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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의 세계 여행 9] 광활한 사막과 아라비안나이트의 세계, '중동의 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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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의 세계 여행 9] 광활한 사막과 아라비안나이트의 세계, '중동의 도자기'
  • 김강호 기자
  • 승인 2019.09.0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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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중국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며 다양한 문화가 결합된 역동적인 도자기를 발전시키다
[출처-pixabay]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이자 광활한 사막이 펼쳐진 아라비안나이트의 세계, 중동 지역은 세계 4대 문명 중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2곳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아주 오래전부터 찬란한 문명과 문화를 이루었다.

도자기는 역사 연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유물이다. 쉽게 깨지지만 변형과 부식이 잘 일어나지 않아 오래 보존되기 때문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도자기는 만드는 재료와 기법, 문양 등을 통해 당시 사회의 기술력과 문화, 정치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유럽과 중국에 비해 다소 인식이 덜하지만 중동에서도 굉장히 발달하고 화려한 도자기를 만들었다. 물론 중동에서는 가장 진보된 형태였던 중국의 '경질자기' 비법을 알아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름대로 중국의 것을 모방하여 새로운 것으로 재창조했고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 주변 지역에 다시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유럽 마욜리카 도기의 원류가 된 무어인의 이스파노-모레스크 도기 [출처- 위키피디아, Luis Garca]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두 계통의 도자기

이집트인들은 이미 BC 3000년 전에 점토를 빚은 도기에 청록색을 띠는 알칼리(소다) 유약을 발랐다. 이는 유약으로서 세계 최초의 등장이었다. 이집트의 사막에는 규석, 네이트론이라는 천연 탄산소다, 실리카 등 성분이 많이 나왔는데, 이것을 녹여 유약으로 만들었다.

이것을 이용해 800도 전후의 온도에서 녹인 저온유(低溫釉) 도자기를 만들었다. 이후에는 점토에 망간, 규석(석영) 가루 등을 혼합하면서 더욱 튼튼하고 다양한 색깔의 도자기를 만들었다. 이집트의 도기 제작 기술은 메소포타미아와 이란, 그리스 등에 영향을 미쳤다.
 

이집트 도자기 [출처- Gary Todd]
연꽃 문양을 장식한 이집트 도자기 [출처-위키피디아]

한편, 지중해 연안의 여러 나라들은 산화납과 황화납 등을 매용제(유약, 잿물을 빨리 녹이는 재료)에 사용하는 기술을 터득했고 이러한 기술로 녹색과 갈색 등의 납유(연유) 도기를 만들었다. 초기의 중동 도자기는 이렇게 이집트의 알칼리 도기와 메소포타미아의 연유 계통으로 분류한다.

로마 시대에는 이러한 연유 도기가 크게 발전했으며 로마의 도기 기술은 다시 시리아와 페르시아에 전해졌다. 특히 파르티아 왕조(BC 247∼AD 226, 현 이란의 전신)는 로마와 싸우면서도 로마의 도기 기술을 받아들여 녹색 유약을 입힌 독특한 도자기를 만들었다. 이 도자기는 이후에 다양한 색깔을 붓으로 그려 넣은 '페르시아 도자기'가 된다.

아름다운 페르시아 도자기는 '페르시아 삼채'라고도 부르는데 당삼채의 영향을 받아 9~10세기 경에 주로 만들었다. 갈색 점토에 청색, 녹색, 황색, 갈색, 백색 등 연유를 발랐으며 자갈색 망간 등도 함께 섞기도 했다.
 

페르시안 도자기 [출처-위키피디아, Chemical Engineer]

서로 수많은 영향을 주고받은 중국과 중동의 도자기 교류

7세기 이슬람교의 발흥 이후, 이슬람의 교리에 따라 무슬림 사이에서는 금은제 용기를 사용하는 일이 금지되었다. 그 후부터 무슬림들에게 도자기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특히 무슬림들은 중국의 중국의 도자기를 수입해오고자 오랫동안 노력했다.

이를 위해 중동에서는 중국을 잇는 초원길, 비단길 등의 육로와 해상 무역로를 개척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도자기의 교류는 결코 일방적으로 중국이 중동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도 중동 도자기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당나라에서 만들어진 '당삼채(唐三彩)'는 백색, 녹색, 갈색 등 삼채 유약으로 여러 무늬를 묘사한 도기이다. 기존 중국 도자기에서 보기 힘든 화려한 무늬와 서역풍의 문양과 인물화 등을 통해 중동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을 알 수 있다.

