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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16세의 취미가 자물쇠 만들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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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16세의 취미가 자물쇠 만들기였다?
  • 최미리 기자
  • 승인 2021.03.17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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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핸드메이드 취미를 가졌으나 시대와 재능이 맞지 않았던 비운의 왕들
루이 16세 / 위키피디아
루이 16세 / 위키피디아

[핸드메이커 최미리 기자] 권력과 신분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은 바로 '왕(King, 王)'이다. 왕은 한 나라를 지배하며 만백성의 추앙을 받고 존엄한 존재로 여겨진다. 왕은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고, 사람들에게 무엇이든 명령할 수 있다. 그래서 왕으로 태어나면 오죽 좋겠냐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왕이 되면 세상의 모든 향락을 누릴 수 있을 것만 같다.


왕 노릇 하는 것은 쉬웠을까

왕으로 살면 정말 좋았을까. 조선 왕의 평균 수명은 약 47세로 52세인 양반보다 낮았다. 그런데 평균수명의 산출은 귀족과 평민의 경우에는 낮은 의료수준 때문에 영아사망률이 높아져 평균을 깎는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왕들은 대부분 어느 정도 성장한 사람이 즉위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평균 수명은 차이가 더 클 것이다.

한 나라를 통치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온갖 정적들의 위협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며, 군주로서의 위엄과 격식을 차려야 하기에 하지 말아야 할 것도 많았다. 혼자 있을 시간도 부족했으니 놀기도 힘들고, 운동도 하기 힘들고, 공부도 많이 해야 했다. 왕 노릇도 나름 고역이었을 것이다.

보통 군주들은 학문을 닦거나, 혹은 무예를 수련하여 자신을 수양했다. 그림 그리기와 서예, 글짓기 등도 왕의 위엄에 걸맞은 취미가 있었다. 고려 공민왕, 동로마의 테오도시우스 2세가 그림을 잘 그렸던 왕으로 유명한데, 그들의 회화 작품이 오늘날에도 전해져 그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로 언급되기도 한다.

몇몇 왕들은 어울리지 않는 특이한 취미를 가지는 경우가 있었다. 프랑스의 루이 16세는 자물쇠 만들기가 취미였고, 명나라의 천계제는 목공을 즐겼다고 한다. 왕이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뭔가 소박하고 귀여운(?) 취미이다. 어쩌다 그들은 그런 취미를 가지게 된 것일까.
 

시계 만들기는 고도의 집중력과 기술을 필요로 한다 / 위키피디아
시계 만들기는 고도의 집중력과 공학 기술을 필요로 한다 / 위키피디아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루이 16세, 자물쇠와 시계 만들기를 즐겨 하다

루이 16세(1754~1793)는 프랑스혁명으로 물러나고 아내인 마리 앙투아네트와 함께 단두대에서 처형된 것으로 유명한 비운의 군주이다. 많은 대중들이 루이 16세는 무능하면서 사치를 일삼고 백성들을 착취했기 때문에 혁명의 시발점이 됐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것으로 그를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루이 16세는 의외로 똑똑한 군주였다. 외국어를 여러 개 할 수 있었고 지리, 과학, 역사에 정통했다. 그는 영국의 위대한 철학자, 데이비드 흄과도 교류했고 손수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를 번역했을 만큼 상당한 지식인이었다. 정치적으로는 물론 무능한 부분이 많았다. 분별력이 없고 우유부단했기 때문에 귀족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른 여자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았고 오직 마리 앙투아네트 만을 사랑했던 순애보적인 남자이기도 했다. 또 그는 단두대 개발에도 참여했는데, 단두대가 죄수들을 고통 없이 보낼 것이라 생각해서였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자신이 단두대에서 사형당했지만) 이렇게 보면 그는 악한 사람이라기보다는 군주를 하기에는 너무 유약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특이하게도 루이 16세는 시계, 자물쇠를 만드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어찌나 좋아했던지 베르사유 궁전 안에 자신을 위한 대장간을 마련하고 이 취미를 즐겼다. 서민들이나 할법한 취미를 소소하게 즐긴 것이 사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 취미들은 의외로 엄청난 손재주와 과학 기술을 요구한다.

루이 16세가 이러한 취미를 가졌던 이유는 과학에 대한 지적 호기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단두대를 디자인했을 때도 그는 기존 반월형 모양이 제대로 죄수를 보낼 수가 없으며, 대각선으로 비스듬히 세워야 날이 잘 든다고 이야기했다. 상당한 금속공학적 지식이 있지 않으면 이런 것을 알 수 없다.

시계 만들기도 마찬가지이다. 시계는 아주 작은 부품들을 이리저리 조립하여 정확히 작동하도록 만들어야 하기에 시계공들은 유럽 수공업자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기술을 가져야 했다. 그것을 한 나라의 군주가 해낸 것이다. 하지만 마리 앙투아네트는 항상 손에 기름을 묻히고 새까맸던 남편을 못마땅해했다고 한다. 사실 이해가 되는 불만이다.
 

