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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랫동안 쓰이는 원초적 도구, 죽창의 의미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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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랫동안 쓰이는 원초적 도구, 죽창의 의미를 생각하며
  • 최미리 기자
  • 승인 2019.03.14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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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함께하는 핸드메이드

[핸드메이커 최미리 기자] '죽창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다'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일본 전국시대에는 당시 아케치 미츠히데라는 다이묘가 있었다. 이 아케치는 일본을 호령했던 호걸이었지만 결국 전투에 지고 달아났고 도주하던 중, 죽창을 든 농민들에게 살해당했다. 죽창 앞에 신분의 존귀는 소용없었던 것이다.

대나무로 만든 '죽창(竹槍)'이라는 것은 만들기도 쉽고 가장 원시적인 무기이다. 그렇기에 부강했던 다이묘의 죽음이 더욱 허무해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죽창은 또한 민중 저항의 상징이기도 했다. 가난하고 힘없는 민중이 가장 쉽게 들 수 있는 무기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인류가 가장 처음 만들었던 도구 중에 죽창이 있지 않을까 싶다. 창은 활이나 칼보다 제작이 간편하고 다루기 쉬우면서도 길고 위력이 좋아 별다른 훈련과 무장 없이도 맹수와 적군에게 맞서는 기본 무기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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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죽창의 경우, 대나무가 주변에 많았던 지역이라는 전제가 따라야 하며 나무라는 특성상 그 유물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원시생활을 하는 부족들이 죽창을 애용하는 것을 흔하게 관찰할 수 있다.

죽창은 다 자라서 통통하고 곧은 푸른 대나무를 사용한다. 이 대나무를 알맞은 길이로 자르고 창 끝부분은 약 20도 정도의 각도로 날카롭게 깎아낸다. 좀 더 여유가 있으면 기름을 발라 불로 달구면서 경화처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

만들기 쉽지만 그만큼 죽창은 시대가 흐를수록 위력 면에서 금속 무기에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대규모의 정규 군대가 죽창을 사용하는 일은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오랜 역사 동안 죽창은 농민봉기, 민중 반란에서 계속해서 등장하였다.

트랩 등으로 죽창이 현대전에서도 쓰이는 경우가 있다. 태평양 전쟁 또는 베트남 전쟁에서는 죽창을 설치하고 수풀로 위장한 트랩들이 쓰였다. 우리나라 역시 얼마 전 전남 강진군 전라병영성 발굴 현장에서 죽창으로 만든 함정 64개가 발굴되어 주목을 끌었던 적이 있다.
 

몇 년 전 극한 야생의 환경에서 인간이 맨몸으로 생존해 나가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이때도 역시 어김없이 죽창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죽창을 아주 훌륭한 생존수단이라고 소개하며 죽창을 이용해 음식을 구하고 자신을 보호한다.

이렇듯 죽창은 인류가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사용했던 것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물건이었다. 민중은 압제자들에 대항해 끊임없이 죽창을 들곤 했다, 동학농민운동 때에도 농민들이 죽창을 들고 기관총을 든 관군과 일본군과 싸워야 했던 것은 널리 알려진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현대 사회에 들어서도 간혹 시위에서 죽창이 등장하며 인명이 다치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선사시대부터 오랜 역사를 함께 해온 죽창이지만 더이상 쓸 일이 없어 잊힌 과거의 유물이 될 수는 없는 것인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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