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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핸드메이드 도시] 터키 아바노스에서 만나는 치니 도자기 공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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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핸드메이드 도시] 터키 아바노스에서 만나는 치니 도자기 공예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08.30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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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공예 작품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터키의 전통 공예인 '치니'는 독특한 제작법과 장식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다채로운 색깔로 식물과 동물 문양, 기하학적 패턴을 그려넣고 유약을 발라서 만든 터키의 전통 수공예 타일이나 도자기를 부르는 말이다.

치니 공예를 대표하는 도시들은 여러 곳이 있다. 14세기부터 치니의 중심지였던 퀴타히아, 오스만제국에서 중요한 치니 중심지였던 이즈니크, 18세기부터 전형적인 치니 기술과 장식을 가르치는 학교를 운영중인 차나칼레 등 여러 도시에서 치니 장인들이 분포되어 있다.

현재는 터키 전역에 걸쳐 코니아, 이스탄불 등에서도 치니 공예인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아바노스는 가장 역사가 오래된 도자기 중심지 중 하나로, 1990년 이후 치니 공방들이 설립되면서 여러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도자기의 도시, 아바노스
 

아바노스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도자 공예 /flickr

터키의 아바노스는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는 베네사, 비잔틴 시대에는 바노테로 불렸다. 아바노스라는 이름은 셀주크 군대의 지휘관인 에브라노스 베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리스의 지리학자·역사가인 스트라보는 정치적, 종교적인 의미에서 아바노스가 카파도키아 왕국에서 세 번째로 중요한 도시였다고 언급한다. 아바노스와 그 주변 지역은 카파도키아처럼 초기 기독교인들이 로마의 탄압을 피해 도망온 곳으로, 피난민들의 중요한 정착지 중 하나였다.

체즈 갈립 아뜰리에의 장인이 도자기를 만드는 모습 /flickr

아바노스의 중심부로 들어서면 수많은 도자기 공방을 볼 수 있다. 이 공방들은 오늘날에도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도자기로 유명한, 체즈 갈립의 아뜰리에는 관광객들이 꼭 한번쯤은 들르는 코스다. 6대째 도자기 사업을 하고 있는 이곳에는 장인들의 손으로 만든 역사들이 상점 곳곳에 그득하다. 체즈는 터키 이외에도 해외에서 열리는 도예 행사에 참석해 터키의 전통 도자기를 공유하고 교육을 하고 있다. 상점에 가면 그의 유능한 제자 중 하나가 발로 움직이는 바퀴를 이용해 도자기를 만드는 시범을 볼 수 있다.

카파도키아의 유일한 도자기 제조 중심지인 아바노스에서는 정확히 언제부터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는지는 모른다. 다만 세계 최초로 철제 무기를 가졌던 철의 나라, 히타이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메소포타미아에서 온 아시리아인들이 히타이트인들에게 예술을 가르쳤으며, 항아리도 만들고 도자기를 굽는 가마도 이때 사용했다고.

홍강의 점토로 만든 도자기들 /flickr

터키에서 가장 긴 강 중의 하나인 홍강은 사람들의 예술을 창조하는 데 쓰인 황토를 수세기에 걸쳐 공급해 왔다. 이 지역에서는 히타이트 시대인 기원전 2000년까지 도자기를 생산했다. 장인들의 손으로 아름다운 도자기를 성형해 만들어지는 장소인 아틀리에들을 보면 재떨이에서부터 화려한 꽃병까지 이 붉은 점토로 만들어진 도자기들을 구경할 수 있다. 재능 있는 도예가들은 발로 움직이는 바퀴를 이용해 도자기를 만든다.

숙련된 도예가들이 되기까지는 수십년간의 경험이 필요하며, 손으로 만든 도자기지만 완벽함을 느끼게 하기까지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도자기에 쓰이는 점토는 미네랄이 풍부한 진흙으로 얻은 것이다. 아바노스의 주민들은 히타이트 시대부터 점토를 가져다가 와인 홀더, 그릇, 접시 같은 가정용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지역에 관광 산업이 들어서면서 현지인들은 자신들이 만든 도자기를 관광객들에게 팔고, 이것은 더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게 만들었다. 

