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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전통과 문화를 연주하다, 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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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전통과 문화를 연주하다, 코라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2.02.24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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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라를 연주하는 손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서아프리카의 전통 현악기 중 하나인 코라(Kora)는 21개의 현을 가진 특별한 악기로, 서아프리카 만딩고 문화에서 기원했다. 가장 신성한 악기 중 하나로 꼽히는 코라는 다른 문화권 사람들과도 연주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한다. 11개의 현은 왼손으로, 10개의 현은 오른손으로 연주한다.

코라의 소리는 하프와 비슷하지만 현대의 앰프와 결합해 소리가 뻗어나갈 때 플라멩코 같은 기타 소리와도 유사하다. 코라를 연주하는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만딩고 부족 출신이 많으며, 그들의 기술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있다. 기니, 말리, 세네갈 등 다양한 나라에서 연주되고 있으며 최초의 기원은 현재의 감비아에서 왔다고. 

아프리카의 전통과 문화를 전승하다, 코라

코라와 연주자 /flickr

여행작가인 이븐 바투타가 1300년대 여행할 당시 지금의 코라와 비슷한 하프 악기를 여성들이 연주하는 것을 봤다고 한다. 코라에 대해 유럽에서 최초로 언급한 건 스코틀랜드인 뭉고 파크의 '아프리카 내륙 여행기'에서라고. 그는 아프리카 내륙 지역을 여행하던 중 본 코라를 '18개의 현이 달린 큰 하프'라고 묘사했다. 코라의 기원에는 여러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데, 어느날 한 사냥꾼과 애완견이 사냥을 하러 숲에 간다. 시간이 지난 후 지친 사냥꾼이 쉴 곳을 찾던 중 큰 나무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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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무에는 코라 하나가 기대어져 있었고, 사냥꾼은 그것을 계속 지켜봤다. 코라를 한번도 본 적이 없었던 사냥꾼은 잠시후 손을 뻗어 코라의 현을 만지고, 만졌을 때 나는 소리는 매혹적이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다면 내가 가져가겠다고 생각한 그는 몇시간을 더 기다렸다가 코라를 집으로 가져간다. 마을로 돌아가는 길에 사냥꾼은 낯선 사람을 만난다.

그는 그 낯선 사람이 악마인 줄 모르고 말을 건다. "이게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까? 혹시 당신 것입니까?"라고 묻자 악마는 "그렇다. 이것은 코라다. 네가 힘들 때 널 도와줄 것이다"라고 대답하며, 악기를 다루는 방법을 알려 준 다음에 집에 가면 더 많은 걸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사냥꾼이 마을로 들어서자 모두가 코라를 쳐다봤다. 아무도 이전까지 이런 물건을 본 적이 없었다. 사냥꾼은 코라로 연주를 시작했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음악과 코라에 빠져들었다.

그 후에 사냥꾼은 잠들 때마다 꿈에서 길에서 만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 악마는 그에게 많은 것을 가르쳤다고 한다. 코라를 연주하는 방법, 노래하는 방법, 자신의 노래를 연주하는 방법, 새 코라를 만드는 방법 등등. 이렇듯 코라에는 신화적인 전설이 꽤 있는데, 현이 21개인 이유는 사람의 삶을 나타내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과거를 되살리기 위한 7개, 현재를 알리기 위한 7개, 미래를 부르기 위한 7개의 현이 있어 총 21개라는 이야기다.

코라를 연주하는 연주자 /flickr

또 하나의 유명한 설은 잘리 마디 울렝이라는 사람이 세상에 코라를 들여왔다는 설이다. 잘리가 숲속을 걷고 있는데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들려 가 봤더니 아라비아의 정령인 '진'이 코라를 연주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진은 잘리에게 자신의 딸과 결혼해 이 세계에서 산다면 코라를 가르쳐 주겠다는 말을 하고, 잘리는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몇년 후 잘리는 그 세계에서 탈출해 서아프리카 만딩고 부족에게 코라를 가르쳐 주었다는 설이다.

