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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책, 베스트셀러가 되다 ‘조선요리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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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책, 베스트셀러가 되다 ‘조선요리제법’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1.01.18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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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민족의 식문화를 담다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한국인의 힘은 밥심에서 나온다는 옛말이 있다. 그 말이 틀리지 않은 것은 한국 사람은 그 어느 민족보다 끼니에 관한 애착이 강하다. 세계적인 동영상 공유 서비스 유튜브에서도 한국인의 음식 사랑은 그 어느 국가 보다 돋보인다. 

한국 사람은 정의 표현으로 안부 인사를 할 때 서로의 식사를 챙긴다. ‘밥 든든히 먹고 힘내’라는 말은 가장 큰 애정이 담겨있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과거부터 우리 조상은 집에 귀한 손님이 왔을 때 한 상 푸짐히 차려 대접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손님이 방문하면 음식을 넘치게 차리는 것은 상관없지만 부족하게 대접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한국인의 주식, 밥 /픽사베이
한국인의 주식, 밥 /픽사베이

그만큼 한국인의 음식 사랑은 그 유래를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미식의 나라로 잘 알려진 프랑스 외에도 여러 국가에서 자국의 음식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일이 많지만, 왜인지 한국인의 밥 사랑은 진지하다. 굳이 요식업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어떻게 하면 더 맛있는 음식의 조합을 찾을까’를 골몰히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밥 사랑은 어디서부터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을까.


요리책, 베스트셀러가 되다

훌륭한 한식 조리법은 현대에 와서 새로이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과거부터 쭉 거슬러 온 방식도 있다. 지금은 온라인을 통해 검색만 해봐도 온갖 요리 레시피를 접할 수 있지만, 과거엔 주방에서 전해져 내려오던 조리법이 조금씩 모양을 달리하며 사용됐다. 
 

조선요리제법 /국립민속박물관
조선요리제법 /국립민속박물관
조선요리제법 /국립민속박물관
조선요리제법 /국립민속박물관

구체적인 레시피를 볼 수 있는 요리책은 근대에 와서 등장했다. 인쇄술이 발달하고 책의 대량 생산과 유통이 가능해지며 요리책 역시 대중성을 확보하게 된다. 이를 구매하는 사람도 크게 늘었으며 학교부터 부인 단체 등 여러 곳에서 시행되는 조리 교육 실습 역시 증가했다. 이때 점점 더 요리책에 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되고 처음으로 일반 서적을 제친 요리책 베스트셀러가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1917년 근대 조리 역사에서 길이 남을 요리책이 등장한다. 바로 방신영 저자의 요리책 ‘조선요리제법(朝鮮料理製法)’이 그 주인공이다. 한참 요리책에 관한 수요가 많을 때 등장한 이 책은 발표 이후 45년간 34판을 기록하며 대한민국 요리인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책의 저자인 방신영 교수는 이화여자전문학교 가사과에서 수업하며 학생을 가르쳤다. 어머니의 음식 솜씨가 매우 뛰어났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도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의 조리법을 익히고 음식을 배워왔다고 한다. 

조선요리제법은 우리 음식의 조리법을 하나하나 모아 근대식 조리법을 대입해 기록한 서적이다. 초판에는 방신영 교수의 어머니로부터 배워왔던 전통 음식을 바탕으로 한 기록이 주를 이뤘으며 그 외에 외국 요리를 만드는 법도 함께 담겼다고 한다. 그 후로 꾸준히 수정과 보완을 거치며 개정증보판이 여러 차례 간행되어 왔으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조선요리제법은 세월에 따라 여러 내용에서 수정과 보완을 거치며 시대에 맞는 조리법을 제시했다는 것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전통 조리법을 근대식 음식 조리법으로 발전시켜왔으며 우리가 이 시대 맛보고 있는 여러 가지 음식의 기초가 되는 서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책에는 우리 음식 수백 종에 대한 기록을 엿볼 수 있는데 판본별로 다양한 요리가 담겨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흔히 한국인의 주식으로 탄수화물인 밥을 떠올릴 수 있지만 조선요리제법에는 그 주식류만 해도 굉장히 다양하다. 죽부터 미음, 떡국, 만두, 국수 등의 여러 가지 기록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국물 요리에 관한 정보 역시 풍부하게 담겨있다. 나물이나 찌개, 지짐이, 찜, 볶음 등 대중적인 요리들도 여럿 기록된 가운데 족편 볶음이나 편육, 육회 각종 마른반찬에 관한 내용도 서술되어 있어 한식 레시피 역사를 총망라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명절 음식, 떡국 /픽사베이
한국의 명절 음식, 떡국 /픽사베이

이 책이 가진 특별한 점은 단지 요리 기법에만 국한되어 서술한 것이 아닌 한국의 식문화를 오롯이 담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에 있다. 초판에는 조선 요리법과 지역의 유명한 음식을 소개한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뒤로 갈수록 요리의 기초 그리고 식품의 일반적인 지식, 요리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양념류까지 한식 조리에 관한 총체적인 내용이 기술됐다. 그 외에도 한국 음식 조리에서 빠질 수 없는 메주와 장, 초, 김치, 장아찌 종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뤘으며 1942년 ‘개정 증보 조선요리제법’에는 상 차리는 법을 자세히 다뤄 기술했는데 교자상 식단의 음식명과 이를 차리는 방법인 반배도를 참고하도록 넣었다.
 

