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1-10-21 10:10 (목)
한 나뭇잎이 고대 건축물의 장식으로 꾸준히 사랑받다, 아칸서스
상태바
한 나뭇잎이 고대 건축물의 장식으로 꾸준히 사랑받다, 아칸서스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02.02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칸서스 양식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예전 고대 신전이나 우리나라의 덕수궁 석조전의 지붕을 보면 나뭇잎 문양의 장식을 볼 수 있다. 엉겅퀴와 양귀비의 잎과 비슷한 모양으로, 돌이나 나무 등 여러 재료로도 장식이 가능했던 이 문양은 아칸서스 잎으로 고대와 현대의 건축물 모두에서 대부분 건물을 장식하는 데 쓰였다. 

주로 고대 로마와 그리스 건축의 코린트 양식에서 널리 나타나는 편이다. 끝에 뾰족한 잎을 가진 아칸서스 스파이너스와, 둥근 모양의 아칸서스 모리스로 나뉜다. 종려나무의 잎을 본떠 부채꼴로 꽃잎을 배치한 무늬로 유명한 팔메트가 그리스 건축에서 보이는 이 아칸서스에서 변형되어 나온 것이라는 설이 있다. 

코린트 양식 기둥의 가장 오래된 예는 그리스 일리아주 아테네 남서쪽에 있는 아폴로 에피큐리우스 신전이다. 로마 시대의 로마인들은 잎의 끝을 오므려 문양을 정교하게 다듬었고, 아칸서스 양식의 장식은 비잔틴과 로마네스크, 고딕 건축에서 인기가 많았다. 르네상스 시대에 큰 부흥을 일으켰고, 오늘날의 현대 건축물에서도 나타나는 문양이다.


아칸서스 양식의 탄생과 흐름 

아칸서스 /flickr

아칸서스의 잎 테두리와 모양은 특히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예술과 건축에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는데, 건축에 쓰였던 것 이외에도 아칸서스는 사람들의 어떤 믿음이 깃들어 있는 매개체로 쓰였다. 일부 사람들은 지중해 지역에서 가장 오래 사는 꽃 중의 하나인 아칸서스가 장수를 상징한다고 믿었다.

긴 역사를 통틀어, 일반적으로 아칸서스라 알려진 잎 장식은 사실 사람들의 믿음 등 여러 용도에 맞게 변형된 상상의 잎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아칸서스는 전세계에서 널리 사용되던 약용 식물이었다. 아시아에서는 독을 제거하는 치료제로 쓰였고, 항생제와 소염제 등 진통제로도 쓰였기 때문에 아칸서스가 왜 지중해 국가들에게 불멸, 부활과 치유의 상징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칸서스의 잎 /flickr

아칸서스 양식은 아칸서스 바늘 모양이나 톱니 모양의 가시가 많은, 지중해 연안에서 자생하는 식물의 잎을 양식화한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건축가였던 칼리마쿠스가 한 소녀의 무덤 앞에 놓인 바구니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 바구니에는 아이의 장난감이 들어 있었고, 장남감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바구니 위에 타일이 올려져 있었다. 아칸서스는 바구니를 타고 자란 모습이었고 바구니와 잎이 절묘하게 뒤엉켜 있었는데 코린트 양식의 창시자인 칼리마쿠스가 이 모습을 보고 코린트의 주두(柱頭)양식을 응용하는 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코린트 양식의 아칸서스 문양 /flickr
티볼리의 베스타 신전에서 보이는 아칸서스 문양 /flickr

아칸서스는 코린트 양식에서 주로 쓰였다. 코린트라는 이름은 고대 그리스의 도시였던 코린토스에서 유래한 것이지만 로마에서 독자적인 양식으로 발전시켰다. 코린트 양식은 도리아 양식, 이오니아 양식에 이은 그리스 로마의 3대 건축 양식 중 마지막으로 개발된 양식이다. 

코린트는 헬레니즘 미술에서 나타난 장식적 특징으로, 엄청나게 화려한 문양이 특징이다. 가늘고 흰 기둥, 무성한 아칸서스 잎의 문양으로 장식된 것이 특징이며 여러 가지의 변형 양식도 있다. 로마 티볼리의 베스타 신전에서 보이는 코린트 양식에도 아칸서스 잎과 히비스커스 꽃의 형태로 장식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제우스 신전의 코린트 양식에서 보이는 아칸서스 문양 /flickr

그리스인들이 최초로 아칸서스를 예술적 장식에 도입했고, 그들은 신전 지붕과 벽난로, 코린트 양식의 기둥에 아칸서스 문양을 적용했다. 코린트 양식의 좋은 예 중 하나는 아테네의 올림푸스 제우스 신전으로, 아칸서스 양식은 르네상스 이래 조각된 건축 양식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모티브 중 하나였다.

