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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이끄는 식문화 트렌드, 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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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이끄는 식문화 트렌드, 채식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2.06.1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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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채식’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어색하지 않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가 150~200만 명으로 추정되며, 전체 인구의 3~4% 정도로 많아졌다. 10년 새에 2배가량 늘어, 그 증가세도 무시할 수 없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가 따로 있거나, 전문 식당이 있으며 밀키트까지 등장하는 추세다. 먹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옷이나 화장품 등 생활용품까지 진출해 한번 유행하는 트렌드가 아닌 문화로 굳어져 가고 있다.
 

Pexels (Geraud pfeiffer)
Pexels (Geraud pfeiffer)

그 흐름을 이끄는 주류에는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 세대가 있다. 이들은 먹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건강을 생각하는 동시에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기후 위기, 동물보호 등의 국제적인 문제까지 고려하기 때문이다.

식물성 음식을 가까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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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채식이라고 하면, 육류가 아닌 채소만 먹는 것을 뜻한다. 육류에는 소나 돼지와 같은 고기 외에도 생선 등의 해산물, 곤충, 닭과 같은 가금류 등이 포함된다. 채식이 활발해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그 역사는 오래되었다.
 

자이나교의 티르탄카라를 그린 그림. 인도의 자이나교는 불교와 마찬가지로 채식을  추구한다 / 위키미디어
자이나교의 티르탄카라를 그린 그림. 인도의 자이나교는 불교와 마찬가지로 채식을 추구한다 / 위키미디어

처음 채식이 시작된 기록은 기원전 9세기이며, 종교적인 이유가 담겨있다. 인도의 유서 깊은 종교인 자이나교는 불교와 비슷한 시기에 발생해, 그 성격 또한 유사하다. 자이나교의 지도자, 구원자를 뜻하는 티르탄카라였던 23대 파슈와나타, 24대 마하비라는 엄격한 형태의 채식을 부활시켰다고 한다.

불교와 비슷하게 자이나교가 추구한 채식주의는 벌레들이 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풀밭도 걷지 않았으며, 고기를 피하고 살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서기 4~5세기경 중국 동진 시대의 승려인 법현(faxian)이 쓴 ‘인도로 가는 중국 순례자’라는 저서에 따르면, “사람들은 생물을 하나도 죽이지 않고, 독주를 마시지 않으며, 양파와 마늘을 먹지 않는다. (중략) 그 나라에서는 돼지와 새를 기르지 않고 산 소를 팔지 않는다. 시장에는 정육점도 없고 술을 파는 상인도 없다”고 서술되어 있다. 그만큼 당시 고대 인도의 채식주의가 어떠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후기 로마 때 발견된 오르피스 관련 모자이크 작품. 작품 속에는 음악가 오르페우스가 동물들에게 둘러싸인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 위키미디어
후기 로마 때 발견된 오르피스 관련 모자이크 작품. 작품 속에는 음악가 오르페우스가 동물들에게 둘러싸인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 위키미디어

인도 외에도 이집트, 고대 그리스에서도 ‘오르피스(Orphis)’라는 종교운동이 퍼지면서 채식주의를 실천했다고 한다. 오르피스는 그리스 신화 속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와 연관되어 있다.

디오니소스가 타이탄에 의해 죽었는데, 제우스가 타이탄을 벼락으로 공격해 재로 만들었고, 그 안에서 인류가 태어났다는 신화를 기본으로 한다. 인류가 디오니소스의 죽음이라는 고통 속에서 태어난 만큼 순결을 유지하고, 금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금욕적인 삶에 채식이 포함되는 것이다.
 

피터 폴 루벤스가 그린 채식주의를 옹호하는 피타고라스 / 위키미디어
피터 폴 루벤스가 그린 채식주의를 옹호하는 피타고라스 / 위키미디어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피타고라스도 채식주의를 실천했다고 알려진 인물 중 하나다. 고대 로마의 시인인 오비디우스가 쓴 ‘메타모르포세이스’에 따르면, 피타고라스가 자신을 지지하는 이들에게 엄격한 채식주의 식단을 고수하라고 연설하는 내용이 나온다.

