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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이 넘는 전통 무두질 방식을 이어가는 슈아라 탄네리가 있는 곳, 모로코 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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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이 넘는 전통 무두질 방식을 이어가는 슈아라 탄네리가 있는 곳, 모로코 페스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03.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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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아라 탄네리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슈아라 테너리는 모로코 페스에 있는 무두질 공장으로, 페스에는 세 곳의 주요 무두장이 있지만 슈아라 탄네리는 이 도시에서 가장 크면서 오래된 곳 중 하나이다.

모로코를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페스를 한번씩은 들리기 마련인데, 페스는 미로 같은 골목과 예전 방식 그대로 가죽을 만드는 '슈아라 탄네리'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이 무두장엔 가죽을 부드럽게 만들고 착색을 하는 약품들이 담긴 돌 구덩이들이 놓여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가죽 제품들은 전 세계로 수출된다.

악취 때문에 마을의 변두리나 동굴 내부에 주로 무두장이 있었던 중세 유럽과는 달리, 모로코의 햇빛과 더위가 필요한 많은 무두장들이 메디나와 페스 안팎에 설치되었다. 무두장은 가죽의 부패를 막기 위해 털을 벗기고, 기름기를 빼고, 소금에 절여 물에 담그는 곳이다. 작업장은 물과 천연 염료를 혼합한 거대한 돌구덩이와 항아리들로 구성되어 있고, 가죽을 말리기 위한 넓은 공간과 건조대가 있다. 

작업중인 장인들 /flickr

12세기 초 시디모사 탄네리와 슈아라 탄네리를 모로코의 이드리스 2세가 세웠다고 전해진다. 페스의 초기 무두장이 어디에 위치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무두장은 도시가 설립된 이후 계속 존재했고,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강 근처에 위치했을 거라 추정한다. 강 근처에 위치한 이유는 가죽 작업에 필요한 많은 물을 공급받을 수 있어 편리하기 때문이다. 

페스는 모로코에서 중요한 도시 중 하나였다. 수세기 동안 모로코에서 수도 역할을 했던 페스의 역사는 8세기 후반까지 올라간다. 그 당시 모로코는 이드리스 왕조의 지배를 받았고, 나라 안팎은 수세기 동안 시끄러웠지만 모로코 역사에서 페스는 수도로서의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페스는 무역로로도 중요한 도시였으며, 오늘날까지 유지해 온 가죽 생산 산업으로도 유명하다. 

가죽 염색을 하는 장인 /flickr

역사에 따르면 무두장은 도시의 초기 역사와 경제 면에서도 꽤 중요한 산업이었다고 한다. 가죽이 이라크의 바그다드까지 수출될 정도로 제품의 질이 좋아 탄네리의 명성은 높아져 갔고, 마리니드 시대에 절정을 이뤘던 도시 페스에만 약 100개의 무두장이 있었다고 한다.

현대에 와서 이 무두장은 여러차례 확장되어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지금도 슈아라 탄네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무두장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무두장의 물리적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가죽을 태우고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기술 또한 이드리스 시대 이후 거의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페스의 무두장이들은 기계들의 도움 없이 손으로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구역이 나눠져 있는 슈아라 탄네리 /flickr
쌓여 있는 가축들의 가죽 /CC BY NC SA 2.0

슈아라 탄네리의 주목할 만한 특징은 다양한 색깔의 염료, 하얀 액체로 채워진 수많은 구덩이다. 하얀색 구덩이는 가죽을 수정하고 고치는 곳, 앞쪽의 갈색 구덩이는 염색을 하는 곳이다. 이 무두장에서 만드는 가죽은 주로 낙타, 소, 양과 염소 가죽으로 만들어진다.

우선 석회, 소금, 소의 배설물과 비둘기 똥 등의 반갑지 않은 재료들을 혼합한 액체 구덩이에 가죽을 담그면 가죽이 부드러워진다. 배설물 속의 암모니아는 가축의 피부를 부드럽게 만들어 염료를 잘 흡수할 수 있게 돕는다. 이것은 슈아라 탄네리의 악명 높은 악취의 요인이기도 하다. 작업은 2-3일 정도 걸리며, 이 기간 동안 가죽에 남아 있는 지방, 살, 털 등이 제거된다. 

색색깔의 염료통 /flickr
가죽들을 햇빛에 말리는 모습 /flickr

가죽이 부드러워지면 착색 작업을 한다. 염색에는 천연 염료를 쓰며 노란색은 사프란, 녹색은 민트, 빨간색은 양귀비, 갈색은 삼나무, 주황색은 헤나를 재료로 쓴다. 염료를 구덩이에 부은 뒤 작업자들은 가죽에 염색이 골고루 되도록 발로 눌러 가며 가죽에 마사지를 한다. 그러나 노란색만은 예외다. 노란색 염료는 주재료인 사프란이 너무 비싸 대신 손으로 일일이 정성스럽게 염색을 한 후에 햇빛에 쬐어 말린다. 

