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1-12-03 18:40 (금)
장식을 위한 포크아트, 전통을 간직한 특별한 예술로
상태바
장식을 위한 포크아트, 전통을 간직한 특별한 예술로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02.22 18: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크 아트 /pixabay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포크아트, 또는 톨 페인팅(Tole Painting)이라 불리는 이 기법은 유럽과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일반화된 공예의 한 기법이다. 16세기에서 17세기경 유럽의 귀족이나 상류층의 사람들의 가구, 또는 주방 용품을 장식하기 위해 그림을 그려 넣기 시작하자 서민 계층의 사람들도 여가 시간을 이용해 옛 가구나 낡은 집기 등에 고풍스러운 그림을 그려 넣으면서 점차 이 기법이 퍼지기 시작했다. 

포크아트는 오랜 전통 속, 다음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승되는 일반 사람들의 예술, 즉 서민들이 즐기는 예술이자 민속 예술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서구 공예가 그렇듯이 포크아트도 유럽에서 발생하고 성장해 신대륙의 발견으로 미국으로 건너와, 초기의 개척 시대를 지나면서 가구나 실내를 장식하는 기법으로 발전했다. 초기 한정적이었던 소재에서 목재는 물론 철재, 유리, 도자기, 직물, 캔버스, 함석, 시멘트 등 일상 생활용품으로 쓸 수 있는 모든 것으로 확대되어 자유로운 표현 기법으로 발전했다.

 

포크아트 디자인으로 꾸며진 집 /flickr

포크아트는 각 나라의 전통적인 그림을 가구나 생활 용품에 그리는 것을 가리킨다. 단순히 그리는 것만이 아닌 다양한 색깔과 장식을 추가해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민속 공예의 한 분야라 할 수 있다. 보통 가구나 나무, 천, 플라스틱, 콘크리트 벽 등 여러 재료에 그림을 그려 새로운 소품을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한다. 

포크아트의 시작은 선사시대 동굴 벽화부터 초기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하기 위해 피난처였던 카타콤 내에 그려 넣었던 프레스코화, 중세 유럽의 선원과 농민들이 그린 배 안이나 외부의 실내 장식, 산업혁명 뒤 상업 미술과 융합되어 내려온 장식 미술까지 인류 역사와 함께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좁은 의미로는 17, 18세기 유럽 전역에서 각 민족별로 문화와 정서에 따라 독특하게 발전한 고유의 그림 기법으로 꽃과 과일, 새 등을 주제로 가구, 쟁반, 화병 등 각종 생활용품 등에 그림을 그리는 예술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포크아트는 그림에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각 나라의 전통적인 미술 특성과 그림 그리는 기법만 알고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공예로, 그림을 그려보지 않은 사람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일상 생활의 작은 물건에서부터 가구, 인테리어 등에 자신 마음대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포트아크 디자인의 식기들 /flickr

포크아트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 것은 호주에 이민을 갔던 사람들을 통해서였다. 이들은 공예 학원에서 기술을 배운 후 우리나라에 돌아와 공예를 가르치면서 포크아트 분야를 널리 퍼뜨리게 된다. 포크아트는 생활 환경을 더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사람의 기본 욕구에서 비롯된 예술이며 현재에도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고 있다.

포크아트의 특별한 점이라면 그림의 주체가 상인, 노동자 등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거창하며 대단한 예술이라 불리는 작품들과는 달리 포크아트는 미적이라기보다는 실용적이며 장식적인 면이 더 크다. 애초에 포크 아트는 노동자, 농민, 상인 등의 사람들이 만든 예술 작품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된 용어다. 
 

와이어로 만든 포크아트 /pixabay
포크아트는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만든다 /flickr

특히 포크 아티스트들은 전문적인 미술 훈련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원근법이나 비례법 같은 규칙을 지키지 않고 그저 손이 가는 대로 그린다. 이들은 단순하게 밝은 색채, 어린이가 보는 관점 등을 이용해 정확한 예술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자신의 감정과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작품을 만든다.

그래서 이들의 순수한 예술 스타일은 '천진한 예술'이라고도 불리며, 학계나 미술계의 평판이나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도 예술에 관심있는 후원자들에게 '순수미술'이라 불리며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포크아트로 만들어낸 예술품, 스타일, 모티브 등은 다양한 예술가들에게도 영감을 주었다. 파블로 피카소는 아프리카 부족의 조각과 가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고, 나탈리아 곤차로바는 루복이라고 불리는 러시아의 전통적이며 대중적인 판화에 영감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각국의 포크아트 

포크아트는 세월이 흐르면서 각 나라마다 고유의 스타일과 독특한 장르를 형성해 발전했고 나라마다 그 명칭도 다양하다. 
 

힌데로펜 /flickr
힌데로펜 /flickr

네덜란드의 힌데로펜(Hindeloopen) 

네덜란드의 북서쪽에 위치한 항구 '힌데로펜'이란 마을에서 유래한 것으로, 선원들이 배를 타지 않는 겨울에 소나무나 참나무로 가구를 장식하던 것을 말한다. 가구뿐만이 아닌 뱃머리 장식이나 집의 창문, 현관문의 장식 등을 조각하는 일도 많아졌다고. 초기에는 장미, 꽃, 새 같은 조각에 채색을 하던 수준에서 점점 발전해 18-19세기에는 가구뿐만 아니라 집안의 벽, 방과 문 등 점점 사용 영역이 넓어지게 된다. 