한식 재료에 빠질 수 없는 고추장 /픽사베이
한식 재료에 빠질 수 없는 고추장 /픽사베이

또한 1954년 신간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에는 계절별로 유용하게 참고할 수 있는 식단표가 정리되어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때의 계절별 특징에 따라 차릴 수 있는 상차림을 따로 제시해 놓은 내용이다. 여름엔 냉면상과 안주상이 돋보이며 가을엔 명절 식단표를 정리해 놓았고 겨울엔 비빔밥 상차림과 떡국 상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 /국립한글박물관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 /국립한글박물관

눈에 띄는 것은 전병부터 화채, 정과, 강정, 유밀과 등 한국의 주전부리까지 자세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책이 재판되면서 궁중음식인 구절판 만드는 법까지 내용이 나와 있는데 그야말로 한식의 역사라고도 볼만큼 모든 종류의 음식이 모여 완성된 서적이다. 

긴 시간 대중 요리법의 기준이 되어 온 조선요리제법은 한식 수백 종을 집대성하며 전통 음식을 기록하고 시대의 맞춘 조리법을 제시했다는 것에서부터 큰 의미를 가진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방신영 교수의 요리책을 한참이나 들여다봤을 근대의 신여성들은 어쩌면 지금 우리의 모습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식, 영양 가득 제철 식자재의 활용 돋보여

한국 음식 하면 외국인이 많이 떠올리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배달문화’다. 이 전엔 김치나 비빔밥, 불고기 등 메뉴에 국한되어 한국 음식을 연상하는 일이 많았지만, 한 번이라도 한국에 방문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국내 배달 문화는 매우 인상 깊게 여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흔히 배달하는 음식의 종류도 다양하다. 과거 중국요리, 피자, 치킨 등이 배달의 주류를 이뤘다면 지금은 초밥, 쌀국수, 삼겹살, 곱창 등 대부분 요리가 모두 배달이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요즘엔 커피, 빵까지 배달하는 것이 흔한 일이다 보니 그만큼 한국 배달 문화가 엄청 발달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배달 문화가 발달하기 전까지는 대부분 가정에서 집밥을 먹는 것이 보통이었다. 가족 외식은 아무리 많아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가 일반적이었고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요리하여 온 가족이 다 같이 식사를 하곤 했다. 지금이야 1인 가구를 포함한 소형가구가 많다 보니 밥상을 차리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지만 과거엔 대가구 위주의 가족 형태가 많았고 한 끼의 밥을 차리는 일이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현대엔 성별의 구분 없이 누구나 밥을 하고 살림을 하지만, 과거엔 비교적 밥상을 차리는 일은 주로 집안의 여성이 도맡아왔다. 가족이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구성한 식단은 영양소가 고루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아 그야말로 건강 식단으로 한 끼를 먹는 일이 잦았다. 한국의 밥상은 밥과 국 혹은 찌개 그리고 다양한 반찬들로 이뤄져 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을 골고루 갖춘 한식 요리는 어머니의 손맛으로부터 쭉 이어져 왔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식자재의 활용으로 영양상 균형잡힌 한 상을 맛 볼 수 있다 /픽사베이

어머니의 밥상이 영양상으로 균형 잡혀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제철 재료의 활용으로부터 설명된다. 한국 음식은 예로부터 각 계절의 제철 재료 사용이 돋보였다. 계절마다 여러 가지 농작물을 길렀던 것은 물론 조리법까지 다양해서 영양과 맛을 모두 잡는 요리가 많았다. 음식 재료는 제철에 구하면 값이 저렴하고 영양가가 풍부해서 든든한 식사 구성에 훌륭한 역할을 하는데 우리 어머니들은 시장에 나가 이를 구매해 가족의 건강을 생각한 밥상을 완성하셨다. 

예로부터 추운 겨울엔 영양가가 가득한 뿌리채소를 즐겨 먹곤 했다. 우엉이나 더덕, 당근, 토란, 연근 등 각종 뿌리채소를 활용한 요리법이 다양했다. 따뜻한 봄이 오는 시기엔 자연의 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달래나 냉이를 조리해 먹었으며 여름, 가을엔 달달한 옥수수와 감자, 무가 식탁의 주인공이 됐다. 요리서는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지만 우리네 어머니는 가정으로부터 내려온 다양한 레시피를 활용해 이를 볶기도 하고 조림으로 내기도 하며 한 상의 풍요로움을 책임졌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 더 맛있게 조리하는 이 모든 레시피는 한 가정의 것이기도 하면서 어찌 보면 과거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귀한 우리 모두의 자산이기도 하다. 
 

