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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따뜻한 블루를 품고 있는 로얄코펜하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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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따뜻한 블루를 품고 있는 로얄코펜하겐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03.09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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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년의 장인 정신이 깃든 왕실의 도자기
로얄코펜하겐 /bukowskis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도자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하얀색 바탕의 파란색 무늬를 가진 도자기를 한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덴마크 도자기의 상징이기도 한 로얄 코펜하겐은 1775년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회사들 중 하나이며,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은 수작업으로 모든 과정을 처리한다. 이 작업은 240여년 넘게 지속되었으며 처음 페인터들이 작업을 시작했을 때 기법을 지금까지도 그대로 유지 중이다.

17세기 초 유럽은 당시 중국의 명나라와 청나라에서 들어오는 청화 백자에 매료되어 있었고, 로얄 코펜하겐도 이러한 붐을 타 1775년 덴마크에 도자 공장이 설립되었다. 덴마크의 여왕 줄리안 마리는 화학자 하인리히 뮐러에게 향후 50년간의 도자기 제조를 독점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며 도자기 제조를 독려했다. 첫 번째로 출시된 도자기 제품은 덴마크 왕실을 위한 만찬 세트였고, 1779년 국왕 크리스티앙 7세가 공장의 재정을 책임지면서 공장은 왕립 도자기 공장으로 개편되었다. 

1851년 로얄 코펜하겐은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 박람회 첫 선을 보였으며, 1868년, 왕실 회사의 민영화로 인해 왕실의 도자기 공장은 "로얄"이라는 명칭은 유지되었지만 개인 소유로 넘어가게 된다. 이후 1882년 알루미니아란 이름의 회사가 그 경영권이 넘겨받아 로얄 코펜하겐 공장은 덴마크 동부 프레더릭스보르그의 알루미니아 부지에 새로 지어진 현대식 공장으로 이전한다. 1889년에 로얄 코펜하겐은 파리 만국 박람회에 출품해 대상을 받는 영예와 함께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게 된다. 


로얄코펜하겐의 창시자, 줄리안 마리 

줄리안 마리 여왕 /flickr

자기 페인팅은 복잡하면서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정으로 엄청난 정확도와 집중력이 필요해, 페인터는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야 자신의 기술을 터득하게 된다. 모든 블루 페인터는 페인팅한 모든 자기의 뒷면에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그려 넣는데 이 시그니처는 덴마크의 세 해협인 외레순 해협, 대벨트 해협, 소벨트 해협을 의미하는 로얄 코펜하겐의 상징인 세 줄의 물결무늬와 함께 새겨진다. 

이 세 줄의 물결 무늬가 탄생한 것은 줄리안 마리 여왕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덴마크의 국내 제품과 서비스 발전을 도모하고 국가의 경제적인 부를 지키고자 했다. 그가 남긴 가장 위대한 업적은 바로 1775년 덴마크 왕립 자기 공장을 설립한 일이었다.

줄리안 마리 여왕은 유럽 국가와의 교류를 통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료를 파악하고 이용하는 것이 국가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자연 과학 분야의 연구를 지원하며 그는 땅 위에서의 삶을 개선하는 것은 기술이 아닌 과학임을 깨닫고 도자기 생산을 위해 광물학과 관련된 원료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물결 무늬를 그리는 페인터 /로얄코펜하겐 유투브
로얄코펜하겐의 마크 /로얄코펜하겐

줄리안 마리는 처음부터 로얄 코펜하겐의 모든 자기 제품에 로얄 코펜하겐만의 마크가 찍혀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 마크란 덴마크의 세 해협인 외레순 해협, 대벨트 해협, 소벨트 해협을 상징하는 손으로 페인팅한 물결 무늬였다.

여왕은 또한 자기 공장과 왕실 사이의 밀접한 유대 관계를 강조하기 위해 왕관 마크를 새기도록 했다. 시간이 흐르며 왕관 마크의 모양은 바뀌었지만 로얄 코펜하겐의 제품이 만들어진 날짜를 추정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자신만의 마크를 새겨넣는 페인터 /로얄코펜하겐 유투브

로얄 코펜하겐의 자기 페인팅 기술을 터득하기까지는 약 4년의 시간이 걸린다. 모든 장식은 똑같아 보이지만 각각의 페인터는 자신의 작품과 동료의 작품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오늘날까지도 모든 페인터는 자기 제품의 뒷면에 자신만의 마크를 새겨 넣는다. 


예술가들에게 특별한 색 , 블루 

블루는 과거 예술가들이 많은 금액을 지불하고 사용해야 할 만큼 비싼 컬러였으며, 로얄 코펜하겐의 전문 페인터가 가장 탁월하게 낼 수 있는 색이기도 했다. 수천 년 전, 이집트를 비롯한 다양한 문명 사회에서는 유리그릇, 유약처리 및 세라믹에 사용할 강렬한 블루 컬러를 만들어내기 위해 코발트를 사용했다. 
 