힌데로펜의 중심 소재는 주로 꽃이 쓰인다. 모티브로 쓰이는 꽃은 대개 데이지, 양귀비, 튤립, 장미, 국화 등 다양하다. 작은 꽃잎들이 그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꽃들은 하나의 패턴처럼 결합되어 그림 전체에 안정적인 균형감을 보여준다. 힌데로펜에는 종종 그림 중앙에 행운을 뜻하는 새가 보이는데, 새와 꽃의 조화로움은 힌데로펜이 나타내는 예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힌데로펜은 노르웨이의 '로즈말링'에 영향을 받아 어두운 바탕에 화려하면서도 뚜렷한 색의 대비가 돋보인다. 빨강, 파랑, 초록, 흰색을 기본색으로 사용해 과일이나 나선형의 모양을 볼 수 있으며, 로즈말링과 차이가 있다면 원색의 대비가 강해 도자기 문양처럼 흰색 바탕에 푸른색을 칠하는 것이 특징이다. 
 

조소토보 /flickr
조소토보 /flickr

러시아의 조소토보(Zhostovo)

러시아의 조소토보는 오래된 금속 쟁반에 그려지는 수공예 작품이다. 주로 금속 위에 꽃 그림을 그리는 우랄 지역 수공예품의 영향을 받아 19세기 초에 나타났다. 20세기 초만 해도 조소토보는 흥할 수 없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근현대적, 사실주의적이었던 러시아 미술의 공통적인 경향은 전통적이거나 민속적인 기법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전문적인 예술가들이 만든 스타일을 조소토보에 적용시켰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조소토보 그림은 단순히 쟁반 같은 식기나 집기류에 적용해 한정적이었다면, 지금은 독립적인 형태로 자리잡은 기법이 되었고 아티스트들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작품과 공예품들은 러시아 민속 예술에 독특한 한 장르가 되었다. 조소토보는 부드러운 털을 가진 붓과 유화 물감으로 색을 칠하며, 가장 널리 사용되는 모티브는 정원과 꽃이 한데 어우러진 것으로 완성된 작품은 세 겹으로 연한 옻칠을 해 광채가 나게 만든다. 
 

로즈말링 /flickr
로즈말링 /flickr

노르웨이의 로즈말링(Rosemaling)

노르웨이의 로즈말링은 남부지방 농촌에서 18-19세기에 걸쳐 농가와 교회의 벽을 장식하던 것으로, 소재로는 주로 장미가 많이 쓰였다. 로즈말링이란 말은 노르웨이어로 '장미 장식', 또는 '장미 물들이기'란 뜻이다. 

로즈말링은 노르웨이 사람들이 직접 손으로 컵 무늬를 그리거나 문에 장식을 해 놓는 것을 말한다. 18세기 말부터 대중적인 예술로 나타났으며 시골의 이 전통 미술에 상류층들이 즐기던 예술 양식인 바로크와 로코코 양식이 유입되면서 태어났다.

로즈말링을 전문으로 그리는 화가들은 시골 마을 사람들에게 의뢰를 받거나, 또는 숙식을 하기 위해 교회나 집의 가구에 페인트칠을 하러 다녔다. 곧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종종 이 기법을 모방하면서 로즈말링은 더 널리 퍼졌고, 오늘날 세 가지의 스타일로 나눠졌다. 텔레마크, 할링달, 로갈란드라 불리는 이 스타일은 각각 기법이 시작된 지역의 이름을 따 지어졌다.  

도시에서는 일반적으로 조각품에 금박을 입히는 스타일이 선호되었지만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금박이란 것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인기 있었던 밝은 색으로 그림을 칠했다고 한다. 로즈말링은 여러가지 양식화된 꽃, 혼합된 여러 색상이 주요 특징이며 전통적인 페인트 색은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만들어 썼다. 예를 들어 쇠녹색 페인트는 땅 속에 있는 산화철을 원료로 썼으며 붓은 다람쥐의 꼬리털이나 소의 귓털로 만들었다. 로즈말링은 중국, 네덜란드, 독일 등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주었으며 아티스트마다 각자 고유의 기법을 갖고 있다고 한다. 


평범한 우리네들의 예술, 포크아트 

민속 화가인 에드워드 힉스의 '평화로운 왕국' /아메리칸 포크아트 미술관

아메리칸 포크아트 미술관은 포크 아트 관련 미술품과 작품을 수집하고 전시하는 데 있어 포크 아트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포크 아트는 실용적이며, 핸드메이드로 제작된다. 사람들을 포크 아트의 제작을 위해 정식으로 기술을 배울 수도 있고, 독학으로 작품을 만들 수도 있다. 포크 아트는 춤, 노래, 시 같은 무형 문화도 표현할 수 있으며, 전통적인 방식으로 예술의 미학과 사회적인 이슈까지도 작품에 반영할 수 있다. 그래서 포크아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고, 전통의 혁신이란 의미 또한 포함될 수 있다고. 

포크아트는 공동체의 가치를 공유하면서도 전통을 소중히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기법이다. 아티스트들은 포크아트에 천, 나무, 종이, 금속 등을 포함한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다. 전통적인 재료를 쓰지 않는 경우 종종 전통과는 거리가 먼 전문적인 재료가 쓰이며 이는 또한 현대적인 표현으로 이루어진 포크아트 작품이 된다.

포크아트는 민족, 종교, 직업, 나이 또는 성별에 상관없이 저마다의 공동체에 기반한 전통적인 예술 형태로 시작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포크아트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도 있지만 혼자서도 얼마든지 조각을 만들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하고 직접적이며, 끝없이 다채로운 예술이 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