잘리 마디 울렝은 '쿠룬투 켈레파(켈레파를 기리며)'와 '켈레파바(위대한 켈레파)'를 작곡했는데 이 두 곡이 코라로 연주된 최초의 곡이라고. 참고로 서아프리카 세습 음악가의 일족을 가리켜 '그리오', 프랑스어로는 '잘리'라 부르기도 한다. 잘리 가문의 아이들은 코라의 역사, 음악을 가까이에서 접하며 어렸을 때부터 코라를 배우기 시작한다. 잘리는 만딩고 부족의 단순한 음악가들 그 이상으로, 이름 짓는 의식에서부터 결혼과 같은 중요한 행사에서 탁월한 역할을 한다.

코라가 만딩고 부족에서 자부심이 있을 수밖에 없는 건, 응고니나 발라폰 같은 서아프리카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다른 악기들에 비해 코라는 만딩고 부족들이 거주했던 지역에서만 연주해 다른 나라로 퍼진 악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코라를 연주하는 만딩고 부족의 잘리들은 코라가 만딩고 부족의 악기라는 것에 자부심이 있다고.

그라비 코드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만딩고 부족이 있었던 감비아, 세네갈의 카자망스, 기니비사우에 연주되었던 코라는 20세기 들어 여러 나라로 퍼지게 된다. 다른 나라로 코라가 유입되며 전통적인 21현의 형태도 25현으로 바뀌거나, 목이 두 개인 더블넥 코라 등 다양한 형태가 출현했다. 20세기 후반에는 코라를 모델로 한 전자 악기인 그라비 코라가 등장한다. 악기 제작자이며 가수인 로버트 그라위가 만든 것으로 현은 24개이며 코라와 동일한 튜닝, 연주 방식을 띈다. 로버트는 현대적인 코라를 원하는 코라 연주자들을 위해 그라비 코라를 개발했으며 현재도 여러 연주자들이 그라비 코라를 채택해 연주하고 있다고.

말리에서는 일반적으로 코라 연주자가 가수와 함께 공연하는 반면, 서아프리카의 또다른 지역에서는 코라 연주자가 혼자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대대로 가족이나 지인에 대한 이야기가 노래로 전해져 내려오는 경우도 있고, 친목이나 댄서들의 놀이가 코라와 결합하는 경우도 있다. 코라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는 신화적 상징들이 많으며 악기의 몸체는 염소나 양, 소가죽으로 덮인 큰 박으로 만들어진다. 

코라의 몸통이 되는 칼라바쉬 /flickr

박은 우리에게는 조롱박으로 알려져 있는 '칼라바쉬'를 쓰는데, 종류에 따라 크기가 제각각이라 큰 조롱박을 고른다면 코라를 만들 수 있다. 커다란 박을 반으로 잘라, 이것을 공명통으로 해 긴 목을 붙여 21개의 현을 매달아 양손의 엄지와 검지로 줄을 뜯어 소리를 낸다. 줄은 원래 말총이나 가죽으로 만들었지만 현대의 코라는 와이어 스트링을 주로 많이 쓰기 때문에 현대의 다른 악기들과도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으며 앰프나 마이크를 통해 나는 소리는 마치 날카로운 기타 소리를 떠올리게 한다.

지하철에서 연주하는 코라 연주자 /flickr
연주 중인 소나 자바테 /flickr

코라 연주자들은 영국 전역의 음악 축제, 또는 뉴욕시의 지하철 역, 태양의 서커스 같은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지금의 코라에는 내장 마이크가 들어 있어 외부 마이크를 쓰지 않아도 큰 소리를 낼 수 있다. 대개 연주할 때 악기의 몸을 지탱하는 느낌으로 다리 사이에 끼거나 기대는 식으로 한다.

코라는 양손으로 연주하며 왼손은 11현, 오른손은 10현을 연주해 멜로디와 리듬을 맞춘다. 양쪽 엄지손가락으로 베이스와 멜로디를 연주하고, 양쪽 검지로 잔가락을 붙여 연주해 풍부한 소리를 낼 수 있다. 꼭 엄지와 검지만 쓰는 것은 아니고 셋째, 넷째 손가락까지 같이 쓰는 사람들도 있다. 

