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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달구는 우리나라의 달고나, 서양에는? '크림브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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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달구는 우리나라의 달고나, 서양에는? '크림브륄레'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10.14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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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포스터 /넷플릭스 코리아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요즘 우리나라를 두고 깜짝 카메라를 찍는 듯한 일이 생겼다. 바로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다. 거의 어벤저스급으로 전세계적으로 반응이 들끓고 있는 데 비해 오히려 우리나라가 반응이 제일 뜨뜻미지근해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어쨌든 이 오징어 게임에서는 어린이들이 놀이가 주제인 만큼 우리에게도 친근한 놀이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일명 '뽑기'로 많이 알려져 있는 달고나가 특히 서양에서도 핫한 모양이다. 우스갯소리로 2020년에는 달고나 커피가 유행했는데, 2021년에는 오징어 게임으로 인한 달고나가 또 유행이라면서 2년 연속 달고나가 제대로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된 듯한 모습이다.

여러 개의 달고나 /전미라 인스타그램 

최근 여러 플랫폼에서는 직접 달고나 만들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영상이 속출하고 있다. 그럴듯하게 만든 사람들이 물론 많지만 개중에는 플라스틱 국자로 달고나를 만들다가 실패하거나 소다를 넣지 않아 실패하는 등 엉망진창인 경우도 많은 듯 하다. 어쨌든, 달고나 홍보 효과는 제대로 보고 있는 셈이다. 


설탕으로 만드는 디저트, 크림브륄레
 

이벤트조 제공된 달고나 /한국민속촌

학창 시절에, 정확히 말하면 초등학교나 더 그 이전인 '국민학교' 시절 학교 앞, 문방구 앞에서 아줌마나 아저씨가 조그마한 국자에 설탕을 넣고 휘휘 저어가며 끓이는 모습을 한번쯤은 봤을 것이다. 하교할 때 아이들 몇 명이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구경하던 때도 있었고, 달고나가 완성되면 원하는 모양을 얘기해 완성된 모양의 과자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은 참 흔했다. 

달고나는 1960년대 초반 부산에서 만들어진 과자로 추측되며 이름이 달고나인 이유는 '설탕보다 달구나'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아무래도 학교 앞에서 파는지라 옛날에는 불량식품 취급당하며 대부분 사라졌지만 최근에는 '추억의 달고나'라고 해 관광지나 쇼핑 전문 거리 등에서 팔기 시작했다.

달고나가 7000원 /온라인커뮤니티

달고나가 서양에서도 본격적으로 유명해지니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달고나를 무려 7천원에 팔고 있는 사진이 올라와 빈축을 사기도 했다. 누가 봐도 바가지 금액이라 네티즌들은 7천원은 너무하지 않냐며 비난했다. 뭐든지 조금만 유명해지면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뻥튀기해 판매하는 건 오늘 내일 일도 아니긴 하지만 이런 때까지 유명세에 편승해 돈을 벌려는 상술이 괘씸한 것일 테다. 

작년, 말 그대로 광풍이었던 달고나 라떼 /pixabay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집안에만 있어야 되는 사람들이 무료함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커피에 설탕을 넣고 미친듯이 저어 달고나를 만든 후 우유에 얹어 먹는 '달고나 라떼'가 폭발적으로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다 조금 사그라들 즈음, 뜻하지 않게 '오징어 게임'에 나온 달고나가 드라마의 흥행과 같이 서양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달고나는 국자 위에 설탕을 넣어 연탄불로 녹을 때까지 젓가락 같은 것으로 휘휘 젓다가 다 녹았을 즈음 소다를 한줌 넣고 색을 낸 다음, 굳기 전에 팬으로 눌러 납작하게 만든 다음 원하는 틀로 눌러 모양을 만들고 찍어내면 된다. 그냥 모양만 낸 상태로 먹어도 되고 모양대로 잘라 먹어도 되는 인기 먹거리였고 간편한 간식이다.

설탕은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살짝 태워 먹는 건 더 맛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설탕을 태워 간식으로 먹는 달고나가 있다면, 서양에도 비슷한 모양새를 한 디저트가 있다. 역시 한번쯤은 들어 봤을 '크림브륄레'다. 물론 두 음식은 동일한 음식이 아니지만, 설탕을 태워 먹는다는 게 비슷하다.

