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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국민젓갈 '안초비'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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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국민젓갈 '안초비' 즐기기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2.03.11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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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페와 안초비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최근 와인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단순히 치즈나 과일을 놓고 먹는 단순한 안주에서 안초비 같은 서양식 젓갈로 안주를 먹는 등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이마트에서는 2020년, 800개 가량 판매되었던 안초비 관련 상품이 2021년 5500여개가 넘게 팔렸고 올해 들어서는 2월까지 이미 1,000여개가 넘게 팔리는 등 수요가 높다.

안초비는 에스파냐 바스크어로 건어물을 의미하는 '안초바'에서 온 말로, 지중해나 유럽 근해에서 나는 멸치류의 작은 물고기를 뜻하며 또는 이것을 절여서 발효시킨 젓갈을 뜻한다. 생선을 묽은 소금물로 씻어서 포화식염수에 7∼8시간 정도 담근 후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을 뿌려서 무거운 것으로 누르고 뚜껑을 덮어 수개월 동안 냉암소에 저장한다. 이탈리아나 영미권에서 주로 젓갈로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고대 사람들이 사랑한 생선, 안초비

안초비 /flickr

우리나라에서 흔히 멸치 젓갈을 먹는다면 이탈리아의 국민 젓갈은 안초비일 것이다. 젓갈은 어패류의 육, 내장, 생식소 등에 식염 작업을 거쳐 부패를 억제하면서 자기소화 및 미생물 작용에 의하여 원료를 적당히 분해시켜 숙성시킨 음식이다. 염장법이라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며 여러 생선과 새우, 조개 등에 소금을 약 20% 섞어서 절여 얼마 동안 저장하게 되면 젓갈 특유의 맛과 향을 내게 된다. 작은 생선의 뼈나 새우, 갑각류의 껍질은 숙성 중에 연해져서 칼슘 공급으로 적합한 식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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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젓갈은 인류들이 애용한 음식이기도 한데, 한나라 무제가 동이족을 쫓아서 산동 반도에 이르렀을 때 어디서인지 코에 와 닿는 좋은 냄새가 나서 찾아보니 어부들이 물고기 창자와 소금을 넣고 흙으로 덮어 둔 항아리에서 나는 냄새였고 이것이 바로 젓갈이었다는 것이다. 오랑캐를 좇다가 얻은 음식이라고 해 옛날에는 젓갈을 '축이(逐夷)'라 불렀다. 이 같은 기록으로 볼 때 동이족이 젓갈의 문화를 유지하고 발달시켜 왔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였기 때문에 주로 어패류를 저장하여 오래 두고 먹기 위한 방법으로 젓갈을 만들었다. 젓갈은 대체로 상하기 쉬운 작은 어패류, 내장, 알 등을 대상으로 해 생물 상태에서 고농도 소금을 넣어 담갔다. 특히 서해안과 남해안에 비해 소금이 귀한 동해안에서는 어패류 부패를 막기 위해 부족한 소금에 곡물을 더해 젓갈을 담그고 이를 식해라 불렀다. 조선 시대에는 토끼, 사슴, 돼지고기와 민물고기인 누치, 은어로도 젓갈을 담근 기록이 남아 있으며 현재는 어패류를 이용해 젓갈을 많이 담근다. 
 

안초비를 넣은 태국 요리 /pixabay

일본·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과 베트남·캄보디아·태국·라오스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젓갈은 오랜 전통으로 남아 음식 문화에 영향을 주었다. 특히 동남아시아는 고온다습한 기후로 어물이 쉽게 부패하는지라 젓갈이 많이 발달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멸치가 생선 육수를 만드는 데 쓰이거나 기름에 튀겨 먹는다. 흑해 지역의 특산물인 '함시'는 멸치 종류의 하나로 터키인들은 주로 일반적으로 튀기거나 굽고, 쪄서 미트볼이나 필라프 등으로 해 먹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멸치젓갈 등을 김치를 담글 때 쓰고, 이탈리아에서는 지중해 멸치로 담근 젓갈인 안초비를 숙성해 올리브유와 많이 쓴다.

