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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으로 구워낸 예술, '테라코타'인류 문명의 시작과 함께한 테라코타, 예술·건축·생활 등 다방면에 쓰여
  • 김강호 기자
  • 승인 2019.09.1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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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흙은 너무나 흔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소중함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흙에서는 온갖 생명이 자라난다. 또한 생명이 소멸한 후에는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흙은 세상의 모든 것을 구성하고 순환시키는 만물의 근원이다.

인류도 이 흙을 이용해 문명을 일궜다. 흙으로 작물을 기르고 건축과 공예 등 다양한 것들을 만들었다. 특히 도자기와 기와, 벽돌은 인류가 흙으로 만든 대표적인 문명의 소산이었다. 또한 인류는 흙으로 다양한 예술 작품도 만들었다. 이러한 흙으로 만드는 작품은 '테라코타'로 통칭할 수 있다.


가장 오래된 공예 예술, 테라코타

테라코타(terracotta)는 이탈리아어로 '구운 흙'을 의미한다. 흙으로 만드는 거의 모든 제품을 총칭하는 경우도 있으나 고온의 온도에서 굽고 복잡한 과정으로 만드는 경질자기와는 구분된다. 또한 좁은 의미에서는 생활용품보다 상징성과 예술성을 가미한 작품만을 지칭한다. 점토를 말리고 조각하고 굽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만든 입체적인 조소와 조형물 등이 이에 속한다.

흙으로 조각상 등 조형물을 만드는 것은 석기시대부터 이미 전 세계에서 발견되었다. 이외에도 벽돌, 기와, 타일 등의 테라코타는 건축에 있어 중요한 재료로 사용됐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테라코타는 다양한 채색, 조각 기법을 사용하여 더욱 예술성과 정교함을 더하게 된다.
 

점토를 빚어 구워 만든 기와 [출처-pixabay]
도미니카 공화국의 테라코타상 [출처-pixabay]

간단한 형태의 테라코타는 주로 옹기토 등의 조소용 흙을 사용하며 모양을 만들고 건조한 다음, 약 800도 정도의 저온에서 한 번만 굽는 1차 소성(초벌구이)으로 만든다. 다만 이 방법은 작은 물건만에 한정될 수 있다. 큰 제품은 점토층이 두꺼운 만큼 균열이 나기 쉽다. 

더 큰 테라코타는 첫번째로 마찬가지로 점토로 모양을 만들되, 점토가 반쯤 말랐을 때, 여러 부분으로 조각내어 속을 파낸 후 진흙물을 발라 다시 짜 맞추거나, 고리 또는 소용돌이 모양으로 감아올리는 방법이 있다. 두 번째는 석고, 목재, 돌 등으로 형틀을 만드는 방법이다. 형틀로 원형의 외형을 만들고 안에 점토를 채워 건조한다. 그리고 외형을 다시 벗기고 구워낸다. 이 형틀 제작은 여러 복제품을 만드는 데에 용이하다.

이외에도 코일링(타레쌓기), 점토판 성형(판상형), 점토 튜브, 이상 주입성형, 물레성형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이들 방법은 여러 방법을 섞을 수 있다.


중국 진나라의 웅장한 테라코타 작품, 병마용(兵馬俑)

춘추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의 시황제(BC. 259~210)는 거대한 자신의 무덤을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진시황릉이다. 이 진시황릉 내부의 갱도에는 약 8천 점이나 되는 진흙 모형인 병마용갱이 발견됐다. 약 8천 점도 어마어마한 규모지만 여전히 발굴되지 않은 용갱도 수없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진시황릉 병마용갱 [출처-pixabay]

병사와 장수, 말, 전차 등의 이 테라코타들은 실제 크기로 제작됐고 굉장히 정교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각기 다른 얼굴과 표정, 손 모양을 가지고 있다. 진시황릉과 병마용갱은 세계 8대 불가사의로 꼽힌다. 그만큼 병마용은 그 하나하나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

병마 모형은 먼저 형틀로 빚어 형상을 찍어 내는데, 머리와 팔 등 각 부위를 따로 만든다. 각기 다른 모양을 만들기 위해 형틀 역시 무수히 많은 것이 쓰였다고 한다. 이렇게 따로 만든 각 부위를 서로 조립하여 굽고 채색을 하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발굴 과정에서 색이 대부분 벗겨졌다. 그래서 대부분 병마용은 유약을 바르기 전의 황토색점토의 빛깔을 띠고 있다.


