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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법 개정, 국내 수제맥주 활성화 계기될까?50년 만에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는 주세 개편안, 국산 맥주 경쟁력 강화된다
  • 최미리 기자
  • 승인 2019.06.2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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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최미리 기자] 지난해, 11월부터 논의해온 주세법 개정안이 드디어 확실한 진전을 보게 되었다. 지난 6월 5일, 정부는 당정 협의를 통해, 주류 과세 체계 개편 방안을 확정하여 이를 9월 초에 국회에 제출하고, 내년인 2020년부터 시행하기로 합의하였다.

사실 그동안의 논의에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개편에 따른 커다란 변동의 가능성과 불확실성의 우려 때문이다. 지난 5월 26일 역시, 기획재정부는 주세 개편안을 당정 협의에서 보고했지만 개편안 발표를 보류하기도 하였다. 벌써 네 번째 연기였다.

주세법 개정안은 각 주류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당장 소주 쪽에서는 개정안에 따라 세금 인상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 부정적이다. 최근, 소주 출고가를 인상한 것도 이러한 주세법 개정을 고려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하지만 맥주 쪽에서는 대체적으로 환영하고 있으며, 특히 수제 맥주업계에서는 조속한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수제 맥주 [pixabay]

기존 종가세 체계의 문제점

우리가 마시는 술의 가격은 출고가와 각종 세금의 합으로 이루어진다. 현재 우리 술의 세금은 50년 동안 '종가세(從價稅)' 체계를 유지해왔다. 종가세는 출고가를 기준으로 일정비율(5%~72%)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말한다. 특히, 맥주는 가장 높은 72%의 세금이 적용된다. 이러한 종가세는 그동안 수입맥주를 활성화시켰지만, 국내 맥주업계의 성장에 발목을 잡아왔다.

출고가란 원가, 유통비, 마케팅, 관리비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가격이다. 하지만 수입맥주의 경우에는 이러한 것을 모두 알 수 없기 때문에 제조원가가 아닌 '수입신고가'에만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입맥주는 신고가격이 낮을수록 세금을 덜 내게 된다. 특히, 미국과 유럽 맥주는 FTA 체결에 따라 무관세에 포함되어 더욱 가격이 저렴하다. 수입맥주가 '1 만원에 4캔' 등으로 대표되는 저렴한 가격을 홍보할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 수입 맥주는 지난 2015년에만 하더라도 점유율이 8.5%에 불과했으나 지난 2018년에는 20.2%로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수제맥주는 출고가가 높아 일반 맥주보다 세금이 많이 붙는다. 결국 국내 수제맥주는 수입맥주와 비교할때, 가격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현실이 국내 맥주에 대한 역차별이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4캔에 1만원으로 대표되는 수입맥주

종량세로의 전환에 따른 영향은?

따라서, 개정안의 핵심은 이러한 종가세를 도수와 수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從量稅)'로 바꾸는 것이다. 국내 수제맥주업계가 종량세를 환영하는 이유는 종량세를 적용하면 수입이든 국산이든 간에 동일한 세금을 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소주 쪽에서는 소주가 도수가 높기 때문에 종량세로 바꾸면 세금 인상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러한 흐름이 반갑지 않다. 정부 역시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위스키, 와인,소주 등은 제외하고, 우선 탁주와 맥주를 대상으로만 종량세로 전환하는 개정안을 확정한 바 있다.

그동안의 종가세 체계에서는 해외에서 생산하는 것이 더 유리했기에 국산 맥주업체들도 해외로 공장을 옮긴 경우도 적잖았다. 하지만 종량세로 개편될 경우, 국내로 공장이 이전되어 설비투자와 고용 등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수입 맥주 브랜드 입장에서는 물류비를 절감하고 국내 생산을 통해 제품의 신선도와 품질을 올릴 수 있어 나쁘지만은 않다는 반응이다.
 

 

종량세로 개편된다고 하더라도, 수입 맥주에 붙는 세금이 늘어나는 양은 미미할 것으로 보이며, 국산 맥주 역시 실질적인 가격 하락폭이 있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단가가 많이 드는 캔맥주의 경우는 종량세로 바뀔 경우, 415원 감소한 1343원으로 약 26%가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생맥주의 경우는 리터당 445원 오른 1260원으로 오히려 부담이 늘어난다.

이렇기 때문에 같은 맥주일지라도 종류에 따라 각자의 손익은 계산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게 된다. 어쩌면 당장 우리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가격 하락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보다 개정안에서 중요한 것은 품질 강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좋은 원료를 사용하여 만드는 수제맥주들이 원가 부담에서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경쟁이 활성화되어, 고품질의 맥주가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수제맥주의 성장이 활성화되면 고용 및 투자 증가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다양한 국산 맥주를 맛볼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개성과 다양성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수제맥주'의 성장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 맥주 시장 규모는 2012년 7억 원 규모였던 것에 비해, 2015년 218억 원으로 늘었고, 2016년 311억 원, 2017년 433억 원, 특히 지난해는 전년보다 46.1% 성장한 2018년 633억 원으로 고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수제 맥주가 전체 맥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0.69%에서 2017년 0.96%로 커졌으며, 지난해에는 1.40%를 기록했다. 

또한 2014년 4월 소규모 맥주 제조자의 외부 판매가 허용되는 내용으로 주세법이 개정된 이후, 당시 54개였던 업체가 올해는 118개 업체로 늘어났다. 이 업체들 중에는 영세 업체도 많지만 '제주맥주', '더부스' 등 매출 50억 원이 넘는 업체도 있다. 또한 대기업 역시 최근에는 수제 맥주 시장에 진출하여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미국 및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이러한 수제맥주가 예전부터 자리잡고 있었다. 오랜 역사 동안 지역 양조장도 활성화되었기 때문에, 굉장히 다양한 수백가지 종류의 수제맥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전체 맥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20%대로 높은 편이다. 또한 직접 집에서 맥주를 만드는 홈브루잉(Home Brewing) 문화도 널리 확산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이에 비해 급격한 산업화와 서구화로 인해 대기업 위주의 획일화된 맥주가 대부분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점차 개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트렌드의 변화로 인해 수제 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주세 개정안도 낡은 구시대적 법과 제도를 개선하여 맥주 산업에 날개를 달아주기 위함이다.
 

pixabay

수제맥주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이번에 종량세로 전환하더라도 세 부담이 오히려 늘어나는 생맥주의 경우에는, 업계의 적응 기간을 고려하고, 수제맥주 산업 활성화를 위하여 세율 경감을 약 2년간 유지하기로 한다. 이로써 앞으로 수제맥주가 좀 더 숨통이 틔게 되어, 본격적으로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종량세 전환에 대한 기대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이미 지난 10년간 증가했던 맥주 수입이 올해부터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다. 지난 19일 관세청에 의하면, 올해 1분기 맥주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1%가량 감소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인 현상이 될지 아직 알 수 없다. 그만큼 앞으로 국산 맥주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소비자들의 국산 맥주에 대한 불신은 강했다. 그것은 구시대적인 법적·제도적 원인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활발하고 공정한 경쟁을 펼칠 환경 조성이 필요한 것이다. 주세 개정은 벌써 여러 번 미뤄졌지만,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개정안이 기존 대기업 중심의 폐쇄적인 맥주 시장에 벗어나 다양한 수제 맥주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우리 맥주의 경쟁력이 강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미리 기자  myry9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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