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W컨셉은 올 봄·여름(S/S) 남성 패션 트렌드로 4가지 키워드 중 원마일웨어를 꼽았다. 출근 문화에서 재택근무 문화로 바뀌며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진 직장인들의 편안한 의류 추구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는 전망이다.

W컨셉이 지난달 1일부터 지난 7일까지 남성 고객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원마일웨어 매출이 4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주로 상의와 하의 세트 상품에 대한 구매가 높았으며, 일교차가 큰 봄철에 맞춰 상의는 길게, 하의는 반바지를 찾는 경향을 보였다.

원마일웨어는 격식을 차린 옷 대신 신축성이 좋고 부드러운 소재, 넉넉한 사이즈로 집 근처에도 가볍게 입고 나갈 수 있는 옷을 말한다. 실내와 집 근처 1마일(1.6km)반경 내에서 입을 수 있는 옷을 의미해 원마일웨어라 부르며, 집에서만 입는 것이 아닌 산책을 하거나 편의점을 갈 때 등 집 근처라도 언제든지 입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가까운 지역에 외출할 때 입는 옷이라는 '에어리어 웨어', 가까운 곳에서 쇼핑할 때 입는 옷이란 뜻의 '쇼핑웨어'라 불리기도 한다. 

꾸안꾸, 원마일웨어

원마일웨어라는 단어는 처음에야 생소했지만 이제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편안한 차림'의 대명사가 되었다. 공부를 하러 가든, 휴식을 취하든 운동을 하든 거의 모든 활동의 중심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격식을 차리고 시간을 들여 꾸미는 옷차림에서 일상 생활의 단순함과 편안함을 밖에서도 추구할 수 있는 흐름으로 옮겨가고 있다.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은 만큼, 쇼핑몰들은 실용성과 편의성을 강조한 원마일웨어 상품들을 너도나도 선보였다. 직장인 여성들이 많이 입었던 정장 스타일들은 재택근무가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트레이닝복, 밴딩 팬츠, 슬랙스 등 어디서나 편한 스타일인 데일리룩으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패션 특화 통합 커머스 플랫폼 비플로우는 작년 패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작년 상반기 원마일웨어가 단연 인기를 끌었다는 평을 내놨다. 지난해 1년간 비플로우를 사용한 6000여 판매자들의 60만개 패션 상품데이터와 3억6000개의 인공지능(AI)분석태그값을 기반으로 만든 결과로, 집 근처에서 입을 수 있는 원마일웨어 관련 키워드는 후반기에도 지속 노출되어 꾸준한 구매로 이어졌다. 
 

원마일웨어는 사람들이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패셔너블하면서도 편안한 것에 초점을 맞춘다. 편안한 옷이지만, 다양한 용도로 쓰이기 때문에 품질도 좋고 계속 입을 수도 있는 실용적인 스타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원마일웨어는 작금의 패션 트렌드를 굳이 따라가지 않기 때문에 옷장에 넣어 두어도 언제든지 다시 꺼내 입을 수 있다.

영국의 글로벌 트렌드 조사 기관인 'WGSN'의 패션콘텐츠 담당 부사장 프란체스카 머스턴은 '원마일웨어는 운동을 하든, 쉬든, 가게에 들르든 상관없이 기능적인 옷이다'라고 평했다. 흔히 패션의 정의는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고 진화한다고들 한다. 매일 수십 개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사람들은 옷을 수십 벌을 마련해야 했지만 이젠 이 모든 것을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옷을 원한다. 
 

인도의 패션 디자이너 라울 미시라는 '모든 것은 천천히 자라고, 천천히 만들어지기 때문에 소비 또한 천천히 해야 한다. 원마일웨어는 사람들이 천천히,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고 평했다. 패션 산업이 환경 오염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원인이기 때문에 원마일웨어는 패스트 패션과 지속 가능한 패션 사이 어드메에 걸쳐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기본 컬러로 된 티셔츠, 오버사이즈 셔츠나 토크, 편안한 반바지와 무지로 된 셔츠 등은 몇번씩 돌려 입거나 계속 서로 매치해 입어도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레이닝복, 가벼운 배기 팬츠나 후드 티셔츠 등이 간편하면서도 패션성까지 갖출 수 있어 대표적인 아이템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시대, 원마일웨어 트렌드를 이끌었던 패션은 단연 '애슬레저룩'으로 운동과 여가의 합성어인 '애슬레저'에서 알 수 있듯이 운동할 때뿐만이 아닌 일상에서도 언제든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다. 특히 홈웨어는 집에서만 입어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레깅스 같은 운동복이 인기가 많았다. 
 

