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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에서 약 4,000년 전에 심은 기록도 있다....11월까지 만나는 무화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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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에서 약 4,000년 전에 심은 기록도 있다....11월까지 만나는 무화과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10.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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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와 배를 이용한 음료 /더본코리아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최근 더본코리아 커피전문점 브랜드 빽다방이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가을 시즌 한정 음료 2종(무화과라떼, 배꿀스무디)을 출시했다. 국내 농산물 소비 촉진에 이바지하고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메뉴 경험을 제공하고자 영암 무화과와 성환 배를 활용한 신메뉴를 선보였다.

무화과 라떼는 잘 익은 영암 무화과의 과육을 우유와 함께 블렌딩해 달콤함과 담백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으며 무화과 특유의 향긋한 향이 인상적이다. 특히 과일의 은은한 단맛이 우유와 만나 한층 더 부드러워져 다채로운 풍미를 맛볼 수 있다.

빽다방 관계자는 "제철을 맞은 우리 농산물 영암 무화과와 성환 배를 활용해 과일 본연의 맛과 높은 당도를 느낄 수 있는 신메뉴를 출시했다"고 전했다. 11월까지 제철이라고 알려진 무화과는 인류가 재배한 최초의 식물로 보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과일이다.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한 과일, 무화과
 

무화과 /pixabay

무화과는 서아시아에서 시작해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에 의해 지중해로 건너간다. 성 프란체스코 선교사들은 1520년 캘리포니아로 무화과를 가져왔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중남부에 있는 도시 프레즈노는 지금도 미국에서 유일하게 대규모로 무화과를 재배하고 있는 곳이다. 무화과는 기원전 4,000여년 전 이집트나 아라비아에서 처음으로 재배된 과일 나무 중 하나다. 

고대 그리스에서 말린 무화과는 부자를 비롯해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일상처럼 먹었던 음식이다. 무화과는 농업과 다산의 신인 데메테르와도 관련이 있어, 가을 수확의 일종의 상징이었다. 로마인들은 무화과를 술의 신 바쿠스가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무화과는 바쿠스를 기념하는 축제의 제물로도 쓰였다. 무화과는 성경에도 등장하는데, 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이브가 에덴 동산을 떠날 때 수치심을 느껴 옷 대신 덮은 것이 무화과의 잎이라는 것이다. 일부는 선악과가 사실 사과가 아닌 무화과였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무화과에 담긴 창조의 의미는 다른 이야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페르시아의 신 미트라의 전설은 그가 신성한 무화과 나무 아래 바위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알려준다. 벌거벗은 채 태어난 미트라는 배가 고픈 나머지 바람을 피해 나무 뒤에 숨어 첫 식사로 무화과를 먹고 무화과 잎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다는 것이다. 

무화과 나무에서 껍질을 벗기는 우간다인 /Wikimedia Commons

비슷한 이야기는 실제로 존재한다.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 지역 사람들은 무화과 나무의 껍질을 벗겨 입거나 쓸 수 있는 재료로 만든다. 우간다 사람들은 지금도 무화과 나무의 껍질로 옷의 천을 만든다고 한다. UN은 이들이 천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인류 무형 무산의 걸작'으로 정의했다.

무화과는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를 포함한 많은 종교에서 다산, 평화, 번영을 상징한다. 고대 올림피아 사람들은 운동 능력을 높이기 위해 무화과를 먹었다고 하며, 고대 로마의 정치가인 플리니우스는 무화과의 회복력을 칭송했다고 한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알라신의 예언자라 불리는 마호멧이 천국에서 가장 보고 싶은, 유일한 과일로 무화과를 꼽았다고. 