여기서 엄격한 채식주의는 ‘비건(vegan)’을 말하는데, 먹는 것 외에 생활 속 전반에서 동물과 관련된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메타모르포세이스’가 그리스·로마 신화를 다루는 서사시이기 때문에 해당 내용은 허구적 묘사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고, 피타고라스가 실제로는 육식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하지만, 피타고라스의 채식주의는 다른 이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는 동물 학대에 대한 도덕적 반대의 근거로 피타고라스의 채식주의 연설을 3번이나 인용했으며, 영국의 유명 작가인 셰익스피어도 ‘베니스의 상인’에서 연설을 언급했다. 영국의 시인 존 드라이든은 그의 작품 ‘Fables, Ancient and Modern’에 피타고라스 연설 장면을 넣었다.

이렇게 피타고라스는 채식주의에 큰 영향을 주었는데, ‘채식주의’라는 단어가 1840년대에 만들어지기 전에는 ‘피타고라스식’, 채식주의자들을 ‘피타고라스 학파’라고 불렀을 정도다.
 

채식을 추구한 일본 텐무 천황 / 위키미디어
채식을 추구한 일본 텐무 천황 / 위키미디어

서기 675년 일본에서도 채식을 추구한 천황이 있었다. 텐무 천황은 농번기인 4~9월에는 도살과 육식을 금지했으며, 들새와 들짐승 또한 먹지 않았다. 중국 송나라 시대에도 불교 요리가 대중화되면서 지금의 콩고기와 비슷한 고기를 만드는 채식 레스토랑이 생겨났다고 한다.
 

채소, 유제품, 동물의 알을 먹느냐에 따라 비건, 락토 베지테리언,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 등으로 나뉜다 / pixabay, Pexels (Polina Tankilevitch)
채소, 유제품, 동물의 알을 먹느냐에 따라 비건, 락토 베지테리언,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 등으로 나뉜다 / pixabay, Pexels (Polina Tankilevitch)

채식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나뉜다. 흔히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채식주의자는 ‘비건(vegan)’이다. 비건은 유제품이나 달걀 같은 동물의 알, 꿀 등 동물에서 만들어지는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가죽옷이나 동물실험 화장품, 동물성 원료가 포함된 제품도 사용하지 않는다. 매우 엄격한 채식주의인 셈이다.

비건과 비슷하지만, 유제품은 먹는 이들은 ‘락토 베지테리언(lacto vegetarian)’이다. 인도와 지중해 연안 나라에 많은데, 고기와 동물의 알은 먹지 않는다. 그릭 요거트나 터키의 아이란, 인도의 라씨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들과 반대로 유제품은 먹지 않지만, 동물의 알은 먹는 이들은 ‘오보 베지테리언(ovo vegetarian)’이라고 부른다.

좀 더 나아가 고기만 먹지 않고 동물의 알과 유제품은 먹는 채식주의자들은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lacto-ovo vegetarian)’이라 부르는데, 서양권에서 채식하는 이들이 대부분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이다.

이 외에도 식물성 재료에 48℃ 이상의 열을 가하지 않고 먹는 ‘생채식주의(Raw veganism)’, 땅에 떨어진 과일이나 열매만 먹어 식물에 해를 끼치지 않는 ‘과식주의(Fruitarianism)’라고 부른다.
 

/ pixabay
채식을 시작하는 단계의 사람들을 세미 베지테리언이라고 한다 / pixabay

채식주의를 추구하지만 특정한 육류만 섭취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세미 베지테리언’이라고 부르는데, 보통 육식에서 채식으로 옮겨가는 사람들을 뜻한다. 세미 베지테리언은 우유, 달걀 등은 먹지만 어떤 고기를 먹느냐에 따라 세부적으로 나뉜다.

생선이나 해산물을 먹으면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vegetarian)’, 닭고기만 먹으면 ‘폴로 베지테리언(Pollo-vegetarian)’, 닭고기와 생선처럼 흰 고기만 먹는 ‘폴로-페세테리언(Pollo-pescetarian)’, 대부분 채식을 하며, 종종 육식을 먹지만, 자연 상태에서 자란 고기를 먹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이라고 한다.