크림브륄레 /pixabay

크림브륄레는 번트 크림, 트리니티 크림 등으로 불리며 스페인의 대표 디저트인 크레마 카탈라나와 거의 동일한 형태다. 굳힌 커스터드 크림 위에 올린 설탕을 살짝 태우는 형태이며, 일반적으로 차가운 디저트로 제공된다. 설탕을 태우면서 캐러멜화하는 과정에서 나는 열이 커스터드의 윗부분을 따뜻하게 만든다. 커스터드 베이스는 프랑스 요리에서는 보통 바닐라로 맛을 내며 다른 맛으로도 낼 수 있고, 과일로 장식되는 경우도 많다.

크림브륄레라 불리는 디저트의 가장 오래된 조리법은 귀족들의 요리사였던 프랑수아 마샬로의 1692년 요리책 '왕실과 부르주아 요리사 Quizinier Royal et Bourjoia'에 나온 기록이다. 그러나 확실한 기원은 지금도 계속 논쟁 중이며, 일부 요리책 저자들은 크레마 카탈라나가 유럽 전역의 요리사들에게 영감을 준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크림브륄레의 또다른 이름인 번트 크림은 1702년 영어로 번역되면서 소개되었고, 1950-1960년대에는 잡지나 요리책에서 이 디저트를 흔히 볼 수 있었다. 

크레마 카탈라나 /flickr

사실 프랑스, 영국, 스페인 모두 자신들이 크림브륄레의 기원이라 주장한다. 스페인의 카탈루냐 사람들은 크림브륄레가 크레마 카탈라나로 알려진 디저트에서 나온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커스터드를 만드는 기술은 중세 시대에도 있었다. 당시 커스터드는 단독으로 먹거나 파이, 타르트 페이스트리 등의 속재료로 쓰였다. 이후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었기 때문에 최초로 크림브륄레를 만든 곳이 어딘지는 알아내는 게 어려운 실정이다.

스페인의 크레마 카탈라나 말고도 영국의 트리니티 대학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다. 학교 학생이 학교 슬로건을 설탕으로 태워 새기는 아이디어를 인정받아 케임브릿지 크림, 또는 트리니티 크림으로 불렸고 지금도 가끔씩 학교 식당에서 응용한 메뉴를 선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 또한 확실한 건 아니다. 트리니티 대학 웹사이트에 기재되어 있는 글의 첫머리는 '크림 브륄레가 트리니티 대학에서 처음 만들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혀 둔 상태다. 

그럼 대체 커스터드 위에 설탕을 캐러멜화해서 디저트로 제공한 사람은 누구인가? 지금도 모른다. 이제는 아무도 누가 원조라는 것을 딱히 주장하지 않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크림브륄레가 프랑스 디저트라 생각한다. 19세기가 되어서야 크림브륄레라는 이름이 붙었고, 이름 자체도 프랑스어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기 프랑스어 버전의 레시피는 지금의 크림브륄레 레시피와는 많이 다르다.  

이젠 대중화가 된 크림브륄레 /unsplash

크림브륄레는 1980년대 나름 인기가 있었고, 이 시기는 일명 '퇴폐와 방종의 시기'라 불렸다. 그 중심에서 미식가들은 크림브륄레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레스토랑 붐이 일면서 크림브륄레도 서서히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크림브륄레가 레스토랑들 사이에 통용이 되기 시작할 즈음 주류 디저트로 들어갈 수 있게 도운 건 프랑스 셰프인 줄리아 차일드였다. 셰프이자 요리연구가인 줄리아는 TV쇼에서 관객들에게 크림브륄레를 직접 만드는 시연을 보였다. 

사람들은 TV를 보며 크림브릘레가 어떤 디저트인지 알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대중화가 된 건 이탈리아 출신 요리사 시리오 마치오니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르 서크 Le Cirque'에서 메뉴에 크림브륄레를 추가했을 때였다. 르 서크의 수석 요리사였던 알랭 셀락은 현대적인 레시피를 적용해 크림브륄레를 만든다. 알랭은 크레마 카탈라나를 더 가볍게 만들어 크림브륄레를 만들었는데, 크레마 카탈라나의 커스터드는 계피와 레몬으로 맛을 낸 반면 그의 커스터드는 계란 노른자와 바닐라로 맛을 낸 무거운 느낌의 크림이었다. 

그의 크림브륄레는 정통 프랑스 디저트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세련된 느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시리오는 크림브륄레를 두고 파리에서 피오리아까지 존재하는 모든 레스토랑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디저트라 말하기도 했다. 르 서크가 자신들의 메뉴에 크림브륄레를 선보인 이후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도 크림브륄레를 판매하고 내놓았다. 지금도 전세계 대부분의 프렌치 카페나 레스토랑에서는 단골 디저트 메뉴로 크림브륄레를 내놓는다. 