다채롭게 발전한 세계의 테라코타

흙으로 빚은 사람 또는 동물 형상의 조형물인 토우(土偶)는 고대에는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유물이다. 토우는 장식 및 장난감 혹은 주술적 용도로 만들어졌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토우가 대표적이다. 신라 토우는 흙을 구워 장식품 및 인형 등으로 만들었다. 사람, 집, 동물 등 다양한 형태가 있기에 덕분에 당시 생활상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유물이 되고 있다. 

서구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타나그라 인형'이 초기의 대표적인 테라코타 작품이다. 점토를 빚어 초벌구이로 구운 이 여인상은 묘의 부장품으로 주로 출토되었으며, 서양 문명의 모태가 되었던 고대 그리스의 미술 연구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물이다.

테라코타는 처음에는 기와와 벽돌, 타일 등 건축용 재료로 주로 쓰였다. 중동에서는 특히 점토를 빚고 유약 등으로 채색한 아름다운 타일을 만들었으며 이 타일로 건축의 내부와 외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푸른 코발트 안료를 바른 터키의 이즈니크 타일이 대표적이다. 
 

타나그라 인형 [출처- 위키피디아]

르네상스 시대에서는 예술 작품으로도 테라코타가 크게 발전한다. 다채로운 재료와 기법 등이 이때 나왔다. 특히 15세기 조각가인 루카 델라 로비아(1399~1482)는 도자기처럼 테라코타에 유약을 발라 광택을 입히는 시유(施釉) 기법과 채색 기법을 발전시켰다. 이러한 발전을 토대로 자유로운 표현을 한 아름답고 섬세한 점토상, 장식용 조각 등이 만들어졌고 왕실과 귀족들도 값비싼 예술 작품으로 여겨 즐겨 찾게 된다.
 

'천사와 함께 있는 모자상', 안드레아 델라 로비아作, 1480~1490 /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현대의 테라코타

20세기에 들어서면 테라코타는 프랑스의 아리스티드 마이욜(1861~1944), 파블로 피카소(1881~1973), 이탈리아의 메다르도 로소(1858~1928), 미국 현대 도예의 아버지인 피터 불코스(1924~2002) 등이 테라코타에 관심을 갖고 많은 작품들을 만들었다. 오늘날 현대 예술가들도 나무, 돌, 금속 등 재료와 함께 테라코타를 콜라보하여 다양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여성 레슬링 선수들', 아리스티드 마이욜作, 1900 [출처- 위키피디아]
'Siguirilla', 피터 불코스作, 1999 [출처-위키피디아, Tbdjames]

피터 불코스는 50년대부터 추상표현주의를 반영한 테라코타를 제작했다. 그는 도자기 표면에 유약이나 여러 도구를 이용해 즉흥적이며 자유로운 선으로 드로잉하여 인간 내면의 다양한 욕구와 원초적인 갈망을 표현했다. 이는 피카소가 도자기 고유의 형태를 왜곡한 드로잉에 영향을 받은 것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불코스는 반쯤 굳은 흙덩어리를 해체하여 재구성함으로서 여기저기 불쑥 튀어나온 점토 덩어리들이 다이나믹한 분위기를 느끼도록 했다. 통일적이지 못하고 비실용적인 그의 작품은 자신의 독특한 현대 도예 작품의 세계를 구축해 주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중섭, 박수근과 함께 한국 근대 미술 3대 거장으로 꼽히는 권진규(1922~1973)가 테라코타를 만들었다. 조각가 겸 화가인 권진규는 한국의 정서를 담아낸 누드와 흉상, 동물상 등 독특한 테라코타를 만들어 근현대 한국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대표작으로는 '지원의 얼굴', '마두' 등이 있다.

만물의 근원인 점토는 우리와 아주 친밀한 재료이다. 독특한 흙의 감촉과 고도의 유연성 및 전성(展性)도 가졌다. 점토는 만지는 그 순간 순간마다 반응하며 우리 손의 특유의 터치에 따라 조화롭게 생명력을 발현하기 시작한다. 모든 생명이 흙으로 생명을 얻는 것처럼, 우리 역시 이 흙으로 많은 것을 창조해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창조는 계속될 것이다.

김강호 기자  cpzm78@handm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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