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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손맛이다!' 수제 음식과 홈메이드 요리의 확산평범한 것을 거부하는 인간의 본능··· 대기업과 프랜차이즈에서도 수제 패키지 제품 출시, 자동화 시대에도 손맛의 매력은 계속된다
  • 최미리 기자
  • 승인 2019.09.0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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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최미리 기자] 현대에는 포장지를 제거하고 바로 먹을 수 있거나 아주 간단한 조리 과정을 몇 번 거치면 되는 인스턴트와 공장 식품들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과거에는 상당수의 식재료를 직접 구해야만 했고 일일이 조리 과정을 거쳐 음식을 만들었다. 하지만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이제 첨단 설비를 갖춘 공장에서 식품들을 대량생산하게 되었다. 이에 우리는 예전보다 더 위생적이고 안전하면서도 간단하고 저렴한 음식을 다양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공장 음식의 확산은 부정적인 면도 있다. 기업들은 원가를 절감하고 대량생산을 하기 위해 식품의 기준과 공정을 표준화시켰다. 맛과 사이즈, 모양 등이 모두 같아진 것이다. 이런 음식은 가격이 저렴하지만 다소 품질이 일정해졌으며 다양한 소비자의 취향과 맞지 않을 수가 있다.
 

수제 파스타를 만드는 장인 [출처- pixabay]

손맛으로 만든 음식의 가치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오늘날에는 손맛을 담아낸 수제 요리라는 단어가 희소성과 가치를 갖고 다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직접 손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아주 당연했지만 이제는 수제라는 단어 자체가 고급화 및 차별화를 의미하게 되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32)는 요즘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직장 근처에 있는 수제 빵집을 들러 빵을 산다. A씨는 "우연한 계기로 한번 맛보았을 뿐인데, 독특한 맛과 향에 금세 매료되었다. 다른 빵에 비해 다소 가격이 비싸고 오래 기다려야 하지만 이곳에서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꼭 들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작년에 벌어진 '미미쿠키 사건'은 수제음식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미미쿠키는 직접 만든 '수제 유기농 음식'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높은 가격에 쿠키와 제빵류를 판매했다. 그리고 수많은 소비자들이 이러한 홍보에 매력을 느껴 넘어갔다.

왜 수제 먹거리가 더 맛있다고 느끼는 것일까? 프랜차이즈 혹은 공장에서 만드는 대기업의 식품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가치의 차이에 있다. 사람은 각자 다양한 취향의 입맛이 존재한다. 또한 소비자들은 자신이 먹는 음식이 특별하길 바란다.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분위기, 희소성, 식기 등에도 가치를 매긴다. 물론 이것은 음식만이 아닌 다방면에 적용되는 인간의 본능이다.

수제 음식은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인건비도 많이 들며 가격도 비싸질 수밖에 없다. 경제적 관점으로만 보면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수제 음식의 매력은 효율성이 아닌 희소성에 있다. 소규모로 장인의 비법만을 담아 생산되기 때문에 남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특별한 것을 맛보았다는 만족감을 충족해줄 수 있다.

또한 조리 시간은 다소 오래 걸리더라도 좋은 식재료와 사람의 손맛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그만큼 정성이 들어간다고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조리과정이 획일화된 공장 식품에 비해 즉석에서 만들어서 나오기에 신선하며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도 바로 반영해줄 수 있다.
 

직접 만든 수제쿠키를 선보이는 소녀 [출처-pixabay]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수제 먹거리 시장 규모

우리나라 역시 최근 개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산됨에 따라 대기업의 획일적이었던 식품 위주에서 점차 수제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수제 열풍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햄버거, 맥주, 전통주 등이 있다.

햄버거 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 약 2조 원 가량이었으며, 롯데리아(9870억)와 맥도날드(5650억) 등 프랜차이즈 업체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후 수제버거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6년 미국의 수제버거 전문 업체인 '쉐이크쉑'의 진출이 수제버거 성장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수제버거 시장 규모는 2014년 794억 원이었던 것이 2017년 2천억 원으로 커졌다. 수제버거는 기존 버거와는 달리 좀 더 신선한 재료와 건강한 조리과정을 통해 만든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며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

전 국민이 즐기는 맥주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수제맥주 시장은 2012년 7억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 2018년에는 633억 원으로 수십 배 성장했다. 수제맥주는 상당한 규모의 설비를 갖추어 맥주를 생산하고 전국에 공급하는 규모 있는 기업부터 즉석에서 수제 맥주를 만들어서 소비자에게 내놓는 소상공인 등 다양하다.

또한 내년부터 시행되기로 한 주세법 개정에 따라 수제 맥주도 활성화되어 소비자들도 더욱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수제 맥주를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복원한 다양한 우리 전통주 / 핸드메이커 최미리 기자

아울러 우리 전통주도 최근 급격히 활성화되고 있다. 최근 다양한 전통주가 정부 기관 및 민간 업체의 협력과 연구를 통해 복원되었고 상품으로 출시하여 소비자를 찾아가고 있다.

우리 전통주는 원래 집에서 빚는 가양주(家釀酒) 문화를 바탕으로 한다. 각자 집에서 자신의 비법으로 술을 빚었던 것이다. 따라서 지역과 가정 별로 굉장히 다양한 술이 만들어졌으며 이 전통 비법은 오랜 역사를 거쳐 계승되어 왔다. 한국의 전통주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수백 가지에 달한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가 주세법을 통해 가양주를 금지하면서 급격하게 전통주는 잊혀졌다. 그리고 해방 이후에는 대기업 제품 위주의 획일적인 술 문화가 자리 잡았다. 그러나 다시 현대에 들어 다양성과 손맛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장되면서 다양함이 특징이었던 우리 전통주도 이에 발맞춰 부활하고 있다.

