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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에 사용하는 '삼베수의', 일제의 잔재인 것을 아시나요?전주시, 한지수의를 사용하여 전통 장례문화 계승 및 한지산업 활성화 모색
  • 차연정 기자
  • 승인 2019.09.2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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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차연정 기자] 장례식장에서 시신에게 입히는 옷을 수의(寿衣)라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평상시 입던 옷이나 예복에 해당하는 옷을 수의로 사용하였다. 성종 대에 편찬한 '국조오례의'에 따르면 비단과 명주, 모시, 무명 등으로 만든 옷을 수의로 사용한다고 나온다.

특히 조선 후기로 들어갈수록 비단 등으로 만든 가장 화려하고 좋은 옷을 수의로 사용했다고 하며 새 옷을 만드는 일도 많아졌다. 장례식을 맞아 집에서 직접 바느질 등을 통해 수의를 준비하는 것은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며 우리의 고유한 장례 문화였다.


일제에 의해 탄압된 전통장례문화와 잔재로 남겨진 삼베수의

오늘날의 현대사회에서는 장례업체가 장례를 대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삼베로 만든 삼베수의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삼베수의가 일제의 잔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가 않다. 

원래 거칠고 무른 삼베옷은 죄인이 입는 옷이었다. 또한 부모를 여읜 상주 역시 죄인이라는 의미에서 삼베옷을 입었다. 그런데 부모의 시신을 가장 좋은 옷으로 감싼다는 효의 정신이 담긴 상례문화가 일제 이후로 삼베가 수의로 사용되면서 격하되었다.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총독부는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번잡한 의례를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1934년 의례준칙(仪礼准则)을 제정 및 반포하였다. 하지만 그 실체는 한국 고유의 문화와 민족의식을 말살하기 위한 식민정책의 일환이었다. 결국 이 준칙으로 인해 각종 혼례, 상례, 제례의 내용과 절차가 간소화되고 가족묘가 없어지고 공동묘지가 만들어졌다.
 

경북 안강 행주기씨(幸州奇氏) 묘에서 출토된 명주로 만든 수의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또한 일제는 수의에 비싼 비단 대신 베나 무명을 쓸 것을 규정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의는 삼베로 만든 것으로 정해졌다. 1940년대에는 대표적 친일파인 이광수가 매일신보에 삼베수의를 입어야 한다는 주장을 실기도 했다. 이렇게 일제의 잔재인 삼베수의는 오늘날까지 이어오게 되었다.

물론 기존 전통만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삼베는 시신보다 더 빨리 썩는 재질이어서 수의로는 알맞지 않다. 아울러 기존에 고인에게 가장 어울리는 옷을 수의로 쓰면서 고인을 존중했던 우리의 문화가 획일적으로 변질된 것이 합당한 것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전주시, 전통한지로 만든 수의를 사용하다

전주지역 대표 의료기관인 전북대학교병원과 예수병원이 장례 및 의료 업무에 전주에서 생산된 전통한지 제품을 사용하기로 했다.

전주시는 19일 전주시장실에서 김승수 전주시장과 조남천 전북대학교병원장, 김철승 예수병원장, 최영재 전주한지사업협동조합 이사장 등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전주한지수의 및 전통한지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시는 이날 협약에 따라 협약참여기관들이 한지제품 구매와 사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체계적인 행정적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두 의료기관은 앞으로 장례식장을 통해 일제 잔재로 알려진 삼배수의보다는 한지수의 사용을 독려키로 하여 전통한지의 쓰임새를 기존 공예품 중심에서 장례품 등 산업으로 확장시키는데 앞장서기로 했다.
 

좌측부터 김철승 예수병원장, 김승수 전주시장, 조남천 전북대학교병원장, 최영재 전주한지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전주시 제공]

생산자단체인 전주한지사업협동조합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향후 더욱 경쟁력 있고 우수한 한지수의 및 한지제품을 개발해 양질의 한지제품 제공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앞서, 전주한지사업협동조합은 신협중앙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최근 활옷형·당의형·단령형 등 한지수의 신상품을 개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전주한지수의는 전주한지장이 전통방식으로 떠서 줌치기법으로 형태를 만들며, 수의 1벌당 전지사이즈(145×75cm) 55장이 소요돼 한지수의가 활성화된다면 전주한지 판로 확대에도 크게 기여하게 된다.

특히 한지를 사용하면 활옷·당의·당령 등 다양한 형태의 수의를 제작할 수 있고 삼베수의와 달리 화려한 색상과 전통문양을 표현할 수 있어 수려한 심미성이 돋보인다. 또한 매장 시에는 생분해도가 현저히 높아 친환경 장례문화를 만드는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향후에도 신협중앙회, 전주한지사업협동조합과 함께 전라북도 의료기관과 타 지역 의료기관을 방문해 친환경적이고 민족의 얼이 담긴 전주한지수의의 우수성을 알리고 적극적인 사용을 권장해 나갈 방침이다.
 

전주 한지로 만든 당의형 수의 [전주시 제공]

조남천 전북대학교병원장과 김철승 예수병원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전통장례문화를 계승하면서 품질이 우수한 전주한지수의가 우리병원의 장례용품으로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병원 의료 업무에서도 한지제품에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최영재 전주한지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전주한지 제품개발과 홍보활동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주고 계시는 신협중앙회와 전주시, 한국전통문화전당에 깊이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욱 경쟁력있고 우수한 한지제품을 생산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전북을 대표하는 의료기관인 전북대학병원과 예수병원에서 전통문화 계승에 공감해주시고, 전주한지산업발전을 위해 동참해주신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 “이번 협약이 우리민족 고유의 장례문화를 되살려 정착시키는 출발점이 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주한지장인들에게는 자부심을 지켜낼 수 있는 큰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차연정 기자  yjcha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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