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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 1픽? 움직이는 ‘픽토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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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 1픽? 움직이는 ‘픽토그램’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1.07.27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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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 도쿄올림픽부터 첫 등장…생활, 예술 등 다양하게 활용

[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지난 23일 2020 도쿄올림픽이 개막했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한 상황 속에서 1년 연기라는 우여곡절 끝에 열린 올림픽은 모두가 즐기는 축제보다는, 조용한 동네잔치 분위기다.

그래도 역시나 올림픽 하면, 그 나라의 문화와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개막식’이 최대 관심사다. 일본도 독특한 예술관과 역사를 가진 나라인 만큼 기대되는 행사였다. 에도 시대 목공예 기술로 만든 오륜기부터, 드론과 탭댄스 등 현대의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공연까지 다양했다.
 

팬터마임으로 표현한 농구 픽토그램 / 도쿄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 @tokyo2020
팬터마임으로 표현한 농구 픽토그램 / 도쿄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 @tokyo2020

하지만, 모두가 재밌었다고 꼽은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움직이는 픽토그램, ‘키네틱 픽토그램’이었다. 1964년 열렸던 도쿄올림픽 당시 처음 등장했던 픽토그램은 50여 년이 지난 뒤 열린 또 한 번의 도쿄올림픽에서 진화했다.

개막식에서는 키네틱 픽토그램을 사람들이 직접 형상화하는 쇼가 펼쳐졌는데, 이에 대한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 “개막식에서 가장 재미있었다”, “이걸 보여주려고 올림픽 했다”, “연습한 게 눈에 보인다. 인정한다”, “제일 일본스러웠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그림(picto)과 전보(telegram)이 결합된 ‘픽토그램(Pictogram)’은 언어, 문화 등의 장벽이 없이 보기만 해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그림문자다. 올림픽이 세계 각국의 선수와 사람들이 만나는 만큼, 소통의 벽을 허물기에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다.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키네틱 픽토그램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등장한 픽토그램은 지난 2020년 2월 공개됐다. 지난 2019년에 한 차례 공개됐으나, 움직이는 픽토그램을 온라인으로 소개한 것이다. 이는 역사상 최초라고 전해진다.

도쿄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움직이는 픽토그램이 사용되는 것은 올림픽과 패럴림픽 역사상 최초이며, 픽토그램들의 혁신적인 디자인은 2020년으로 상징되는 현대를 담고, 국내와 전 세계의 관객들이 대회를 더 잘 즐길 수 있도록 도움이 되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0 도쿄올림픽, 패럴림픽 픽토그램 / 도쿄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 @tokyo2020
2020 도쿄올림픽, 패럴림픽 픽토그램 / 도쿄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 @tokyo2020

공개된 키네틱 픽토그램은 올림픽 33개 종목 50개, 패럴림픽 22개 종목 23개였다. 이를 움직이도록 만든 이유는 지난 올림픽과 패럴림픽 대회의 유산을 이어받아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대회를 만들겠다는 도쿄 2020 대회의 목표를 강조하는 것에 있다.
 

움직이는 픽토그램 / 도쿄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 @tokyo2020
키네틱 픽토그램 / 도쿄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 @tokyo2020
키네틱 픽토그램 / 도쿄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 @tokyo2020
키네틱 픽토그램 / 도쿄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 @tokyo2020
키네틱 픽토그램 / 도쿄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 @tokyo2020
키네틱 픽토그램 / 도쿄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 @tokyo2020
키네틱 픽토그램 / 도쿄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 @tokyo2020
키네틱 픽토그램 / 도쿄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 @tokyo2020

무엇보다 키네틱 픽토그램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요즘 트렌드에 적합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유튜브나 틱톡, 릴스 등 다양한 영상 플랫폼을 통해 영상만 촬영하면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움직이는 것이 더 눈길을 끌기 때문이다. 2차원의 정적인 픽토그램만 봐도 이해할 수 있지만, 3차원의 움직임을 더한 픽토그램은 생동감까지 더해져 재미 요소가 느껴진다.
 

