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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도 끝났으니 건강한 식단 '템페'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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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도 끝났으니 건강한 식단 '템페' 어때요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2.02.04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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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전통 콩 발효 제품 '템페'
템페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구정 연휴 동안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고 나면 위가 부담스러워지거나 좀 가벼운 음식을 찾게 되는 경향이 있다. 원래 연휴가 끝나고 나면 건강식을 찾기 마련인데 발효식품이며 식물성 단백질로 요즘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인도네시아의 전통 콩 발효 제품인 '템페'다.

템페는 인도네시아의 자바섬에서 처음 먹기 시작했다고 추정된다.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를 식민지로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템페도 서양에 알려지게 되었으며, 요즘에는 건강을 챙기는 사람들이 고기 대신 먹을 수 있는 고단백 식품으로 애용하고 있다고.

자바섬에서 시작된 인도네시아의 상징, 템페

템페와 근대 /flickr

예로부터 콩은 인간이 재배한 최초의 작물 중 하나로, 11세기 초 중국 북부에서 처음 뿌리를 내렸다고 전해진다. 고대 중국인들은 콩을 문명에 필수적인 곡물 중 하나로 생각했고, 콩을 음식이자 약으로 생각했다. 7세기에 콩은 일본을 거쳐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으로 전해졌다. 템페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유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특별하며, 특히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인기가 많아 사람들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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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페라는 이름은 귀뚜라미에 튀김옷을 입혀 튀긴 름뻬역(Rempeyek)에서 유래했다고 하며, '발효'를 의미하는 타파이와도 관련이 있다는 설도 있다. 당시 자바섬 사람들은 미생물학이나 화학에 대한 정보 없이 템페라 불리는 발효식품을 발전시킨 것이라 해도 다름없다. 사람들은 깻묵, 콩을 갈아 콩물을 추출한 뒤에 남는 부산물인 오카라 등으로 템페를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인도네시아의 콩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네덜란드의 식물학자인 룸프에 의한 기록이 있으며, 그는 콩이 자바에서 식량과 거름으로 쓰이고 있다고 기록했다. 템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인도네시아의 다른 섬과 여러 각국으로 퍼져나간 것은 20세기 이후로 추정된다. 

템페로 요리하는 모습 /flickr

제2차세계대전 전후로 말레이 제도 전체가 일본의 지배 하에 놓이면서 템페는 전쟁 기간 동안 인도네시아, 그 주변 국가에 전쟁포로 수용소에 있던 여러 외국인들에게는 중요한 음식이 됐다. 조리된 콩을 소화하지 못하고 여러 질병으로 고통받던 국군 포로들도 템페는 쉽게 소화시킬 수 있었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템페 소비가 전쟁 포로들뿐만이 아닌 많은 가난한 인도네시아인들이 오랜 시간 동안 살아남는 데 도움을 주었으며, 값싸고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이 됐다고 말한다. 

아직 템페의 기원과 초기 역사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그러나 1960년까지 이루어진 템페에 대한 연구가 인도네시아에 거주했던 서양인들에 의해 이루어진 점은 특이하다.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의 식민지였을 때 극소수의 인도네시아인들만이 대학에 가거나 과학적인 연구를 할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에는 식품 과학자나 미생물학자가 극히 적었고, 토착 음식을 연구하는 일 또한 적었다.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의 식민 통치 기간 동안 서양의 생활 양식을 강조하는 네덜란드의 영향을 받았다. 서양에서는 알려지지 않았던 템페와 같은 음식을 비롯해 일반 시민들이 접근하기 쉬웠던 템페는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소비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사람들이나 먹는 음식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템페와 완두콩 요리 /flickr

이런 식이니 자연히 인도네시아에 있던 과학자들도 템페가 연구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진 못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인도네시아에서 템페는 모든 계층에 의해 소비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요리의 독특한 문화적 유산으로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분 중 하나다. 또한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경제, 삶의 구조에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템페의 발견은 발효에서도 중요한 부분인 곰팡이와도 관련이 있는데, 이것은 티크와 바다 히비스커스 잎에서 자라는 균사체로 이루어져 있다고. 자바 원주민들은 이 균사체를 음식 포장지로도 썼다고 한다. 템페를 만들기 위해 처음 쓴 콩의 종류는 자생식물은 검은 콩으로, 이것은 나중에 흰콩이나 노란콩이 수입되고 두부 산업이 같이 성장하며 바뀐다. 

특히 인도네시아인들이 템페를 많이 섭취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너무 많이 먹는 나머지 미국으로부터 콩을 수입할 정도라고 한다. 2013년 인도네시아의 1인당 콩 소비량이 약 11.3kg이었는데, 50% 정도는 템페로 만들어지고 40% 정도는 두부로 만들어진다고. 인도네시아인들은 연간 7kg 정도의 템페를 소비하며 매일 두부, 야채, 쌀, 해산물과 함께 템페를 먹는다.

템페는 세계적으로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선택지가 되며 일부에서는 고기 대용물로도 쓴다. 같은 콩으로 만들어진지라 템페와 두부는 꽤 많이 비교가 되기도 하는데 둘 다 사람들에게는 매우 좋은 음식인, 콩으로 만들어진 식품이다. 둘 다 이소플라본으로 알려져 있는 피토에스트로겐이 풍부하며 두부는 약 21mg, 템페는 38mg 정도의 이소플라본이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검은콩 두부 스크램블과 템페 /flickr

평소에 단백질이 함유된 음식을 먹고 싶다면 두부가 좋은 선택이 되며, 운동 후 단백질이 있는 간식을 찾는다면 템페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차이점이라면 템페가 두부보다 칼로리가 좀 더 높으며, 두부에는 아무 맛이 나지 않는 반면 템페는 고기나 견과류와 비슷한 맛이 나는 정도다. 또 두부는 응고된 두유를 압착해 만들어 부드러운 질감이 특징이라면 템페는 발효 과정을 거쳐 단단하고 밀도가 높은 형태로 만들어진다. 템페가 만들어지면 세 가지 종류로 나누어지는데 좋은 템페, 미완성인 템페, 먹을 수 없는 템페다.

