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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나라의 전통 악기, 옛 사람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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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나라의 전통 악기, 옛 사람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다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0.10.26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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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을 연주하는 손길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흔히 우리 나라의 전통 음악에 쓰이는 전통 악기를 국악기라고 한다. 거문고나 가야금처럼 옛 상고시대부터 전해지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피리나 비파처럼 중국 서역에서 전래된 것들도 있다. 우리 나라의 전통 악기의 종류만 대략 50-60종이 넘는데, 이 중에서도 우리에게 친숙한 악기들인 거문고나 대금 같은 악기에 기묘한 설화가 담겨져 있는 것들이 있다.


전통악기 안에 담긴 기묘하지만 오래된 이야기


전통 목관악기 중 하나인 대금엔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만파식적 설화가 담겨 있다. 신라의 31대 신문왕이 아버지 문무왕을 위해 동해변에 감은사를 지어 추모하던 중 동해의 한 섬에 대나무 하나가 생긴다. 이 대나무는 낮이면 갈라져 둘이 되고 밤이 되면 하나가 된다는 기이한 소문에 직접 왕이 그 자리를 찾자 용 한 마리가 나타난다. 왕이 그 용에게 대나무가 왜 이런지를 묻자 용은 '한 손으로는 어느 소리도 낼 수 없지만 두 손을 마주치면 소리가 나니, 이 대나무도 합친다면 소리가 날 것이며 천하의 보배가 될 것이다' 라고 예언한 후에 사라졌다고 한다. 왕이 그 대나무를 베어 피리를 만들어 부니 나라의 모든 걱정과 근심이 사라져 그 피리를 국보로 삼고 이름을 만파식적으로 지었다는 특별한 이야기다.

 

거문고를 연주하는 사람 /flickr

 

우리나라의 전통 악기인 거문고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삼국사기에 보면 학을 토대로 한 불교 설화가 나오는데, 여기에 거문고의 유래가 등장한다. 거문고의 제작에 대해 신라의 옛 기록인 신라고기에서 이르기를, 처음 친나라 사람이 고대 중국의 현악기인 칠현금을 고구려에 보냈는데 고구려 사람들은 그것이 악기임을 알지만 연주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 이 악기를 연주하는 자에겐 후한 상을 준다고 하였다. 그러자 재상 왕산악이 그 악기로 백여 곡을 지어 연주하니, 이 때에 검은 학이 와서 춤을 추어 그 악기를 현학금이라 불렀다가 나중에 후세 사람들이 '학' 자를 떼어 버리고 현금이라 하였다는 것이다. 참고로 '현금'은 순 우리말인 거문고의 한자식 표기이다. 거문고를 연주하자 갑자기 검은 학이 나타나 우아하게 춤을 췄다니, 이렇게 낭만적인 이야기가 있을까.


각국의 전통 악기들에도 스며들어 있는 마법 같은 이야기들


이처럼 우리나라의 거문고나 대금 같은 악기에 담겨 있는 설화가 전해져 내려오는 것처럼 다른 나라들의 전통 악기에도 신비한 이야기들이 깃들어 있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요정이 등장하거나, 마법사가 나타나거나,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산중턱에서 염소떼를 몰며 평화롭게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말이다.

 

베트남의 단바우(Dan Bau) /flickr

<베트남 단바우- Dan Bau>

단바우는 한 요정이 어느 맹인 여성에게 준 악기라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사람의 목소리를 닮은 특유한 구슬픈 음색을 가졌기 때문에 서사시를 노래하는 음악가들이 특히 선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세기 초 베트남 실내악의 기본 악기로 자리잡았다. 단바우는 바닥에 놓고 연주하며 연주자가 왼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오른손은 대나무로 만든 티크를 쥐고 줄을 뜯어 소리를 낸다. 줄의 탄성으로 다채로운 소리가 나면서 구슬픈 음색을 내는 게 단바우의 특징이다.

 

아프리카의 젬베(Djembe) /flickr

<아프리카- 젬베 Djembe>
아프리카의 전통 악기인 젬베는 손바닥과 손가락으로 가죽 부분을 두드리며 연주하는데 비교적 연주법이 쉬운 편이다. 일반적으로 통나무를 술잔 모양으로 조각해 윗부분에 염소나 산양의 가죽을 씌워 만든다. 젬베는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는 다재다능한 드럼으로 북소리가 매우 크기 때문에 대형 타악기와 앙상블을 넘어 독주 악기로서도 존재감을 뽐낸다. 

젬베엔 꽤 흥미로운 신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오래 전, 사람들은 드럼을 모를 때 침팬지들은 드럼을 갖고 있었다. 이 숲에는 한 사냥꾼이 살았고, 침팬지들은 종종 그의 캠프 근처에 놀다 가고는 했다. 어느날 그 사냥꾼이 사냥을 나갔을 때 그는 침팬지들이 나무에서 과일을 먹으며 드럼을 치고 있는 걸 보았다. 사냥꾼은 그 침팬지들이 갖고 있는 드럼에 매료되어 덫을 놓기를 결심했다. 덫을 놓은 다음날 그는 침팬지들이 우는 소리를 들었고, 가 보니 덫엔 드럼을 갖고 있는 침팬지가 걸려 있었다. 사냥꾼은 그 드럼을 마을로 가져갔고, 드럼을 뺏긴 침팬지들은 대신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울었다. 그날부터 드럼을 치는 사람들은 일명 탬버린 플레이어, 두드리는 사람으로 불렸다고 한다. 