/ 도쿄올림픽 공식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0Wmwc8u98lI)
움직이는 픽토그램을 만들기 위해 등장, 멈춤, 퇴장 3가지를 표현했다 / 도쿄올림픽 공식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0Wmwc8u98lI)

이번 키네틱 픽토그램은 움직임을 더하기 위해 기존의 2차원에 등장, 멈춤, 퇴장 3가지를 표현했다고 한다. 1년 이상이 걸려 탄생한 이 픽토그램은 모션 디자이너 이구치 코타, 그래픽 디자이너 히로무라 마사아키 팀이라고 한다.

모션 디자이너 이구치 코타는 “도쿄 2020 대회에서 처음 만들어진 이 움직이는 스포츠 픽토그램들은 아름다움과 좀 더 쉽게 전달되는 표현을 통해 각 스포츠의 매력을 더욱 넓혀주고, 더욱 빛내주기를 바라며 그와 동시에 미래를 위한 대회의 유산으로 남고, 다른 나라의 비디오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픽토그램을 팬터마임으로 재현

올림픽 개막식에서 인기가 있었던 픽토그램 쇼는 굉장히 큰 노력이 느껴질 만큼 퀄리티가 높은 공연이었다. 역동적인 키네틱 픽토그램을 위해 몸짓만으로 표현하는 팬터마임 형태로 진행됐는데, 50개의 픽토그램은 사전에 촬영된 몇 가지를 빼고는, 약 5분 동안 똑같이 재현했다.
 

도쿄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 @tokyo2020
올림픽 개막식 픽토그램 쇼 / 도쿄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 @tokyo2020
역동적이고 빠른 연기자들의 움직임과 카메라 연출로 만들어낸 팬터마임 / KBS 방송 캡처
역동적이고 빠른 연기자들의 움직임과 카메라 연출로 만들어낸 팬터마임 / KBS 방송 캡처

별다른 장치가 없이, 운동 동작을 나타낼 수 있는 도구와 파란색 타이즈 복장, 동그란 얼굴을 위한 헬멧 등으로 연출했다는 점도 놀라웠다. 여기에 카메라 연출까지 더해져 어려운 동작도 쉽게 표현해낼 수 있었다.
 

팬터마임으로 재현한 픽토그램 / 도쿄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 @tokyo2020
팬터마임으로 재현한 픽토그램 / 도쿄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 @tokyo2020

픽토그램 쇼는 일본 팬터마임 아티스트 가마루초바가 연출하고, 코미디언 미나미 다이스케, 팬터마임 듀오 가베즈의 마사와 히토시, 배우 마츠모토 료 등이 참여했다고 한다. 연출한 가라무초파는 듀오 아티스트다. 조지아 언어로 ‘안녕하세요’라는 뜻이라는 가마루초바는 뉴스위크 일본판에서 ‘세계가 존경하는 일본인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공연 중인 가마루초바 /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공식 인스타그램 @busancomedyfest
공연 중인 가마루초바 /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공식 인스타그램 @busancomedyfest

이들은 지난 2017, 2018년에 열린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서도 공연을 하며,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각별하다. 30여 개국에서 200회 이상 공연을 펼쳐왔을 정도로 베테랑이기도 하다.


픽토그램을 처음 사용한 1964 도쿄올림픽

많이 알려진 것처럼 올림픽에서 픽토그램을 처음 사용한 것은 1964년 도쿄올림픽이다. 그러나 이는 공식적으로 도입된 것이며, 처음 픽토그램이 사용된 것은 1948년 런던 올림픽이라는 설이 있다. 17개의 스포츠 심볼이 만들어져 입장권과 공식 출판물에 실렸다고 전해진다. 도쿄올림픽부터 시작된 픽토그램은 각국의 독특함이 더해져 매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1964년 도쿄올림픽 픽토그램 / 2017 IOC 자료집 ‘The Sports Pictograms of the Olympic Summer Games from Tokyo 1964 to Rio 2016’
1964년 도쿄올림픽 픽토그램 / 2017 IOC 자료집 ‘The Sports Pictograms of the Olympic Summer Games from Tokyo 1964 to Rio 2016’