염색 후 가죽은 햇빛에 바싹 말린 다음 다른 장인들에게 팔려간다. 장인들은 이 가죽들을 이용해 가방, 코트, 신발, 슬리퍼와 같은 모로코의 유명 가죽 제품들을 만든다. 이 모든 과정은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며 가죽을 생산하는 데 최소 며칠, 최대 몇 주가 걸리기도 한다. 모든 작업엔 기계가 관여하지 않는다. 이것은 중세 시대부터 고집해 온 방법이기도 하며, 사람들이 가죽을 고치고 염색하는 기술은 천 년도 더 된 기술이다. 

가죽으로 만든 신발 /flickr
가죽으로 만든 다양한 제품들 /flickr

페스의 탄네리 주변에는 수많은 가죽 공방과 가죽제품을 파는 가게들이 있다. 가죽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판매하는데 지갑, 핸드백, 벨트, 신발, 스커트, 모자 등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만약 갖고 싶은 것이 생겼지만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나 원하는 색이 없다면 대신 비슷한 것을 추천받거나 하루 안에 원하는 물품을 새로 받을 수도 있다. 잘 흥정만 한다면 런던이나 뉴욕에서 지불하는 가격보다 더 싼 값으로 최고 품질의 모로코 가죽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간혹 가죽을 깨끗하게 만드는 원료(?)의 향 때문에 그런지, 트립어드바이저의 슈아라 탄네리에 대한 후기를 보면 냄새가 너무 역겨워 견딜 수 없을 정도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관광객들은 탄네리에 방문할 때 냄새를 가리기 위해 민트향이 나는 스프레이를 건네받기도 한다. 탄네리에서 풍겨오는 냄새는 자극적이며, 강하고 신 냄새가 나긴 하지만 처음 5분만 지나면 괜찮고 돌아다니다 보면 익숙해진다. 그러나 하루종일 톡 쏘는 냄새를 맡으며 일하는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해야 하는 건 맞는 듯하다.

작업장을 구경하는 관광객들 / flickr

슈아라 탄네리에 가면 실제로 작업중인 무두장이들을 볼 수 있다. 무두장 자체에 들어가 작업 과정을 자세히 보고 싶은 관광객들은 안내 투어를 선택하면 된다. 예술가들이 짜 놓은 팔레트처럼 수백 개의 다채로운 색으로 이루어진 구덩이를 볼 수 있고, 햇빛 아래 바쁘게 일하는 수십명의 무두장이들을 내려다볼 수 있다. 관광객들은 작업장을 구경할 수도 있고, 작업 과정을 옆에서 직접 보는 것도 가능하다.

오늘도 장인들은 슈아라 탄네리에서 수작업으로 가죽을 만든다 /flickr

슈아라 탄네리는 쓰레기 유출과 악취 때문에 주민들에겐 거의 오염 지역으로 취급되었다고 한다. 19세기 이후 탄네리에서는 무두 작업 때문에 크롬을 광범위하게 사용했는데, 어떤 종류의 크롬은 독성이 있으며 탄네리 자체가 여러 유기 폐기물을 배출했기 때문에 토양과 강이 광범위하게 오염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무두장과 근로자들, 지역 주민들은 탄네리로 인한 건강 악화를 호소했으며, 도시의 영혼 자체였던 강이 오염으로 인해 점점 썩어들어갔다고.

그러자 21세기 들어 모로코의 건축가인 아지자 차오우니가 페스 강에 이전의 영광을 돌려주고 도시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시도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한때 슈아라 탄네리의 운영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한편 탄네리 자체를 다른 경제 모델로 전환하거나 공공 공간으로 재사용하자는 방향으로 추진되었지만 결국 무두장은 그 자리에 남았다. 

보존되어 있는 슈아라 탄네리 /Matt Perreault, Creative Commons

이런저런 문제도 많은 곳이긴 하지만 슈아라 탄네리는 천 년이 넘게 그 자리에 존재해 온 곳이기도 하다. 그 장소에서 사람들이 쓰던 기술 그대로 장인들은 오늘도 가죽을 만들고 있다. 지금 시대엔 낯설 수 있는, 기계의 손이 미치지 않아 시간이 마치 천 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가죽을 벗기는 것부터 시작해 장인의 손길에서 고품질의 가죽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은 모로코 페스에 들른다면 한번은 꼭 봐야 할 정도로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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