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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생명을 존중하는 이들의 작지만 강한 외침을 엿보다, ‘코리아 비건페어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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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생명을 존중하는 이들의 작지만 강한 외침을 엿보다, ‘코리아 비건페어 2020’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0.11.2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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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비건’이라고 하면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라고 알고 있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한다지만, 사회는 아직도 이들을 ‘소수’로 바라본다. 이런 인식을 깨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지난해에 이어 개최된 ‘코리아 비건페어 2020’이 대표적이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등의 전염병과 관련해 앞으로 지향해야 할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비건 산업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그 방향성에 대해 제시하는 박람회였다.

이번 비건페어에는 약 60여개 업체가 참여했다. 비건 식품, 비건 화장품, 비건 패션 등 비건 제품과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친환경 제품 등 종류도 다양했다. 사용된 재료는 물론, 만든 제품의 수익까지 동물과 환경을 위해 기부하는 업체가 많았다.


‘비건’이 만들고, ‘논 비건’이 쓴다

현장에서 만난 비건 업체 대표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자신이 비건이라 비건을 위한 제품을 만들거나, 비건이 아니어도 생명과 지구의 환경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 싶은 경우였다.
 

지구본 베이커리의 제품 / 전은지 기자
지구본 베이커리의 비건빵 / 전은지 기자

‘빵’하면 우유, 버터, 계란, 밀가루 등이 들어간다. 하지만 비건을 지향하는 이들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빵을 먹을 수 없다. 7년째 채식 중인 지구본 베이커리의 홍미정 대표는 빵을 좋아하지만 먹을 수 없어 직접 만들게 됐다고 한다.

홍미정 대표는 “기존의 제빵 공법과 채식 베이커리 공법이 다르다. 오랜 연구 끝에 지구본 베이커리를 시작한 지는 2년째”라며 “지구의 본질을 생각하는 베이커리라는 의미에서 지구본(The root of the earth)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말했다.

지구본 베이커리의 빵에는 두부, 통밀, 비정제설탕, 코코넛오일, 쌀가루, 찹쌀 등이 사용된다. 그래서 비건은 물론 우유를 먹지 못하는 사람, 식이조절이 필요한 사람, 유아까지 걱정없이 먹을 수 있다. 아이디어스에도 입점해, 스콘과 브라우니 등은 후기가 100여개가 이어질 정도로 인기가 있다.
 

패니제로의 가방, 소품 / 전은지 기자
패니제로의 가방, 소품 / 전은지 기자

패니제로(FANIZERO)는 비건에 관심이 많은 김다영 대표가 만든 비건패션브랜드다. 이제 막 제품 개발과 제작을 마치고 12월부터 판매된다는 패니제로의 가방은 비동물성 소재를 사용했으며, 시즌별로 패션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을 콘셉트로 한 ‘FASHION ANIMALS ZERO’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김다영 대표는 “스마트 2030 청년창업 프로그램 등 정부 지원을 받아 비건패션브랜드를 론칭하게 됐다. 패션에서 동물을 사용하지 않고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이름도 ‘패니제로’라고 지었고, ‘고통없이 아름다움을 더한다(NO PAIN MORE BEAUTY)’는 브랜드 이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니제로의 브랜드 이념이 인상적이다 / 전은지 기자
'NO PAIN MORE BEAUTY'라는 패니제로의 브랜드 이념이 인상적이다 / 전은지 기자

패니제로의 가방과 소품은 비동물성 소재를 사용해 가볍고, 긴 직사각형의 디자인 포인트를 브랜드 시그니처 디자인으로 택해 더욱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다. 처음 선보이는 만큼 걱정이 앞섰다는 김다영 대표는 “제가 만든 가방이라 제 눈에 예쁜 가방이지만, 보시는 분들도 예쁘다고 하시니 페어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긍정적 반응을 보니 다행이다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 전은지 기자
‘FASHION ANIMALS ZERO’ 프로젝트의 첫 번째 동물인 앙고라 토끼를 활용한 가방참과 굿즈 / 전은지 기자

시즌별로 진행되는 ‘FASHION ANIMALS ZERO’ 프로젝트의 첫 번째 동물은 앙고라 토끼다. 이를 활용한 굿즈는 물론, 가방에 장식으로 달 수 있는 참까지 토끼 모양으로 디자인했다. 매시즌별로 선보이는 프로젝트에서도 동물들을 가방의 패턴이나 소품으로 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할 것이라고 한다.
 