아바노스의 도자기는 아버지-자녀로 이어지는 전통이 있었지만 1980년대부터 점점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그 흔한, 사람들의 관심 부족이었다. 오늘날의 젊은 세대들 중에는 도자기 사업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족 대대로 이어지던 도예가 사업은 점점 줄고 있긴 하지만, 아바노스의 유명한 도공들 중 일부는 아직도 터키 전역에 스튜디오를 차리고 공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가르침으로써 그들의 지식을 공유하고 대를 잇게끔 하고 있다. 

도자기를 만드는 모습 /flickr

현재는 공식적으로 치니의 전통 지식 및 기술을 가르치는 공공 교육 센터와 순수예술 학부, 대학 내 고등교육기관의 직업학교 등과 같은 곳에서 활동하는 치니 공예인 양성가나 학자와 같은 교육자들은 역할 및 작업 목적과 환경이 일반 공예인들과는 상이하므로 별도의 집단으로 분류된다. 각 공동체와 개인은 지역 NGO를 통해 조직되어 있으며, 치니 전통을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은 이스탄불이나 앙카라, 이즈미르 등에서 터키의 전통 수공예 활동가들이 있는 여러 NGO를 통해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전통에 따라 치니 공예인들과 교육자들은 치니 제작과 기법에 관해서 제자와 학생들에게 치니에 대한 기술을 가르친다. 이들은 가르칠 때 시간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창의성과 인내심을 발휘하고, 꾸준히 노력하고, 균형과 조화를 유지하라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자연적으로 치니 공예 강좌를 듣는 사람은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게 되고, 스트레스를 다스리고, 건강한 사회 관계를 유지하고, 창의성과 자신감을 드높여 스스로 발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작업중인 사람들 /flickr

여러 치니 공방들은 대개 스승-제자, 부모-자녀의 관계를 통해 전승된다. 전통적으로 전통 치니 공예인이 되기 위해서 공예인들의 인정을 받은 무언가의 표식이나 허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공예인들의 구두로 ‘허락’을 받는 전통은 있다. 감독으로부터 ‘허락’을 받았다는 것은 모든 제작 도구와 과정에 대해 통달했다는 뜻이다. 즉 염료를 조제하고, 성공적으로 장식 기법을 사용하고, 공예인이 갖추어야 할 모든 윤리 규범을 익혔다는 것으로 다른 제자를 양성할 수 있는 공예인으로서 전체 사회로부터 인정받았다는 것을 뜻한다.

도자기를 만드는 작업장은 각각 1개에서 최대 4개까지가 있다. 도자기는 아바노스 산맥과 구릉 지대에서 채취한 기름지고 부드러운 점토를 가져다 체에 거른다. 그런 다음 물과 섞어 반죽으로 만든다. 이 반죽을 일주일 정도 놔둔 뒤 모양을 잡는다. 도공의 발로 움직이는 바퀴가 회전하는 동안 바퀴 위에 놓인 반죽은 도공의 손에 의해 얇아지면서 최종 모양이 잡히게 된다. 반죽을 원하는 모양으로 도안을 만든 후 남은 찰흙 조각은 잘라내고 천이나 플라스틱으로 황토를 덮어 벤치 위에 둔다. 

1-2일 정도 어두운 곳에서 말리면서 이때 조각을 더 다듬는다. 완전히 건조된 조각은 가마에 넣어 굽고 수분을 모두 제거한다. 고온의 온도는 도자기의 강도를 높이고 모양을 잡게 만든다. 도자기에 그려지는 터키 전통의 디자인과 도안은 문화적인 측면을 반영한다. 터키 미술의 대부분은 흰색 바탕에 심플한 색상이 포함된 파란색 아라베스크 패턴을 갖고 있다. 도자기 중에는 꽃, 식물, 동물이 그려진 접시, 주전자, 커피잔, 꽃병 모양의 예술품들도 많다.

