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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그림을 그리는 물감은 어떻게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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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그림을 그리는 물감은 어떻게 만들까?
  • 이진 기자
  • 승인 2019.08.0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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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성 물질 및 동식물 등 유기물 등 자연의 재료를 이용해 만드는 안료, 다양한 형태로도 제작 가능

 

라스코 동굴벽화 [출저- 위키피디아]

[핸드메이커 이진 기자] 그림으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문자보다도 더 원초적이고 오래된 인간의 본능적인 활동이다.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그림을 그려왔다. 수만 년 전, 원시인들이 남긴 동굴 벽화로도 이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동굴벽화에는 주로 동물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를 통해 풍요를 기원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알록달록 다양한 색깔을 쓰는 그림은 어떻게 그릴까?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역시 가장 많이 사용된 것은 여러 가지 색깔의 안료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라스코 동굴벽화', '알타미라 동굴벽화' 등의 유명한 문화유산을 통해 원시인들도 이미 다양한 색깔의 안료를 사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색을 표현하는 그림의 핵심 재료, 안료

안료(顔料)란 물이나 기름에 녹지 않는 분말 형태의 착색제를 말한다. 이 분말을 다른 접착제 및 물과 기름 등 용제와 함께 섞어 바르면 도막이 형성되면서 아름다운 색깔과 광택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이와 대비되는 것은 염료(染料)가 있다. 염료는 물과 기름 등에 완전히 액상 형태로 녹기 때문에 견고한 도막을 형성하지 못한다. 하지만 섬유 등에는 잘 스며들기 때문에 그림보다는 직접 옷감에 색깔과 문양을 염색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안료를 만드는 재료로는 '돌가루' 즉, 먼저 광물성 물질을 가루 낸 무기안료가 있다. 산화철은 빨강, 군청은 청색, 크롬황은 황색, 아연은 흰색, 코발트는 푸른색 등을 표현할 수 있다. 무기안료는 색은 다소 불투명하지만 저렴하고 기후(내후성)와 열(내열성), 빛(내광성) 등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어 널리 쓰였다.

또한 동식물 등의 유기물로 만든 유기안료도 있다. 연근으로 만든 연분(흰색), 소나무 기름을 연소시켜 만든 재를 아교로 굳혀 만든 먹(검은색), 숯으로 만든 목탄(검은색) 등이 그것이다. 유기안료는 색이 선명하고 착색력이 좋았다. 때문에 이 유기물질들은 물감뿐만 아니라 인쇄, 화장품, 염료, 도료 등 다양하게 쓰였다.
 

산화철 가루 [출저- 위키피디아 FK1954]
목탄 [출저- pixta]

안료가 그림에 제대로 부착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접착제들

안료는 단독으로 쓰기보다는 여러 매개체(전색제)와 함께 섞어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안료가 흐르지 않고 제대로 채색면에 부착이 되며 유지력도 강해진다. 천연 접착제는 동물성 단백질 또는 식물의 당 성분이 접착력을 갖고 있기에 여기서 추출한 것을 많이 사용했다.

이러한 접착제는 지역과 환경에 따라 종류가 달랐다. 먼저 동양화에서 많이 사용한 것은 아교와 부레풀 등이 있다. 아교는 동물의 뼈, 창자, 가죽 등의 동물성 물질을 고아서 그 액체를 다시 굳혀 점액 상태로 만든 것이다.

부레풀(어교)은 물고기의 공기주머니인 부레를 말리고 이를 끓는 물에 넣어 만든 접착제이다. 특히 민어의 부레를 많이 사용했다. 어교는 아교보다도 접착력이 좋아 그림뿐만 아니라 나무제품 또는 칠기 등의 공예품을 만드는 데에도 활용됐다.
 

아교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제공]

서양에서는 15세기 르네상스 시절만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벽화인 프레스코를 그렸다. 프레스코는 벽에 회반죽을 바르고 반죽이 마르기 전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이 방법은 그만큼 신속성을 요구해서 섬세한 작업이 쉽지 않았다.

'템페라 기법'은 기법은 계란 노른자, 벌꿀, 무화과나무 수액 등을 안료와 섞어서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도 이 기법으로 그린 벽화가 있을 만큼 오래된 기법이지만 균열이 생기기 쉽다는 단점도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당시 보편적이었던 프레스코 대신 이 기법으로 '최후의 만찬'을 그렸지만 훼손이 심하게 일어났다.

한편 유화는 르네상스 이후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한다. 기름은 증발되지 않고 천천히 산화되기 때문에 굉장히 견고하고 세밀한 표현이 가능했다. 다빈치 역시 유화 기법을 시도해보기도 했지만 제대로 된 계기를 마련한 것은 15세기 네덜란드 화가인 '얀 반 에이크'이다. 얀 반 에이크는 아마의 씨에 든 기름인 아마인유를 안료와 섞은 유화 물감을 발명했다.

물은 거의 모든 기법에서 사용되는 원료였다. 하지만 물을 주 매개체로 쓰는 '수채화'는 널리 사용되지 못했다. 계란노른자 또는 아라비아고무를 안료와 섞어 쓴 물감을 사용하긴 했으나  표현력 면에서 그리 선호되는 방법은 아니었다. 이후 18세기부터 화학의 발전으로 인해 글리세린, 덱스트린, 계면 활성제 등 화학물질과 섞은 수채물감이 생기게 되었다. 이제야 수채화는 완전히 독립적인 회화 양식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 밖에도 사람들은 동물성 대신 식물성 접착제를 쓰기도 했다. 식물성 접착제는 해초와 녹말풀 등을 많이 사용했다. 동물성 물질보다는 다소 접착력이 떨어지지만 비교적 만드는 과정이 간단하고 재료도 구하기 쉽기 때문에 많이 사용되었다.
 