2017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발행한 레퍼런스 자료집 ‘The Sports Pictograms of the Olympic Summer Games from Tokyo 1964 to Rio 2016’에서도 처음 사용된 것이 1964년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처음 만들어진 픽토그램은 예술감독 카츠미에 마사루와 그래픽 디자이너 야마시타 요시로가 제작했다. 지금과 가장 유사하면서도 기초적인 형태가 만들어진 것이 1964 도쿄올림픽이기도 하다.

사람 형태의 실루엣이 각각의 스포츠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우 단순하면서도 알아보기가 쉽다. 당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효과적인 시각 커뮤니케이션을 개발할 필요성도 있었지만,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했음을 이유로 꼽았다.
 

멕시코, 런던, 베이징, 리우, 아테나 올림픽 픽토그램 / 2017 IOC 자료집 ‘The Sports Pictograms of the Olympic Summer Games from Tokyo 1964 to Rio 2016’
멕시코, 런던, 베이징, 리우, 아테나 올림픽 픽토그램 / 2017 IOC 자료집 ‘The Sports Pictograms of the Olympic Summer Games from Tokyo 1964 to Rio 2016’

이를 기점으로 각국의 픽토그램은 화려한 컬러가 입혀지거나, 그 나라만의 문화가 느껴질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즉, 픽토그램이라는 그림문자를 통해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새로운 창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1988 서울올림픽 픽토그램 / 2017 IOC 자료집 ‘The Sports Pictograms of the Olympic Summer Games from Tokyo 1964 to Rio 2016’
1988 서울올림픽 픽토그램 / 2017 IOC 자료집 ‘The Sports Pictograms of the Olympic Summer Games from Tokyo 1964 to Rio 2016’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픽토그램 / 강원 2024 유튜브 캡처(https://youtu.be/RTQT7_NZ7Y4)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픽토그램 / 강원 2024 유튜브 캡처(https://youtu.be/RTQT7_NZ7Y4)

우리나라에서 열린 1988 서울올림픽과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픽토그램도 특색이 있다. 1988 서울올림픽 당시 만들어진 픽토그램은 간결함이 돋보이는데, 머리, 몸통, 팔, 다리 네 부분이 나뉘어 만들어졌다. 몸통만 흰색으로 처리해 머리와 팔, 다리가 확연히 드러나며, 각 종목의 특징은 선으로 표현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엠블럼과 픽토그램에 모두 ‘한글’을 이용해 이미지화했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활용해 사람의 형태를 만들고, 각 스포츠 경기의 움직임에 따라 24개의 픽토그램을 만들어냈다.


상형문자부터 픽토그램까지

구체적인 역사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림문자’로서의 형태만을 비교해보면, 선사시대부터 발견된 상형문자가 픽토그램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지금처럼 일정한 형태의 글자가 없었던 이들은 벽화에 사물의 형태를 그렸으며, 이는 흔히 알고 있는 암각화다.
 

이집트 상형문자 / pixabay
이집트 상형문자 / pixabay

상형문자는 4대 문명인 메소포타미아, 황하, 인더스, 이집트 등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이집트는 기원전 5000년 전부터 사용했다고 전해지는데, 사람, 동물, 날씨, 자연현상 등을 그림으로 그렸다. 그러나 이 역시도 특권층만이 읽고 사용할 수 있어 모두를 위한 완벽한 문자는 아니었다.
 

울산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 문화재청
울산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 문화재청

우리나라도 신석기 시대 유물 중 대표적인 암각화라고 할 수 있는 ‘울산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가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높이 4m, 너비 10m의 기역(ㄱ)자 모양의 절벽 암반에 여러 가지 모양이 그려졌다고 한다. 육지 동물, 생선, 사냥 장면 등 200여 점이 새겨져 있다. 이를 통해 당시 선사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생활했는지 알 수 있다. 게다가 절벽을 무언가로 쪼거나 깨서 그린 그림들은 상당히 세세해서 예술적인 측면까지 돋보이는 등 가치가 높다.