다양한 이유로 추구하는 채식

채식을 먹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 가장 클 것이다. 과도한 육류 섭취는 체중 증가와 함께 성인병이나 암 등 다양한 질병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많기 때문이다.

또는 체질적으로 육식이 맞지 않아 채식하는 경우도 있다. 배우 임수정은 알레르기 검사에서 동물성 단백질이 맞지 않는다는 결과를 듣고 채식을 시작했다고 한다. 대표적인 비건이기도 하다. 배우 배종옥도 ‘집사부일체’를 통해 8체질에 따라, 육식이 맞지 않다고 밝히며 14년째 채식을 해오고 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제공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제공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지난 2021년 MZ 세대를 대상으로 채식 생활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3명 중 1명(27.4%)이 일주일에 한 번 육류를 섭취하지 않거나 비건 식당을 방문하는 등 간헐적 채식을 하고 있으며, 비건을 추구하는 MZ 세대도 11.7%로 나타났다.

MZ 세대 10명 중 6명(62.8%)은 건강을 위해 채식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토피나 위장염, 소화불량 등이 채식을 통해 완화되는 효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어 체중, 몸매 관리를 위해 채식을 하는 이들이 48.4%로 적지 않았다. 채식이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을 가지는 MZ 세대도 22.3%였다.
 

/ pixabay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동물 보호라는 윤리적 목적에서 채식을 하기도 한다 / pixabay

건강 외에도 윤리적인 목적으로 채식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MZ 세대가 채식을 추구하는 것도 여기에 있다. 보통 이런 목적으로 채식을 하는 이들은 페스코 베지테리언이 많다. 육식은 동물을 도축하고 가공하는데, 살아있는 생명을 빼앗는다는 점이 안타깝다는 점에 주목한다. 소중한 동물의 생명을 지키면서 건강도 챙기는 셈이다. 이들은 부족한 단백질을 생선이나 달걀이나 두부 등 식물성 원료를 통해 섭취한다.

육식을 먹지 않는 것 외에도 동물성 제품까지 사용하지 않는 채식주의자도 있다. 윤리적인 목적과 함께 환경오염을 막는 실천 방법으로 채식을 택하는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4.5%이며, 소가 배출하는 양은 65%로 절반 이상이다.

소나 돼지가 배출하는 메탄가스가 자동차나 각종 산업 공정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보다 약 300배 정도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육식이 지구를 오염시킨다며 채식을 추구하자고 외치기도 한다.
 

대표적 채식인 불교 사찰음식 / 위키미디어 (Julie)
대표적 채식인 불교 사찰음식 / 위키미디어 (Julie)

이 외에도 각자가 추구하는 종교적 신념 때문에 채식을 하는 사람도 있다. 채식 역사의 기본이 되기도 하는 종교적 목적은 ‘살생하면 안 된다’는 윤리적 목적과 공통점이 있다.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불교가 대표적인데, 작은 벌레 하나 죽이지 않으려 스님들이 신는 짚신도 얼기설기 엮어 만들었을 정도다.

불교의 사찰음식은 템플 스테이를 통해 일반인도 경험할 수 있지만, 시중에도 전문 식당이 문을 열 정도로 인기 있다. 육식이 없는 것은 물론 인공 조미료나 파, 마늘, 부추처럼 향이 센 오신채(五辛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건강에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사찰음식은 우리나라 외에도 북방권 불교에서 발달했는데, 승려의 건강을 위함이다.

태국, 라오스, 미얀마 등의 남방 불교는 음식을 얻어먹는 ‘탁발’을 수행 방법으로 추구하기 때문에,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어야 한다. 그 때문에 북방 불교와 달리 오신채를 금하지 않으며, 예외적으로 티베트나 일본 불교에서는 육식을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채식을 예술로 승화시킨 사람들

예술은 다양한 재료와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분야다. 그런 예술과 채식을 결합해 자신만의 표현을 드러내고 있는 예술가가 있다.
 

