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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공지능 너마저? “AI, 예술이네.”
  • 이황 기자
  • 승인 2019.07.2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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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pixabay

[핸드메이커 이황 기자]

AI, 예술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드로잉봇(Drawing Bot)은 텍스트를 분석해 그림을 그려준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파란색 몸통과 긴 부리를 가진 새.”라는 텍스트를 입력하면 드로잉봇은 그 문장을 단어로 쪼개서 인식한다. 파란색, 몸통, 긴 부리, 새. 그다음 새의 윤곽부터 그리기 시작해 파란색 몸통과 긴 부리를 가진 새를 완성한다. 여기에 드로잉봇은 작은 상상력을 더할 수도 있다. 드로잉봇이 가지고 있는 상식을 이용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새를 그릴 수도 있는 것이다. 사용자가 나뭇가지를 그리라는 명령을 하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선스프링」은 AI 벤자민이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찍은 러닝타임 8분 가량의 SF영화다. 이 영화는 우주정거장에서 겪는 세 남녀의 삼각관계를 그렸다. 그런데 앞뒤가 맞지 않는 장면과 이해하기 힘든 대사 때문에 이야기는 개연성이 부족하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린다. 형편없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독특하고 의미심장하다는 의견도 있다. 아직은 AI가 완성도 높은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 하지만 AI 벤자민은 인공지능도 사람 만큼이나 창의적인 시나리오를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인공지능은 바둑, 자율주행자동차 등 복잡한 계산과 문제해결능력이 필요한 영역뿐만 아니라 예술의 영역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인공지능이 시와 소설을 쓰기도 하고 음악을 만들거나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한다. 물론 인공지능 혼자 힘으로 모든 작업을 수행해내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이 내놓은 결과물을 인간이 다듬어야 작업은 완성된다. 그러나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라고 믿었던 예술에 인공지능이 도전하면서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인간의 창의력과 AI의 창의력. 똑같을까?

하지만 딥러닝을 활용한 인공지능의 예술 활동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은 아니다. 구글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딥드림이 고흐의 그림을 분석하여 고흐 화풍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직 인공지능은 입력된 무수한 데이터에서 특정 패턴을 발견하고 그것을 새롭게 적용하거나 다양한 이미지들을 재조합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인간 역시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 못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이라면 타인의 작품을 많이 감상하고 따라 해봐야만 자신만의 예술 스타일을 정립할 수 있다. 이 점에서는 기계와 인간이 다르지 않다. 기계와 마찬가지로 인간도 많은 데이터를 축적해야 자신만의 예술을 꽃피울 수가 있는 것이다. 타인의 그림을 단 한 번도 보지 않고서 새로운 화풍을 만들어낼 수 있는 화가는 없다. 인간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개발하는 과정은 어쩌면 기계가 방대한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내고 그것을 새롭게 적용하거나 주어진 데이터를 재조합하는 방식과 비슷한지도 모른다.

AI도 예술가(Artist)가 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사람들이 감탄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예술작품을 인공지능이 내놓는다고 한다면, 인공지능을 예술가(Artist)로 인정해야 할까?

예술가가 있어야 예술이 있을 수 있다. 즉 예술가가 없으면 예술도 없다.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나 쓴 소설 등 여러 작품을 예술로 인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결국 인공지능이 예술가가 될 수 있는가의 문제로 바꿔 생각해볼 수 있다.

예술가는 무엇인가? 독특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만을 기준으로 예술가라고 할 수는 없다. 예술가라면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의식이 있어야한다. 즉 “나”라는 자의식이 있어야하고 그 “나”가 예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아무런 의식 없이 그저 알고리즘에 따라 작품을 내놓았다면 그건 예술이 될 수 없다. 거기엔 예술가가 없기 때문이다. 예술가가 없다면 예술도 있을 수 없다.

혹자는 이렇게 주장하기도 한다. 감상자 또는 소비자가 그 작품을 좋아하는지 여부만으로 예술의 유무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여러 가지 작품들을 대체로 예술이라고 인정해야할 것이다. AI가 만들어낸 작품 중엔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품들이 많다. 경매에서 고가에 팔리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예술을 감상자 또는 소비자의 호불호만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현재, 예술이란 무엇인가

개념미술의 선구자 마르셀 뒤샹(1887-1968)은 소변기를 떼어다가 전시장에 전시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샘”이다. 전시장을 찾은 감상자들로부터 비난이 쇄도했다. 하지만 뒤샹은 이 또한 예술이라고 주장했다. 예술이란 예술가의 아이디어다. 예술가가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그 아이디어가 중요한 것이다. 그림으로 치자면 얼마나 잘 그렸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데생과 붓놀림 실력보다 화가가 무엇을 생각했는지가 중요하다. 뒤샹이 제시한 예술개념에 따르면 작품에 대한 감상자 또는 소비자의 호불호가 예술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결국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AI도 예술가가 될 수 있을까? 즉 AI도 자의식을 가지고서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이 예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까? 그저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기계가 아니라 스스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을까?

그럼에도 미래에는?

AI에 대한 기대감만큼이나 거부감도 만만치 않다. 기계가 인간과 동급 혹은 더 뛰어난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정말로 그런 세계가 올지도 모른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복잡한 인간 두뇌의 비밀이 밝혀질지도 모른다. 자의식을 가진 AI가 인간처럼 느끼고 행동하는 날이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만약 정말로 그런 날이 온다면 언제까지 AI를 두려워하고 거부하며 살 수만은 없다. AI와 인간이 공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해야 한다. 21세기는 AI를 활용한 예술부터 인간예술의 의의까지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이황 기자  berryl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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