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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의 발자취] 부의 상징이었던 전통건축 재료 '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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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의 발자취] 부의 상징이었던 전통건축 재료 '기와'
  • 김강호 기자
  • 승인 2018.12.1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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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예전부터 서민들은 '기와집에서 비단옷을 입고 고깃국을 원 없이 먹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하곤 했다. 기와는 건축 재료의 한 양식으로 상류계급 이상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고급재료이다. 그래서 비단, 고깃국과 함께 당시 부의 상징이었다.

기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 건축물의 지붕에서 흔히 나타난다. 지붕 위에 계단처럼 올려져 있는 기와들은 지붕에 습기와 빗물이 새어들지 않게 하고 부식을 방지했고 건물 자체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서양에서는 고대 그리스부터, 중국은 하나라 시대, 우리나라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기와 양식을 사용했다.

이미 삼국시대에서도 고구려·백제·신라는 각자 독특한 기와를 만들었다. 신라의 괴수를 조각한 귀면와, 백제의 연화무늬 기와, 고구려의 강인한 기품이 묻어나는 와당이 대표적이다. 발해의 기와 역시 고구려의 양식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상대적으로 유물이 많지 않은 발해 문화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고려 시대에는 심지어 청자로 기와를 만들고 음각 기법으로 화려한 문양을 나타내기도 했다. 알록달록 단청을 칠한 단청 기와도 이때 크게 발전했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대체로 소박하고 단순한 형태로 기와를 만들었다.

위쪽의 솟은 기와가 숫키와이며 끝에 동그란 부분으로 마무리한 것이 수막새이다. 반면 아래로 파인 암키와는 암막새로 마무리한다. @pixabay

일반적인 기와의 형태는 평평하고 넓적한 암키와와 둥근 모양의 수키와가 있다. 이 두 기와를 지붕 위에 진흙을 펴서 이어 걸치면서 덮고 처마 끝은 와당, 막새라는 기와로 마무리했다. 수키와를 마무리하는 막새는 수막새, 암키와는 암막새로 마무리한다.

서양의 기와는 '양기와'라고 불리는데 유약을 발라 광택을 낸 것이 많다. 하지만 둥근 형태뿐 아니라 S형, 평판형 등 다양한 형태가 있으며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등 시대와 국가에 따라서도 각자 독특한 특징들을 가진다.

기와는 돌, 금속, 유리, 시멘트, 아스팔트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지만 대체로 우리나라의 전통 수제 기와는 주로 진흙을 사용했다. 찰진 진흙으로 점토를 만들어 반죽하고 기와를 제작하는 나무틀인 와통, 모골 등에 무명천을 깔아 다진 다음에 잘 두들겨 말린다. 그다음 기와를 쪼개는 칼인 와도로 자르고 고온에서 구워냈다.

그리스의 기와 @pixabay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기와를 만드는 장인들을 국가무형문화재 제91호인 제와장과 제121호인 번와장을 지정했다. 제와장은 기와를 직접 제작하고 번와장은 주로 기와를 시공하는 일을 한다. 제와장에는 현재 故 한형준 제와장의 제자인 김창대 장인이 전수조교로 활동 중이다. 또한 번와장에는 이근복 장인이 있는데 불타버린 숭례문 복원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재 시공에 직접 참여했다.

요즘 현대에 들어서는 훨씬 저렴하면서 견고한 건축양식들이 많이 개발되어 기와를 사용하는 일이 많지 않다. 부의 상징이었던 기와는 더 이상 찾는 사람들이 없어졌고 몇 안 되는 기와를 제작하는 업체들도 전통 재래식 기와가 아닌 공장에서 대량생산을 통해 기와를 만든다.

서민들이 더 이상 기와를 부러워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기와는 사람이 직접 손으로 정성을 다해 만드는 가장 좋은 품질을 갖춘 건축 재료이다. 오랫동안 우리 문화재를 지탱해온 기와가 급격히 잊혀지는 것에 안타까움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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