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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들도 쉽게 할 수 있는 취미 생활, 오일 파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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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들도 쉽게 할 수 있는 취미 생활, 오일 파스텔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04.02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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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 파스텔로 그린 그림 /unsplash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크레파스는 사실 오일 파스텔을 가리킨다. 왁스와 연질유를 섞어 굳힌 막대 모양의 미술 도구로 정식 명칭은 오일 파스텔, 또는 왁스 오일 크레용이라고도 부른다.

오일 파스텔은 물에 지워지지 않아 내구성이 강하며, 단단함과 발색의 강도에 따라 전문가용과 비전문가용으로 나뉜다. 전문가용은 오일 파스텔 특유의 유화 느낌을 낼 수 있으며, 그냥 취미 생활로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비전문가용을 써도 된다. 비전문가용은 우리가 흔히 쓰는 크레파스와 질감도 똑같다. 

오일 파스텔은 종이 말고도 목재, 금속, 하드보드지, 캔버스 및 유리 표면에도 쓸 수 있다. 오일 파스텔을 사용하는 데 적합한 특별한 종이도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추세다. 최근 코로나19로 개인적인 취미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온라인 클래스를 서비스하는 플랫폼에서는 오일 파스텔로 그림을 그리는 관련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프로 작가들의 작업 영상은 물론 기초 사용법을 알려주는 영상들도 인기가 많은 편이다. 


오일 파스텔과 크레파스, 크레용 

크레파스, 즉 오일 파스텔로 그린 그림 /flickr

화가들을 위한 전문가용 오일 파스텔이 개발된 건 최초의 크레파스 출시 이후 상당 시간이 지난 뒤였다. 1926년 일본의 사쿠라 상회가 크레용과 파스텔의 앞 글자를 따서 ‘크레파스’란 상표를 만들었던 것이 크레파스의 시초이다. 이렇듯 제품의 브랜드 명칭이였으나 제품 판매에 큰 성공을 거두자 그대로 제품명으로 굳어진 것이다.

크레파스는 크레용과 파스텔의 중간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정식 명칭 또한 광택이 있는 파스텔을 의미하는 오일 파스텔이라고도 부른다. 크레파스는 파라핀 대신 경화유나 광물유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으로, 크레용보다 색이 진하고 촉감이 부드럽다는 장점이 있지만 찌꺼기가 많이 나오고 다른 종이에 잘 묻어난다는 단점도 있다.

크레용 /flickr
납화 기법으로 만들어진 타일 /flickr

크레파스와 비슷하게 보이는 크레용은 안료에 파라핀, 왁스 등을 열로 녹인 후 골고루 섞어 고형화한 것이다. 크레용의 기원으로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기원전부터 사용한 밀랍을 녹여 안료를 섞은 만든 필기구와 고대 그리스 시대의 납화 기법을 들 수 있다. 납화법은 안료와 밀랍을 혼합한 재료를 이용하는 기법으로써 인화, 또는 밀랍화라고도 하며, 고대 그리스인들은 건물의 내, 외벽을 장식하거나 대리석 조각을 장식할 때 이 방법을 사용했고 로마 제국에 들어와서는 화가들이 흔히 사용하는 대중적인 기법이 되었다.

전문가용 오일 파스텔은 1947년, 전쟁으로 인한 상황에 오랫동안 오일 파스텔을 구할 수 없었던 피카소를 위해 친구인 화가 앙리 고에츠의 의뢰로 탄생한 것이다. 1887년 화학자 구스타프 시넬리에가 루브르 박물관 근처에 작은 미술용 페인트 가게를 연 것이 시초로, 시넬리에는 앙리 고에츠의 의뢰를 받고 점도, 질감, 품질을 개선해 예술가들을 위한 오일파스텔을 1949년에 출시했다.

시넬리에에서 판매중인 다양한 미술 도구들 /flickr
시넬리에의 오일 파스텔로 그린 그림 /flickr

그는 안료의 역사와 사용법을 연구, 안료 제조, 음색 혼합을 위한 정확한 방법과 불투명성, 투명성을 컨트롤하기 위한 방법을 개발해 품질 좋은 오일 페인트를 판매했다. 그의 색채에 대한 안목은 매우 정확해 예술가들은 시넬리에 팔레트를 궁극적인 품질 표준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시넬리에 오일 파스텔은 지금도 피카소가 사랑한 제품으로 불리며 전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입자의 굵기는 오일 파스텔이 제일 굵고 크레용, 파스텔의 순서로 촘촘한 편이다. 그림을 그리는 데 불투명하고 혼색이 쉽지 않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 그림을 그리려면 많은 색이 필요하다. 그래서 시판되는 오일 파스텔의 세트 물품은 24색, 36색, 48색 이상인 경우가 많다. 오일 파스텔은 좀 더 단단해 보통의 파스텔보다는 덜 부서지며, 유화의 밑그림이나 스케치에도 사용할 수 있다.

오일 파스텔은 그림을 그리는 미술 도구 중 가장 사용하기 쉬워 어린이들 및 노약자들을 가르치는 미술 교육에 자주 사용된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많이 쓰이나 북미나 유럽에서는 크레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크레용은 크레파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에 묻지 않기 때문이라고. 

