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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팬톤 올해의 컬러, 어스름한 새벽을 닮은 베리 페리(Very P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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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팬톤 올해의 컬러, 어스름한 새벽을 닮은 베리 페리(Very Peri)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2.01.20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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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색상 전문 연구 기업인 팬톤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하나의 색을 골랐다. 핑크빛이 도는 자주색에 푸른빛이 섞여, 신비한 느낌을 주는 ‘베리 페리(Very Peri)’가 그 주인공이다.

팬톤 홈페이지 소개에 따르면, 베리 페리는 창조적이고 호기심 많은 느낌이 있다고 한다. 창조와 호기심을 기반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요즘 시대에 적합한 컬러라는 것이다.

팬톤의 로리 프레스먼 부사장이 “올해의 팬톤 컬러는 우리의 세계 문화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반영하며, 사람들이 원하는 색상이 무엇인지를 표현한다”고 말한 부분을 보면 이해가 쉽다.
 

2022 올해의 컬러로 선정된 베리 페리(Very Peri) / 팬톤 홈페이지 캡처
2022 올해의 컬러로 선정된 베리 페리(Very Peri) / 팬톤 홈페이지 캡처

‘베리 페리’는 파란색이 주는 진취적인 느낌과 함께 붉은색과 보라색이 가지는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느낌이 더해져, 매일 변화하는 현재 글로벌 시대를 상징하는 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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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라는 감염병 상황으로 인해 현실의 공간에서 고립되다시피 하며, 서로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사람들이 대안으로 찾은 것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가상의 공간인 ‘메타버스’다. 이제 이곳에서 사람들은 현실과는 또 다른 새로운 삶을 만들어내고 있다.

팬톤은 이미 2018년에도 보라색 계열인 ‘울트라 바이올렛’을 올해의 컬러로 선정한 바 있다. 당시에도 울트라 바이올렛을 ‘우주의 신비’, ‘감성’, ‘미래를 위한 의미 있는 방향을 만들기 위해 찾고 있는 독창성’이라고 표현했었다.

같은 보라색 계열이라는 점에서 2022년 올해의 컬러인 베리 페리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4년이 지난 현재는, 현실에서의 트렌드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디지털 세계의 특성까지 고려해야 함을 깨달은 팬톤의 선견지명이라고 할 수 있다.

고풍스러운 느낌의 컬러

베리 페리는 눈으로 보기에 ‘보라색’에 가깝다. 보통 보라색이라고 하면, 무지개 중에 가장 마지막 색깔이면서, ‘좋아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일부가 가진 인식으로, 실제 보라색은 고귀한 존재를 나타내는 색이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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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Purple)은 라틴어로 자줏빛을 뜻하는 ‘purpura’에서 따왔다. 또 다른 설로는 고대에 달팽이가 분비하는 점액으로 제조한 염료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그리스어로 ‘포푸라(πορρρφφύύρρααα)’라고 한다. 보라색이라는 단어를 처음 쓰기 시작한 것은 서기 900년대 후반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보라(Purple) 또는 바이올렛(Violet)이라고 하는데, 보라색은 붉은빛인 자주색이 강하지만, 바이올렛이 푸른빛이 더 강하다고 한다.
 

보라색 염료를 추출했던 murex 달팽이의 껍질 / 위키미디어 (M.Violante)
보라색 염료를 추출했던 murex 달팽이의 껍질 / 위키미디어 (M.Violante)

이름에서 유래한 것처럼, 고대 페키니아인들은 보라색 염료를 만들기 위해 murex 달팽이의 점액을 사용했다고 한다. 얕은 바닷가에 살았던 이 달팽이들은 신선할 때는 유백색의 분비물을 만들지만, 공기에 노출되면 분비물이 강하고 오래 지속되는 염료로 변했다고 한다.

또한, 달팽이가 발견되는 지역에 따라 나타나는 보라색의 색조도 다양했다고 한다. 자주색처럼 붉은빛이 돌거나, 베리 페리처럼 푸른빛이 강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가장 가치가 높았던 보라색은 갈색에 가까운 보라색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보라색을 ‘티리안 퍼플(Tyrian purple)’이라고 하는데, 이를 만든 페키니아의 도시 티레(Tyre)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염료를 만들기 위해 수 천마리의 달팽이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달팽이를 물에 담근 다음, 껍데기와 점액이 나오는 분비샘을 제거하고, 남은 즙을 추출해 햇빛에 노출시켰다고 한다. 햇빛에 의해 변한 보라색 염료에 양털, 린넨, 실크 등을 염색했다.
 