예술과 생활 속에서 쓰이다

현재 픽토그램은 각종 표지판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보기만 해도 누구에게나 의미 전달이 편리하다는 점 때문에 교통 표지판이나 비상구, 화장실 등 시설의 위치를 표시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비상구 픽토그램 / pixabay
비상구 픽토그램 / pixabay
교통 표지판 / 도로교통공단
교통 표지판 / 도로교통공단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형태의 픽토그램까지 등장했다. 또는, 남녀 차별을 없앤다면서 치마를 입은 여자 화장실 픽토그램을 남자와 비슷하게 해놓거나, 벽면에 크게 표시하거나, 수유실의 여성 이미지를 중성으로 바꾸는 등 사회변화에 따라 변화하기도 한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표식 / flickr (Cold, Indrid)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픽토그램 / flickr (Cold, Indrid)
코로나 주의 픽토그램 / pixabay
코로나 픽토그램 / pixabay
저시력자, 노약자 등을 위해 크게 표시된 화장실 픽토그램 / 서울시
저시력자, 노약자 등을 위해 크게 표시된 화장실 픽토그램 / 서울시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모두의 학교 화장실 픽토그램 / 오은 시인 트위터 @flaneuroh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모두의 학교 화장실 픽토그램 / 오은 시인 트위터 @flaneuroh

실제로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화장실 픽토그램은 남자와 여자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똑같다. 다른 점은 색깔 배열 정도다. 이 픽토그램은 2017년 설치된 것이지만, 2020년 강연에 나섰던 오은 시인이 자신의 SNS에 올리며 이슈가 되었다.

오은 시인은 사진과 함께 “강연 전에 화장실에 가다 잠깐 머뭇거렸다. 잠깐의 머뭇거림으로부터 나는, 세상은 조금씩 변화한다. 익숙한 것이 늘 정답은 아니기 때문이다. 편견이 깨지면 날카로움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유연함이 들어선다”는 글을 함께 남겼다.

남녀평등이라는 점에서 보면 새로운 시도이기는 하나, 이를 본 네티즌들은 구분이 되지 않아 헷갈린다는 부정적 의견도 적지 않았다.
 

화장실을 표현하는 다양한 픽토그램 / flickr (Joe Goldberg), pixabay
화장실을 표현하는 다양한 픽토그램 / flickr (Joe Goldberg), pixabay

픽토그램에서 의미 전달 목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 ‘그림’이다 보니, 이를 재치 있게 표현하는 시도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화장실 픽토그램을 보면, 볼일이 급한 사람의 모습을 하거나, 금지된 행동이지만 화장실을 들여다보는 듯한 모습을 표현하기도 한다. 또는, 성적 지향성을 표현한 픽토그램도 볼 수 있다.
 

다양한 픽토그램으로 만들어진 ‘Book from the Ground’ 세부모습. 2003년 작품 / 쉬빙 공식 홈페이지(http://www.xubing.com/)
다양한 픽토그램으로 만들어진 ‘Book from the Ground’ 세부모습. 2003년 작품 / 쉬빙 공식 홈페이지(http://www.xubing.com/)
다양한 픽토그램으로 만들어진 ‘Book from the Ground’. 2003년 작품 / 쉬빙 공식 홈페이지(http://www.xubing.com/)
책으로 만들어진 ‘Book from the Ground’. 2003년 작품 / 쉬빙 공식 홈페이지(http://www.xubing.com/)
2015년에 만든 ‘지상의 책 팝업북 - 데이’ / 쉬빙 공식 홈페이지(http://www.xubing.com/)
2015년에 만든 ‘지상의 책 팝업북 - 데이’ / 쉬빙 공식 홈페이지(http://www.xubing.com/)

혹은 픽토그램의 ‘간결함’을 이용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나타내기도 한다. 중국의 설치미술가이자 서예가인 쉬빙(Xu Bing)은 2003년부터 ‘Book from the Ground’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여기에 다양한 그림문자를 사용했다.