부처는 무화과 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고 클레오파트라는 건강과 아름다움을 위해 무화과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무화과는 '여왕의 과일'이라고도 불린다고. 그리스와 로마 사람들은 무화과를 매우 높이 평가했고, 무화과가 다른 나라로 전파할 수 있게 했다. 무화과는 아프리카,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등지로 퍼져 갔고 터키는 무화과 생산과 재배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달빛무화과쌀빵 /영암군

우리나라에서는 일제 강점기 때 무화과 농장이 생겼으며, 현재 국내 총생산의 80%가 전남 영암에서 생산되고 있다. 무화과를 처음 본 사람은 연암 박지원으로 열하일기에 ‘잎은 동백 같고 열매는 십자 비슷하다. 이름을 물은 즉 무화과라 한다. 열매가 모두 두 개씩 나란히, 꼭지는 잇대어 달리었고, 꽃 없이 열매를 맺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 지은 것이라 한다.’고 기록했다. 

여러 나라에는 무화과에 대한 전설들이 있다. 미얀마의 원주민들은 애니미즘을 신봉했고, 정령들을 '낫 nats'이라 불렀다. 사람들은 낫이 나무, 언덕, 강 등 모든 자연에 존재했다고 믿었으며, 무화과 나무에도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보르네오 섬에 사는 토착민들은 전통적으로 무화과 나무를 베는 것을 금지했는데, 이유는 나무 뿌리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필리핀에서 무화과 나무는 악마, 도깨비, 필리핀 민화에 전해지는 반인반마의 모습을 한 악마인 틱발랑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일본 오키나와 섬에서는 무화과 나무에 살고 있는, 짧고 붉은 머리를 한 키지무나란 이름의 정령들이 민담에 등장한다. 호주 원주민들은 무화과 나무에서 살며 여행자들을 잡아먹는, 뱀파이어 같은 존재인 야라마야후에 대해 경고를 내린다고 한다. 괌의 한 섬에는 무화과 나무 뿌리 사이에 사는 타오타오모나라 불리는 조상의 영혼들이 있다고 믿는다. 

무화과 꽃 /unsplash

무화과는 특별한 꽃이다. 무화과(無花科)라는 말 자체에서 꽃이 없는 열매를 뜻한다. 원래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전달되어야 한다. 식물은 스스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가루받이를 할 수 있다. 꽃은 식물의 생식 기관으로 꽃잎, 암술, 수술, 꽃받침으로 되어 있다. 이 4가지를 모두 갖추면 갖춘꽃,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안갖춘꽃으로 분류하며, 무화과는 꽃잎이 없기 때문에 안갖춘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화과 꽃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무화과 열매라고 부르는 초록 색깔의 열매가 바로 무화과 꽃이다. 꽃이 필 때 꽃받침과 꽃자루가 길쭉한 주머니처럼 비대해지면서 수많은 작은 꽃들이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버려 보이지 않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꽃도 없이 어느 날 열매만 익기 때문에 꽃이 없는 과일로 불린다. 

신선한 무화과 /unsplash

말린 무화과는 여러모로 이점이 있다. 비타민C, 비타민E, 칼슘의 함량이 높으며 비타민C는 면역력을 강화시키고, 백혈구 생성을 촉진하며 항산화제 역할을 한다. 이것은 피부 미용과 노화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무화과는 혈압을 낮추는 데 적절한 양의 칼륨을 함유하고 있다. 칼륨은 혈관과 동맥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며,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동맥경화의 가능성도 줄여 준다.

나이가 들면 관절이 약해지고 골다공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데 무화과는 뼈의 밀도를 유지하는 미네랄을 제공하며, 노화 과정을 늦출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뼈 건강을 위해 무화과를 먹으라는 말이 있는데, 말린 무화과 한 컵은 매일 권장 칼슘 섭취량의 1/4을 제공한다. 

