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0-02-21 11:08 (금)
세계에서 인정받는 '의령 전통 한지', 경상남도 무형문화재된다
상태바
세계에서 인정받는 '의령 전통 한지', 경상남도 무형문화재된다
  • 김강호 기자
  • 승인 2019.06.17 1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년이 넘는 전통 제작 방식을 계승해온 의령 한지의 우수성에 대해
신현세 장인 [의령군 제공]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의령군은 14일 경상남도가 한지장을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신규 종목으로 지정하였으며, 하반기 중 정식으로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의령군은 지난 2017년 11월, 전통한지의 보존 및 계승을 위해 ‘의령한지장’에 신현세 장인을 지정한 바 있다. 신현세 한지 장인은 지난 1961년부터 전통한지를 제조해왔다. 그의 한지는 오랫동안 박물관, 도서관, 복원처리 그룹 등 관련 기관에 납품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국내외적으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전통 한지의 본고장, 의령군

경상남도 의령군은 국산 닥나무 중에서도 가장 질 좋은 닥나무가 자라는 곳이다. 국산 닥나무는 중국산보다 섬유질이 질겨 한지에 적합하다고 한다. 오랫동안 전통 한지의 본고장이었던 의령 한지의 역사는 고려사,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영남읍지, 경상남도지리지 등 옛 문헌에서도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지와 관련된 설화가 전해진다. 고려시대 때에 의령에는 오늘날 봉수면에 있는 서암리 국사봉 중턱에 '대동사'란 큰 절이 있었다. 이 절에 사는 설 씨 성을 가진 주지 스님은 어느 봄날 산과 논밭 곳곳에 있는 야생 닥나무 가지를 꺾었는데, 껍질이 아주 질기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 닥나무를 개울물 속에 한나절을 담갔다가 건져보니, 부드럽고 질긴 섬유질이 생겼다.

스님과 주민들은 그것을 돌로 찧고 손으로 주무르면서 얇게 펴서 말렸더니 신기하게도 빛깔이 곱게 바래진 종이 형태로 변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이 의령 한지는 인근 지역으로 금세 전파되었고 지역 유명 특산물이 됐다.

의령 한지는 조선시대에는 진상품으로 조정에 올려졌으며, 중국에도 수출되었다. 이러한 이유 덕분에 한때 이곳의 지명이 봉수면 대신 지촌면으로 불리기도 했다. 또한 약 수백 개의 가구가 이곳에서 한지를 만들며 생업으로 삼았다고 한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에는 한지 수요의 감소에 따라 의령 한지도 쇠락을 면치 못했다.
 

지난 2018년 11월,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지 인증서 전달식에 참석했다 [문화재청 제공]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의령 한지의 우수성

지난 2016년 12월에는 13세기 이탈리아의 성 프란체스코의 친필 기도문이 적힌 종이(카르툴라) 복원에 의령 한지가 사용됐다. 원래 이 '카르툴라'는 2001년 복원이 의뢰되었지만, 칼슘 함량이 많은 양피지를 사용하여 프란체스코 성인이 직접 쓴 기도문 안료가 번지고, 밑 부분에 구멍이 났다. 이에 이탈리아 문화부 산하 도서병리학연구소(ICPAL)은 양피지의 손상 부위에 신현세 장인의 한지를 활용해 원형을 되살렸다. 

주이탈리아 한국 대사관은 한국 곳곳에서 생산된 15종류의 한지 샘플을 ICPAL에 전달하였다. 그런데 이 가운데, 신현세 장인이 제작한 의령 한지만이 문화재 복원 용도로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도서병리학연구소는 최적의 지류 문화재 복원재질을 증명하는 인증서를 공식적으로 발급하기도 했다.

