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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의 발자취] 조선인의 갓의 재료, 말총공예의 매력
  • 김강호 기자
  • 승인 2019.03.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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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기를 휘날리는 말 @pixabay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조선 사람의 갓을 만드는 재료, 말총

조선시대의 성인 남자들은 머리에 갓을 썼다. 이 갓은 햇볕 또는 비바람을 가리는 실용적인 역할도 있었지만 시대가 흐름에 따라 만드는 방법과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차츰 신분을 나타내는 용도가 강해졌다. 조정의 관리들도 관직의 등급에 따라 구별된 관모를 쓰곤 했다.

그렇다면 이 갓을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바로 말의 갈기와 꼬리털을 의미하는 '말총'으로 만든다.  말총은 조선시대에서는 아주 중요한 공예 재료였다. 조선인에게 필수였던 갓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생활용품을 만들었다.

박지원이 18세기 후반에 쓴 '허생전'은 당시 조선 사회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소설이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인 허생은 말총을 독점하여 조선 경제를 뒤흔들고 큰 부자가 된다. 그만큼 당시 경제와 생활에서 말총의 영향력이 컸던 것이다.
 

말총으로 만든 모자 @2017 공예트렌드페어

공예품으로서 말총의 특징

말총은 긴 단백질 섬유로 이루어져 있는데, 단백질 덩어리인 만큼 탄성과 강도가 아주 좋았다고 한다. 가벼우면서 마찰과 수분에 강하고 광택이 좋아 공예품의 재료로 안성맞춤이었다. 말총을 이용해 당시 관모, 망건, 탕건, 갓 등 머리 용품을 비롯하여 허리띠, 빗자루, 활시위 등 생활용품도 만들었다.

특히 말총공예는 말을 많이 길렀던 제주도에서 발달했다. 제주도에서는 갓일(갓 만드는 일)로 주민들이 지역 경제를 유지했을 정도였다.

제주도 외에도 갓은 경상남도 통영에서 만든 '통영갓'을 최고로 쳐주었다. 품질이 좋고 테가 넓은 통영갓은 당시 양반층이 애용하는 고급 특산품이었다.

말총은 털갈이를 하는 가을에는 좋지 않고 영양성분이 가장 좋은 봄에 주로 채취한다고 한다. 말총을 잘라도 2년 정도면 다시 자라난다. 채취한 말총은 여러 차례 빨아서 잡냄새를 제거했다. 또한 검은색이 아닌 말총은 먹 등을 칠해서 검은색으로 염색하여 사용했다.
 

정자관 @김경희作
말총으로 만든 반지 @2017 공예트렌드페어

말총공예의 가치와 잠재력

조선시대 거의 모든 남자들에게 필수품이었던 말총공예품도 구한말부터 급격히 수요가 줄어들었다. 특히 1895년 갑오개혁 때 실시된 '단발령'은 말총공예의 쇠퇴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단발령 이후, 머리를 아예 잘라버리는 사람이 늘면서 갓을 쓸 일도 자연스럽게 줄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갓을 만드는 일과 관련해 입자장, 탕건장, 양태장, 망건장 등 수많은 장인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말총으로 만든 제품을 쓸 일이 오늘날에는 없을 것 같지만 말총의 잠재력을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다. 요즘은 말총으로 만든 브로치와 모자, 가방, 신발 그리고 커피 필터까지 아주 다양한 제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갓일하는 장인과 디자이너가 협심해서 만든 이 작품들의 독특함과 아름다움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통영양태 @도국희作
갓을 만드는 재료인 말총으로 만든 모빌 @한국전통문화대학교 학생들의 작품

말총이라는 재료는 현대의 다른 재료와 비교해도 여전히 품질에서 우수하다. 서구에서도 매트리스 소재로 말총을 애용한다. 또한 최근 말총(horsehair)를 시험해본 결과 알레르기가 적고 통기성과 탄성이 뛰어나다는 연구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 말총공예 장인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하고, 또 배우려는 사람이 없어 전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말총공예를 확산하기 위해 천연 재료인 말총을 어떻게 저렴하게 조달할지도 쉽지 않은 과제이다.

우리 전통 말총공예의 잠재력이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적용되어야 그 가능성을 일으킬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방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김강호 기자  cpzm78@handm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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