엠버 로커가 만든 채소 작품 / 엠버 로커 인스타그램 @ambaliving
엠버 로커가 만든 채소 작품 / 엠버 로커 인스타그램 @ambaliving

영국 더비셔에서 활동 중인 작가 엠버 로커(Amber Locke)는 과일과 채소를 활용해 다양한 사진 작품을 만들고 있다. 비슷한 색감을 가지고 있는 과일과 채소를 모아 일정한 모양이나 형태를 만들거나 한 가지 채소로 같은 모양을 만들어 내는 것이 특징이다.

엠버 로커는 채식주의자이기도 하다. 홈페이지 글에서 “과일과 채소에 대한 나의 열정은 몇 년 전 생식 식단을 실험하면서 발전했고, 이것은 나에게 아름답고 신선한 재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었다”고 말했다. 그녀의 채소 작품은 여러 브랜드와 협업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작품 활동 중인 엘렌 투어 / 엘렌 투어 공식 홈페이지 (www.elenture.com)
작품 활동 중인 엘렌 투어 / 엘렌 투어 공식 홈페이지 (www.elenture.com)

파리 출생의 화가 엘렌 투어(Elen ture)도 비건 아티스트다. 엘렌 투어의 작품에는 동물과 함께 우주처럼 기이한 형태가 주로 등장한다. 예술적 기교와 함께 초현실적인 우주와 그 안에 철학적인 반성을 담아내는데, 이 회화 기법을 ‘트롱프뢰유(trompe-l'oeil)’라고 한다.

사실적으로 묘사해 실제 존재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켜 ‘속임수 그림’이라고도 하는데, 엘렌 투어는 자신을 ‘동물 해방과 지구를 위한 예술가’라고 부르며, 작품을 통해 환경의 소중함과 동물의 권리를 추구하고 알리고 있다.
 

잊혀진 것들, 190×150cm, 캔버스에 그림, 아크릴&오일, 2017 / 엘렌 투어 공식 홈페이지 (www.elenture.com)
잊혀진 것들, 190×150cm, 캔버스에 그림, 아크릴&오일, 2017 / 엘렌 투어 공식 홈페이지 (www.elenture.com)

‘잊혀진 것들’이라는 작품은 바닷속 생물들의 고통을 그리고 있다. 사람들은 즐거움과 생계유지를 위해 낚시를 하지만, 이는 해양 생물에게는 고통과 절망이라는 것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점이다.

엘렌 투어는 작품 설명에서 “수십억의 민감하고 잊혀진 해양 존재들이 죽어가고 있는 소리 없는 고통의 심장으로 우리를 몰아넣는다”며 “물고기, 갑각류, 두족류, 낚시, 양식업, 수족관. 매년 약 8,200만 톤의 물고기가 거대한 공장 보트에 의해 잡히고 있다. 이는 50년 전보다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많은 종이 이미 남획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놓이거나 위협을 받고 있다. 그들과 환경을 위해 바다를 보존하자”고 말했다.
 

비건, 190×150cm / 엘렌 투어 공식 홈페이지 (www.elenture.com)
비건, 190×150cm / 엘렌 투어 공식 홈페이지 (www.elenture.com)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비건(vegan)’은 사과 모양의 지구와 그를 띠처럼 둘러싸고 있는 동물과 사람의 모습을 그려냈다. 작가는 진화를 통해 종은 생물학적으로 관련되어 있으므로, 인류는 동물을 사촌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동물들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사랑과 고통을 인식할 수 있는 신경계와 대뇌를 가지고 있어 인간과 능력이 같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사람과 함께 동등하게 뛰는 동물들을 그린 것으로 해석된다.