/ 전은지 기자
‘퐁(fxng!’)의 친환경 비누들 / 전은지 기자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비누도 비건비누가 따로 있다. ‘퐁(fxng!’)은 비건비누이자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고 개발된 친환경 비누(Vegan&Cruelty-free Soap)다. 태국어로 비눗방울이라는 뜻을 가진 ‘퐁(fxng!’)의 이마리 대표는 “비누를 만들면서 동물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이기적인 것 같았다”며 브랜드를 만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퐁의 비누에는 팜오일이 들어가지 않았다. 팜유는 생활용품에 흔하게 들어가는 재료로, 기존의 산림을 파괴하고 기름야자 농장을 만드는 등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그래서 퐁은 팜오일을 사용하지 않고, 시어버터, 호박씨오일, 올리브오일 등의 천연 재료와 여러 가지 아로마 에션셜 오일을 블렌딩하며, 암석에서 추출한 천연파우더로 색을 낸 친환경 비누를 만들고 있다.
 

비누이지만, 케이크와 같은 디자인을 하고 있다 / 전은지 기자
비누이지만, 케이크와 같은 디자인을 하고 있다 / 전은지 기자

특히, 퐁의 비누는 디자인부터 독특하다. 흔히 천연비누, 수제비누라고 하면 앤틱한 디자인을 떠올리는데, 이마리 대표는 그런 인식을 깨고 비누를 보다 젊고 대중적인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그래서 2030 젊은 층이 선물을 하거나, 피부 트러블이 있는 자녀를 위해, 피부가 민감한 사람들이 사용하기 위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각각의 비누는 이름도 다르며, 사용한 아로마 오일이나 성분도 다르다.

브랜드를 런칭해 온라인으로 판매한 지 2년 정도 되었지만, 클래스 101에서 비건비누 제작법 클래스를 운영할 정도로 마니아층에게 인기가 있다. 이마리 대표는 비건비누를 알리면서, 비누를 만들어 저소득층 대학생이나 고아원에 기부하는 등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먹을 수 있는 네잎클로버 / 전은지 기자
먹을 수 있는 네잎클로버 / 전은지 기자

비건을 위한 식재료도 다양했다. 흔히 토끼풀로 알고 있는 네잎클로버를 식용으로 먹을 수 있도록 자연방식으로 육성한 농업회사법인 ㈜푸드클로버다.

오양섭 푸드클로버 부사장은 “클로버는 화이트클로버, 레드클로버로 나뉘는데, 식약처에 따르면 화이트클로버는 잎, 레드클로버는 꽃이 식용가능하다”라며 “다량의 네잎클로버 생산이 가능한 이유는 자연농법을 택했기 때문이다. GMO 조작없이 네잎클로버만 계속 심어서 70%의 확률로 성장하도록 한 것이다. 자연적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전은지 기자
 샐러드나 건조잎으로 먹을 수 있는 네잎클로버 / 전은지 기자

생산된 네잎클로버는 다양한 식재료로 활용된다. 샐러드는 물론, 분말로 만들어 차로 녹차와 함께 차로 마시거나 각종 식재료의 데코레이션으로 사용할 수 있다. 2018년에는 스타벅스 오트 그린티 라떼에 토핑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특히, 네잎클로버가 식재료로서 중요한 이유는 단백질이 함유된 유일한 엽채류이기 때문이다. 오양섭 부사장은 “학계 조사에 의하면 클로버에는 단백질 성분이 40% 함유되어 있다. 대체식품으로 콩 등의 식물성 단백질이 있지만, 채식을 한다면 클로버와 같은 엽채류를 같이 먹어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소중한 생명을 위해 비건이 되어야 한다