화려한 모습의 치니 공예 /flickr

이렇듯 다양한 색상과 문양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우주적 사상과 믿음을 상징하는 다채로운 색상의 기하학적 패턴과 식물, 동물 형상이 가장 흔히 쓰인다. 흰색이나 쪽빛의 배경 위에 붉은색, 코발트블루, 청록색과 녹색 등으로 그린 화려한 문양은 전통 치니의 특징이다. 치니 예술의 기본 특징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승되어 온 전통 공예 기술이 원재료의 공급, 염료의 조제, 도구의 제작 및 사용, 소성 과정, 장식 기법과 미학 등에 관한 장인의 지식의 적용에 의해 표현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내비침 기법(openwork)으로 종이 위에 구멍을 뚫어서 만든 도안에 석탄 가루를 이용해 작품의 표면에 그림을 옮기고, 검은색 페인트를 바른 붓으로 윤곽선을 직접 그린다. 이렇게 완성된 문양을 나중에 특별한 제조법으로 준비한 염료로 색칠을 한다. 색칠 후에 치니의 표면에 유약을 바르고 900~940°C에서 구워내면 치니가 완성된다.

아바노스의 상징, 도자기 /flickr
아바노스의 치니 타일 /이베이

각 공예인들은 형태잡기, 디자인하기, 색칠하기, 광택내기, 유약 입히기, 구워내기 등 저마다 일정한 역할을 맡는다. 치니의 형태를 잡는 ‘차르크츠’, 장식을 하고 패턴과 장식 문양의 안쪽에 색을 입히는 ‘타흐리르지’, 초벌구이 한 비스킷을 문지르고 초벌로 칠하는 ‘즘파라즈’와 ‘뢰투슈추’, 치니를 굽는 ‘프른즈’ 등의 공예가가 있으며, 감독과 견습생 등이 함께 일한다. 이들은 치니 전통의 전승과 치니 기술을 매우 효율적으로 적용하며 협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랜 세월 동안 터키의 도자기 예술은 정신 건강을 돌보는 데 쓰였다고 한다. 이후 치니 예술은 공공건물이나 종교 건물의 파사드를 장식하는 것으로도 쓰였다. 일상 생활, 공공건물과 종교 건물에서도 볼 수 있는 치니 예술은 색상, 상징, 우화적 서사가 담긴 특징적인 공예 디자인이다. 이러한 패턴은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터키 사람들의 신념과 세계관, 생활 방식, 인식을 상징한다. 치니를 제작한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문화적 연대를 강화하고, 문화적 연속성과 정체성을 미래에 전달하는 것과도 같다. 

도자기를 만드는 장인과 구경하는 사람들 /flickr

1960년대, 아바노스에는 한 도예가가 살았다. 아직 아바노스에 관광 산업이 존재하기 전이었다. 도자기가 벽에 걸려 있는 장식품이 아닌, 가정에서 쓰는 물건이었던 때다. 그의 아들은 13살 때 시내로 이사해 아버지와 함께 도예 일을 했다. 그는 아직도 부모님과 함께 도예 일을 하던 것을 기억한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도예의 달인이 되었고, 현재는 3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해 도자기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아버지의 일을 이어받고, 가업을 이어갈 것이라 말한다.

처음 히타이트 시대, 강둑을 따라 발견된 황토로 도자기를 만들어 집안일에나 쓰던 사람들은 이제 관광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물건들 또한 판매하고 있다. 아바노스에 가면 도자기 공방에서 직접 도자기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도예 장인들의 지도 아래 바퀴를 직접 굴려가며 도자기를 만들어 보는 경험은 특별하다. 바퀴는 5분만 돌려 봐도 벌써부터 다리가 쑤셔온다. 기껏 정성들여 만든 모양이 바퀴 위에서 하릴없이 무너져내리는 것을 허무하게 바라봐야 하는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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