여러 생선 중에서도 멸치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수산자원 중의 하나로 남미 연안, 지중해 등지에서도 옛날부터 동물 사료용 재료나 수산 식품으로서 인간과 가까운 생선이기도 했다. 멸치를 가공하고 보존하는 방법 중 가장 대중적인 것은 소금에 절여 숙성시키는 것이다. 젓갈로 만들면 멸치 특유의 강한 풍미가 나타나며 생선살이 진한 회색으로 변한다. 
 

스테이크와 가룸 머스타드 /flickr

멸치는 인기 있는 소스나 토핑 등으로 쓰였으며 사람들이 진통제 용도로 쓰기 위해 날것으로 먹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지역에서 요리 양념으로 널리 사용된 일종의 생선 액젓인 가룸도 이때 사용된 생선이 멸치와 비슷한 생선의 내장을 넣어 만든 것이라고 한다. 당시 가룸은 장거리로 이루어지는 상거래에 적절한 긴 유통기한을 갖고 있었고 상업적으로도 대량 생산이 가능했다. 가룸은 요리에도 풍부하게 썼을 뿐만 아니라 일종의 화폐, 향수 등으로도 쓰였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안초비가 어디서 잡히는지, 어떤 치료법에 쓰이는지, 심지어 비늘이 있는지 없는지까지를 일일이 기록했을 정도로 멸치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다. 

이후 다양한 문화권에서는 이 작은 생선을 음식에 어떻게 첨가해 더 맛있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다가 발효라는 방법을 발견하게 된다. 멸치는 크기가 작아 종종 정어리와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여러 나라에서는 멸치와 정어리를 번갈아 쓰기도 한다. 멸치는 정어리에 비해 풍미가 강해 소량으로 쓰는 경우가 많고, 정어리는 대부분 통째로 먹는 경우가 많다.

음식 전문가들이 안초비를 별미로 꼽는 이유는 안초비에 '감칠맛'이 있어서이기도 하다. 짠맛, 단맛, 신맛, 쓴맛 외에 또 하나의 맛인 감칠맛이 좋아 안초비를 한입만 먹고 나서도 그 맛이 오랫동안 머문다는 게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이 감칠맛은 인공적으로 맛을 낼 수도 있지만 김이나 버섯 같은 특정 음식에서는 자연적으로 느낄 수 있는 맛이다.

안초비는 먼 거리에서 거래를 하고 장기간 보관해야 할 일이 많아 소금이나 기름에 절여 발효하거나 대부분 반죽으로 으깬 상태로 포장된다. 이 상태에서 소금, 기름과 더불어 생선 맛이 진해져 요리에 조금만 넣어도 맛을 살릴 수 있는 풍미가 생긴다.
 

올리브 오일에 절인 안초비 /flickr

전통적인 안초비를 만드는 방식은 지중해 멸치를 잡아 머리와 내장을 제거 후, 소금을 뿌리고 무거운 것으로 눌러둔 뒤 30도 정도의 높은 온도에서 발효시킨다. 숙성 기간은 최소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으로, 안초비가 숙성되면서 풍미가 높아지고 감칠맛도 더해져 숙성 기간은 길면 길수록 좋다고 한다. 소금으로 절인 상태로 먹기도 하지만 올리브 오일 같은 기름으로 담은 캔이나 통조림에 담아두고 절임 형태로도 먹는다.

안초비는 짜고 강한 맛이 특징이지만, 영양가 있는 음식이라 지중해 식단에서 인기가 많다. 안초비의 맛은 가공 방법에 따라 다르며, 박테리아나 미생물이 번식할 수 없도록 소금을 넣어 숙성한다. 소금 대신 식초에 절일 수도 있는데, 이러면 더 부드러운 맛을 낸다. 기름이나 소금에 절인 멸치는 향이 강해 생으로 먹거나 장아찌로 만들면 담백한 맛을 낸다고.