천계제의 초상화 / 위키피디아
천계제의 초상화 / 위키피디아

훌륭한 목공 솜씨를 가졌으나 무능했던 천계제

명나라의 15대 황제인 천계제(희종, 1605~1627)은 이름은 주유교였으며 목공예를 즐겨 했다. 천계제도 비운의 황제였다. 어머니를 일찍 어였고 할아버지 만력제는 아버지 주상락과 자신을 냉대했다. 만력제가 총애하는 정귀비는 끊임없이 아버지와 자신을 암살하려고 했고 만력제를 이어 즉위한 아버지 태창제(광종)는 결국 29일 만에 독살당하고 만다.

천계제는 어릴 때부터 불안한 시절을 보내며 정치에 염증을 느꼈고, 삭막한 궁궐에서 그에게 유일하게 즐거움을 준 것은 목공예였다. 천계제의 목공예 솜씨는 굉장히 뛰어났다고 한다. 솜씨 좋은 장인 목수들도 그가 친히 대패질하는 솜씨를 보고 감탄했다고 하며, 특히 천계제는 건청궁을 미니어처로 완벽하게 재현하여 정원에 전시했다고 한다.

급사한 아버지를 이어 16세라는 어린 나이에 천계제는 왕이 된다. 그는 환관 위충현에게 정사를 맡기고 목공에 계속 열중했으나 위충현은 온갖 부정부패를 일삼았고, 밖으로는 만주에서 누르하치가 여진족을 통일하고 끊임없이 명나라를 위협하고 있었다. 천계제는 금나라 황릉 때문에 여진족의 기운이 보존되는 것이라며, 황릉을 파괴하는 어리석은 행동 밖에 하지 못했고 오히려 분노한 누르하치의 공격을 촉발했다.

천계제는 즉위한지 7년 만인 23살이라는 나이에 죽고 만다. 뱃놀이를 즐기다가 물에 빠졌는데, 겨우 구출되기는 했으나 그 후유증을 이기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 그의 동생인 주유검이 다시 숭정제(의종)로 즉위했으나 명나라의 멸망을 막지 못했으며 아버지와 형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만다.
 

천연 화장품 / 픽사베이
천연 화장품 / 픽사베이

자신이 만든 화장품을 여인들에게 발라보게 한 황제

금나라 제6대 황제, 장종(1168~1208)도 특이한 취미가 있었는데 바로 화장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장종은 루이 16세, 천계제와는 달리 정치를 잘 한것으로 알려진다. 예악과 법률을 바로잡고 문치주의를 시행하여 다시 한번 금나라의 전성기를 이끌었으나, 급속한 중국화로 여진족의 금나라가 후에 쇠퇴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장종은 여러 가지로 재능이 많아 한문과 서예, 서화 그리기에 능했다. 문화재 수집을 좋아했고 화장품 외에도 먹, 향 등의 문방사우를 만드는 것에도 취미가 있었다. 특히 장종이 남긴 아름다운 서예 작품들은 오늘날에도 전해지고 있다.

그는 직접 만든 화장품을 궁궐의 여인들에게 직접 발라보게 했는데, 품질이 꽤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여러 기록에서 장종이 만든 다양한 미용법이 전해지며, '금국궁녀팔백산'이라는 화장품은 녹두와 백정향, 백복령 등 8가지 천연 성분을 가루 내어 섞은 것으로 얼굴에 바르면 윤택해지고 백옥같이 빛난다고 한다.

'금주록운유'는 철쭉, 침향, 백지, 복분자 등 다양한 재료를 잘 씻어 말리고 썰은 다음에 갈색이 될 때까지 볶은 것으로 거즈에 싸서 참기름에 담근 다음에 사용했는데, 주로 머리를 빗을 때 사용했다. 빠졌던 머리카락이 돋아나고 흰머리가 다시 검어졌다고 한다. 일종의 모발 영양제 역할을 한 것이다. 이 장종의 화장품들은 현대의 화장품 원료로도 쓰이고 있다.
 

단두대에서 처형된 루이 16세 / 위키피디아
단두대에서 처형된 루이 16세 / 위키피디아

이들 뿐만 아니다.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은 활 만들기를 잘했고, 오스만 제국의 압뒬하미트 2세는 도자기와 가구 만들기를 즐겼다. 예술에 관심을 갖고 장인들을 지원한 왕들은 많으나, 자신이 직접 이런 것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서민들이 땀흘리며 하는 노동을 직접 수고롭게 하는 것은 왕의 권위와 품위에 손상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루이 16세와 천계제는 너무 자신의 취미에 몰두하고 정사를 돌보지 않은 나머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다. 사실 안타까운 부분도 있다. 이들이 왕이 아닌 현대에서 혹은 적당히 유복한 가정에서라도 태어났다면 나름대로 훌륭하게 재능을 꽃피울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왕이 된다는 것은 선택이 아니다. 왕족으로 태어난 이상 죽지 않기 위해 권력을 다져야 하고, 정치에도 능해야 한다. 왕족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저절로 재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루이 16세와 천계제는 주어진 재능이 있었으나 그들에게 주어진 환경에 맞는 것이 아니었다. 재능이 있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시대와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안 된다. 왕들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다할 수 없는 것이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당신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가. 만약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로 그 사람은 행운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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