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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있는 유리의 매력에 대해 말하다' -유리공예 이태훈 작가
  • 김강호 기자
  • 승인 2018.12.11 13:45
  • 댓글 1
드래곤 고블릿잔 (Dragon goblets)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반짝반짝 투명한 빛깔을 내뿜는 유리는 오랫동안 인류가 널리 사용해온 재료이다. 다양한 색깔을 넣을 수 있고 고온에선 액체로 상온에서는 고체로 모양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용품뿐 아니라 예술 작품에도 안성맞춤이다.

유리는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다양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특징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유리불기(Glass blowing)라는 기법이 있다. 고온에 가열한 유리를 불면서 잡아 늘리고 돌돌 마는 등 자유롭게 다루는데 마치 쫀득쫀득한 터키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것만 같다.

이렇게 신기한 작업 과정을 통해 아름다운 무늬와 형태를 가진 작품들이 완성된다. 그 영롱한 빛깔과 형태가 눈부시다.
 

작업 중인 이태훈 작가

작가님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고온에 녹아있는 유리를 가지고 작업을 하는 유리 작가 이태훈입니다.


유리 작가가 되기까지 

20살 대학에 입학하던 때, 처음으로 남서울대에 환경조형학과(유리,도자전공)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국내 최초로 유리 전공학부가 개설된 학과였기에 흥미를 느끼고 입학을 하였습니다.

학교에 다니면서 Glass Blowing 이란 유리 불기 작업을 처음 접하게 되었어요. 혼자서는 못하는 일이라 팀워크가 아주 중요했고 너무 덥고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 난 앞으로 이 작업을 계속하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졸업 전시가 끝난 후에는 '제주 유리의 성'으로 취업을 했고 오픈 멤버로 일 년간 작업을 했습니다. 그 후 여러 선배들의 공방을 떠돌았고 국민대 유리조형 디자인 대학원을 늦게나마 졸업하여 '대부도 유리 박물관'에서 작품 활동을 꾸준히 했습니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총합 약 12년 동안 Glass Blowing만을 고집하며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HOPE

유리로 작품을 만드는 과정

우선 1200℃의 고온의 가마에 유리를 채워 넣고 녹입니다. 그다음 녹아있는 유리를 속이 비어있는 파이프에 말아 올려서 불기도 하고 금속 도구를 이용해 만지면서 모양을 만드는 방식으로 작업을 합니다.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작업을 하는 동안 유리가 식으면 깨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작업을 하는 동안 가스불이 나오는 1200℃가량의 가마에 유리를 계속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고 열을 유지하면서 작업을 진행하는데 한번 시작하면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 계속 그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완성을 하면, 510℃의 가마 안에 완성된 작품을 넣고, 약 16시간 정도의 서냉 과정(냉각 과정)을 거친 후, 다음날 꺼내볼 수 있습니다. 그 후, 차가운 물로 유리를 깎아내는 Cold Working 작업으로 작품을 마무리합니다.


유리공예의 기법이 아주 많은 것으로 아는데 이외에도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가 하는 작업 방식은 뜨거운 유리를 가지고 작업하기 때문에 Hot Glass Work라고도 부릅니다.이 Hot Glass Work 안에는 작은 토치를 이용하여 유리봉을 녹이면서 작업하는 Lamp working이라는 작업이 있고 가마를 이용해 형태를 변형시키는 casting, Slumping, Fusing 등 다양한 기법이 있습니다.

또 본드를 이용하여 접합하거나 유리를 깎아내는 Laminating이나 Engraving,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스테인드글라스(Staind glass- 색유리 또는 직접 색을 칠해 무늬와 그림을 나타낸 장식유리) 등의 작업도 대표적인 기법으로 꼽을 수 있겠죠.
 

ice cube goblets

작품을 만들 때 주로 어떤 것을 모티프로 삼나요

오브제 성향이 강한 작업을 할 때에는 저는 주로 저의 이야기가 모티프가 됩니다. 제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어떻게 표현하고 보여줄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좀 더 공예적인 작업을 할 때에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의 변화로 소소한 재미를 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작업을 하고 결과물이 나왔을 때, 관객분들이 새롭게 제 작업을 해석해 주시는 것도 저에겐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다른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유리공예는 어떠한가요

