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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청사기', 구수한 한국의 미를 살린 도자기백자와 청자의 과도기로 나타나 수백 년간 인기를 끌었던 분청사기, 고유한 매력으로 다시 떠오르다
  • 김강호 기자
  • 승인 2019.06.0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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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청사기 음각어문 편병 (국보 제178호) [위키피디아]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사기(沙器) 그릇과 도자기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기는 도기 또는 자기와는 다른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사실 사기와 자기는 같은 단어이다. 사기는 예전에 많이 쓰였던 단어로, 오늘날에는 잘 쓰이지 않는다.

그런데 회색깔의 독특한 빛깔을 내뿜는 '분청사기(粉靑沙器)'는 예외적이다. 이 도자기는 분청자, 분청자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분청사기라는 단어야말로 고유명사처럼 널리 쓰이고 있다. 분청사기라는 말은 미술사학자 고유섭(1904~1944)이 지은 ‘분장회청사기(粉粧灰靑沙器)’에서 유래되었다.

14세기부터 16세기까지 크게 유행했던 분청사기

분청사기는 고려청자, 조선백자와 비교했을 때 아직까지는 인지도가 다소 떨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14~15세기에는 전국적으로 크게 유행했던 도자기이다. 또한 근대 이후부터 현대까지 분청사기의 아름다움이 재조명되면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고려 말기인 14세기 후반에 나타난 것으로 추정되는 분청사기는 청자와 백자의 과도기 상태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청자에 가깝다. 청자에 마무리로 백토칠을 하고 문양을 그린 다음, 유약을 입히고 다시 구워내 회흑색, 회청색 등 다양한 회색의 느낌을 나게 했다. 

현재는 고려청자가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사실 백자가 청자보다 더 난이도가 높은 기술로 만들어진 도자기이다. 백자는 순도 높은 백토와 유약을 사용하여 이를 청자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구워내야 했다. 조선 초기 사대부들은 소박함과 절제 등이 담긴 유교적 원리와 어울리는 순백한 백자를 갖고 싶어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아직 백자 기술을 구현해내기 힘들었으며 대신 분청사기가 유행하게 되었다.

 

분청사기 상감어문 매병, (보물 제347호) [위키피디아]

고유의 소박하고 자유로운 매력을 가진 분청사기

분청사기의 문양은 굉장히 다양한 기법들을 사용해서 만든 것이다. 기존 청자를 만들던 상감기법(선과 면 등의 무늬를 파고 백토를 박아 넣는 기법) 뿐만 아니라 선각(분장 후에 선을 새김), 인화(도장처럼 무늬를 찍어냄), 철화(철분 안료로 무늬를 그림), 귀얄(붓으로 흙을 바름), 덤벙(백토물에 담그는 기법), 박지(배경의 백토를 긁어내어 문양을 드러내게 하는 기법) 등을 다양하게 사용했다.

화려한 청자, 순백한 백자와 달리 분청사기는 다소 거칠고 어두운 색조가 있었다. 하지만 또한 민중적이며 소박하고 자유분방한 무늬들이 분청사기만의 특징이다. 분청사기는 왕실에서도 널리 만들었으나 점차 민간에서도 퍼져 많은 사람들이 만들게 되면서 이러한 민예적 성향을 갖추게 되었다.

분청사기는 수백 년간 전국에서 만들어진 도자기였으나, 순백색을 내는 백자 제조가 활발해지기 시작하자 16세기 이후에는 결국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하지만 근대에 들어 이러한 분청사기는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은 분청사기를 '미시마(三島)'라 부르며 수집해갔다.

분청사기를 활발하게 제작했던 곳으로 알려진 전라남도 고흥·무안과 경상남도 김해에서는 오늘날 분청사기를 지역 문화 콘텐츠로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김해에서는 김해분청도자관을 설립하여 다채로운 도자기와 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또한 매년 '김해분청도자기축제'를 개최하며 다양한 체험과 놀이를 통해 분청사기를 널리 알리고 있다.
 

우동리 가마터에서 나온 분청사기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제공]

이화여대박물관에서 진행하는 '분청사기 특별전'

한편,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에서는 개교 133주년을 맞아, 지난 5월 30일부터 시작하여 12월 31일까지 2층 기획전시실에서 '분청사기 특별전'을 진행하고 있다.

전시에서는 ‘분청사기 선덕10년명 지석’, ‘분청사기 상감 유로문 매병’, ‘분청사기 인화문 경승부명 접시’, ‘분청사기 철화 모란문병’, ‘분청사기 인화문 경주장흥고명 유개태호’ 등 박물관 소장품 및 대여품 100여 점, 그리고 박물관이 입수한 전북 부안군 우동리 출토 사기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분청사기는 고려의 전통적인 조형과 기술을 바탕으로 발전했으며, 백자가 조선왕실의 중심이 되는 16세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됐다"며 "기법상으로는 고려의 고유한 특징과 중국·동남아시아에서 유행한 보편적 양상이 모두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박물관은 분청사기의 미학적 아름다움을 조명한 전시가 이전에도 적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 특별전을 분청사기의 개념부터 제작 제도, 기법, 조형미, 근대기 전승 현황까지 모든 것을 소개하는 자리로 구성했다.

분청사기는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구수한 우리의 미적 감각을 가장 잘 재현해내어 가장 한국적인 도자기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잠시 잊혀졌을 뿐 청자, 백자와 함께 분청사기도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콘텐츠로서 적극 육성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김강호 기자  cpzm78@handm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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