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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인형이 아니에요, 누군가를 위로하는 '리본 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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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인형이 아니에요, 누군가를 위로하는 '리본 돌'입니다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10.1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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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돌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한 여성이 갓 태어난 아기의 잠옷을 갈아입힌다. 분유도 타고, 우유를 아기에게 먹인다. 옷을 꼼꼼히 챙겨입은 아기는 한 유모차에 누워 엄마와 함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닌다. 언뜻 보면 그저 평범한, 아이와 엄마의 모습일 것 같지만 이 아기는 실제 아기가 아닌 아기 모습과 크기도 거의 비슷한 리본돌(Reborn Doll)이다. 즉 살아 있는 아기가 아닌 아기의 모습을 한 인형이다.

영국에 살고 있는 테레사 루손이라는 이름의 여성은 2005년 처음 리본돌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으며, 이 인형을 만들게 된 것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당시 그는 80세의 어머니를 잃고, 아들까지 자살로 옆을 떠나면서 형언할 수 없는 우울감에 빠지게 된다. 루손은 우울을 극복하려 인형에 여러 색을 입히고 만들며 삶의 의미를 찾으려 노력했다.

그는 이 인형들이 살아 있는 아기와 같다고 강조한다. "아이를 잃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슬픔과 아픔을 알 수 없다. 나와 같은 고통을 경험하고 있는 가족들의 슬픔을 위로해 주고 그들의 삶에 작은 행복을 가져다 주고 싶어 본격적으로 인형을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하나의 취미이자 위로인 리본 돌
 

차 안에서 발견되었던 리본돌, 정말 사람 같다 /캐롤린 세이프페트 SNS

2016년, 리본돌을 두고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미국 경찰이 차 안에 있는 인형을 실제 아기로 오인해 유리를 깨고 구조를 시도하려고 했던 것이다. 해당 사건이 일어난 때는 여름이었고, 사건의 주인공인 경찰은 더운 날씨에 아기가 혼자 차에 갇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다. 당시 경찰이 갔을 때 자동차에는 유아용 보조 의자가 설치되어 있었고, 주변에 우유병도 있었다. 이 정도면 오해할 만도 했다. 

그는 당시 아기의 모습을 봤을 때 심장이 철렁했다며 회고했다. 차 안에는 누가 봐도 실제 아기가 잠들어 있는 모습이 보였고, 경찰은 급한 나머지 차 유리를 부수고 그 아기를 구조했다. 그러나 아기의 모습은 어딘가 이상했고, 움직임이 없는 모습에 아기 입에 손가락을 넣어 확인해 보고 나서야 아기가 아닌 인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그래서 차 유리값을 물어 줘야 했다는 약간은 웃지 못할 이야기다.

물론 이 아기도 진짜가 아닌 리본돌이고, 해당 인형의 주인인 캐롤린 세이프페트는 어린 아들의 죽음 이후 아들이 보고 싶어 인형을 만드는 사람이다. 이 리본돌 또한 그가 만든 것이다. 그는 이후 차 안에 '이 아기는 리본돌이다. 진짜 아기가 아니다. 그러니 창문을 깨지 말아달라' 라는 알림 쪽지를 붙여 두었다고. 

리본돌의 모습 /flickr

리본돌은 우리가 아는 리본(Ribbon)이 아닌, 다시 태어난다는 리본(Reborn)이라는 뜻을 가졌다. 실제의 아기와 최대한 사실적으로 닮게 만드는, 손으로 만드는 인형이다. 이 인형을 만드는 취미는 1990년대 초 인형 매니아들이 조금 더 현실적인 인형을 원하면서부터 시작했다. 이때부터 리본돌을 둘러싼 산업, 각종 커뮤니티가 생겨난다. 리본돌은 주로 온라인으로 구매하지만 인형 관련 박람회나 이벤트 등에서도 구입할 수 있으며 장인의 솜씨에 따라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다양하다.