플랑 /unsplash

크림브륄레는 종종 플랑과 비교되기도 하는데, 둘 다 커스터드를 이용한 디저트다. 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차이가 있다. 크림브륄레와 플랑 모두 쓰이는 재료는 같지만 재료 비율과 토핑도 다르다. 플랑은 푸딩처럼 부드러운 캐러멜이라는 층이 있는 반면 크림브륄레는 설탕을 태웠기 때문에 딱딱한 캐러멜 층을 특징으로 한다. 

과일을 얹은 크림브륄레 /pixabay

크림브륄레는 확실한 기원은 알 수 없지만, 각 나라마다 맛과 표현을 차별화해 만들어지는 디저트다. 풍미는 풍부하지만 너무 달지 않아 단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크림브륄레 위의 캐러멜은 대개 서빙 직전에 설탕을 태워 카스터드 위에 만들어진다. 설탕을 커스터드 위에 뿌린 다음 토치로 가열해 캐러멜화시키는 것이다.

재료는 노른자, 설탕, 휘핑크림, 바닐라빈이나 바닐라익스트랙, 소금 한 꼬집 정도가 필요하다. 일반 설탕이나 흑설탕도 상관없으며 재료만 보면 간단할 것 같지만 난도가 좀 높은 편이다. 단순히 계란이나 커스터드 크림만이 아닌 고구마나 밤을 넣어 만들기도 한다. 커스터드 베이스는 전통적으로 바닐라로 맛을 내지만 레몬이나 오렌지, 커피, 코코넛, 다양한 베리들로 맛을 낸다. 

노른자와 설탕을 넣고 녹인다 /flickr

크림브륄레는 커스터드 크림을 먼저 만든다. 노른자, 생크림, 우유, 설탕, 바닐라 익스트랙과 약간의 설탕을 준비한다. 노른자에 설탕과 바닐라 익스트랙을 넣고 녹인 후 놔둔다. 다음 생크림과 우유를 한 용기에 넣고 중탕으로 끓인다. 혼합물이 끓기 시작하면 노른자를 나눠 넣고 계속 젓는다. 보글보글 끓고 나면 불을 끄고 체로 한번 거른 후 커스터드 크림이 완성된다. 이 크림은 크림브륄레가 완성될 용기에 넣어 둔다. 커스터드 크림이 담긴 용기는 예열한 오븐에 넣고 20분 정도 굽는다. 

설탕을 토치로 가열하는 과정 /pixabay

다 구워진 커스터드 크림은 상온에서 한번 식힌 후 냉장고에 넣어 차가운 상태가 되도록 한다. 크림은 차가울수록 맛있으니 오래 넣어 두어도 된다. 시간이 지나고 냉장고에서 꺼낸 크림 위에 설탕을 적당히 뿌리고 토치를 이용해 캐러멜화를 시킨다. 설탕이 너무 적으면 크림이 타버릴 수도 있으니 조금 두껍게 뿌리는 게 좋다.

토치로 가열할 때 불을 세게 하면 설탕 자체가 녹아버리니 불의 세기는 약하게 조절해주는 게 좋다. 녹은 설탕이 굳으면서 딱딱해지면 크림브륄레가 완성된다. 상층은 가열한 열 때문에 따뜻하고 밑은 커스터드 크림 덕분에 차가운 맛을 느낄 수 있다. 

크림브륄레 /pixabay

달고나는 설탕과 소다만 있으면 되니 집에서 만드는 것도 수월하다. 실제로 달고나 커피가 작년에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었던 것도 커피와 설탕만 있으면 만들기 쉬웠던 덕분이었다.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달고나도 설탕과 소다, 집에서 쓰는 국자만 있으면 만들 수 있으니 달고나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었어도 접근하기 쉬워 많이 퍼질 수 있었던 것이다. 

크림브륄레도 준비해야 할 재료가 그다지 복잡한 것도 아니다. 커스터드 크림을 만들고 그 위에 설탕을 태우면 되니 쉬워 보이지만 의외로 설탕을 새까맣게 태워먹는 사람도 많고, 불을 무서워하는 경우도 있을 테니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크림브륄레를 주문해 먹어 보는 것도 괜찮다. 정말 맛있는 크림브륄레는 한번 먹으면 잊혀지지 않는다고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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