쉬빙은 전세계에서 수집한 공공 픽토그램만을 사용해 책을 만들었다. 그림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문화적 또는 교육적 배경과 관계없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그림문자’라는 시각적 언어이기 때문에 별다른 번역도 필요치 않아 세계 각국 어디서든 출판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2003년에 만들어졌지만, 지금도 의미를 알 수 있을 정도다. 이는 쉬빙 작가가 가진 보편적 언어에 대한 비전이라고 한다.
 

2012년 대만 Eslite Gallery에 설치된 쉬빙 스튜디오 / 쉬빙 공식 홈페이지(http://www.xubing.com/)
2012년 대만 Eslite Gallery에 설치된 쉬빙 스튜디오 / 쉬빙 공식 홈페이지(http://www.xubing.com/)
쉬빙이 만든 문자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 쉬빙 공식 홈페이지(http://www.xubing.com/)
쉬빙이 만든 문자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 쉬빙 공식 홈페이지(http://www.xubing.com/)

이 프로젝트를 위해 쉬빙 작가는 스튜디오 환경을 바꾸기도 했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진행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언제든 작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픽토그램으로 구성된 책을 언제든지 쓸 수 있도록 문자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영어나 중국어를 입력하면 쉬빙 작가가 정해놓은 기호로 바뀌는 것이다. 예술을 넘어 현대 기술과의 조화라고도 볼 수 있다.
 

화장품 브랜드 숨37과 협업한 하트 에디션 / LG생활건강
화장품 브랜드 숨37과 협업한 하트 에디션 / LG생활건강

우리나라에도 ‘픽토그래퍼’가 있다. 함영훈 디자이너는 픽토그램을 활용해 입체적인 조형물을 다수 만들어냈다. 2013년에는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픽토그램’이라는 책까지 펴냈을 정도의 전문가다.

평창동계올림픽 픽토그램을 디자인한 주인공이기도 한 함영훈 디자이너는 여러 기업체와 함께 일하면서 픽토그램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일러스트를 제작하는 등 ‘알림’ 목적의 1차원적이었던 픽토그램에 자신의 정체성을 더했다.

올해 3월 출시된 숨37의 하트 에디션에는 함영훈 디자이너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LOVE’가 그려져 있다. 픽토그램에서 기본이 되는 점을 활용해 하트 모양을 만든 것인데, 그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다양한 컬러와 형태의 ‘LOVE’ 시리즈를 볼 수 있다.
 

2019년 진행된 함영훈 개인전 ‘언어의 확장’ / 히든엠갤러리 인스타그램 @hiddenmgallery
2019년 진행된 함영훈 개인전 ‘언어의 확장’ / 히든엠갤러리 인스타그램 @hiddenmgallery

이처럼 함영훈 디자이너는 점과 선 등을 활용해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냈다. 2019년 열린 개인전에서는 사람 둘이나 여럿이 안고 있는 ‘UNTITLED’를 선보였다.

서로 다정하게 끌어안거나 기대선 모습이 누군가를 위로하고 힘을 주고 싶어 하는 삶과 닮아있다. 간결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만은 충분히 전달되는 것으로 보아 ‘픽토그램’의 장점이 확실히 살아있는 작품들이다.

 

flickr (Alper Çuğun)
flickr (Alper Çuğun)

픽토그램은 평소 우리 일상 속에서 ‘편리함’으로 대변되는 표식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픽토그램도 단순한 디자인이 아닌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무엇보다 픽토그램의 가장 큰 매력은, 간결한 그림으로 누구나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그림만 그릴 줄 안다면 의견을 교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픽토그램은 올림픽이라는 세계적인 대회를 더욱 빛내주는 하나의 번역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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