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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옷의 변천사 ②] 오랫동안 세계에서 만들어진 금속 갑옷의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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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옷의 변천사 ②] 오랫동안 세계에서 만들어진 금속 갑옷의 활약
  • 차연정 기자
  • 승인 2019.09.25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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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금속 갑옷, 판갑, 찰갑, 어리갑 그리고 중세 이후 체인메일의 등장

[핸드메이커 차연정 기자] 청동기와 철기시대에 들어서면서 점차 갑옷의 주재료는 금속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금속은 기존 다른 재료보다 훨씬 단단해서 인체를 보호하는 데에 제격이었다. 물론 가죽과 천도 금속의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로 꾸준히 사용됐지만 어디까지나 주재료는 금속이었다.
 

가야의 판갑 [출처- 위키피디아, Good friend100 (talk)]

철판을 통째로 사용한 초기 갑옷, '판갑'

전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기 형태의 갑옷은 ① 판갑 ② 찰갑 ③어린갑 등을 꼽을 수 있다. 먼저 판갑(板甲)은 단갑이라고도 한다. 세로(종장판) 혹은 가로(횡장판)로 길거나 삼각형(삼각판)으로 된 몇 개의 철판을 통째로 사용한 갑옷인데 가죽 및 못으로 연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야와 신라 등에서 주로 등장했다. 4세기 초에는 종장판 갑옷이, 5세기부터 삼각판과 횡장판 갑옷이 사용된다. 판갑은 주로 보병용으로 사용되었으나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되지 못해 기동과 착용에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서 짧은 시간 만에 도태되고 만다.
 

찰갑을 입은 가야 무사 [출처- 위키피디아, dentarg]
찰갑을 꿰는 방법 중 하나인 '기본 엮기 방법', [출처- 위키피디아]

무수한 금속 조각이 모여 가동성과 방어력을 모두 잡은 '찰갑'

찰갑(札甲, lamellar armour)은 괘갑(挂甲)이라고도 부르며 갑옷에 메다는 쇳 조각인 미늘 조각(소찰, 小札)에 구멍을 내고 끈으로 꿰매면서 이어붙여 만든 갑옷으로 판갑에 비해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으며 겹치는 조각들이 더 높은 방어력을 제공했다. 조각들은 쇠뿐만 아니라 가죽, 뼈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할 수 있다.

찰갑은 또한 판갑과 비교하면 수백 개의 미늘을 엮어 만든다는 점에서 각 공정에 대한 분업이 가능해 대량생산할 수 있다. 이러한 효율성 덕분에 메소포타미아, 주나라, 이집트 문명 등 여러 초기 고대 문명에서부터 그 흔적이 발견되었으며 중세 시대까지도 널리 사용했으며 유목민족들도 기병대에 이 찰갑을 적극 활용했다.

세계 곳곳에서 사용된 만큼, 만드는 기법과 재료 등도 다양했다. 또한 몸통, 목, 어깨, 정강이 등 각 부위에 따라서도 사용하는 찰갑이 달라진다. 미늘조각들을 만드는 금속은 가열한 다음 망치로 두들기는 단조로 내구성을 강화했고 녹을 방지하기 위해 옻칠을 하기도 한다. 묶는 끈은 철사, 가죽끈, 면 등이 있었으며 못 등으로 박기도 한다.

찰갑의 형태는 외중식과 내중식으로 나누는데, 보통은 하단의 미늘이 상단 미늘의 외면의 위로 가게 겹치는 외중식으로 만들었다. 외중식으로 만들어야 끈끼리 연결하는 거리가 생겨 가동의 유연성이 생기고 적이 병기로 공격하더라도 끈들이 잘리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
 

로마군의 로리카 스쿠아마타 [출처- Saturnian]

금속 조각을 천 위에 함께 꿰맨 '어린갑'

어린갑(scale armor)은 금속 조각을 물고기 비늘처럼 붙여서 만들었다. 찰갑과 차이가 있다면 조각끼리만 꿰어 만드는 찰갑과 달리 어린갑은 직물과 가죽의 옷 위에 함께 꿰맸다는 점이다. 또한 찰갑과 달리 비늘조각의 동근 면이 아래쪽을 향하도록 배열했고 각자 가장자리가 겹치는 형태로 배치하여 틈을 없앴는데 유동적으로 비늘들이 움직였기 때문에 충격을 튕겨낼 수 있도록 했다.

어린갑은 고대 스키타이 및 중국에서부터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로마 병사들도 어린갑을 널리 입었는데, 대표적인 갑옷은 로리카 스쿠아마타(Lorica Squamata)이다. 이후에도 비잔틴 및 페르시아 제국에서 광범위하게 쓰였다.

조선의 도금동엽갑 [출처- 위키피디아, Remi Cormier]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시대에는 무명 직물에 황동을 쓴 두석린갑, 금을 쓴 도금동엽갑 등을 조선시대에 입었다. 하지만 황동은 화려한 색깔과 달리 강철보다 무르고 약해 고위급 장수들의 의전용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체인메일을 입은 중세 기사 [출처-pixabay]

사슬을 입어 몸을 보호하다, '체인메일'의 등장

중세 기사들이 전신을 감싸는 사슬갑옷으로 잘 알려진 체인메일(chain mail, 쇄자갑)도 있다. 말 그대로 쇠로 된 고리를 서로 꿰매어 엮는 방법으로 옷을 만들었다. 아시아에서도 만들었으며 한국, 중국, 일본에도 관련 기록과 그림, 유물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미지의 체인메일은 고대 켈트인들이 만든 형태에서 유래한다.

체인메일은 전신을 세세하게 감싸기에 유용해 다른 옷과 함께 걸쳐 편하게 입을 수 있다. 통풍에도 좋고 가벼우며 사슬의 탄력을 이용하여 칼 및 화살을 막을 수 있다. 다만 워낙 가벼워 전투시에 충분한 방어력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었으며 특히 둔기류에 취약했다. 아울러 이동 시 사슬이 부딪히며 소리가 난다는 단점도 있었고 일일이 사슬을 엮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생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중동과 인도, 동아시아 등에서도 체인메일은 폭넓게 활용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체인메일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슬과 철판을 함께 덧대어 만든 '경번갑(Plate and mail, 鏡幡甲)'이 생겨났다. 경번갑은 체인메일이 기존 찰갑 등이 겨드랑이 등의 세세한 부위를 가리지 못하는 단점을 보완한 것을 계승하면서 다소 낮은 체인메일의 방어력도 높인 갑옷이다.

체인메일 제작과정 [출처- 플리커, Roland zh]

경번갑은 특히 이슬람에서 주력 갑옷으로 쓰이며 15세기부터는 완전히 찰갑을 대체했고 이후에도 수백 년간 애용되었다. 체인메일의 원리는 현대에서도 여전히 이용되고 있는데, 방검복 등이 사슬을 엮는 원리를 이용해 만들어진다.

갑옷은 금속으로 대체되었으며 이는 세계의 보편적 현상이었다. 그런데 같은 금속도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등장하였다. 사람들은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금속을 어떻게 가공하고 어떻게 만들어야 방어력과 생산성을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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