그리스 건축에서 유행한 안테미온(고대의 전통적 식물 모티프로 꽃잎 끝이 뾰족하고 바깥쪽으로 활처럼 굽은 것)디자인으로 조각된 아칸서스 양식은 날카로운 점들과 깊게 조각된 모서리 구멍, 사이사이 유려한 곡선으로 그려져 멀리서도 볼 수 있는 선명한 외곽선을 만들어 냈다. 초기 아칸서스 양식은 대부분 건축용 석조 조각이나 건물에서 만들어졌다. 
 

로마 시대 아칸서스 문양 /flickr

그리스가 로마의 지배를 받은 후 그리스의 장식 예술은 로마 제국에 의해 흡수되었다. 초기 로마의 나무 조각들은 의자의 팔다리를 동물의 손과 다리 모양으로 조각했고, 건축에 사용된 모티브는 안테미온, 아칸서스와 새 등의 동물과 식물이었다. 로마 시대는 이전보다 유연하게 아칸서스를 생산해냈고, 그리스 특유의 뾰족한 점이 로마 때에는 조금 더 부드럽게 그려졌다. 
 

로마 비잔틴 시대의 조각에서 보이는 아칸서스 문양 /flickr
로마의 네온 세례당에서 보이는 아칸서스 문양 /flickr
바람에 흩날리는 아칸서스의 문양 /flickr

무궁무진하고 다양한 가능성과 함께 아칸서스는 로마의 예술과 사람들의 감정을 반영했고 더 폭넓은 범위의 장식으로 발전했다. 잎의 모양이 더 디테일해졌고, 잎의 잔물결을 세세하게 그려 극적인 움직임을 주었다. 잎은 종종 잎 끝이 생동감 있게 구부러지고 꼬이는 등 좀 더 자연주의적인 느낌을 취했다.

아칸서스 잎의 사용은 로마 제국 전체에 걸쳐 그 쓰임이 늘었고, 비잔틴 시대에 들어서는 많은 건물들이 아칸서스 장식을 특징으로 하는 것이 유행처럼 되었다. 이 모티브는 중세 미술과 태피스트리, 여러 조각에도 두루두루 쓰였다. 
 

의자 삼각대 밑에 금으로 아칸서스 잎을 조각한 것 /Mackinnon Fine Furniture Collection
윌리엄 모리스의 아칸서스 문양이 적용된 작품 /flickr

이후 18세기 들어 영국에서 신고전주의의 부활과 함께 아칸서스 잎은 예술에서 두드러진 특성 중 하나가 되었다. 특히 귀족들은 자연과 사물의 균형을 좋아했고, 조각된 가구에 아칸서스 문양을 즐겨 사용했다. 영국의 섬유 디자이너, 예술가, 작가들이 아칸서스 문양을 사랑했고 특히 윌리엄 모리스는 자신의 거의 모든 작품에 아칸서스 잎을 차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 나뭇잎의 위대한 여정 

로마 모자이크에서 볼 수 있는 아칸서스 문양 /
런던 메이플라워 아파트에 보이는 아칸서스 문양 /buffaloah

한 건축가가 묘지 앞에 놓인 바구니에서 영감은 받아 시작된 아칸서스 문양은 그리스와 로마 시대가 전성기였지만 현대에 와서도 여러 건축물에서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보편적으로 쓰이는 문양이 되었다. 아칸서스는 하나의 나뭇잎에 불과할 수도 있었지만 건축의 장식으로 쓰여 대대적으로 인기를 끌었고, 장례식에서 떠나는 이를 배웅할 때에도 동행했으며, 사람들에게는 불멸과 부활의 의미를 뜻하는 신성한 식물로 대접받을 수 있었다.

어떠한 장식은 여러 해에 걸쳐 정착하게 되며, 장식의 모티브는 시간이 지나면 알아볼 수 없거나 사라져 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칸서스는 고대 그리스부터 시작해 꾸준히 사랑받은 문양 양식 중 하나다. 오늘날에도 아칸서스는 예전 고대 사람들이 사랑했던 것처럼 철물, 가구, 조명, 카펫, 융단, 침대 등 패션과 장식이 들어가는 모든 요소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