비잔틴 제국 때 만들어진 보라색 원단 / 위키미디어
비잔틴 제국 때 만들어진 보라색 원단 / 위키미디어

독일의 화학자인 폴 프리덴더가 2008년 티리안 퍼플을 고증에 따라 재현하려고 했는데, 손수건 1개를 염색하려면 약 1만 2천여 마리의 달팽이가 필요했다고 한다. 이보다 앞선 2000년에도 티리안 퍼플 염료가 만들어졌는데, 1g당 2천 유로였다고 한다. 한국 돈으로 약 270만 원인 셈이다.

보라색은 그만큼 귀한 색이었기 때문에, 종교적으로 많이 이용되었다. 지금도 가톨릭에서는 주교들이 평소 입는 수단이 보라색이며, 일반 사제가 미사를 집전할 때도 시기에 따라 자주색, 보라색 제의를 입기도 한다. 개신교, 성공회 등에서도 입는다. 일본 스님들의 승복에도 보라색이 있는데, 이는 굉장히 높은 계급을 뜻한다고 한다.

왕족의 상징

고귀함을 뜻하는 보라색은 왕실과도 떼어놓을 수 없다. 그 역사는 비잔틴 제국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보라색 염료는 만드는 과정도 복잡하고 어려웠으므로 그 가격도 저렴하지 않았다. 염료를 만들었던 티레 지역에 유적지에서 달팽이의 빈껍데기가 쌓인 산이 발견될 정도였다고.
 

비잔틴 제국 유스티아누스 황제와 그의 측근. 가운데 유스티아누스 황제는 보라색 옷을 입고 있다 / 위키미디어 (Roger Culos)
비잔틴 제국 유스티아누스 황제와 그의 측근. 가운데 유스티아누스 황제는 보라색 옷을 입고 있다 / 위키미디어 (Roger Culos)

그 때문에 지중해 인근에서 생산되던 티리안 퍼플은 왕족과 귀족들이 차지했다. ‘로마법 대전’을 완성하며 비잔틴 제국을 이끈 유스티아누스 1세 황제도 보라색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 남아있으며,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 모두 티리안 퍼플이 들어간 옷을 입었다고 전해진다.
 

중국에서 보라색 염료를 만들 때 사용한 자초 / 위키미디어(Stanislav Doronenko)
중국에서 보라색 염료를 만들 때 사용한 자초 / 위키미디어(Stanislav Doronenko)

중국 제나라에서도 통치자의 위치에 있던 황제가 보라색을 선호했다고 한다. 고대 중국에서는 보라색 염료를 달팽이 같은 연체동물이 아닌 식물에서 얻었다. 지치, 자초(紫草)라고 하는 식물에서 만들어진 염료는 원단에 잘 흡수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연히 보라색 원단은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었다.

통치자가 보라색을 선호하자, 유행하기 시작했고 원래도 값비싼 보라색 직물은 일반 직물의 5배가 넘을 정도로 가격이 치솟았다고 한다. 당시 제나라 수상이었던 관중이라는 사람이 황제를 말릴 정도였다.
 

조지 6세의 초상화 / 위키미디어
조지 6세의 초상화 / 위키미디어

유럽으로 넘어와도 왕족의 보라색 사랑은 이어진다. 조지 6세는 초상화에서 보라색 옷을 입었으며, 18세기 러시아 여황제였던 예카테리나 2세가 보라색과 비슷한 자주색을 주로 착용했다고 한다. 여전히 보라색 원단의 가격이 비쌌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국의 화학자인 윌리엄 헨리 퍼킨이 18세에 모베인(Mauveine)이라는 합성염료를 발견해 상업화하면서 누구나 보라색 옷을 입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우표 / 위키미디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우표 / 위키미디어
평소 엘리자베스 여왕의 의상 / 영국 왕실 공식 인스타그램 @theroyalfamily
평소 엘리자베스 여왕의 의상 / 영국 왕실 공식 인스타그램 @theroyalfamily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재위 70주년 엠블럼 / 영국 왕실 공식 인스타그램 @theroyalfamily

그렇게 대중화되었지만, 20세기와 21세기인 현재도 보라색은 왕족들이 사랑하는 컬러 중 하나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즉위식 당시 입었던 로브도 보라색 계열이며, 여왕은 평소에도 보라색 의상을 자주 착용한다.

또한, 여왕 기념 우표도 보라색인 경우가 많았으며, 올해 재위 70주년을 맞이한 엘리자베스 여왕의 플래티넘 주빌리 공식 엠블럼도 로브를 상징하는 보라색으로 디자인되었다.
 