또한 2017년 4월에는 교황 요한 23세의 대형 지구본 복원 작업에 의령 한지가 사용됐다. 교황의 주문으로 1960년 만들어진 이 지구본은 요한 23세 교황의 순례지 및 당시 세계 가톨릭 교구가 표기되어 중요한 가치를 지녔다. 하지만 제작된 지 50여 년이 지나면서 훼손이 심해졌다. 이에 지구본은 1년에 걸쳐 의령 한지를 이용한 복원 작업을 거쳐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한지가 길고 고른 섬유질의 분포 덕분에 내구성과 장력이 우수하고 곡선 면에서도 주름이 잡히지 않으며, 중성을 띠어 보존에 적합하다고 평했다. 이 밖에도 신현세의 의령 한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들과 '로사노 복음서' 등을 복원하는 데에도 사용됐다.

현재까지 유럽에서는 일본의 화지(和紙)가 동양의 대표적인 종이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는 1966년 이탈리아 피렌체 대홍수 이후, 이탈리아에서 대대적인 문화재 보수를 벌이자, 종이를 대량 지원하였고 지속적인 홍보를 해나가 화지를 널리 알렸다. 요즘은 우리 한국의 한지 역시 우수함을 인정받으면서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도 신현세 한지는 2015년 전국 5개 업체 중 하나인 '정부 훈·포장증서 용지' 납품용 한지로 선정되었다. 신현세 한지는 100% 국산 닥나무 및 천연 잿물, 황촉규, 촉새발 등 전통적인 재료와 도구를 최대한 사용한 한지로 조선시대 교지용 한지를 가장 근접하게 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류문화재 보존처리용 전통한지 [문화재청 제공]

의령 전통 한지 만드는 방법

의령 전통 한지를 만드는 방법은 먼저 닥나무를 증기로 찌고 껍질을 벗긴다. 까만 껍질을 벗기면 하얀 백닥이 만들어진다. 이 백닥을 흐르는 물속에 넣어 약 12시간 정도 불린다. 그다음, 잿물에 삶고, 물기를 빼낸 다음, 방망이로 두들겨 섬유를 연하게 한다.

특히 신현세 한지는 만드는 과정에서 화학물질을 전혀 첨가하지 않으며 천연 식물성 분산제, 천연 잿물 등만을 사용한다. 그리고 연해진 섬유를 통에 넣고 닥풀과 잘 섞는다. 그리고 이를 뜨는데 전통적인 방법인 외발뜨기 방식을 사용한다. 그리고 떠낸 종이는 천연 일광건조 방법으로 말리면서 완성시킨다.

전통 외발뜨기 방식은 흘림뜨기라고도 하는데, 외발뜨기는 조그만 발을 원료와 틀 위에 얹고, 매달린 가로 막대에 줄을 매달아 흔들며 종이물을 여러 곳에 흘려보내면서 종이를 뜨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두 번을 떠야 한 장을 만든다.
 

외발뜨기로 한지를 만드는 신현세 장인 [문화재청 제공]

한편, 일제 시대 이후 들어온 쌍발뜨기는 두 개의 발을 얹고 물을 가두어 흔들며, 섬유를 흔드는 방법이다. 쌍발뜨기는 한 번에 두 장을 뜰 수 있기에 간편하고 생산성이 좋아 보편화되었다. 하지만 우리 전통 방식인 외발뜨기는 생산성은 낮아도 섬유질 결이 수직, 수평으로 교차를 하여 쌍발뜨기를 한 종이보다 훨씬 튼튼하다.

의령 한지를 만드는 전통 방법은 한 장을 만드는 데에도 무려 99번의 손을 거친다고 하며, 100번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한지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의령 한지를 ‘백지(百紙)’라고도 불렀다.

의령군 신현세 장인은 산업화와 기계화 과정에서 하나둘 한지를 포기하는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전통 수공업 방식을 고수해 왔다. 그리고 자부심을 갖고 꿋꿋하게 간직해온 장인의 우수한 기술력은 오늘날에 들어서 드디어 빛을 보게 되었다.

이번 신현세 한지의 무형문화재 지정에 대해 이선두 의령 군수는 "도 무형문화재에 한지장이 신규종목으로 지정됨에 따라 의령의 역사와 전통이 깃든 의령 전통한지 전승·보전의 길이 열리게 됐다”라며 “도 무형문화재 지정이 조기 실행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