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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 금'이라 불리는 코끼리의 상아,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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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 금'이라 불리는 코끼리의 상아,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아픔
  • 이진 기자
  • 승인 2019.08.09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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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귀한 공예품의 재료로 이용된 상아··· 최근 무분별한 밀렵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코끼리
[출저-pixabay]

[핸드메이커 이진 기자] 육상 최대의 동물은 바로 코끼리이다. 코끼리는 3.3m의 길이와 4톤가량의 거대한 몸집, 기다란 코, 나풀거리는 거대한 두 귀 등 웅장한 신체적 특징을 가졌다. 특히 양 갈래로 길게 뻗어있는 두 상아는 코끼리의 위엄을 제대로 드러낸다.

이 상아는 원래 코끼리의 엄니 부분이 길게 나온 것인데 에나멜질, 상아질로 이루어져 일반적인 치아 구조와 같다. 상아는 싸움을 벌이는 데에 있어 코끼리가 가진 최고의 무기로 사용된다. 코끼리 외에 바다코끼리, 멧돼지, 고래 등의 동물들도 이러한 상아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상아를 조각해서 만든 비잔틴 제국의 상자 [출저-pixabay]

오랫동안 고급 공예품을 만드는 재료로 쓰인 코끼리의 상아

이렇게 거대한 상아는 코끼리의 위엄을 보여주는 특징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점이 오히려 사람들이 상아를 손에 넣으려고 애쓰게 된 이유가 되었다. 위엄이 담긴 거대함과 더불어 아름다운 색깔과 빛깔 및 적당한 내구도 등이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 상아는 귀중한 공예품을 만드는 재료로 활용되었는데 이미 이집트와 인도 등지에서는 고대부터 우수한 상아 공예품을 제작했다. 또한 이들 나라의 우수한 상아 제품을 수입하기 위해 유럽과 아프리카, 서아시아 및 동아시아를 잇는 교역로가 개척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상아는 도장, 장식용품, 예술작품을 비롯해 컵, 향로, 당구공, 파이프, 피아노 건반, 무기 등 아주 다양한 물건을 만드는데 쓰였다. 동양권에서는 상아가 옥과 함께 왕실의 도장에 사용하는 중요한 재료였다.

상아는 아주 귀한 물건이었기 때문에 왕실 및 부유한 계층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왕실에 소속된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전문 장인이 직접 가공을 맡았다. 장인은 이 상아를 적당히 재단하거나 조각을 하였고, 그다음 염색을 하여 다양한 색깔로 물들이고 문양을 그리는 과정을 통해 작품을 만들었다.
 

'사비나 여인들의 납치가 새겨진 잔', 상아를 조각해서 만들었다 [1676년, 마티우스 라우흐밀러作]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살육되고 있는 코끼리

현재에도 상아의 수요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오늘날 화학 기술의 발달로 수많은 인공 수지가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상아의 아름다움과 품질을 뛰어넘는 대체재가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근대 이후에도 수없이 많은 코끼리가 인간의 손에 죽어갔다.

밀렵 문제는 특히 아프리카에서 심각하다. 아프리카 코끼리의 상아는 인도 코끼리의 상아보다 더 크고 품질이 좋기 때문이다. 100년 전인 20세기 초반의 아프리카에서는 약 1천만 마리의 야생 코끼리가 살고 있었다. 하지만 세계 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현재 코끼리는 41만 5000마리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러한 밀렵으로 인해 아프리카코끼리 중에는 점차 상아 없이 태어나는 코끼리가 늘어나고 있다. 모잠비크 고롱고사 국립 공원의 경우에는 암컷 코끼리의 3분의 1가량이 상아없이 태어난다고 한다. 또한 상아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전보다 훨씬 작아진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상아없이 태어나는 코끼리가 불과 2%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선택설에 따른 진화적 과정으로 보인다. 인간이 밀렵으로 상아를 노리기 때문에 이러한 상아가 없어야지 생존에 유리해진 것이다. 때문에 상아가 없는 유전자가 널리 퍼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아가 없는 코끼리는 먹이를 찾거나 싸움을 벌이고 땅을 파는 등의 일상 생활에 있어 여러 가지로 불리해진다.
 

출저- pixabay

상아 밀렵과 사용을 막기 위한 노력과 갈등

그리하여 국제사회에서는 코끼리 멸종을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하였다. 먼저 1973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 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을 통해 코끼리 등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를 규제하고 있다. 또한 1989년부터는 상업적 목적의 상아 거래를 금지했다. 지난해에는 그동안 최대의 상아 시장을 가지고 있는 중국과 영국 역시 상아 거래를 전면적으로 금지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상아 밀렵은 계속되고 있다. 수요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인들은 상아를 약재로 사용하거나 부귀의 상징으로 삼는다고 한다. 실제로 상아 밀거래 현장에서의 구매자들은 중국인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지난 5월에는 아프리카의 보츠와나에서 지난 2014년 이후 5년 동안 금지해온 코끼리 사냥을 허용하였다. 정부 관계자는 코끼리 개체 수가 과도하게 증가했다는 이유를 들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사냥을 허용하면서 얻는 경제적 이득도 있다. 한편 짐바브웨, 보츠와나, 나미비아, 잠비아 아프리카 4개국은 회담을 통해 국제사회에 상아 무역을 허용하기 위한 로비를 벌이기로 결정했다.

일부에서는 또한 바다코끼리, 고래 등의 상아로 눈길을 돌려 불똥이 튀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는 이미 멸종된 빙하기 시절의 동물인 매머드의 사체를 발굴해서 상아를 채취하는 일도 기승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2017년에만 러시아에서 수출된 매머드의 상아는 72톤에 달한다. 그리고 이 중 80% 이상이 중국에 판매됐다.
 

상아로 인해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코끼리의 사체 /아바즈 제공

한편, 국제 시민운동단체인 아바즈(avaaz)는 일본 정부가 상아 거래를 중단시킬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하고 있다. 이미 9일 현재 124만 5795명이 서명에 참여했다고 한다.

아바즈 측은 "수만 마리의 코끼리가 밀렵당하고 있지만, 일본은 밀렵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계속해서 상아 시장을 유지하려고 한다. 일본은 세계인의 축제인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진정 평화로운 세계인의 화합의 장을 열고 싶다면 상아 무역 금지를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2011년부터 16년까지 일본에서 중국 등으로 밀반출되다 적발된 상아가 2.4톤이 넘는다고 한다. 일본은 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상아로 만든 제품이 큰 인기를 끌었으며 현재도 세계 최고의 상아 시장을 운영하고 있는 나라이다. 

현재 상아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가 연구 중에 있다고 한다. 특히 지금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상아야자의 추출물질이다. 이 물질은 아마존 강에 주로 서식하는 상아야자 열매에서 추출한 배젖(씨앗 속의 발아 조직)인데, 시간이 지나면 점차 단단하게 굳어 상아와 비슷한 색과 질감을 갖춘다고 한다.

상아는 분명 오랫동안 사용되어온 물건이었으며 상아 공예품들 역시 그동안의 역사가 담긴 귀중한 가치가 있는 물건이다. 하지만 그 가치는 이제 과거의 유물로 묻어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풍족한 현대사회에서는 이제 상아가 필요하지 않으며 상아로 인해 수많은 동물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코끼리가 좀 더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위해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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