좋은 템페는 밀도가 높고 흰색의 균일한 균사체에 의해 단단한 밀도를 가진다. 냄새도 깨끗하고 미묘한 버섯의 향이 난다고 한다. 미완성인 템페는 밀도가 낮아 쉽게 부스러지며, 충분한 시간 동안 배양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완성이라면 폐기해야 한다. 먹을 수 없는 템페는 암모니아나 알코올의 악취가 나며, 수분 과잉이나 과열로 인해 세균이 발생한 것이다. 먹을 수 없는 템페는 축축하고 끈적거리며 흐물흐물한 게 특징이다.

템페는 식물성 비타민인 B12의 공급원이며, 소고기와 비슷한 단백질 함량을 갖고 있다. 이미 여러 연구에서 단백질이 풍부한 식단은 열 발생을 촉진시켜 신진대사의 증가를 돕고 매 끼니를 섭취 후 몸이 더 많은 칼로리를 태울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결과가 있다. 단백질이 많이 함유된 식단은 포만감을 주고, 배고픔을 줄여 식욕 조절에도 도움을 준다. 콩을 주요 재료로 쓰는 템페 또한 공복감을 덜 느끼게 하는 콩 단백질 중 하나인 이소플라본이 함유되어 있다. 

덧붙여 템페에는 발효 과정이 있어 다른 콩 제품에 비해 소화가 잘 된다. 발효는 박테리아와 효모가 당을 분해하는 과정으로, 콩의 발효 과정은 소화 및 흡수력을 높인다. 장 건강에 좋은 프리바이오틱스가 함유되어 있어 소화기와 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 포화지방도 적고 콜레스테롤이 없으며 섬유질, 철분, 필수아미노산 등을 포함한다.

흡싸 꼬치구이 같은 템페 요리 /flickr

오늘날 인도네시아에서는 튀긴 것과 같은 간단한 요리에서부터 타후, 템페, 루작 등 수백 가지의 템페 요리를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조리법은 템페를 깍둑썰기해 튀기거나 갈거나 수프, 샐러드, 샌드위치 등에 넣어 먹는 것이다. 템페를 튀기면 맛도 좋아지고 여러 요리에 곁들일 수 있다고.

대개 인도네시아인들은 템페를 간식으로 먹을 때 튀겨 먹는다고 한다. 튀기기 전에 고수와 마늘에 재워진 후 태국식 칠리 소스와 함께 먹으며 템페 칩은 쌀가루와 타피오카 가루로 분말을 만들어 여러 향신료로 양념을 해 튀긴다. 튀기는 것 말고 두부 대신 볶음 요리에 템페를 넣어도 된다. 

샐러드에 누들, 템페 /flickr
템페를 넣은 샌드위치 /flickr

대신 요리에 추가할 때 템페를 부드럽게 만드는 것을 추천하는데, 약 10분 정도 찌거나 끓이는 등의 방법이다. 이것은 템페에 양념이나 소스가 더 잘 스며들 수 있게 한다. 템페는 마치 견과류 같은 맛이 나지만 베이컨이나 소시지 같은 고기 식감도 나서 요리에 고기 대신 쓰기도 한다. 템페는 스테이크처럼 얇게 썰었을 때 가장 잘 익는다고 하며, 길게 자르는 것보다 가로로 썰어 골고루 익히는 게 좋다고. 템페 그대로 곁들이는 게 아닌 믹서기에 갈아 단백질 대용으로 소고기나 돼지고기 대신 쓸 수도 있다.

대부분의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샵에서 구매할 수 있는 템페는 냉장고에서 최대 10일까지 보관할 수 있으며 익히지 않은 템페는 최대 3개월까지 냉동 보관 가능하다. 남은 템페는 밀폐용기에 넣고 보관하면 냉장고에서 3일까지는 보관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직접 템페를 만들 수도 있다. 과정도 별로 어렵진 않다. 콩을 물에 불린 뒤 껍질을 제거하고 살짝 삶은 콩에 발효 스타터(Rhizopus oligosporus)를 섞고 얇은 층으로 펴서 30도 정도에서 24~36시간 발효시키면 신선해지는 템페를 만들 수 있다. 

콩의 껍질을 벗기는 게 번거로울 수 있는데 미리 껍질을 벗긴 콩을 구매해도 상관없다. 이렇게 직접 만드는 템페는 매장에서 구매한 템페보다 더 맛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다. 발효가 잘 된 템페는 콩 사이사이에 흰색 균사체가 꽉 들어차 단단한 상태가 되는데 온도가 높거나 낮은 상태에서 발효된 것은 표면이 검게 되기 때문에 맛이 떨어진다고.

템페 /flickr

이렇듯 비건들에게도 고기 대체로 인기가 많고, 콩이라는 재료에 발효 과정까지 거쳐 인도네시아인들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음식인 템페이지만 역시 주의해야 할 부분 또한 있다. 콩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피해야 하며 요즘의 대두 단백질은 유전자재조합 콩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명절 이후로 기름진 음식과 좀 멀리하고 싶다면 템페로 한동안 여러 건강식을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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