엘렌 투어는 “동물들이 죽거나 멸종당하는 등 사람에게 착취당하고 있다. 우리는 같은 땅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에서 그들의 진정한 위치를 재고해야 한다. 생명에 대한 권리와 존중할 권리는 우리 행성을 지배하는 법의 판에 새겨져야 하며, 이 변화를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인간이 자비롭다면 미래는 비건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동물 없는 서커스, 60×80cm / 엘렌 투어 공식 홈페이지 (www.elenture.com)
동물 없는 서커스, 60×80cm / 엘렌 투어 공식 홈페이지 (www.elenture.com)

‘동물 없는 서커스’도 동물을 착취하지 않고 소중하게 생각하자는 취지가 담겨있다. 기존 서커스에서는 사람들에게 훈련을 통해 길들여진 동물들이 재주를 부린다. 그러나 이 작품 속에서는 동물들이 재주를 넘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다.

엘렌 투어는 “동물들의 쇼로 인한 고통은 말할 것도 없다. 동물이 있는 서커스를 비난하는 행동이 가능하며, 대신 (작품처럼) 존중하는 서커스의 장엄한 쇼를 제안한다. 동물 없이 일하는 사람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작품 자체로 채식을 이야기하거나, 작품 속에 담긴 자신만의 철학으로 채식이 왜 중요한지 설명하는 모습에서 예술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채식 관련 조례까지 등장한 시대

채소만 먹는 식단을 유지하기 어렵지만, 채식주의에 조금이나마 동참하고 싶다면 다른 방법도 많다. 최근 대기업에서는 비건 레스토랑을 경쟁적으로 오픈하는가 하면, 의류나 화장품, 인테리어까지 여러 생활 속에서 채식 라이프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건 관련 주요 연관어 증감 추이 / KPR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제공
비건 관련 주요 연관어 증감 추이 / KPR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제공

KPR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연구소가 지난 5월 11일 매스미디어와 SNS(트위터·인스타그램), 웹(블로그·커뮤니티) 상의 비건과 관련된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2020년과 2021년을 비교해 보면, 성분(+120.3%), 피부(+137.1%), 화장품(+101.7%), 뷰티(105.6%). 인테리어(+108.9%) 등의 연관어에서 증가 추세를 보였다. 그만큼 비건 라이프스타일이 생활 전반에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는 증거다.

비건과 거리가 먼 자동차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반 자동차에 사용되는 강철과 탄소섬유, 플라스틱 등 내장재를 인공 가죽이나 식물유래 원료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일명 ‘비건 자동차’는 재료, 자동차 생산과정, 주행 등을 고려한 친환경 자동차라는 점에서 미래 성장 가능성까지 크다고 평가되고 있다.

연구소 측은 비건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게 된 배경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환경적 변화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MZ 세대의 ‘미닝아웃(meaning out, 가치관이나 신념을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하는 행위)’ 소비 성향, ESG 경영에 관한 관심 증가 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의류, 신발,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건 제품이 나오고 있다 / 아레나코리아, 위키드러버, 아미코스메틱 제공
의류, 신발,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건 제품이 나오고 있다 / 아레나코리아, 위키드러버, 아미코스메틱 제공

라이프스타일로 범위를 넓힌 비건은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의류나 가방, 신발 등에 사용하는 가죽이나 원단은 식물이나 과일 껍질, 재활용 플라스틱 페트병을 활용해 만든다.

스포츠 브랜드 아레나코리아에서는 2019년부터 동물의 털을 사용하지 않고 페트병을 100% 활용한 비건 패딩을 선보였으며, 패션 구두 브랜드 위키드러버는 선인장 가죽을 사용한 로퍼와 블로퍼를 만들어 와디즈 펀딩을 통해 선보였다. 비건 패션 브랜드인 마르헨제이에서는 지난해 사과 가죽으로 만든 가방을 선보여 인기를 얻기도 했다.

화장품 업계는 일찍이 비건, 친환경에 집중했다. 피부에 해로운 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재료로 개발하는 것은 물론,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거나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천연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채식이 점점 문화로 자리 잡아가면서, 관련 조례까지 제정됐다. 서울시는 지난 2021년 3월 5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서울특별시 채식 환경 조성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했다. 조례에 ‘채식’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해당 조례를 제정한 이유는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균형 잡힌 식생활과 이를 위한 먹거리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점, 이에 채식이 각종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우수한 식단이라는 점 때문이다.
 