오일 파스텔로 그려진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flickr

오일 파스텔은 두껍게 쓰면 유화 느낌이 나고, 색감과 색감을 문질러 혼색할 땐 파스텔 느낌이 난다. 기름기가 있어 식용유나 유화 기름을 섞어 쓰기도 하는데 일반 사람들은 작업할 땐 콩기름이나 올리브유를 써도 된다. 색을 덧칠하거나 섞어 칠하거나, 녹이고 문질러 다양한 느낌을 표현하는 데 쓰이며 가장 큰 장점은 간편하다는 것이다. 보통의 물감처럼 물통, 팔레트, 붓 등을 갖출 필요 없이 오일 파스텔 자체와 종이만 있으면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그러나 손에 묻어나거나 번지기 쉬워 작품 보관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오일 파스텔로 완성된 작품은 마르지 않았을 때 쉽게 번지거나 묻어나기 때문에 습기와 직사광선이 없는 곳에서 5-10일 정도 자연건조하면 된다. 용액으로 고정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오일 파스텔 전용 정착액인 픽서티브나 바니시 같은 용액으로 마감하는 게 좋다. 마무리로 용액을 발라 코팅하면 얇은 막이 생겨 그림이 번지거나 묻는 걸 방지해 준다. 특히 용액을 사용할 땐 야외나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 써야 한다. 


피카소도 사랑한 오일 파스텔 

오일 파스텔로 그려진 피카소의 자화상 /flickr

피카소는 그림에 오일 파스텔을 즐겨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해 오일 파스텔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그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앙리 고에츠는 시넬리에에게 파블로 피카소를 위한 왁스 컬러 스틱을 만들어줄 것을 부탁한다. 피카소는 루브르 박물관 건너편에 있는 가게, 시넬리에의 오랜 단골이이기도 했다. 

피카소는 여러 다양한 소재에 변색되거나 균열 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재료를 찾고 있었고, 그래서 유화의 퀄리티를 가진 스틱형 오일 파스텔이 탄생하게 된다. 시넬리에 오일 파스텔은 미네랄 왁스를 사용해 색소 함량이 높아 발색 및 커버력이 좋고 뛰어난 밝기, 높은 광도와 안정성을 제공한다. 예술가들을 위한 오일 파스텔은 화가와 화학자의 합작품으로 태어난 셈이다. 

가경민, 'out of the world(기상천외한)' /flickr

2019년 7월, 복합문화공간 '누구나'에서 가경민 작가 개인전이 열렸다. 가경민 작가는 전시에서 오일 파스텔의  재료가 주는 다채로운 색감을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을 몽환적으로 그려냈다.

가경민 작가는 복합문화공간 '누구나'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림을 그릴 때엔 해외나 국내의 풍경들을 감상하면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진 후, 그것들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뒤 그림을 그린다"고 전하며 오일 파스텔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연은 그대로 있는 듯 보이지만 각자의 시각에 따라 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오늘과 내일의 흐름에 따라 그 상황과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때론 평온하게도, 때론 거칠게도 느껴진다"며, 자신의 그림에 그러한 것들이 나타난다고 생각해 오일 파스텔이란 도구는 자신이 지닌 내면의 컬러와 가장 유사한 도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작가 크레용토끼의 오일 파스텔 작품 /문화포털 유투브

오일 파스텔 드로잉 작가로 잘 알려져 있는 크레용토끼 작가는 오일 파스텔을 쓰는 데에 "색깔이 한 가지만 있을 때는 매력적인지 잘 모르겠지만 색깔이 여러 가지인 다른 색깔과 함께 있을 때 매력이 배가 되는 것 같다. 물감으로 그림을 그릴 땐 의도하지 않아도 물과 섞여 묽어지거나 다른 색과 섞여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오일 파스텔은 간편하고 빠르게 원하는 색만 진하게 표현할 수 있어 사용하게 됐다"고 전했다. 

크레용토끼 작가는 오일 파스텔로 그림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처음부터 화려하고 완벽하게, 예쁘게 그려야겠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리다가 잘못되면 간편하고 빠르게 다시 그릴 수 있으니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남겼다. 

오일 파스텔은 초보자들도 하기 쉽다 /flickr

최근 여러 원데이클래스 플랫폼에서는 온라인으로 다양한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오일 파스텔 강의 같은 경우도 오프라인 공방에서만 배울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필요한 준비물을 집으로 배송받아 영상으로 강의를 배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미술 작가들도 각자 온라인 클래스를 열어 원하는 사람들은 사전 예약을 하고 수업을 수강할 수 있다.

하루이틀 정도 오일 파스텔에 대해 배워 봤다면 한 달이나 몇 개월 단위의 온라인 클래스를 선택해 좀더 심도있는 취미 생활로 발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클래스 플랫폼이 성행하는 요즘, 집콕으로 심심하거나 일명 '랜선 취미'를 갖고 싶다면 여러 선택지 중 오일 파스텔을 선택해 보는 건 어떨까. 재료는 간단하다, 인터넷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오일 파스텔과 종이, 그리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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