이외에도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쿠키, 케이크 등 다양한 요리들이 수제를 걸고 있다. 이들 음식점과 브랜드는 수제 타이틀을 통해 '우리는 남들과 다르다', '정성을 들였다', '더 맛있다'라는 의미를 어필한다. 요즘은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질세라 수제를 내건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 7월, LG에서 출시한 수제맥주 제조기 'LG 홈브루' [LG전자 제공]
추석을 맞이하여 신세계백화점이 출시한 'DIY 막걸리' 패키지 재료를 통해 직접 취향에 맞는 막걸리를 만들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홈메이드 요리의 확산

이뿐만이 아니다. 수제 식당에 가서 전문 장인이 만든 특별한 음식을 맛보는 것을 넘어 요즘은 소비자들이 집에서 스스로 개성 가득한 먹거리를 만들기도 한다. 취미·여가의 다양화와 개성을 중시하는 풍조에 따라 이전과는 다른 생활 문화가 현대 소비자에게 퍼져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홈메이드 먹거리의 의미는 원래부터 일반적으로 만들고 먹어온 평범한 가정식도 물론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평범한 요리나 집밥보다도 그동안 쉽게 만들 수 없었고 구입해서 먹는 것이 당연했던 쿠키, 커피, 맥주 등이 현재 홈메이드 요리의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홈맥주(홈브루잉)은 그동안 대기업에서 일률적으로 만들던 가공 맥주만 먹던 소비자들이 스스로 맥주를 만들어보려는 시도에서 시작됐다. 맥주는 재료와 만드는 방법에 따라 맛이 수만 가지로 달라진다. 이렇게 나만의 맥주를 만들어볼 수 있다는 매력이 대중을 사로잡고 있다. 이미 서구에서는 자가양조가 보편화되어 크래프트비어 문화가 널리 퍼져있다.

홈커피 역시 맛도 재료, 만드는 법 그리고 사람의 손맛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최근 홈커피의 성장도 무섭다. G마켓에 따르면 2월 18일~3월 17일의 홈 카페 관련 상품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에 따르면 매장에서 판매되는 홈카페 제품이 3년 동안 매년 30% 이상 판매되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소비자들은 수제떡, 수제아이스크림, 수제초콜릿, 수제케이크 등 다양한 음식들을 직접 만든다. 이와 관련한 키트 상품 시장도 급격히 커지고 있으며 SNS에서도 홈메이드쿡, 홈메이드요리, 수제케이크, 수제버거, 홈커피 등의 해시태그가 적게는 수만 건에서 많으면 수백만 건에 이르고 있다.

평소 수제 쿠키와 초콜릿, 케이크 등을 즐겨 만든다는 여고생 B양(18)은 "요리에 관심이 많아 집의 오븐과 도구를 활용해 초콜릿과 마카롱, 케이크를 자주 만든다. 가족 및 친구들과 나눠 먹거나 선물을 하기도 하는데, 정성이 들어가서 그런지 돈을 주고 산 음식을 선물하는 것보다 더 좋아해줘서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쌀 점토를 주물러서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떡을 만드는 '라이스 클레이' 패키지 /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특별함을 부여하는 수제 문화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사람의 일상에 필요한 음식과 관련된 산업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만큼 더 경쟁이 치열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푸드 트렌드는 시시각각 바뀌기 마련이다. 기존의 방법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최신 트렌드에 적응하며 남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SNS의 발달, 개성과 소확행 등의 확장으로 인해 사람들은 음식에도 특별함을 부여하고자 한다. 평범한 음식을 단순하게 섭취하여 끼니를 채우는 소비자를 넘어 이제는 창작자가 되어 음식에 의미를 부여하고 직접 그 과정에 참여하면서 욕구를 충족하며 이를 바탕으로 주변과 소통한다.

전문가들은 현대와 미래를 이끌 식품 트렌드 중 하나로 '수제'를 꼽곤 한다. 영국의 국제시장 조사 기관인 캐나딘(canadean)은 2015년 이후 식품업의 트렌드를 5가지(건강한 식재료, 매운 음식, 퓨전 음식, 패키지, 맞춤형 생산)로 정리했는데, 그중 하나가 맞춤형 생산인 수제 음식이다.

캐나딘 측은 "많은 소비자들이 그들이 먹는 음식의 품질 검증과 선택하는 상표의 친밀한 연결을 원하며, 대량생산보다 소규모로 생산된 식품을 선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도 다양한 산업에 기계화와 자동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요리 역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로봇, 3D프린터 등이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대구에는 로봇이 치킨을 튀겨주는 '디떽'이라는 업체가 문을 열어 화제를 모으고 있기도 하다. 2259년의 미래를 그린 뤽 베송 감독의 영화 '제5원소'에서는 캡슐을 돌리면 자동으로 음식이 만들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현재의 기술 발전 속도를 보면 영화 속 미래도 불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맛으로 만들어진 수제 음식의 가치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모든 것을 오직 효율과 속도로만 따질 수는 없다. 음식은 결국 손맛이라고 하지 않는가? 시대가 지나도 이 말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최미리 기자  myry9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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