체중감량에도 무화과는 꽤 효과가 좋은데, 말린 무화과는 포만감을 주고 적당량만 먹어도 과식을 예방한다. 말린 무화과의 섬유질은 배고픔을 억제하며, 전체 음식 섭취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의 '하버드 헬스 퍼블리싱'에 따르면 섬유질이 많은 식단은 체중 조절을 돕고 심장 질환과 당뇨병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2018년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에스노파마콜로지'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무화과를 포함한 특정 과일들이 혈당 수치를 낮추고 인슐린 반응을 개선시킨다고 한다. 

무화과 티 /unsplash

2017년 '영양과 신진대사 저널'에서 진행한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건강을 좋게 하고 체중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말린 무화과는 첨가된 당분이 없어 쿠키, 초콜릿, 케이크 같은 가공 식품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살을 빼고 싶다면 와플, 팬케이크, 스무디에 설탕 대신 무화과를 더해 먹으면 좋다는 이야기다. 혹시 변비로 고생하고 있다면? 무화과에는 섬유질이 많아 복부에 편안함을 준다.

무화과 /unsplash

무화과는 얇고 흠이 없고, 깨끗한 것이 좋다. 색은 맛에 별 차이가 없으며 연한 녹색에서 짙은 보라색까지 다양하다. 익은 무화과를 차갑게 보관하면 변질 속도를 늦출 수 있으며, 바로 사용하지 않을 거라면 밀봉해서 냉장고에 보관하면 이틀 정도까지는 버틸 수 있다. 덜 익은 무화과는 과육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상온에서 하루이틀 보관하면 맛있어진다. 신선한 무화과는 보통 날것으로 먹으며, 통째로 먹을 수도 있고 껍질을 벗겨 먹을 수도 있다. 

옛 사람들은 무화과에 치유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남유다의 제13대 왕 히스기야가 종기로 병을 앓고 있을 때 신하들이 으깬 무화과 반죽을 그의 피부에 발랐다고 한다. 로마의 정치가 플리니우스는 무화과를 두고 '오래 앓아 약해진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음식'이라고 썼다. 또 침팬지가 박테리아나 기생충에 대비해 야생 무화과 나무 껍질을 이용해 약을 만들어 먹었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토스트에 무화과를 얹었다 /unsplash
샐러드에 무화과 /pixabay

오늘날 무화과는 약에도 쓰이고, 치유나 건강을 위한 음식에 쓰인다. 요즘의 무화과는 날것으로 먹거나 통째로 구워 먹기도 한다. 신선한 무화과를 잘라 치즈, 호두, 여러 과일과 채소를 곁들여 샐러드를 만들거나 케이크, 쿠키 등 구운 제품들과 같이 먹으면 맛있다고. 무화과를 작게 잘라 건포도와 같이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 빵, 쿠키, 머핀 등을 만들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화과를 작게 잘라 꿀과 계피로 간을 맞춘 파이 반죽을 오븐에 구우면 맛있는 디저트가 완성된다. 


11월까지 마음껏 즐겨요, 무화과
 

빵에 무화과를 얹어서 /unsplash

무화과는 8월에서 11월까지가 제철이라, 이 기간 동안 제일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모든 음식에는 주의사항이 있듯이 무화과도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하다. 막 수확한 무화과, 말린 무화과 모두 비타민K가 높다. 혈액희석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은 식단에 비타민K의 수치가 일정해야 하기 때문에 무화과를 먹어도 적정량을 측정해 먹어야 한다. 또 무화과에는 섬유질이 많은 만큼, 많이 먹으면 설사를 일으킬 수도 있다.

여러 알레르기처럼 무화과 알레르기도 존재하며, 특히 꽃가루 알러지가 있는 사람들은 무화과에도 비슷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무화과를 먹었을 때 입 주변이 간지럽거나 혓바닥이 따갑거나, 마비되는 증상이 생기면 바로 섭취를 중단하고 피부과에 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제대로 알고 맛있게 요리해서 먹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건강에 좋은 무화과이다. 잼, 젤리, 디저트, 신선한 요리에 신선한 무화과나 말린 무화과를 더해 색다른 요리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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