안초비에는 음식을 섭취했을 때 에너지로 바꾸는 데 도움을 주는 수용성 비타민인 니아신이 함유되어 있다. 심장, 갑상선, 뼈 건강에 관여하며 활성산소를 제거해 신체 조직의 노화와 변성을 막아 주거나 그 속도를 지연시키는 셀레늄도 다량 함유되어 있다. 연어, 참치, 멸치 등 기름진 생선에 들어 있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며 이 같은 요소들이 안초비의 건강상의 이점들을 담당한다. 또한 안초비에는 단백질 함량이 높은데, 단백질은 포만감을 유지하게 하고 그렐린 수치를 감소하게 함으로써 식욕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덧붙여 안초비에는 칼슘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어린 아이들의 성장 발달과 성인의 골다공증을 예방에 도움을 주며, 타우린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체내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동맥경화와 같은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안초비는 대부분 숙성되는 음식이라 나트륨 함량이 높은 편이다. 신선한 안초비는 괜찮지만 통조림에 든 안초비는 나트륨 함량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고혈압이 있는 사람이나 당뇨병, 비만, 심장질환 등의 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특히 나트륨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나트륨이 신경쓰인다면 안초비를 쓰기 전에 미리 물에 헹구거나, 찬물에 30분간 담가 나트륨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마리나라 피자 /flickr
안초비 파스타 /pixabay

안초비는 대개 토핑, 소스, 페이스트, 통조림 등으로 샐러드 드레싱이나 국물 맛을 내기 위해 쓰인다. 헌데, 안초비가 피자와 어울린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토핑으로 토마토와 멸치가 포함되었던 이탈리아의 마리나라 피자는 치즈가 들어가지 않고 토마토 소스와 오레가노, 안초비만으로 입맛을 사로잡았다. 더불어 안초비가 제일 많이 쓰이는 것은 역시 파스타로, 안초비와 올리브 오일, 마늘 등을 첨가한 오일 파스타를 많이 만들어 먹는다.

안초비 요리는 이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요리에 쓰는 소스에 안초비를 첨가하는 것이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하는 메인 생선 요리에 안초비를 더하거나, 새우나 참치 요리에 안초비를 넣으면 해산물 맛이 더 좋아진다고 한다. 샐러드에 안초비를 드레싱으로도 넣을 수 있다. 안초비 드레싱은 고전적인 사용법으로 일반적인 시저 샐러드 드레싱들 중 하나로 많이 쓰인다. 안초비 페이스트에 소금, 후추만 조금 뿌려도 색다른 맛이 난다.

타파스에 안초비 /pixabay
별 재료 없이 오일만 함께 해도 어울린다 /pixabay

안초비 페이스트는 이탈리아에서는 흔한 음식으로 카나페나 채소 위에 얹거나, 파스타 요리의 소스로도 쓰인다. 굽거나 익힌 야채 요리를 한다면 여기에도 안초비 페이스트는 어울린다. 애호박이든, 콜리플라워든 올리브 오일이나 레몬 주스와 안초비 페이스트를 섞은 다음 익힌 야채와 버무려 내면 된다. 다만 안초비 페이스트가 이미 소금에 절여져 있기 때문에 굳이 야채를 익히거나 할 때 소금을 칠 필요는 없다. 이 야채 요리에 스테이크까지 같이 한다면 금상첨화다.

안초비는 반드시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하고, 개봉했다면 밀봉해 냉장 보관을 해야 한다. 유통기한이 길다고 해서 개봉 후 실온에 놔두기라도 하면 비릿한 맛에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기름의 특성상 응고가 되었다가 실온에 놔두면 원래대로 돌아오긴 하지만 그래도 개봉했다면 최대한 빨리 먹는 게 좋다.

 케캅 이칸에 구운 붕어 요리 /flickr

수천 년 전에 사람들의 주식이었던 해산물에 곁들이고, 로마에서도 조미료로 쓰이며 사랑받았던 안초비는 1990년대 피자 토핑으로 깜짝 인기를 얻었다가 이제는 전세계 여러 요리사들에게 사랑받는 식재료가 되었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안초비를 여러 요리에 넣어 먹는 것도 좋지만, 아주 차가운 화이트 와인이나 위스키 안주로도 제격이다. 올리브오일에 재운 안초비에 파슬리 조금 뿌려, 취향에 따라 고추까지 넣는다면 혼술 자리에도 안성맞춤이면서 간편한 안주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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