덴마크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의 즉위 50주년 기념사진 / 덴마크 왕실 공식 홈페이지 (www.kongehuset.dk)
덴마크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의 즉위 50주년 기념사진 / 덴마크 왕실 공식 홈페이지 (www.kongehuset.dk)
덴마크 여왕 재위 50주년 골든 주빌리 기념으로 한정판 출시된 로얄 퍼플 에디션 / 로얄코펜하겐 페이스북(www.facebook.com/royalcopenhagenkorea)
덴마크 여왕 재위 50주년 골든 주빌리 기념으로 한정판 출시된 로얄 퍼플 에디션 / 로얄코펜하겐 페이스북(www.facebook.com/royalcopenhagenkorea)

덴마크 왕실도 보라색과 친밀하다. 올해 즉위 50주년을 맞이한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은 기념사진에서 보라색과 가까운 의상을 입고 사진 촬영을 했다. 이는 덴마크 왕실에서도 보라색을 왕족의 색으로 즐겨 사용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로 잘 알려진 로얄코펜하겐도 여왕의 골든 주빌리를 기념하는 한정판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시그니처인 푸른색에서 왕실을 뜻하는 보라색을 사용한 ‘2022 로얄 퍼플 에디션’은 출시와 함께 완판되기도 했다.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더욱 인기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권력을 상징하는 자수정은 왕실 보석으로 많이 쓰였다 / pixabay
권력을 상징하는 자수정은 왕실 보석으로 많이 쓰였다 / pixabay

왕실 보석 중에도 보랏빛을 띠는 자수정은 ‘권력’을 상징하기 때문에 많이 사용되기도 했다. 세계 5대 보석이기도 한 자수정은 보라색 염료가 귀했던 만큼 ‘귀족의 보석’이라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왕관과 보홀 등 왕실의 보물에는 자수정이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보라색을 사랑한 화가, 아서 휴즈

영국의 화가이자 삽화가인 아서 휴즈는 보라색을 잘 사용했던 작가로 알려졌다. 런던에서 태어난 그는 서머싯 하우스 디자인 학교를 거쳐, 왕립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아서 휴즈의 자화상 / 위키미디어
아서 휴즈의 자화상 / 위키미디어

17세의 나이에 처음 선보인 작품은 ‘무시도라(Musidora)’였다. 이 그림 속 여인도 연보라빛의 치마를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가 작품에서 보라색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거의 작품활동 초기부터라고 할 수 있다.
 

아서 휴즈의 첫 작품인 ‘무시도라(Musidora)’ / 위키미디어
아서 휴즈의 첫 작품인 ‘무시도라(Musidora)’ / 위키미디어
아서 휴즈가 그린 ‘오필리아’. 셰익스피어 희곡 ‘햄릿’에 등장하는 인물 / 위키미디어
아서 휴즈가 그린 ‘오필리아’. 셰익스피어 희곡 ‘햄릿’에 등장하는 인물 / 위키미디어

그 후에도 그는 다양한 작품을 남겼는데, 꼭 보라색만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문학 작품 속의 이야기를 사랑 등의 감정을 표현하는 작품을 많이 그렸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에 등장하는 오필리아를 그린 ‘오필리아’도 그렸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아버지를 잃기 전, 꽃을 든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렸지만, 어딘가 슬퍼 보인다. 이것이 아서 휴즈가 표현하고 싶었던 사랑의 한 종류가 아닐까 싶다.

그의 작품은 세세한 묘사가 특징인데, 왕립 아카데미 시절 라파엘전파 회원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아서 휴즈는 당시에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존 에버렛 밀레이, 윌리엄 홀먼 헌트가 소속된 라파엘전파가 만든 잡지인 ‘Gem’을 보게 되었고, 여기에 감명을 받아 라파엘전파로 전향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서 휴즈의 대표작 ‘4월의 사랑(April Love)’ / 위키미디어
아서 휴즈의 대표작 ‘4월의 사랑(April Love)’ / 위키미디어

1855년 트리페나 포드와 결혼한 후, 그녀를 모델로 한 ‘4월의 사랑(April Love)’를 그렸다.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수줍어하는 듯, 하면서도 어딘가 슬픈 듯 눈물을 살짝 흘린다. 그 옆에는 남자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절망적인 듯한 모습이다.

이 작품은 영국의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이 쓴 ‘The Miller’s Daughter’이라는 시와 함께 전시되었는데, 시의 내용과 작품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시의 내용은 ‘사랑은 물안개와 물병으로 상처 입고, 막연한 후회로 만들어진다. 두 눈에는 느리게 흐르는 눈물이 가득하고, 게으른 습관은 우리를 연결해준다. 사랑은 무엇인가? 우리는 잊고 있다. 오, 그건 아니야’라는 내용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의 끝이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표현한 듯하다.
 