이집트에서 부적처럼 사용한 풍뎅이 조각 /flickr

약 7000년 전, 이집트인들은 블루 스톤인 라피즈 라줄리를 곱게 부수어 눈 화장이나 벽화를 그리는 안료로 사용하기도 했다. .일부 예술가들은 풍부한 자원과 부를 나타내기 위해 블루를 사용했고, 또 어떤 예술가들은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블루를 사용했다. 코발트 블루는 19세기 초 가장 전통적이면서 사람들에게 선호되었던 안료인 울트라마린의 대안으로 개발된 색으로, 울트라마린의 생산엔 준보석에 버금가는 청금석이 필요해 구하기도 어렵고 돈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새로운 블루의 개발이 필요했고, 프랑스의 화학자인 루이자크 테나르는 염화 코발트와 알루미늄을 혼합해 새 색소를 만들어냈다. 이 색상은 화가 르누아르, 모네, 세잔 등에게 특히 사랑받았다. 파리 외곽의 센 강에서 보트를 타는 장면을 그린 '아스니에르의 센 강변'에서 르누아르는 밝은 코발트블루 색을 사용해 밝은 오렌지색의 보트와의 대비를 노렸다. 그래서인지 르누아르의 이 그림에는 두 가지의 색상이 돋보인다. 

르누아르의  '아스니에르의 센 강변' /flickr

로얄 코펜하겐도 이 블루를 사랑한 곳으로 꼽힌다. 창립 당시 로얄 코펜하겐은 19세기 전 세계 코발트 생산의 70~80%를 책임지고 있던 노르웨이산 코발트를 사용했다. 로얄코펜하겐 글로벌 비즈니스디렉터인 스튜어트 레드원은 "굽는 데 있어 파란색은 최고의 색깔이다. 이 색상은 가마의 온도와도 관련이 있는데 가마에서 1,400도라는 높은 온도를 견디는 색은 파란색이 유일하다"며, "이런 이유로 흰색과 파란색의 조화가 최고의 도자기를 만들 수 있게 한다"고 전했다. 
 

블루 플루티드 라인 /로얄코펜하겐
블루 플루티드 라인 /로얄코펜하겐

블루 컬러는 로얄 코펜하겐의 다양한 장식에서 사용된다. 특히 로얄코펜하겐의 부동이 1위 패턴은 덴마크어로 '무셀말레트'라는 이름의 우리에게도 친숙한 패턴이다. 영어로는 '블루 플루티드'라 불리는 이 패턴은 18세기 푸른색으로 페인팅된 세라믹이 절정을 이루던 시기에 시작되었다. 

이 당시, 유럽 자기 공장은 영감을 얻기 위해 중국으로 눈을 돌렸고, 이것은 자기 페인팅 전통의 뿌리가 탄생하는 계기가 된다. 로얄 코펜하겐의 창립자 프란츠 하인리히 뮐러는 중국에서 양식화된 국화 모티브를 덴마크로 들여왔고, 이 양식화된 국화를 개발해 오늘날 로얄 코펜하겐의 페인팅 자기에 새겨진 '블루 플루티드' 패턴을 탄생시켰다. 현재의 '블루 플루티드' 패턴은 1885년 건축가 출신의 아르놀 크로그가 로얄 코펜하겐의 아트 디렉터로 일하면서 원래의 문양을 발전시킨 것이다. 

플로라 다니카 /flickr
플로라 다니카 /scullyandscully

플로라 다니카 식물도감은 덴마크의 식생에 관해 다룬 책으로, 122년 이상에 걸쳐 제작되었다. 1761년-1883년 사이에 덴마크에 서식하는 모든 야생 식물들의 그림들이 포함된 식물학의 종합적인 지도이다. 

이 라인은 크리스티앙 7세 덴마크 왕이 도자기 수집 취미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 러시아 황제 예카테리나 여제에게 선물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 설이 있다. 이 설을 바탕으로 오늘의 플로라 다니카 식기류가 만들어졌고, 플로라 다니카에 나와 있는 그림이 모티브가 되어 현재는 접시와 여러 식기류의 장식으로 활용 중이다.

플로라 다니카는 지금도 덴마크 왕실에서 공식 식기로 사용 중이며, 모두 전통 방식 그대로 덴마크 장인이 직접 자기를 빚고 핸드 페인팅으로 완성해 예술적인 가치가 들어 있다. 로얄 코펜하겐의 플로라 다니카 라인은 덴마크 식물도감에 수록된 수천여 종의 꽃과 나무를 정교한 수작업으로 자기에 그대로 옮겨놓은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과정 

블루 플라워 라인 /auctionet

도자기는 총 1천197번의 정교한 붓질을 통해 완성된다. 로얄 코펜하겐의 컵이나 접시는 자기 점토를 이용해 몰딩, 페인팅, 굽기, 유약 처리 및 포장에 이르기까지 30여 명의 장인의 손길을 거쳐 완성된다. 