코로나19 이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자기개발을 할 수 있는 시간 또한 늘면서 운동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는데, 특히 레깅스 시장이 엄청난 호황을 누렸다. 레깅스 패션은 여성뿐만이 아닌 남성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고. 발목까지 오는 레깅스가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싸이클용 면바지인 '바이크 쇼츠' 또한 기장이 짧으면서도 활동성이 높아 인기를 끌었다. 레깅스는 색상, 디자인 등 다양한 것을 선택할 수 있으며 여러 옷들과도 매치가 가능해 활용도가 특히나 높아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

2021년부터 골프 시장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는데, 밖으로 나가지 못했던 MZ세대의 새 취미에도 원마일웨어가 가세했다. 이전 골프웨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조거팬츠, 맨투맨 등 원마일웨어가 골프웨어에서도 적용되어 꼭 골프를 치러 갈 때만 입는 것이 아닌 어디서든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분위기다. 애슬레저 의류 브랜드 젝시믹스를 운영하는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최근 골프의류 브랜드 '마이컬러이즈'를 인수했고, 이번 인수는 젝시믹스가 인도어(실내)를 넘어 아웃도어 스포츠 라인까지 본격적으로 확장하는 모멘텀(동력)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최근 서울 성북구는 성북스마트패션산업센터에서 관내 패션봉제기업과 협업한 기획상품을 출시했다. '인 홈(in home)을 주제로 한 패밀리룩과 원마일웨어다. 이번 기획은 성북스마트패션산업센터가 위드코로나 시대에 발맞춰 실내에서 가족들과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패밀리 라운지 웨어와 트레이닝 세트를 개발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특히 제조기업 중심으로 상품을 개발해 유통마진을 최소화하고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상품들은 성북스마트패션산업센터 1층 쇼룸과 유어즈샵 홈페이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오픈마켓에서 이달부터 본격 판매할 예정이다. 은현기 성북스마트패션산업센터 센터장은 "이번 제조기업과의 협업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다양한 협업모델을 기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마일웨어에 이은 '투마일웨어'도 작년부터 핫하게 떠오르고 있다. 원마일웨어에서 한 단계 진화된 개념으로, 근거리 여행에서 입기 좋은 편안한 옷이라는 뜻이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밖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사람들은 이제 후드티 하나에 조거팬츠와 청바지와 레깅스 등 온갖 스타일링이 가능한 바지를 챙겨 입고 나간다. 그냥 레깅스가 밋밋하다면 화려한 패턴의 레깅스만 입어도 편안한 패션이 된다. 또 트레이닝 복에 가벼운 가죽 재킷 하나를 걸치고 운동이나 산책을 할 수도 있으며, 맨투맨 티에 긴 기장의 가디건을 걸치고 나가면 투마일웨어가 된다. 
 

롯데홈쇼핑은 이번 봄, 코로나19로 억눌린 외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투마일웨어’ 패션 트렌드를 반영한 신상품 론칭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는 일상복은 물론 간편한 외출복으로 활용할 수 있는 투마일 웨어가 유행할 것으로 예상해, 차별화된 품질과 착용감, 스타일을 갖춘 간절기용 아우터를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김재겸 롯데홈쇼핑 TV사업본부장은 "올해는 가벼운 외출부터 근거리 여행까지 활용 가능한 '투마일웨어'가 트렌드로 부상함에 따라 편안하고 실용적인 스타일을 주로 선보이며 고객 니즈를 충족시켜 나갈 예정"이라 전했다. 
 

노스페이스도 따뜻한 봄을 맞아 봄철 ‘필수 아이템’으로서 두루 활용 가능한 투마일웨어 ‘하이킹 재킷 컬렉션’ 신제품 3종을 출시했다. ‘하이킹 재킷 컬렉션’은 변화무쌍한 봄철 날씨와 미세먼지에도 안전하고 쾌적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기능성을 한층 더 강화했다. 게다가 노스페이스 고유의 헤리티지 제품에 다채로운 색상과 유니크한 패턴을 더해 하이킹, 캠핑 등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은 물론, 여행 및 일상 생활에서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투마일웨어로 인기를 끌 전망이다.

영원아웃도어 관계자는 “변화무쌍한 봄 날씨에서도 신체를 쾌적하게 유지시켜 주는 것은 물론, 스타일리시함까지 겸비해 투마일웨어로도 제격인 노스페이스의 하이킹 재킷 컬렉션으로 더 많은 분들이 활기차고 즐거운 봄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집에서는 단순한 홈웨어로도 입지만 밖에서도 꾸민 듯 안 꾸민, 간편한 외출복으로도 얼마든지 입을 수 있는 원마일웨어는 코로나19로 지금도 확진자가 폭증하는 요즘에도 굳건한 모양새다. '집콕'이 일상이 되면서 위아래 신경쓰지 않고 입을 수 있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쇼핑을 하는 사람들은 흔히 볼 수 있다. 익숙한 배기 팬츠와 후드티, 맨투맨으로 조금 더 신경을 써 본다면 여행룩으로도 손색없는 원마일웨어는 한동안은 패션 트렌드가 수십번이 바뀌어도 건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