아서 휴즈, Long Engagement / 위키미디어
아서 휴즈, Long Engagement / 위키미디어

아서 휴즈가 보라색 옷을 입은 여인을 많이 그린 것은 아마도 시대상이 반영된 이유 때문일 듯하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인 ‘Long Engagement’ 또는 ‘Orlando’는 성직자와 그의 약혼자를 묘사한 작품이다. 이들은 숲에서 은밀히 만나고 있는데, 남자의 얼굴은 그림자에 그늘져 있지만, 여성은 빛을 받아 밝게 빛나고 있다.

그림 설명에 따르면, 당시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은 성직자와 더 높은 계급에 있는 여인이 약혼했지만, 부모의 반대로 결혼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들은 아무도 모르게 숲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라색 원단은 왕족이나 귀족이 사용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보면, 보라색 망토를 두른 여인은 부유한 집안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아서 휴즈가 시대상이 반영된 애절한 사랑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것을 즐겨 했던 듯하다.
 

아서 휴즈, The Annunciation / 위키미디어
아서 휴즈, The Annunciation / 위키미디어
아서 휴즈, That was a Piedmontese / 위키미디어
아서 휴즈, That was a Piedmontese / 위키미디어
아서 휴즈, The Pained Heart / 위키미디어
아서 휴즈, The Pained Heart / 위키미디어

이 외에도 아서 휴즈는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그중에서도 보라색 의상을 입은 작품이 눈에 띈다. 마리아가 예수를 잉태한 이야기를 그린 ‘The Annunciation’에서는 마리아가 보라색 옷을 입고 있는데, 이는 고귀하고 성스러운 존재임을 표현하려 한 것이다.

‘That was a Piedmontese’, ‘The Pained Heart’ 모두 귀족이나 부유한 집안의 여인을 그린 듯하다. 하지만 여인들의 표정이 모두 밝은 것은 아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듯한 슬픔, 어떤 현실에 지쳐있는 듯 모든 일을 내팽개치고, 창밖만 바라보는 모습이 자유롭지 못했던 그들의 모습을 표현한 듯하다.
 

아서 휴즈, Fair Rosamund / 위키미디어
아서 휴즈, Fair Rosamund / 위키미디어

‘Fair Rosamund’에서는 보라색을 좋아하는 아서 휴즈의 취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여인의 앞에는 보라색 아이리스가 피어있고, 그 뒤에는 새와 나무가 수 놓인 보라색 원단이 놓여있다. 여인이 입은 드레스 허리쯤에 ‘rosamund’라고 금색 수가 놓인 것을 보아, 이 여인의 이름은 로자먼드이며 고귀한 가문의 여인으로 해석된다. 연주하던 악기도 놓아둔 채, 붉게 달아오른 볼을 하고 누군가를 기다리듯 한 곳을 응시하는 것이 설레는 사랑을 표현한 듯하다.

아서 휴즈는 미술계에 커다란 영향을 주지는 않았지만, 문학적인 요소가 담긴 작품과 삽화를 많이 남겼다. 붓을 든 화가로서 미술만 사랑한 것이 아니라, 모든 예술과 사랑에 빠졌던 ‘보라색 성애자’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현실 세계의 베리 페리, 신안 퍼플섬

혹시나 현실 세계에서 베리 페리를 느끼고 싶다면, 신안의 퍼플섬에 가보기를 추천한다. 2012년부터 반월도와 박지도에 조성되기 시작한 퍼플섬은 목교와 마을 지붕, 작은 창고의 벽, 앞치마와 식기 및 커피잔까지 모두 보라색이다. 또한, 라일락, 라벤더, 창포 등 보라색 꽃까지 그야말로 ‘보라색’이 테마로, 이미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다.
 

신안 퍼플섬의 퍼플교 / 신안군청
신안 퍼플섬의 퍼플교 / 신안군청

코로나 때문에 자유롭게 여행하기 어려운 시기에 야외에서 거리를 두며 걷기 좋은 곳이다. ‘문 브릿지(Moon Bridge)’를 통해 반월도, 퍼플교, 박지도까지 7.6㎞에 덤으로 해안 산책로를 따라 박지산 4.4㎞를 걸어서 관광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각종 해외 언론에서도 여행지로 소개하는 등 주목받는 명소다. 평소 보라색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가보면 좋겠다.

올해의 컬러인 베리 페리에 대해, 팬톤은 “현대 생활의 융합과 디지털 세계의 컬러 트렌드가 물리적 세계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현실을 넘어 가상세계에서 창작이 이어지는 지금, 베리 페리가 어느 분야에서 어떻게 쓰일 것인지 기대된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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