제품을 위한 아이디어는 다양한 부분에서 영감을 받는다. 제품 구상에서 마지막 장식에 이르는 개발 과정 전체에 걸쳐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의 독창적인 협업을 통해 디자인이 탄생한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구현해 내는 과정에서 테스트를 거치는 과정 중 많은 제품이 결실을 보지 못하기도 한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디자이너와 아티스트가 아이디어의 샘플이나 도안을 만든다. 그러면 컴퓨터상에서 이 도안을 3D 모델로 제작하고, 3D 프린터를 사용해 원형을 출력한다. 하루 정도 소요되는 이 프린팅 과정은 형태가 구체화될 때까지 매우 얇은 자기 점토를 여러 겹으로 쌓아 만든다.

다음 단계로 섬세한 수작업 과정에 들어가게 된다. 원형 제작자는 불규칙한 표면과 잘못된 부분을 다듬어 완벽한 원형을 만든다. 이 과정은 경험이 매우 풍부하고 전문적인 제작자에게도 최대 한 달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는 매우 정교한 작업이다. 작은 디테일, 물결무늬 모두가 인내와 꾸준한 수작업이 요구된다.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작업장 /대전MBC 유투브 

오리지널 몰드는 컴퓨터로 제어하는 밀링머신을 사용해 원형을 토대로 제작되며, 3일 정도 소요된다. 액체 상태의 자기 점토를 건조된 몰드에 부으면 수분을 흡수해 단단한 틀만을 남겨놓게 된다. 이 단단해진 틀이 어느 정도 두께가 되면 여분의 자기 점토는 몰드 밖으로 부어버린다. 새로 제작되는 아이템은 몰드에서 분리해 연결 부분과 가장자리를 깔끔하고 매끄럽게 다듬어 준다.

마무리 손질까지 완료된 자기는 여전히 수분을 머금고 있기 때문에 손잡이와 장식을 이용해 다듬는다. 이때, 자기를 건조하여 굽기 전 디테일한 작업을 위해 정확하고 안정적인 수작업이 필요하다. 이후 코발트 블루 컬러는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어 마지막 유약처리 및 굽기 전에 바르는데, 이 과정은 컬러와 제품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며 설거지 등과 같은 자극에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작업중인 페인터 /대전MBC 유투브 

초벌구이가 끝나면 구멍이 많고 수분을 흡수하기 쉬운 표면으로 인해 매우 약하고 파손되기 쉬운 상태가 된다. 이 상태에서 페인터는 페인팅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소의 귓털이나 순록의 배 부분의 털로 만든 매우 섬세한 브러쉬를 사용해 신중하고 공들여 선, 꽃, 패턴을 그려 넣는다. 페인팅이 끝나면, 묽고 밝은 블루 컬러의 유약을 바른다. 자기 점토와 반응해 도자기의 아름다움과 구조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얇고 반짝이는 층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 유약이다.
 

완성된 도자기들 /로얄코펜하겐 유투브

거의 1,375도에 가까운 고온에서 제품을 구우면 원래 크기의 약 14% 정도로 줄어든다. 많은 제품들이 이 마지막 굽기 단계에서 폐기되는데, 5개당 1개꼴로 버려진다. 이 과정까지 끝나면 마침내 제품이 완성된다. 


240년의 장인 정신이 깃든 도자기 

2021 이어 플레이트 /로얄코펜하겐

로얄코펜하겐은 도자기나 접시에 패턴을 넣는 제품만이 아닌 덴마크의 자연과 문화, 역사를 담은 주제를 모티브로 한정판을 내놓기도 한다. 로얄코펜하겐은 2021 새해맞이 ‘2021 이어 플레이트’ 2종을 한정판으로 선보였는데, 이 이어 플레이트는 ‘알란 테켈슨(Allan Therkelsen)’의 작품으로 겨울 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다. 눈이 내린 정원의 자작나무 사이에 앉은 작은 굴뚝새들의 모습을 동화 같은 감성으로 묘사한 점이 특징이다.
 

2021 컬렉터블 시리즈에서 출시한 플라켓 /로얄코펜하겐

또한 2월, 2021 컬렉터블 시리즈에서 출시한 '플라켓·피규린'은 동화 같은 겨울 풍경을 담은 플라켓 1종과 피규린 2종으로 모두 장인이 직접 손으로 채색하고 해가 지나면 몰드를 파기해 생산 수량을 제한하는 제품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소장 가치를 더했다. ‘2021 플라켓’은 눈이 내린 겨울 풍경 속으로 간식을 들고 나간 아이들이 새에게 먹이를 주는 장면을 따스한 분위기로 그려냈으며, ‘2021 피규린’ 2종은 덴마크에서 볼 수 있는 작고 귀여운 굴뚝새와 다람쥐의 모습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한국로얄코펜하겐의 오동은 대표는 "로얄코펜하겐은 문화와 예술로 인지되고 있으며, 로얄 코펜하겐의 장인들은 페인터라 부르지 않고 아티스트라 부를 정도이다"며, "무엇보다 240년 이상 지속될 수 있었던 건 문화와 예술로서 고객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이 수백 년을 지탱해온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여왕에게서 시작한 수공예 제품은 장인들의 노력이 담겨 덴마크의 자기 예술을 나타내는 시그니처가 되었다. 오늘도 로얄코펜하겐의 페인터들은 240년 전 그대로의 기법으로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흰색의 도자기에 새겨진 짙은 블루 패턴은 전세계적으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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