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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학적 예술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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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학적 예술 세계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1.08.20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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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관 기하학적 추상회화 55년 전시 9월5일까지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기하학은 선과 면 또는 도형 등 기하학적인 대상에 관해 연구하는 수학 분야이다. 수리적 성질을 이용해서 대상의 모양과 공간적 성질을 정의한다. 기하학은 고대 이집트에서 땅의 면적을 측량할 때 사용됐다. 실용적 학문인 듯 보이지만 중세 미술에서도 이 기하학에 관한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유클리드는 그리스의 수학자로 ‘기하학의 아버지’라 불린다. 그는 기하학을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한 인물인데, 기원전 5세기 말 플라톤이 세운 아카데미아에서 공부했으며 플라톤의 철학이 그의 연구에 바탕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집트의 왕 프톨레마이오스 1세가 유클리드에게 기하학을 좀 더 쉽게 배우는 방법이 없는지 물은 적이 있었는데, 유클리드는 그에게 ‘기하학에는 왕도가 없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기하학을 가르치는 여자. 멜리아신 마스터 에 귀속됨.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기하학을 가르치는 여자.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그만큼 수학적인 관점에서 기하학을 완벽하게 깨우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수학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예술에 적용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한다. 수학은 체계적인 이론과 증명에 따라 답을 정의하는 영역이며 이는 작가의 자유로운 표현이 존재하는 예술과 대립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예술적 관점에서의 기하학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흔히 발견되는 것은 물론, 이집트, 고대 그리스, 중세 예술에서까지 기하학이 여러 가지 관점에서 적용된 작업은 무수하게 존재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적지 피라미드에서도 삼각형 등의 기하학적 문양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기하학의 원론적 사용은 중세 미술 건축 분야에서도 두드러진다.

그렇다면 기하학적 예술 세계는 현대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줄까. 기하학적 예술의 뿌리는 매우 깊지만, 이를 하나하나 이해하기보다 몇 가지 예술적 작업에 기인하여 기하학을 접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기하학적 도형을 기본으로 한 중세 예술 

기하학이란 중세 예술의 근간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모든 작업에 기초가 되는 수학의 갈래였다. 중세 예술의 세계는 방대한 역사를 자랑하지만 사실 수학적 관점에서 기초가 확립됐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예술가 개인의 창작성이 융성하게 피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비례의 아름다움이란 시대를 뛰어넘는 예술성의 영역이라는 생각도 가능하다. 

기하학적 형태는 비례론적인 측면에서 먼저 이해할 수 있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고전예술편’(출판사 휴머니스트, 2008)에서는 에르빈 파노프스키의 ‘양식 발전의 모상으로서 비례론의 발전’을 참고하여 이를 설명하였다. 

객관적 비례와 제작적 비례는 서로 다른 관점을 지닌다. 객관적 비례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비례를 뜻한다. 실물의 비례를 의미하며 자연주의적인 묘사가 가능하다. 제작적 비례는 조금 다르다. 실물과는 다른 비례로서 구성적으로 비례가 존재한다. 양식화되어 있는 비례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뜻한다. 

이집트 예술은 독특하게도 객관적 비례와 제작적 비례가 모두 일치하는 사례다. 실제 비례와 일치하는 면은 객관적 비례라고 볼 수 있는데 양식화되어 있는 점은 제작적 비례와 닮아있다.
 

이집트 벽화 픽사베이
실제 비례와 일치하면서도 양식화 되어 있는 듯한 비례. 이집트 벽화 /픽사베이

그리스 비례는 어느 정도 이집트 비례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도 있으나 이는 중심적인 부분이 다르다. 이집트와 달리 그리스는 기후가 좋고 비옥한 땅을 가지고 있다. 현세적인 성격을 지닌 그리스인들은 내세를 지향하는 이집트인과 다를 수밖에 없었으며 그리스는 점차 객관적 비례를 추구했다.

이와 반대로 중세 예술에서는 제작적 비례를 추구했다. 완전히 다른 원리를 가지고 예술의 객체에 접근하게 되는데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기하학적인 도형’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인체를 그린다거나 예술을 표현할 때 실물의 크기나 모양을 측정하지 않았다. 그리는 원리가 다르다 보니 실물을 측정할 이유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중세 예술은 기하학적인 도형을 통해서 바탕을 그리고 그 도형들을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결론을 도출했다. 
 