다양한 물감 도구의 종류, 튜브형 물감부터 크레파스·파스텔까지

물감이라고 한다면 보통 사람들은 튜브에 들어있는 크림 형태의 물감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물감이란 단어에는 안료, 염료 및 고체 형태의 크레파스, 파스텔 등도 모두 포함된다. 튜브형 물감은 안료를 여러 용매제에 개어 크림 형태로 만든 것이다. 이것을 기름 또는 물과 함께 섞고 붓에 묻혀 바른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는 물감의 종류는 붓에 묻혀 그리는 것 외에도 다양하다. 특히 안료를 고체 형태로 굳히면 우리가 잘 아는 색연필, 크레파스, 파스텔, 크레용 등을 만들 수 있다. 이들 고체 제품도 유화와 수채화 못지않게 나름대로의 독특한 색감을 표현할 수 있다.

'보트놀이하는 사람들' 르누아르作, 종이에 파스텔, 1881년 [출저- 위키피디아]

먼저 ▲파스텔은 점토 또는 광물 가루를 고무 용액, 풀 등의 점착제를 넣어 굳혀서 막대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파스텔은 문지르는 방법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덧칠이 가능하고 특유의 은은하고 부드러운 명암과 색감이 매력이다.

17세기 유럽에서 처음 만들어졌으며 19세기에는 기존 유화를 위협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에드가 드가, 르누아르도 파스텔을 애용했다고 한다. 다만 부서지기 쉽고 그림에 바른 가루가 쉽게 날리기 때문에 보관이 쉽지 않다. 때문에 '픽서티브'라는 정착제를 뿌리고 액자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좋다.

▲크레용은 안료에 석유와 석탄에서 나오는 파라핀, 옻나무 열매로 만든 납인 목랍, 야자유, 왁스 등과 섞고 굳혀 만든 것이다. 색연필도 크레용의 한 종류로서 섞는 재료에 따라 조금씩 강도가 달라진다. 발색과 착색이 약하고 혼색과 덧칠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잘 부러지지 않고 손에 묻지 않기에 아이들 교육에 적합하다.

한편, ▲크레파스는 안료에 왁스와 연질유 등을 섞어 만든 것으로, '오일 파스텔'이라고도 부른다. 크레용과 혼동되는 경우가 있지만 크레파스는 1926년 일본에서 크레용을 개량해 새롭게 만든 것이다. 크레파스는 섞는 기름에 의해  부드러운 연질 성질을 띄기 때문에 크레용과 파스텔의 중간 정도의 경도를 가진다. 때문에 두껍게 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필은 흑연이라는 광물로 만든 것이다. 흑연과 점토를 섞어 구워내서 굳히면 된다. 연필은 약 16세기 영국의 한 흑연 광산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처음에는 흑연 조각을 그대로 사용하다고 차츰 알맞게 가공하여 나무를 덧댔다고 한다.
 

물감들 [출저-pixabay]

화학의 발전으로 널리 쓰이는 합성안료, 그러나 천연안료의 가치는 죽지 않았다

근대에 들어서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점점 수작업으로 만들던 천연 물감이 기계에 의해 대량생산화되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화학의 발전과 함께 인공적으로 개발된 합성안료가 오늘날에 널리 쓰이고 있다.

프린트 및 펜의 잉크뿐만 아니라 손으로 그릴 때에 사용하는 물감들도 이제는 합성안료 기술이 상당 부분 들어간 것들이 많다. 현대에 널리 쓰이는 아크릴 물감은 공업용 아크릴계 합성수지로 만들었다. 아크릴 물감은 물에 잘 용해되지만 일단 굳으면 잘 녹지 않으며 건조가 빠르고 부착력이 좋으며 부식에도 강하다. 또한 종이뿐만 아니라 천과 나무, 플라스틱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 

예전에 화가들은 부유한 집안이 아닌 한, 자신이 직접 물감을 만들어서 사용했다고 한다. 광물 또는 식물을 찾아 가루를 내거나 즙을 채취하여 이를 계란과 물, 기름 등에 풀어서 그림을 그린 것이다. 굉장히 번거롭고 힘든 과정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합성안료의 등장으로 저렴한 물감이 널리 퍼져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렇듯 합성안료의 역할은 너무나 크다.

하지만 천연 재료로 만든 수제물감의 매력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건강과 자연을 위해 천연염료로 머리를 물들이거나 염색한 옷을 입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천연안료 역시 현대 기술만으로는 구현해낼 수 없는 은은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표현해줄 수 있다. 

또한 천연안료는 보존력에서도 아주 뛰어나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장조'는 천연안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오랜시간이 지나도 변색과 부식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렘브란트, 반 고흐 등 근대 화가들은 그림에 납이나 황 등을 넣은 화학안료를 사용했는데, 현재 이들의 많은 작품에 훼손이 진행되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렇듯 오늘날에도 분명 천연안료의 가치는 죽지 않았다. 새로운 느낌을 표현해보고 싶은 도전과 창조정신을 가진 미술인이라면 한번 직접 수제물감을 만들어보거나 사용해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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