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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이슬람 미술의 장식, 아라베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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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이슬람 미술의 장식, 아라베스크
  • 최상혁 기자
  • 승인 2019.10.14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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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문자와 식물, 추상적 요소 등을 아름다운 기하학적 문양으로 만들어 이슬람 예술을 장식하다

[핸드메이커 최상혁 기자] 뜨거운 태양 아래 반짝이는 사막의 종교, 이슬람교는 기독교, 불교에 비해 늦은 약 7세기 경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흥했다. 하지만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중동 전역은 물론이며 유럽, 북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인도에도 퍼져 나갔다.

이슬람은 7세기부터 현재까지 1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세계 곳곳에서 부흥하고 있으며 그동안 연속적이면서도 찬란한 이슬람의 문화를 꽃피웠다. 기독교권의 유럽 국가들도 발달한 이슬람의 과학과 예술에 감탄하여 이를 받아들이고자 노력해온 시절이 있었다.

이슬람 예술의 특징이라면 특유의 실용주의 정신과 엄격한 종교적 교리를 꼽을 수 있다. 먼저 이슬람 예술은 발달한 수학·과학과 산업 기술을 토대로 하며 모스크와 궁전 등의 건축물을 설계했으며 정교한 유리 제품과 이즈니크 타일, 아라비아 도자기, 비단 제품 등 다양한 수공예품을 만들었다.
 

터키의 모스크에서 보이는 다양한 아라베스크 문양 [출처-pixabay]

독특한 이슬람의 예술 디자인, '아라베스크'

하지만 한편으로 이슬람 예술은 그 표현 면에서는 우상 숭배를 아주 엄격히 금지했다. 따라서 신과 인간 또는 동물을 표현하거나 제작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동아시아와 유럽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인물과 동물의 회화와 조각상을 이슬람 세계에서는 발견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아라비아인들은 현실의 묘사보다는 특유의 추상적이고 조형적인 예술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독특한 문양과 무늬의 장식을 건축, 장식, 도자기, 공예품, 그림 등에 적용하기 시작하는데, 이를 '아라베스크(arabesque)'라고 한다.

아라베스크는 우상 숭배에 어긋나지 않는 식물, 아라비아 문자. 추상적 관념들을 모티브로 삼았다. 이와 같은 모티브를 기하학적이며 우아한 곡선들로 표현했다. 

이슬람 건축과 공예에 모두 활용된 아라베스크라는 디자인은 이슬람 미술을 대표하는 요소이며 오늘날에는 이미 그 자체가 '아라비아풍'이라는 뜻을 담게 된다. 꼬불꼬불한 선의 디자인과 기이한 문양 혹은 아랍풍의 분위기가 느껴지면 사람들이 그 자체를 아라베스크라 부르게 된 것이다.
 

쿠퍼체로 필기한 코란 [출처- 위키피디아]
나스히 서체 [출처- 위키피디아]

이슬람 캘리그래피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서예가 단순한 글쓰기가 아닌 예술의 한 종류로 자리 잡아 발전했다. 마찬가지로 이슬람에서도 아라비아 문자를 바탕으로 하는 캘리그래피가 발전했는데 이것도 아라베스크의 한 형태에 속한다. 아라비아 문자는 그 자체가 이미 상당한 미적 가치를 가진 문자였다.

이슬람 캘리그래피는 쿠파 서체(Kufic script)와 나스히 서체(Naskhi script)로 나눈다. 쿠파체는 이라크 남부 도시, 쿠파에서 유래됐다. 획의 각과 수직선을 중시한 힘차고 굵은 느낌의 서체로 공식 문서와 쿠란의 표기에 쓰였으며 10세기까지 가장 전형적인 서체였다.

11세기부터는 나스히체가 성행하게 되는데 유려하고 유연한 곡선을 중시하는 나스히체는 예술에 더 적합한 서체였다. 두 서체는 함께 발전해가며 새로운 파생을 낳았다. 13세기 페르시아 지역에서는 탈릭체(Taliq script)가 개발되었고 14세기 티무르 제국에서는 서예가 미르 알리 타브리지가 나스크체와 탈릭체를 결합한 나스탈릭체를 만들었다. 