우리나라는 유리가 공예의 재료로써 들어온 지 3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해도 굉장히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나라 사람의 특유의 손재주 덕분인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을 해왔습니다. 덕분에 저 역시 선생님들과 선배님들의 노력 덕분에 더 빠르고 쉽게 기술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실력으로만 본다면 현재 국내 유리 작가님들의 실력은 이탈리아 장인들과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탈리아든 우리나라든 중국에서 싼 가격에 밀려 들어오는 유리 공예품 때문에 비교 대상이 되고 있는데 상황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지금 많은 분들이 정성 들여 만든 순수 핸드메이드에서 나오는 가치를 많이 알아봐 주셔서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I's 아이스

본인이 생각하는 유리의 매력은

저는 녹아있는 유리를 가지고 작업을 하기 때문에 녹아있는 유리의 매력을 말씀드릴게요!

일단 용융되어 있는 상태의 유리를 제 맘대로 불기도 하고 금속 도구로 만지면서 형태를 변형 시키는데, 이게 점점 식어가면서 고체화되는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작업을 할 때마다 제가 원하는 형태를 만들 기술이 쌓여 간다는 것도 큰 즐거움이고요.

유리는 굴절률이 커서 햇빛이 들어오는 날 작업할 때 비치는 유리의 투명함은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답고 밝게 빛이 납니다. 눈이 부실 정도에요. 상황에 따라 불투명하게 작업하기도 하는데 이것도  나름대로의 은은한 아름다움이 있어요. 이 모든 것들이 저를 유리의 세계에 매료되게 만든 것 같아요.
 

2018공예트렌드페어에서 선보인 솜을 넣은 유리 곰인형 

다른 분야의 공예와 콜라보 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저는 평소 가죽이나 패브릭(섬유)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속이 비어 있는 유리 곰 안쪽에 솜이 채워진 작품들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꽤나 좋았어요!

기회가 된다면 가죽, 섬유뿐만 아니라 다양한 재료를 콜라보 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싶어요! 특히 요즘에는 금속이나 돌 등의 다른 분야를 같이 이용해 엄청 큰 조형물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조금씩 계획을 세우는 중입니다.
 

Special present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 핸드메이드의 매력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유로 창조해 낸다는 것, 세상 하나뿐인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같은 사이즈, 같은 색을 가지고 작업을 하지만 작업 특성상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100% 똑같이 만들 수는 없어요.

신기하게도 작품들은 제 기분 상태에 따라 결과물이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어쩔 때는 예상한 것과 다르게 나와 실패한 작업이 될 때도 있지만 이런 작품들에서도 묘한 매력을 느낄 때도 있어요. 이것도 핸드메이드가 가지고 있는 큰 매력이라 생각됩니다.


앞으로의 계획,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세요

아직은 여건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 작업실이 아닌 레지던시(예술가들이 공동으로 입주하여 창작 활동을 하는 것)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작업을 하는 모든 작가님들처럼 저도 저만의 작고 소소하며 따뜻한 개인 작업실을 갖는 것이 꿈입니다.

앞으로 작품 활동은 꾸준히 할 예정입니다. 아직 갈고 다듬을 것이 많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작업한다면 언젠간 빛을 볼 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힘든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작업하시는 모든 작가님들 화이팅입니다!
 

달콤한 상상

이태훈 작가는 싼 가격에 밀려 들어오는 중국의 유리공예제품 때문에 우리 유리공예의 현실이 어려워지는 것을 안타깝다 말한다. 하지만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유리공예제품이 뜨거운 불 앞에서 빚어내는 장인의 유리공예작품과 비교할 수 있을까.

손으로 만드는 핸드메이드의 매력이 각광받을수록 우리 유리공예도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진가를 알아봐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태훈 작가처럼 유리공예를 널리 알리기 위해 창작과 열정의 도전을 멈추지 않는 작가들이 늘어날수록 더욱 그 가치는 커질 것이다.

오늘도 유리 작가는 뜨거운 불가마의 작업실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든다.

김강호 기자  cpzm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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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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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따다끼마스 2018-12-11 14:18:53

    작가분 작품 최근에 공예트랜드페어에서 직관 했습니다.
    요즘 스테인드글라스? 나 유리접시는 무지 많이봤는데
    저렇게 인형같은 것들을 유리로 만들걸 보니 너무 신선하고
    흥미로웠어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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