리본돌은 예술가들에게 의해 만들어지는 수공예품이며 공장에서 기성품처럼 대량생산되는 것이 아니다. 인형의 사실적인 외관이 포인트이기 때문에 리본돌의 외부와 내부 모두를 만들 때 많은 물품이 필요하다. 단순히 갖고 노는 방식도 있지만 일부 리본돌은 잃어버린 아이에 대한 슬픔을 위로하는 방식으로 쓰인다. 보통 인형들을 모으는 것처럼 사람들도 리본돌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이 리본돌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 리본돌이 슬픔에 빠진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종종 토론하곤 한다. 

옷을 갈아입는 리본돌 /My Little World 유투브 캡쳐

리본돌은 수집가, 예술가, 제조업자들이 좀 더 실제 아기처럼 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인형을 복원하고 개량한다. 인형 예술가들과 수집가들이 리본돌에 초점을 맞춘 커뮤니티가 퍼지게 된 데에는 인터넷의 발달도 한몫했다. 인터넷은 모든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커다란 시장이었다. 인터넷에서의 리본돌 판매는 단순한 취미에서 돈을 버는 사업으로 확장되었다. 2002년, 첫번째 리본돌이 이베이에 올라왔고 이로 인해 아티스트들이 온라인에 리본돌을 판매하는 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다.

옛날부터 전세계 사람들은 아주 옛날부터 아기를 닮은 인형들을 꾸준히 만들어 왔다. 어린 아이들은 인형을 좋아하고, 많은 인형들을 수집해 왔다. 19세기까지 인형은 수많은 재료로 만들어지면서 점점 더 진화하고, 사실적인 모습으로 변해갔다. 하나의 인형이 살아 있는 아기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닮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시작한 때는 일종의 전환점이 되었다. 

인형을 모으는 사람들이나, 만드는 사람들은 그동안 현실적인 감각이 거의 없는 기본적인 장난감 인형이라는 것에 한정되어 있었지만 리본돌이 그 방향을 바꾼 것이다. 누가 제일 먼저 이 리본돌을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리본돌은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초 사이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금 더 새로운 것, 신선한 것을 원했던 사람들은 단순한 장난감이나 인형이 아닌 실제 아기처럼 보이는 인형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판매중인 리본돌 /아마존

수많은 인형 시장에서 실물과 거의 비슷한 리본돌은 인형 수집가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이 시장에서 리본돌은 아이를 잃은 여성들에게 치료적인 목적, 감정의 배출구 등으로 사용하는 형태로 빠르게 소비되었다. 인형 제조업제들은 소비자들의 발걸음에 맞춰 리본돌이 입는 옷, 쓰는 용품, 액세서리 등을 같이 판매하고 있다. 

리본돌의 수요층은 나이가 어리든, 많든 상관없이 다양하다. 리본돌은 대개 구매할 때 가상이긴 하지만 출생 증명서나 입양 증명서와 함께 온다. 많은 여성들이 태어나지 않은 아기를 대신하기 위한 리본돌을 모으는 반면 다른 여성들은 떠난 아기를 그리워해 리본돌을 구매하고, 마치 살아 있는 아기처럼 대한다. 아기와 너무나도 똑같이 생기는 바람에 일부 판매처들에서는 인형이 실물과 구분이 가지 않는다며 입고를 거부하기도 했다고. 

유모차에 탄 리본돌 /Sophia’s Reborns 유투브 캡쳐

리본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구매자와 리본돌 간에 이루어지는 정서적 유대다. 리본들의 많은 주인들은 단순한 인형 수집가일 수도 있고, 유산이나 사산을 경험한 것일 수도 있고, 입양할 수도 없고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상실을 겪은 여성들은 이 인형을 아기의 대체품으로 사용한다. 어떤 주인은 인형들에게 옷을 입히고, 머리를 감기고, 유모차를 끌고 산책시키거나 쇼핑을 가거나 한다.

전문가들은 인형을 안고 있을 때 나오는 감정적 반응을 포옹 테라피라 부른다. 연구에 따르면 아기를 껴안는 것은 행복하다는 감정을 이끌어내는 호르몬을 분비한다고 한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이 현상이 리본돌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정신과 의사 닥터 라젠드라는 아기를 낳은 어머니에게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며, 리본돌에서도 감정적인 애착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인형을 껴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이다.