다양한 형태로 발전한 이슬람 캘리그래피는 나중에는 장식이 더욱 화려해져 문자의 뜻을 해독하기 힘들 정도가 되기도 했다. 문자를 넘어서 수학적이며 정교한 패턴, 아름다운 조형미를 모두 담아냈으며 정해진 형식이 없기에 무한 가지의 형태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알함브라 궁전 내부 [출처-pixbay]

이슬람 건축을 장식한 아라베스크

14세기 스페인 그라나다 지역에서는 이슬람교도인 무어인들이 세력을 이루고 있었다. 이들은 화려한 알함브라(Alhambra) 궁전을 지었다. 이 궁전은 내부가 아주 화려하게 장식이 되어 있는데 각종 아라베스크 디자인을 엿볼 수 있다.

'이즈니크 타일'은 터키에서 유행했던 다채로운 무늬의 타일이다. 석영을 갈아서 빗은 점토를 구워 만들었으며 수많은 이슬람 건축과 도자기 등에서 이즈니크 타일을 엿볼 수 있다. 푸른 색을 중심으로 한 안료로 아라베스크 문양을 그린 것이 특징이다.
 

알 아크사 모스크 [출처-pixabay]

이스라엘의 '알 아크사 모스크(Al-Aqsa Mosque)'는 이슬람의 3대 성지로 손꼽혀 아주 중요시되는 곳이다. 원래 예루살렘 성전이 이 자리에 있었지만 파괴되고 이후, 성당이 들어섰으며 다시 이슬람 왕조가 입성하면서 무함마드가 여기서 승천했다는 전설로 인하여 모스크로 개축되었다. 지붕에는 황금빛 돔이 세워졌으며 외부 벽면에는 아름다운 아라베스크 문양과 이즈니크 타일들이 장식되어 있다.


유럽과 중국에도 영향을 미친 아라베스크

아라베스크는 또한 주변 유럽과 중국에도 영향을 주었다. 유럽에서는 16세기부터 오스만 풍의 문화가 크게 유행했는데, 이슬람 문화를 대표하는 아라베스크 역시 유럽인들은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각종 공예품과 그림, 카펫, 도자기, 건축에 아라베스크를 사용했다.

또한 아라베스크는 음악에서 하나의 악상을 화려한 장식으로 전개하는 악곡을 지칭하는 용어로도 사용하게 되었다.  슈만은 1839년에 작곡한 피아노 소곡(작품번호 18)에 드뷔시는 1888년 작곡한 피아노곡에 이 이름을 붙였다. 또한 유럽 발레에서도 한 발로 서서 한 손은 앞으로 뻗고 다른 한 손과 다리는 뒤로 뻗은 자세를 아라베스크라고 부르게 된다.
 

아라베스크 문양이 들어간 청화백자 [출처- 위키피디아]

한편, 중국에서는 당나라 시대에는 당삼채, 원나라에는 청화백자, 명나라에는 오채자기 등 도자기를 만들었다. 이들 도자기는 서역 시대의 영향을 크게 받아 이국적인 기법이 보이는데 특히 구불구불한 아라베스크 문양도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에도 그리고 이슬람이 아닌 세계에서도 여전히 아라베스크는 활용되고 있다. 도형으로 틈이나 겹침이 없이 평면 또는 공간을 완전히 메우는 기하학적 장식 기법인 테셀레이션(tessellation)은 다양한 예술에 활용되고 있다. 테셀레이션은 이슬람뿐이 아닌 유럽과 아시아 곳곳에서도 오래전부터 활용되어 왔으나 오늘날 아라베스크와도 서로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구불구불 유연한 선으로 장식되어 있는 아라베스크는 이슬람의 역사와 사회, 예술을 나타내주는 가장 대표적인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처음에는 우상 숭배의 금지에 따른 차용책으로 사용된 예술이지만 일정한 형식이 없이 무한한 형태로 아름다움을 나타낼 수 있다는 그 장점은 다양한 다른 예술과도 콜라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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