채식 메뉴를 제공하는 식당이 표시되어 있다 / 서울시 채식 메뉴 취급 음식점 지도
채식 메뉴를 제공하는 식당이 표시되어 있다 / 서울시 채식 메뉴 취급 음식점 지도

이 조례를 통해 공공기관이 채식의 날을 지정하며 채식을 권장하고, 채식 식당을 홍보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서울시는 채식 메뉴를 취급하는 음식점을 종류별, 위치별로 표시한 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지도에서 원하는 지역과 메뉴를 선택하면, 해당 음식점에서 어떤 채식 메뉴를 판매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음식점 리스트에서 소고기가 포함된 메뉴가 채식으로 소개되는 등의 문제가 제기되어, 면밀한 검토를 통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해 부산에서도 비건 지도가 제작되어 눈길을 끌었다. ‘부산 사는 비건지향인’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 ‘탕라마’는 후원을 받아 부산에서 비건 취식이 가능한 식당, 카페, 빵집, 술집, 제로 웨이스트숍, 서점, 숙소, 공방, 식료품점 등의 위치와 정보를 담은 지도를 제작해 배포했다.

지도는 종이와 카카오 맵, 네이버 지도, 구글맵 등을 활용한 모바일 지도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제공되어 활용도를 높였다. 해당 지도는 비건을 지향하는 이들 사이에서 공유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도는 탕라마 블로그와 SNS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히틀러가 즐겨 먹었다고 하는 아스파라거스 / Pexels (Karolina Grabowska)
히틀러가 즐겨 먹었다는 아스파라거스 / Pexels (Karolina Grabowska)

역사상 손꼽는 독재자인 아돌프 히틀러도 채식주의자였다고 한다. 악덕한 정치가였지만, 그 역시도 건강을 생각하지 않을 순 없었던 모양이다. 육류와 생선 모두 먹지 않았던 비건이었으며, 주변에도 동물 도살에 대한 잔인함을 설명하면서 동물보호법을 최초로 만들었을 정도다. 의외의 인물에게서 채식주의의 긍정적 효과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입소스 제공
입소스 제공

그러나 아직 채식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리서치 기업 입소스가 2021년 전 세계 30개국, 성인 21,000여 명을 대상으로 환경 관련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문항 중 환경친화적 식단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면, 응답자 10명 중 6명(57%)이 현지에서 생산된 육류·유제품 식단이 수입 과일·채소를 포함한 채식 식단(20%)보다 개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실제로는 수입 과일·채소를 포함한 채식 식단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셈이다. 우리나라도 육류 식단이 채식 식단보다 더 환경친화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3%로 절반 이상이다.

10명 중 7명(69%)이 환경,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실천해야 하는지 이해는 하고 있다. 그러나 소고기 버거 1개를 만들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이 자동차가 38~119㎞를 주행할 때 나오는 탄소 배출량과 비슷하다는 국제에너지기구의 데이터에 대한 질문에 10명 중 9명이 ‘몰랐다’고 답했다는 것을 보면 아직 채식이 환경 보호에 영향을 주는지 인식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채식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이다. 처음엔 유난스럽게 바라보던 시선도 시대가 변화하면서 ‘한번 해볼까?’ 하는 호기심까지 생기고 있을 정도로 하나의 문화가 됐다. 건강과 환경을 생각한다면 작은 것부터 시작해 봐도 좋겠다. 꼭 육식을 멀리하지 않아도 방법은 많다. 입는 것, 쓰는 것부터 바꾸어나간다면 어느새 채식주의자로 발돋움하고 있지 않을까.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핸드메이커가 다양한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된 기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후원이 필요합니다. 후원을 통해 핸드메이커는 보다 독자 중심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미래를 관통하 는 시선으로, 독립적인 보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곳이든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공간에는 항상 핸드메이커가 함께 하겠습니다. 작가들 의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함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 다. 앞으로 핸드메이커가 만들어갈 메이커스페이스에 동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단 한차례라도 여러분의 후원은 큰 도움이 됩니다. 후원하기 링크를 통해 지금 바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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