빌라르 드 오느쿠느 1235년 경 스테인드글라스를 위한 구성
빌라르 드 오느쿠느 1235년 경 스테인드글라스를 위한 구성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그런 이유로 중세 예술에서는 작가보다는 장인, 기술자의 의미가 컸다. 일정한 기하학적 도형을 바탕으로 선을 구체화하여 그리는 방식은 일종의 정해진 제작방식으로 행해져 왔고, 창작의 자유가 거의 없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추상적인 기하학적 도형을 통해 그림을 구체화하고 이를 채색하는 장인의 형태로 존재했으며 또한 채색 역시 점점 더 단순화된 원색 중심으로 흘러갔다. 


기하학적 다면체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추상적‧현대적 아름다움 

예술 속 기하학의 단서를 찾을 수 있는 사례는 매우 많지만 조금 독특한 그림에 관해 소개하려고 한다. 로렌츠 슈퇴어(Lorenz Stoer)의 책 ‘Geometria et Perspectiva’은 기하학과 원근법을 환상적인 방식으로 묘사한 삽화로 1567년 발행되었다. 작품은 11장의 목판화로 구성되어 있고 다양한 다면체를 기하학적 형태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1567년 출판된 로렌츠 스토어의 목판화 책, 표지.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1567년 출판된 로렌츠 스토어의 목판화 책, 표지.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16세기 예술가 로렌츠 슈퇴어에 관해서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그의 작품을 통해 원근법의 적용과 기하학적 표현들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로렌츠 슈퇴어는 화가이자 조각가로 알려져 있으며 독일 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의 제자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삽화를 모은 책 ‘Geometria et Perspectiva’은 기하학과 원근법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의 표지와 함께 11장의 그림이 남아 책을 구성하고 있으며 퍼블릭 도메인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온라인 저널인 ‘퍼블릭도메인리뷰’에 따르면 책 ‘Geometria et Perspectiva’에는 어떠한 글이나 단어가 거의 기록되지 않았다고 한다. 
 

Geometria et Perspectiva ⓒpublicdomainreview
Geometria et Perspectiva ⓒpublicdomainreview

오직 원근감 있는 기하학적 다면체들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이 삽화는 색다른 풍경을 그리고 있다. 그림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여러 가지 도형들이 등장한다. 직선과 곡선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입체 도형부터 둥근 아치형의 건물이 눈에 띈다. 16세기 예술가의 작품임에도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한편으로는 폐허를 보는 듯한 감상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그림은 기하학적인 다면체들이 원근감 있게 배치되어 있으므로 더욱 초현실주의적인 이미지가 느껴진다. 
 

Geometria et Perspectiva (2)
Geometria et Perspectiva ⓒpublicdomainreview
Geometria et Perspectiva (2)
Geometria et Perspectiva ⓒpublicdomainreview

기하학과 원근법을 설명하는 듯한 이 그림들은 복잡한 듯하지만 한편으로는 구도적으로 정리가 잘 되었다는 인상을 준다. 마치 하나의 건축 예술을 바라보는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지며 잘 계산된 화면 속에서도 의외의 독창성을 느낄 수 있다.

신비로운 기하학적 이미지는 또 있다. 16세기에 수채화로 그려진 기하학적 이미지는 독특하면서도 신비한 아름다움을 가진다. 아우구스트 공작 도서관에 보관된 이 기하학적 이미지는 수채화로 그려졌으며 16세기 작품이다. 기하학적인 어떠한 형태 그리고 수채화 특유의 투명하고 맑은 색감이 돋보인다. 밝은 색채로 표현되어 있으며 명암이 눈에 들어온다. 
 

 ⓒpublicdomainreview
 ⓒpublicdomainreview

그림의 독특한 점은 기하학적인 다면체들의 등장과 함께 물체를 바라보는 그대로 그림에 담은 투시도의 특성이 돋보인다. 퍼블릭 도메인 리뷰에 따르면 이 그림에는 어떠한 해설이나 서문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떠한 해설이 없기에 더욱 신비하게 해석되는 이 기하학적 이미지에는 독특한 소재들이 등장한다. 다양한 다면체의 모습과 함께 새나 닭, 천사, 그 외 여러 동물 등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기하학적 다면체의 모습을 크게 부각하기 위해서인지 함께 등장하는 동물 등 소재의 크기는 매우 작게 묘사되어 있다.
 

 ⓒpublicdomainreview
 ⓒpublicdomainreview

수학적인 표현이 돋보이면서도 추상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그림으로 색채 역시 부드럽고 산뜻하게 조화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16세기 작품이지만 꼭 현대적인 감성이 느껴지는 듯하다.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세계, 한국 현대 미술을 선도하다 

국내에서도 기하학적 추상미술이 가진 신비한 힘을 느끼게 하는 전시를 만나볼 수 있다. 청주시립미술관에 따르면 개관 5주년을 맞아 기하학적 추상회화로 한국 현대미술을 선도한 김재관 전시를 개최한다. 
 