리본돌은 치매나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약 같은 것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진정, 긴장을 푸는 등의 용도로 효과적이다. 리본돌로 테스트를 시작했을 때 즉각적인 결과를 보였다는 연구가 있는데, 리본돌을 껴안고 품에 두는 것을 환자들이 좋아했다는 것이다. 보호 시설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다른 인형보다 우수하며, 치매에 걸린 노인들을 돌보는 데에도 효율적이라고 한다. 꼭 어떤 큰 병이 있는 사람들뿐만이 아닌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도 안도의 효과를 준다. 

물론 일부 정신과 의사들은 리본돌과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부모들에게 죽은 아이를 인형으로 대신하지 말라는 충고를 하기도 한다. 그럴 때, 여성들은 이 리본돌이 떠난 아이를 대신하는 것이 아닌 기억하는 것이라 말한다. 병원에 와야 하는 건 아기를 잃은 사람의 슬픔이 해결되지 않고, 리본돌에 지나치게 집착할 때에 오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떠난 아기와 인형이 닮았다는 것, 리본돌 자체가 슬픔에 빠진 부모들에게는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리본돌의 헤드 /flickr

리본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제조된 인형이나 키트를 변형시키거나 용도를 변경해 만든다. 예술가들은 인형을 재조립하기에 앞서 인형의 원래 페인트와 마감재를 제거한다. 실제 사람처럼 생긴 인형일수록 만들기는 더 쉽다. 기본적인 토대의 인형을 고를 때 예술가들은 인간의 표정, 특징, 체형을 갖춘 인형을 고른다. 이 기본 토대의 인형을 저렴한 가격에 생산하는 곳들도 있다.

실제 아기 피부를 구현하기 위해 우선 꼼꼼히 색을 칠한다. 여러 층으로 페인트칠된 인형의 피부는 주름의 깊이, 피부 결 등 사람 피부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구현해 낸다. 예술가들의 목표는 가능한 한 리본돌을 사실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예술가들은 리본돌을 만들 때마다 보다 더 사실적으로,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두피는 개별적으로 머리카락의 양에 따라 가발을 쓰기도 하며, 모발의 미세한 질감이나 거친 질감을 얻기 위해 다양한 품질의 모헤어를 쓴다. 

진짜 같은 리본돌 /flickr

또 실제 유아의 체중까지 비슷할 수 있도록 안을 모래 등으로 채우고 무게를 재 적당한 부피감을 만든다. 리본돌 중에서는 아기의 체온을 따뜻하게 만드는 핫팩, 목소리나 우는 소리를 낼 수 있는 보이스 박스, 또는 심장 박동과 호흡을 흉내내는 장치 등 리본돌을 실제 아기처럼 만들어 주는 여러 특징들을 함께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리본돌은 작은 인형에서부터 꽤 큰 인형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이렇게 다시 태어난 인형, 리본돌은 실제 아기처럼 보이고 목욕을 하며 잠옷을 갈아입고 잠을 잔다. 


이상해 보이나요? 평범한 일이랍니다, 리본돌
 

리본돌 /아마존

리본돌을 가진 사람들에게 모두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리본돌을 데리고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의 쏟아지는 질문공세에 시달려야 한다. 이게 무엇인지, 왜 이런 인형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항상 듣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유를 듣고 감명을 받고 지지해 주거나, 또 어떤 사람들은 이상한 시선을 보낸다. 그래서 리본돌을 밖으로 데리고 나올 때마다 부끄러워하거나, 묘한 시선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래도 리본돌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 일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가게나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지어도, 리본돌의 주인은 그 인형을 갖고 싶어하고 옆에 두고 싶어한다. 단지 그게 다다. 그게 인형 수집가이든, 인생의 소중한 부분을 잃은 사람들이든지간에 말이다. 진짜 아기가 아니더라도 유모차로 같이 여행을 갈 수도 있고 유아용 침대에서 잠을 재울 수도 있다. 리본돌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행위는 단순한 취미이고, 수집품이고, 기댈 수 있는 위안이자 마음의 온기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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