 것이라 그는 믿는다.
 

윤종주, 'cherish the time_line' /김서진 기자

윤종주 작가의 작품은 형태가 배제된, 미니멀한 단색화에 가깝다. 여러 색이 오묘하게 빛나는 화면은 작가만의 독특한 제작 방식으로 구현됐다. 작가는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거쳐, 물감을 섞어 농도를 맞춘 후 캔버스에 붓고 말리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한다. 균일한 화면이 되도록 캔버스를 정돈하는 과정부터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여러 단계가 쌓인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하나의 색 위에 또다른 색이 겹쳐지는 수많은 레이어를 통해 깊은 색을 자아낸다. 하나의 작품은 그 자체만으로도 완결성을 지니지만 다른 작품들과 어우러져 조합을 이룰 때 더 크고 총체적인 이미지로 완성된다. 

윤종주, 'cherish the time_voyage' /김서진 기자

전시 측 관계자는 그의 작품을 두고 "작가는 원래 있는 색이 아닌, 색을 붓고 더해 자신의 색깔을 만든다. 작가는 어떤 색이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작업을 한다"며, "그림을 봤을 때 한 가지 색으로만 칠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작품들은 15개에서 최대 25개의 레이어가 쌓여 만들어진 그림이다. 그림의 제목은 해석하자면 '시간을 머금다'라는 뜻이며, 작가는 자신의 색을 이토록 미니멀하게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Still There' , 'Dizzy Disco' /김서진 기자

가장 입체적인 평면을 그린다는 평을 듣는 박정혜 작가는 모티브가 되는 영화나 그림, 사진 등으로부터 평면을 발견하고 그려낸다. 단순히 입체적인 무언가를 화면 위에 올려두는 것이 아닌 어떤 풍경이 지닌 속성을 찾아내 퍼즐처럼 재배치하는 것에 가깝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 속에 놓여 있는 현재를 포착해 그림으로 재현하는 작업을 한다는 그는 물감이 지닌 속성이야말로 변모하는 자연과 닮았다고 한다. 질료의 특성을 통해 작가는 자신이 바라본 광경을 자신 고유의 화법으로 '다시 모사'하며 그만이 쌓을 수 있는 추상의 세계를 구사한다.
 

왼쪽의 구조물은 'On&Off', 오른쪽의 대형 화면은 'Sentimental Exercise_Reminiscence'로 플래쉬 애니메이션 /김서진 기자

기하학적 모티브가 강조되는 홍승혜 작가의 작품은 형태의 반복을 통해 리듬감과 추상성을 드러낸다. 그림은 정지해 있지만 마치 움직이는 미디어 아트처럼 보인다거나 소리가 날것처럼 느껴지는 공감각적인 인상은 감각의 영역을 계속 확장시키며 변화해 온 작가의 역량을 알 수 있다. 픽셀에 기반해 흥미로운 공간을 구현하는 작가는 디지털 시대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회화를 넘어 영상과 설치, 순수 미술을 넘어 디자인과 연극으로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잠실 월드몰의 <리조이스>전 홍보 광고 /김서진 기자

<리조이스>전을 기념해, 3월 내내 잠실 월드몰 지하 광장이 리조이스 전시 홍보 공간으로 뒤바뀐다. 기존 지하 기둥에 설치된 55개의 디스플레이의 상업 광고를 대신해 국내 유명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 실천’이 디자인한 각 갤러리의 전시 포스터를 넣어 <REJOICE>의 관심을 이어 갈 계획이다.

전시 작품 판매 수익금의 1%는 롯데쇼핑의 ‘리조이스 캠페인’과 ‘해당 작가’의 이름으로 소외된 이웃에게 기부할 예정이다. ‘1% 기부’는 기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일임과 동시에 이번 전시가 사회공헌 캠페인인 ‘리조이스’의 이름을 달고 나온 이유다. 

롯데백화점 정준호 대표는 “롯데 갤러리의 작품을 백화점에서 경험할 수 있는 프리미엄 컨텐츠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 전하며, “사회공헌 캠페인인 리조이스를 모티브로 한 <REJOICE>전이 고객들로 하여금 공감을 얻고 미술감상과 구매, 나눔까지 이어지는 뜻 깊은 경험으로 기억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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