삼색 유약을 바른 당나라의 당삼채 도자기, 8세기경 [출처- 위키피디아, Daderot]

또한 원나라의 청화백자는 순도 높은 백자에 코발트 안료로 무늬를 그리고 투명 유약을 입혀 구워낸 도자기이다. 영롱한 청색을 표현할 수 있는 코발트 블루는 중동 지역에서 오랫동안 생산되고 사용된 것이며 중동에 진출한 원나라인들도 이 코발트를 받아들였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명나라에서도 아름다운 채회자기를 만들었다. 초기에는 두채자기를 만들었는데 도자기에 코발트로 밑그림을 그리고 1300도에서 구운 다음 다시 물감으로 색을 칠한다. 그림을 완성하면 1000도 미만에서 다시 굽는다. 이후에는 코발트 없이 유약 위에 그림을 그려 선명한 문양을 만드는 오채자기가 만들어진다.
 

청화백자 [출처- 위키피디아, Wmpearl]

터키의 건축과 공예를 대표하는 '이즈니크'

'오스만 튀르크 제국'은 14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오랜 세월을 중동의 패자로 군림해오며 아프리카와 아시아, 유럽 등지에 세력을 뻗어나갔다. 오랫동안 중동을 지배해온 오스만은 오늘날 이슬람의 정치, 사회, 문화가 형성되는 데에 있어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오스만이 지배했던 중세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도자기로는 '이즈니크(iznik)'가 있다. 푸른 코발트 색깔이 영롱한 빛깔을 자아내는 이즈니크는 16세기 터키 아나톨리아 반도의 서북쪽에 있는 이즈니크라는 도시에서 만들어졌다.

이즈니크 도자기는 석영을 갈아 만든 가루를 점토와 섞어 만든다. 석영은 도자기의 광택을 증가시키고 무게를 가볍게 해준다. 형태를 만들었으면 코발트 블루로 채색한 다음, 유리질의 유약을 바르고 구워서 완성한다.

이 이즈니크는 또한 도자기 뿐만 아니라 얇은 타일로도 만들었는데, 오스만 제국의 분수, 궁전, 모스크, 학교, 식당 등 다양한 건축에 활용되었다. 오늘날에도 그 유명한 문화유산인 블루 모스크, 톱카프 궁전 등에 가보면 이러한 이즈니크 타일 양식을 확인할 수 있다.
 

이스탄불의 블루 모스크 내부를 장식한 이즈니크 타일 [출처-위키피디아]

이슬람 도자기를 집대성한 도자기 마을, 아바노스

터키의 앙카라 서남쪽에는 세계적 관광지인 '아바노스(avanos) 도자기 마을'이 있다. 오랜 세월을 도자기를 만들어온 이 마을에서는 마을 사람 대부분이 도예 관련 일에 종사한다. 마을 도예공들은 어릴 때부터 발을 들여 10년 이상 기술을 전수받은 다음 본격적인 장인의 길을 걷는다.

이 마을 주변에는 터키에서 가장 긴 강인 크즈르강이 있는데 강 주변에는 붉은 흙이 깔려있다. 이 흙은 철 성분이 함유되어 품질이 좋고 14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이 흙과 석영을 함께 반죽해서 틀을 만든다. 그다음 수작업을 통해 그림을 그리고 유약을 바르고 다시 구우면 견고하고 아름다운 도자기가 완성된다.

아바노스에서는 기원전 1400년에 존재했던 히타이트 시대의 도자기부터 시작하여 이집트 오스만, 페르시아 등 다양한 전통 도자기를 만든다. 오랜 역사를 간직해온 이슬람 도자기를 이곳에서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크즈르강과 아바노스 마을 [출처- 위키피디아]
아바노스 마을의 도자기 전시장 [출처- 위키피디아]
공방에서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들 [출처- 플리커, Dan]

문화 교류의 다리 역할을 해온 중동의 개방적인 문화

중동과 중국의 도자기를 받아들이고자 노력했던 후발주자였던 유럽 국가들은 18세기 이후부터는 결국 그 둘을 뛰어넘는 도자기를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반면 중동의 도자기는 경질자기의 비결을 알아내지 못했고 쇠퇴했다.

하지만 근대 이후의 수백 년의 기간 만으로 수천 년을 이어왔던 중동의 도자기를 평가할 수는 없다. 오랫동안 중동 사람들도 광활한 자연과 사막의 기후에 알맞은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화려하고 찬란한 도자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도자기는 중국과 유럽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중동은 중국과 유럽을 잇는 교역로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전파하였다.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에 위치했으며 광활한 사막을 따라 다양한 민족이 이동해온 중동 지역은 개방성과 다양성이 공존해온 역동성을 가진 곳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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