 

백파이프를 연주중인 연주자 /flickr

<스코틀랜드- 백파이프 Bagpipe>

백파이프는 스코틀랜드 문화와 관련있는 관악기이다. 공기주머니 모양 안에 들어 있는 풀무와 몇 개의 소리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입이나 풀무로 공기주머니에 공기를 불어넣어 그것을 밀어냄으로써 주머니에 달린 관을 울리게 해 소리를 낸다. 아시아·아프리카 각지, 유럽 전역에서 옛날부터 민족 악기로 사용되었는데 스코틀랜드에서는 현재도 군악용 악기로서 유명하며, 영국 민요에 많이 쓰이고 있다. 

팬파이프는 세계 각지에서 매우 오랫동안 연주되고 있는 악기인 만큼 그 발생 배경을 정확히 단정하기는 어렵다. 서유럽 지역 팬파이프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로는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전원의 신 판과 요정 시링크스의 이야기가 유명하며, 이는 악기의 명칭에도 반영되어 있다. ‘팬파이프’ 또는 ‘팬플루트’는 ‘판의 피리’라는 의미이며, 또 다른 명칭 ‘시링크스’도 요정의 이름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핀란드의 칸텔레(Kantele) /flickr

<핀란드 - 칸텔레 Kantele>

칸델레(kandele)라고도 하며, 핀란드의 카렐리아 지방에서 볼 수 있다. 치터형 현악기인 러시아의 구슬리가 변형된 것으로 헝가리 민속 음악, 특히 집시들이 쓰는 침발롬(cinbalom)과 비슷한 악기이다. 전통적으로 칸텔레는 하나의 나무 조각을 깎아서 만들었다. 현은 다섯 줄에서 열 다섯줄 사이이며, 공명판 위에 부채꼴 모양으로 배열한다. 

핀란드의 민족 서사시 '칼레발라'에서는 칸텔레에 관한 설화가 내려온다. 마법사 베이나메뫼넨이 거대한 물고기의 턱뼈와, 숲의 정령인 히이시의 종마에서 나온 몇 개의 털로 최초의 칸텔레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악기가 만드는 음악은 너무 아름다워 그 아름다움에 매료된 나머지 숲의 모든 생물들이 뛰쳐나왔다고 한다. 후에 칸텔레를 잃어버리자 그 슬픔에 베이나메뫼넨은 자작나무와 처녀의 머리칼을 잘라 다른 칸텔레를 만들었다. 칸텔레는 영원의 마법사가 칼레바를 떠나며 남기고 간 선물로 전해졌다. 

 

페루와 볼리비아의 그 경계, 안데스 산맥의 삼포냐(Zamponia) /flickr


<페루와 볼리비아의 안데스 산맥 어드메 - 삼포냐 Zamponia>
삼포냐는 페루와 볼리비아 국경에 위치한 안데스산맥 티티카카호 주변에 아이마라어를 사용하는 지역 일대에서 연주되는 피리 형태의 목관악기이다.

원래 먼 옛날 페루와 볼리비아의 아이마라족에서 온 것으로, 산에서 내려오면서 여자들은 종종 시쿠를 연주하곤 했다. 여자들은 시쿠를 연주하며 종교의 일부로, 또는 음악적으로 서로 유대감을 가지게 된다. 여자들은 산을 내려올 때 무리지어 모이고, 각 그룹은 서로 다른 곡을 연주하다 함께 모이면 모든 멜로디를 한데 섞어 하나의 완전한 멜로디를 만들었다. 그들은 가끔은 야생 염소를 불러들일 때도 시쿠를 연주하곤 했다.  

 

악기는 과거를 살았던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산실이다
 

편종 /flickr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체명 악기 중 '편종'이란 악기가 있다. 유독 화려한 색깔과 무늬로 뒤덮인 이 악기엔 용, 봉황, 호랑이 등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선조들은 이 악기에도 당시의 의미와 사상을 담았다. 편종에서 종이 매달려 있는 윗부분엔 두 마리의 용이 보이는데, 예로부터 용은 권위를 상징하고 신성한 동물로 여겨졌다. 편종의 틀 양편에도 '포뢰'라는 용의 머리를 새겼다. 전설에 따르면 포뢰는 고래를 제일 무서워하고 갑자기 공격을 당하면 놀라 큰 소리를 지른다고 한다.

옛 선조들은 이 커다란 소리가 나는 편종을 만들고자 하는 소망, 또 나쁜 기운을 막고 복을 불러들이길 원하는 의미로 용을 사용했다. 옛날 민간에서는 용 그림을 대문에 붙여 놓거나 용의 능력을 빌려 물리치려고 했다. 궁중에서는 임금의 권위를 용에 비유해 여러 장식에 문양으로도 활용하였다고 한다. 악기 하나를 만들 때에도 선조들은 용이나 봉황 같은 동물에 나름대로의 특별한 의미를 넣어 악기를 만들었다. 악기 하나하나에도 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옛 사람들의 지혜 덕분에 현대의 사람들이 지금의 악기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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