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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수제화 거리'의 위기와 갈등, 해결책은?공임비와 유통 구조 등 문제로 갈등겪는 수제화 업계, 상생과 협업의 길 모색해야
  • 김강호 기자
  • 승인 2019.08.0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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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최근 성수동을 찾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요즘 성수동에는 분위기 있는 카페, 전시장, 가게 등이 조성되고 있으며, 예술 공연과 행사도 다달이 열리고 있다. 공장지대였던 성수동이 활력 있는 젊음의 거리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성수동은 '성수동 수제화 거리'로 유명하다. 이 거리에서는 수백여 개의 업체와 장인들이 40년이 넘도록 손으로 직접 수제화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경제 위기와 함께 점점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성수동의 활력이 수제화 거리에도 영향이 있을까? 불행히도 성수동의 변화는 수제화거리의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현재 성수 수제화의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할까? 최근 제화공의 공임비와 유통 구조 등 근본적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성수동 수제화 거리 /김강호 기자


오랫동안 쌓여온 공임비와 수제화 유통 구조 문제

'공임(工賃)'이란 제화 노동자들이 신발을 만들고 받는 품삯을 말한다. 공임비는 90년대 이후부터 수십 년간 거의 인상되지 않았다. 민주노총 제화지부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한 켤레에 약 30만 원 하는 구두를 만들어도 받아 가는 공임비는 7000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는 구두시장의 기형적 유통구조가 한몫한다. 30만 원 구두의 경우, 백화점의 수수료는 약 38%(11만)에 이르며, 홈쇼핑은 41%(12만)에 이른다. 수수료를 뗀 나머지에 12~13만 원은 또 원청인 구두 브랜드가 가져가고, 다시 남은 돈에서 하청의 원자재값과 운영비 등을 빼면 제화공에게 떨어지는 돈은 불과 7000원 정도인 것이다.

수제화 업체의 상당수는 특수고용직인 소사장제(도급제)를 유지하고 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자리 잡은 이 체제는 상당수 제화공이 업체에 소속된 직원이 아닌 사업자의 지위로서 원청 및 백화점과 협업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4대 보험 및 퇴직금도 보장받지 못한다.

결국 제화공들도 이러한 현실에 반발하게 된다. 특히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직접 나서 본격적인 행동을 시작했다. 지난해인 2018년 4월 노조원들은 수제화 원청업체인 탠디 본사를 점거하기도 했다. 결국 단체교섭을 통해 공임비 인상, 4대보험 및 퇴직금 보장 등의 협약을 맺게 되었다. 또한 미소페, 세라 등 다른 기업까지 협상을 확대해나갔다.

텐디 본사에 들어가 점거 농성 중인 제화공들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 제공]


계속되는 수제화 업계와 제화공의 갈등

하지만 상당수의 업체들은 이 같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여전히 4대 보험과 공임비 인상을 지키지 않는가 하면 공장을 폐업하고 다른 지역이나 베트남, 중국 등 해외로 이전하거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의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 4일에는 미소페 1공장이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시킨다고 발표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구두 장인들이 이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도 하였다.

한편,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구두회사 '소다'와 도급계약을 맺고 일했던 제화공 15명이 제기한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제화공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대법원은 실질적으로 제화공들을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보았다.

일부에서는 민주노총의 개입으로 인한 공임비 상승이 이 같은 갈등을 불렀고, 영세 업체들을 힘들게 하면서 수제화 거리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비판한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역시 지난 6월 14일 성수동을 방문하여, 최저임금 정책 등을 비판한 바 있다.

실제로 제화공을 고용하는 하청업체 역시 대부분 영세 업체이기 때문에 여력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016년도에 중소기업청(현 중소기업벤처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수동 수제화 관련 사업체 425개 중에 56%인 239개가 영세 업체였다.
 

출처- pixabay


근본적인 유통구조 개선 필요해

하지만 이 같은 비판은 근본적인 문제는 덮은 채, 민주노총으로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임비 인상과 퇴직금 보장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이며, 문제의 원인은 공임비 인상이 아니라 근본적인 유통구조에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8일에는 여의도 전경련회관 앞에서 제화공들이 모여 집단 삭발식을 벌이는 일도 일어났다. 이들 제화공들은 유통업체의 과도한 수수료 부과를 규탄하였다. 노동자들은 입을 모아 한결같이 "지난 20년 동안 대형 유통업체 수수료가 올라갈수록 하청공장의 납품 단가와 제화공의 공임은 낮아졌고 노예와 같은 삶을 살았다"라며 울분을 터트렸다.

이에 정부 당국은 수수료율 정보공개를 확대하고 자율적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며, 백화점 등이 판촉비용 등을 납품업체에 떠넘기는 관행에 대해서는 감시 강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7월 11일에는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정부 등이 개최한 민생현안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박홍근 위원장은 수제화 수수료 인하 등을 적극적으로 관계 부처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형 유통 업체들도 역시 불만이 없지는 않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현재 구두업계는 물론이며, 유통업 전체가 침체된 상황이어서 누구 하나 어렵지 않은 경우가 없다. 그런데 자연스러운 시장경쟁으로 형성된 수수료를 인위적으로 내리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성수동 수제화 공동판매장 /김강호 기자


상생의 정신과 장기적인 대책 마련 절실

이와 함께 '수제화 거리'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수제화 소공인 중 73.4%가 대기업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조사되어 업체 간 차별성이 미흡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수제화 업체에 대한 규모화와 브랜드화 지원 및 판로를 다각화하여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정부도 실제 이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진행 중이다. 2022년까지 성수 수제화 스마트앵커(광역소공인특화지원센터)와 소공인광역특화지원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자동화 시스템과 전시 판매 공간 등을 갖추고 교육 및 지원 체계와 마케팅 등도 소상인들에게 제공할 방침이다.

또한 민간 차원에서의 자발적인 노력과 활로 모색도 진행 중이다. 지난 12월 출범한 '오에스유(O.su)'는 5개 협동조합이 연합한 성수수제화연합이 시작한 공동 브랜드 사업이다. 업체들이 힘을 모아 공동 성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네이버쇼핑 플랫폼 '스타일윈도'도 최근 수제화 장인과 함께 상생하고 있는 곳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스타일윈도에서는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직접 장인들을 일일이 찾아가 신뢰를 얻었으며, 온라인 활로를 열어주었다. 현재 약 50개가 넘는 수제화 업체가 스타일윈도에 입점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제화공들과 원청, 유통업계 간의 갈등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결국은 근본적인 수제화 시장의 구조 개선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어떠한 정책이나 노력에도 성수동 수제화 거리의 쇠퇴와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결국 현재 가장 절실한 것은 정부와 관련 업계가 모두 참여해서 소통과 양보를 통해 이룰 수 있는 대타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오늘도 제화공들은 권리와 생존을 위한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강호 기자  cpzm78@handm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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