소나 자바테 /flickr

여성 코라 연주자 소나 자바테는 전통적인 감비아의 그리오 가문에서 태어나 코라 거장이 된 최초의 여성이다. 그의 음악은 문화 유산의 보존과 현대적인 스타일 사이의 기막힌 균형을 맞추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아프리카인들을 위한 교육 개혁을 전담하는 감비아 아카데미 창립 이사이기도 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코라와 깊은 관련이 있었다. 당장 그의 사촌이 말리의 유명 코라 연주자 투마니 디아바테이며 그의 아버지는 감비아의 유명 아티스트 아마두 반상 조바르테라고 하니 소나에게도 코라 연주자의 길은 익숙했는지도 모른다.

원래라면 코라는 당시 노래를 부르는 것은 여자고,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남자라는 전통이 있었다. 어쩌면 남성들을 위한 악기라는 꼬리표가 붙었던 코라는 소나가 최초의 여성 코라 연주자가 되면서 변화하고 있다. 소나는 3살 때부터 코라를 배웠다고 하며 감비아로 몇 차례 여행을 다니며 아버지와 오빠에게 코라를 배웠다고 한다. 10대 후반에 들어 소나는 고대 전통에 깊이 빠져 있던 아버지와 함께 코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그에게 '네 소리를 찾아라'라는 말을 끊임없이 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의 아버지, 그의 사촌이 각각 연주할 때마다 코라는 서로 다른 소리를 냈다고 하며 사람들이 이들의 음악을 들을 때 누가 연주하는지를 알 수 있었을 정도라고.

소나 자바테 /flickr

그는 SOAS 런던 대학교에서 아프리카 문화와 언어학을 공부했다. 그가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발현한 것도 이때쯤이었다. 그는 수년에 걸쳐 자신만의 독특한 사운드를 개발했다. 소나는 독특한 보이스, 감동적인 멜로디, 무대 위 우아한 퍼포먼스로 큰 성공을 거뒀고 2015년 감비아 아카데미가 문을 열었을 때 자신이 가족의 한 일원으로써 코라를 배울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영국에서 유학을 하며 문화가 교육 과정에 자연스럽게 접목되는 방식에 충격을 받았지만 대부분의 아프리카 학교에서는 그런 점이 없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래서 그가 세운 감비아 아카데미는 아프리카 문화의 역사와 문화를 강조하면서, 학생들이 전통에서 영감을 받으며 기술을 습득하고 공동체 내에서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지를 가르친다. 감비아는 아직 국내의 재능 있는 음악가들을 지원하는 제도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코라를 연주하는 소나 자바테 /flickr

즉 아이들이 세대에 걸쳐 배우고 있지만 정작 외부에서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나 전문가가 부족한 실정이며, 가족의 전통이기 때문에 정작 다른 곳에서는 배울 수 없다는 것이다. 만일 가족이 없거나, 가족이 외국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이들은 코라를 배울 기회가 없어지는 셈이다. 그래서 소나는 전통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가족에게서만 이어지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체계과 제도가 갖추어져 어린 아이들을 비롯해 유능한 음악가들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코라를 연주하는 손 /flickr

오늘날 많은 잘리는 외부인들에게 코라를 가르치고 있다. 그들의 문화, 영웅담, 전설, 역사 등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현대와 어울리려 노력한다. 처음 코라는 전통적으로 노래와 함께 사용되었고, 단독 악기로는 쓰이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코라를 연주하는 음악가들이 늘어나면서 형태도 바뀌고 소리도 조금씩 바뀌었다. 그러나 잘리는 여전히 코라로 수백년 된 노래를 연주하고, 수백년간 칭송받았던 영웅들을 노래한다.

잘리는 만딩고 문화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가문의 혈통, 문화적 전통, 역사적 사건들을 코라로 하여금 보존하고 후세에 구전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잘리는 수년간 화음을 꾸준히 듣고 외움으로써 코라를 배운다. 문화의 상징이면서도 뿌리가 된 코라의 연주자들은 지금도 결혼식, 생일 축하 모임, 장례식, 축제 등 다양한 곳에서 코라를 사용해 전통을 노래하며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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