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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으로 만드는 나무조각의 예술, 목조각장 송헌 전기만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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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으로 만드는 나무조각의 예술, 목조각장 송헌 전기만 선생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0.12.29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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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을 만드는 장인의 손길 /국립무형유산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목조각장'은 목조각의 전통적인 기술을 전수받아 이 일에 종사하는 장인을 가리킨다. 1996년 중요무형문화재(현 국가무형문화재) 제108호로 지정되었다. 목조각은 삼국 시대에 불교가 전해지면서 사찰 건축과 불상 등 불교 의식과 관련된 조각들이 만들어지면서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러 차례의 전란으로 인해 대부분 소실, 분실되어 현재까지 전하는 것은 많지 않다. 

원래 목조각은 보존성이 낮은 목재의 한계로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예가 드물다. 다만 <농경문청동기>, <다뉴세문동경>, <울주 반구대 암각화> 등 남아 있는 그림을 통하여 추측할 수 있다. <경국대전> 경공장조에도 조각장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면 궁중과 관청 등 국가적 차원에서 목조각이 쓰였음을 알 수 있다.


목조각의 재료와 작업 과정 

목조각에 쓰이는 도구들 /문화유산채널

목조각은 목재를 깎고 다듬어 유용하게 쓰려는 데서 비롯된 오랜 전통을 가진 기술로서 그 종류는 다양하다. 기법으로는 음각, 부조, 양각, 투조, 환조, 음양각 등이 있으며 사용되는 칼은 창칼, 평칼, 삼각칼, 반원칼, 원칼 등이 있다. 모든 나무는 목조각의 재료가 될 수는 있지만 주로 향나무, 전단 향나무, 침향목, 피나무 등이 사용되며 작품의 소재에 따라 목재의 선택도 달라진다.

목조각은 우선 향나무, 피나무 등의 목채를 채취해 준비한다. 이후 목재를 자연 건조시키거나 열을 가해 인위적으로 건조시킨다. 목재 결의 상태를 살펴 견고한 접목이 가능하도록 재단하고, 재목을 각 부위에 맞게 가접목하여 전체 용적을 만든다. 다음으로 반원칼, 큰 평칼 등을 사용해 불필요한 부분을 쳐내는 걷목 공정을 거친다.

목조각을 하는 과정 /문화재청

걷목 공정이 끝나면 접착했던 부재들을 다시 분리한 후에, 분리된 부재를 다시 접목할 때는 아교나 어교·찹쌀풀 등을 사용한다. 걷목과 접목이 끝나면 형태를 완성한 후 채색 단계에 들어간다.

조각이 끝난 불상은 접착이 완전히 이루어지고 난 뒤 나뭇결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그대로 두었다가 채색 작업을 한다. 사포로 표면을 곱게 다듬은 다음, 그 표면에 금분을 입힌다. 마지막으로 불상에 눈동자를 그려 넣고 복장물(숨겨놓은 재물 등)을 넣으면 된다. 


목조각장 송헌 전기만 선생

 

작업중인 전기만 선생 /문화유산채널

현재까지 남아서 전해지는 목조각의 종류는 탈, 장승, 솟대 등 생활과 관련된 조각도 있지만 불교에서 사용된 목조각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목조각은 불교가 전래된 이후 사원 건축과 불상조각을 중심으로 발전하여 불교 조각에 뛰어난 작품이 많다.

목조각장은 나무로 불상을 깎는 일을 맡아 하는 장인이다. 목조각장이 갖춰야 할 기본 요건은 숙련된 기술뿐만 아니라 조형적 감각과 높은 안목도 필수적이다.

목조각이 일반 조각과 다른 점은 불상이 단순한 감상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불상의 품격을 판단하는 기준도 일반 조각과는 다르게 적용된다. 형태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입체감과 비례미는 물론 고유의 조형미 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송헌 전기만 선생 /문화재청 

우리나라의 목조각장 중에서 2001년 12월 21일 중요무형문화재 제108호 목조각장 기능보유자로 인정된 전기만 선생이 있다.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전기만 선생은 해방 후 해주에서 미술 학교에 입학해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목조각에 더 관심이 많았다. 제대 후에는 대구와 대전을 중심으로 목조각 관광 상품을 만들어 팔아 생활을 유지했다. 그밖에도 그는 전국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 동아일보 주최 공예전 등을 무대로 활약하며 이 분야에서 명성을 쌓았다. 

그렇게 목제탈 제작 분야에 종사하던 그는 1970년대 들어 불교조각 분야에 입문한다. 어릴 때 할머니를 따라 절에 다니며 접했던 불상이 영감으로 떠올라 불상 조각을 작업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초반에는 삼국시대, 고려시대 불상을 모델로 작업했지만 만족할 만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중요무형문화재 불화장 기능보유자인 석정 스님의 조언에 따라 조선시대 목불을 연구해 보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는 불교조각분야에 본격 입문한 이래 수백여 구가 넘는 불교 조각을 완성하였다. 불상의 양식에 있어 통일신라의 고전양식과 조선시대의 불상이 가진 독특한 고전 양식의 한 전형을 시도하고 이를 표현하는 데에도 무리 없는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목조보현보살좌상 /한국문화재보호재단
문수보살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전기만 선생이 주로 사용하는 주재료는 은행나무이다. 은행나무를 껍질채 보관해 서서히 건조시켜 뒤틀림과 갈라짐을 미연에 방지한다. 나무의 건조 상태를 봐 가며 순서에 따라 작업을 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몇 차례의 옻칠을 입히기 때문에 뒤틀림이나 갈라짐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의 조각은 단정한 자세, 균형 잡힌 원만한 얼굴 표정, 당당한 어깨, 안정감 있는 무릎 등 전체적으로 균형미가 뛰어난 조선시대 불상의 특징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산 육주사 목탱, 서울 난곡사 비로자나 삼존과 지장, 해인사 보형암 삼존과 후불목탱, 도봉산 망월사 관음상과 후불목탱, 부산 해동용궁사·보림사·고심정사 삼존불 등 수백여 구의 불교 목조각을 완성한 장인은 2001년 12월 국가무형문화재로 인정되었다. 2019년 개최한, 전기만 선생과 제자들이 만든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송헌 전기만 전승전은 벌써 3회째를 맞고 있다. 

비로자나불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전기만 선생 /문화유산채널

스승으로서 그가 제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은 ‘마음 다스리기’다. “작가의 표현은 작품이 아니라 정신에서 나온다. 조각은 마음을 손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모든 사물과 사람을 대할 때는 늘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허영심과 자만심은 작품을 망칠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작업에만 집중하기 위해 충남 금산의 조용한 시골 마을에 작업장을 두고 있다. 조선시대 목조각상이 대부분 불상이다 보니 세상사와 멀어진 곳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지금도 제자들과 함께 더 좋은 조선시대 불상을 조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전기만 선생은 “작품을 만들 때는 내 손으로 완성된 불상이 후세에 전해져 수천 년 동안 빛을 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라며, “생이 다해 저 세상으로 떠난다고 하더라도 내 작품이 오랫동안 남아 후손들에게 감흥을 전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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