<김재관 기하학적 추상회화 55년> 전시 전경 /청주시립미술관 제공

<김재관 기하학적 추상회화>전시는 1970년대 우리나라 미술계 주류 화풍이었던 기하학적 추상회화의 계보를 잇는 김재관의 작품 세계를 다층적으로 살펴보고 기록하여, 지역 미술계를 정립하고자 기획되었다고 한다. 

본 전시는 7월 1일부터 9월 5일까지 청주시립미술관 2, 3층 전시관에서 열린다. 관람객은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등 방역 지침에 따라 거리 두기를 유지하며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김재관 작가는 기하학적 추상회화를 중심으로 작업한 예술가로 한국 추상회화를 대표하는 화가다. 1947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그는 홍익대학교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미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작가사진(2017년 쉐마미술관 스튜디오에서)
김재관 작가, 2017년 쉐마미술관 스튜디오에서 /청주시립미술관 제공

그는 1967년 첫 추상화 ‘Abstract 67-1’을 선보였다. 기하학적인 조형 세계를 보여주는 그의 작품에서 당시에는 비교적 생소한 개념이었던 분야를 선도해나갈 수 있었던 힘이 느껴진다. 이후 1979년 공간미술관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시작으로 도쿄, 파리, 뉴욕, LA, 북경 등지에서 40여 회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상파울루 비엔날레 외 국내외 초대 그룹전에 300여 회 출품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선보이며 화가 자신만의 독보적인 작업을 선보였다.

또한 문신미술상, 하종현미술상 특별작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며 위상을 높이기도 하였으며 그의 작품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을 비롯하여 모스크바 국립중앙미술관, 사라예보 국립현대미술관, 팔리 끌로드 도르발 갤러리 등에서도 소장하고 있다. 

그리드와 방형에서 출발한 작가의 작품 세계는 몇 단계의 변화를 거치면서 진보된 모습을 보여준다. <김재관_기하학적 추상회화>전시는 작가가 기하학 작업을 시작한 초기 평면 회화 작품부터 진화를 거듭해 입체 회화 등을 선보인 ‘기하학적 추상회화’ 작업들을 체계적으로 조망할 예정이다. 

1970~80년대가 《관계》 연작을 빌려 ‘관계’의 수사학적 변주를 천착하는 데 있었다면, 1990년대는 패턴의 반복에서 탈피하여 포스트모더니즘의 양식적 특징인 평면에서 일탈을 시도함으로써 《큐브》 연작을 통해 단일구조가 아닌 분할된 구조들의 조합을 시도한다. 평면의 상징적 구조로서 ‘그리드’로 하여금 ‘일루젼’과 ‘비정형적 옵티컬리즘’을 추구하여 픽션의 공간을 연출하는 시각적 확장성을 제시한 것이다.
 

2. Myth of Cube 06-2002, 2002, 패널에 아크릴릭, 캔버스상자, Acrylic on Acrylic panel and box canvas, 122×244×7cm
Myth of Cube 06-2002, 2002, 패널에 아크릴릭, 캔버스상자, Acrylic on Acrylic panel and box canvas, 122×244×7cm /청주시립미술관 제공
4. Myth of Cube 2017-5, 2017,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250×150cm
Myth of Cube 2017-5, 2017,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250×150cm /청주시립미술관 제공

작가는 2000년대 초기에서 최근, 《큐브》 시리즈를 탈피하여 과거 70년대 후반부터 시작한 《관계》 시리즈를 복원하는 작업을 전개한다. 이는 과거로 회귀가 아니라 방법적 재발견을 모색하기 위해 자연과 공간 그리고 빛을 아우르는 기하학의 복합적 추상 형식을 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Relationship-Fiction 2017-01, 2017, 변형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shaped canvas, 240×190×50×15cm /청주시립미술관 제공
Relationship-Fiction 2017-01, 2017, 변형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shaped canvas, 240×190×50×15cm /청주시립미술관 제공

그의 작업은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통해 관람자를 신비로운 세계로 이끌어 간다. 추상적인 자유를 추구하면서도 한편의 질서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오롯이 작품에 집중하게 하는 에너지를 내뿜고 있어 더욱 특별하다. 

과거 기하학에 원론한 예술은 창의적인 작업과는 반대되는 이론이었으나 현대에는 다르다. 오히려 기하학적인 표현이 가진 추상적인 상태는 더 독창적이면서 새로운 예술 세계로 현대 관람자들을 이끌어가는 힘을 가지기에 더 특별하다고 볼 수 있다.  


참고: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고전예술편’(출판사 휴머니스트, 2008)
온라인 저널 ‘퍼블릭도메인리뷰’(https://publicdomainrevie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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