비건페어에서는 관련 업체 외에도 부대행사로 강의가 진행됐다. 행사 둘째 날인 20일에는 오로지 작가가 ‘GMO 재앙과 대응책’을,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가 ‘우리가 비건이 되어야 할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국의 GMO 재앙을 보고 통곡하다’라는 저서를 지은 오로지 작가는 ’식품과 약품의 변화가 가져오는 한국의 재앙’을 부제로 2시간 여의 강의를 진행했다. 평소 잘 알지 못했던 내용을 설명해서인지 관심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모였다.

오로지 작가의 강의는 쓰나미 사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환경적인 쓰나미도 있지만, 앞으로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질병 쓰나미’이며 그 원인은 GMO 식품에 있다고 강조했다.

오로지 작가 / 전은지 기자
전은지 기자

오 작가는 “대장암, 당뇨병, 자폐증, 기형아 출산, 불임 등 모든 질병 발생율의 1위가 한국이라고 봐도 무난하다. GMO 식품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과학적 증거와 논문이 많지만, 우리나라는 GMO 식품 수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어린이와 여성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며 이는 인구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강연에서 몬산토와 글리포세이트 2가지만 기억하라고도 강조했다. 몬산토는 GMO 식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악랄한 기업이며, 이들의 만행을 지적하는 서적과 언론 보도가 수없이 나왔다고 말이다.
 

전은지 기자
전은지 기자

글리포세이트는 발암물질로 판정받은 물질로, 흔히 우리가 먹는 여러 작물에 다량 들어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하지 않는다고 오로지 작가는 분노에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글리포세이트는 녹슨 파이프를 닦는 클리너, 잡초를 죽이는 제초제 등으로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초제를 많이 사용하는 만큼, 여러 작물에 포함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작가의 주장이다.

오로지 작가는 “해외에서는 GMO 식품에 대한 반대운동 등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최대로 수입하고 있다. 이로 인한 질병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GMO 표시제가 시행되어야 하며, 친환경적인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은지 기자
전은지 기자

이어진 강연에서는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가 ‘우리가 비건이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지연 대표가 강조한 것은 ‘탈육식’과 ‘종차별 철폐’다. 동물해방물결이 2018년부터 탈육식 운동을 해왔는데 전문가들도 이를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번에 육식을 그만둘 수는 없으니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면서 육식을 탈피하자는 것이다.

탈육식을 해야하는 이유는 생명의 존중없이 살처분되는 동물들 때문이다. 이지연 대표는 “모든 지각 있는 존재는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며 돼지, 닭, 소 등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등장한 동물복지축산도 좋은 해결책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동물들이 사람에게 고기를 제공하기 위해 성장하는 환경이 기존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날 강연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 비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어느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 전은지 기자
이날 강연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 비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어느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 전은지 기자

탈육식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기후위기’를 강조한다고 이지연 대표는 말했다. 그녀는 “축산업이 탄소배출 등 생태환경에 주는 피해가 크다. 기후위기가 오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동물”이라며 “인류가 채식을 하고 축산업에 사용되던 농지를 숲으로 바꾸면 기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된다”고 말했다. 나 하나가 미칠 수 있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동물의 고통을 줄이고 기후문제를 해결하는 결과적인 요인이 크기 때문에 비건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이 강조하는 생각이다.


K-핸드메이드 페어와 함께 진행된 비건 페어는 규모는 작았지만, 사람들에게 비건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전달한 목소리는 크게 다가왔다. 이번 페어를 통해 지금까지 막연하게 비건은 고기 먹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여겨졌다면, 환경을 위해 비건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생각이 조금은 바뀌는 이들도 생겼으리라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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