다양한 채소들 /픽사베이

땅에서 나는 농수산물 외에도 한식에는 신선한 육류와 어류 재료 사용이 돋보인다. 방신영 교수의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에도 나와 있는 조갯국, 생선조림, 생선전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먹어왔던 것에 해당하며 현대에서도 다양한 조리법을 통해 알려진 요리다. 고기류를 활용한 갈비찜과 편육, 영계찜에 관한 내용도 실려 있는데 특히 영계찜은 그 레시피를 잘 살펴보면 우리가 현대에 흔히 먹는 찜닭과 다르지 않아서 흥미롭게 느껴진다. 
 

대추가 들어간 갈비찜 / 픽사베이

방신영 교수의 책을 보다 보면 ‘전유어’라거나 ‘잡과편’ 같은 한눈에 파악이 되지 않는 요리도 다수 발견하게 된다. 전유어는 쉽게 말해 생선으로 만든 전 요리를 말한다. 생선을 포를 떠서 썬 다음 밀가루와 달걀을 묻혀 기름에 부쳐 조리한다. 궁중에서는 이를 전유화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사실 우리나라에 전 요리가 워낙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고기를 잘게 다져서 뭉쳐 구운 완자나 간, 소고기를 부친 육전, 새우나 굴을 부친 해산물 전도 있다. 애호박이나 연근 같은 채소를 부쳐 먹기도 했으며 풋고추의 반을 갈라 씨를 발라내고 안에 당근, 양파, 소고기를 다져 채운 전도 많이 알려진 레시피다. 전부 다 밀가루와 달걀 물을 묻혀 기름에 부치는 비교적 간단한 요리들이지만 준비한 재료에 따라서 각기 다른 맛을 내는 요리가 되는 것이다. 
 

다양한 한국의 전 요리 /픽사베이

잡과편은 떡의 한 종류인데 밤과 대추, 잣, 호두 등 몇 가지 재료들을 섞어 만든 떡을 의미한다. 역시 베이스가 되는 멥쌀가루가 들어가지만 주로 재료들이 가진 자연 본연의 맛을 그대로 맛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주전부리다. 곡식이 풍부하게 자라날 때 먹었던 가을철 음식으로, 간단하지만 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려주는 조리법이 활용되어 건강하게 먹어볼 수 있는 우리 음식이다.


식도락에 빠진 현대의 한국인

세계적인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 유튜브에서도 한국인의 요리 애착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른바 ‘먹방’이라는 콘텐츠는 현재 국내를 넘어 외국에서도 굉장히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전부터도 국내에서 먹방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항상 존재해 왔지만, 특히 201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한국 먹방이 세계적으로 이슈가 됐고 이를 해외 매체에서 다루는 일이 많아졌다. 이에 관한 여러 가지 분석이 있지만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시점에 인터넷 인프라가 잘 갖춰진 한국 먹방이 세계의 눈길을 끄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한국인의 ‘먹방’콘텐츠가 이슈화된 것에는 또 다른 요인이 존재한다고 보인다. 한국인의 먹방이 외국인에게도 특별한 콘텐츠로 인식된 것은 먹방 유튜버가 선정하는 한국 음식의 독창성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한국 유튜버들은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을지 그 조화를 생각하면서 먹방 소재를 찾는다. 매운맛에 특화되어 있는 민족이어서 매운 불냉면, 매운 김치, 매운 떡볶이 등의 자극적 소재 역시 눈에 띄지만 이와 함께 먹는 불고기, 만두, 튀김의 조화 역시 외국인에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요소다. 최근에는 불닭볶음면과 핫도그를 같이 먹는다거나 분식으로 떡볶이, 튀김, 어묵, 김밥 등을 함께 먹는 콘텐츠도 유명하다. 라면에는 파김치를 꼭 곁들여서 먹어야 하며 특히 한식 상차림 콘텐츠는 메인이 되는 요리인 찌개, 볶음, 구이 이외에 각종 밑반찬과 쌈 채소 등까지 더해지면서 다양한 음식이 올라오는 한 상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음식을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생각하는 한국인의 특성이 더 맛있는 요리 조합을 찾게 하고 이는 어찌 보면 한식의 세계화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예측된다. 먹방에 관한 부정적 견해도 존재하지만 한국인은 명실상부 식도락을 즐길 줄 아는 민족임이 틀림없다. 시대에 따라 음식이 가진 문화와 그 모습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한국인의 밥에 대한 애정은 변하지 않을 듯하다. 


참고서적 : 「음식고전 : 옛 책에서 한국 음식의 뿌리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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