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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온전한 나를 찾는 잠깐의 시간, 싱잉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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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온전한 나를 찾는 잠깐의 시간, 싱잉볼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2.10.1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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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짜유기장 이종덕 장인의 싱잉볼 /김서진 기자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지난주 코엑스에서 개최된 '크래프트 서울'에서 출품된 여러 공예품들 중에는 무형문화재들이 직접 만든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 이것은 황금빛 그릇 모양의 '싱잉볼'로, 전북 무형문화재 방짜 유기장 이종덕 장인의 수작이다. 구리와 주석을 합금해 유기를 두드려 만든 이 싱잉볼은 아주 오래전부터 가톨릭, 불교, 무속 등 여러 종교의 기도와 명상에 쓰였던 타악기다.

독특한 소리와 울림으로 고유의 하모니를 만들고 이를 느끼며 명상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싱잉볼은 우리나라에서도 옛날부터 전해져 왔다고 한다. 남송시대 『백보총진집』에는 "싱잉볼은 크고 작음을 막론하고 '고려동'이 제일이다"라고 극찬할 정도였다고. 
 

싱잉볼 /flickr

싱잉볼은 요즘도 요가 수업이나, 체험 프로그램에서도 흔히 쓰이는 악기 중 하나다. 전통적으로 명상이나 전통 의식을 위한 도구로 쓰였으며, 지금의 싱잉볼은 명상이나 요가 수업에서 참가자들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을 돕는 도구다. 일반적으로 강사가 작은 망치로 그릇을 치거나 두드리는데, 이 과정에서 몸을 진정시키는 소리와 진동이 발생한다. 아직 과학적인 연구가 더 필요한 분야이긴 하지만 싱잉볼을 사용했을 때 긴장이나 피로, 분노 등을 줄일 수 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싱잉볼은 크기와 재질에 따라 다른 소리와 음색을 내며, 합금이나 실리카 등 여러 재료로 만든다. 정확한 역사는 알 수 없지만 약 2500여 년 전부터 실용화되었다고 하며, 티베트에서는 약 2000년 된 놋그릇이 발견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원래 그릇의 일반적인 용도는 물이나 곡식을 저장하고 마시는 컵 등의 식기로 썼지만, 실용적인 그릇이 아닌 특별한 '싱잉볼'이 개인 주문을 받아 장인들이 네팔에서 만들었다고. 많은 티베트 싱잉볼이 네팔에서 만들어졌고 몇몇의 싱잉볼은 특정 음질이나 울림을 내기 위해 장인들이 의도적으로 조정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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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잉볼이라 하면 '티베트 싱잉볼'이 일반적으로 뜨기 때문에 사람들은 싱잉볼이 티베트에서 기원했을 거라 추측한다. 싱잉볼의 대부분을 티베트인들이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티베트 싱잉볼이나 히말라야 싱잉볼이라 불리는 그릇은 옛날이나 지금도 네팔에서 생산하고 있는지라 티베트와 딱히 큰 접점은 사실 없다. 정확히는 티베트 싱잉볼이라는 말은 이 악기를 주로 사용한 사람들이 티베트인이라 그렇게 명명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영적인 영역에서의 싱잉볼이 만들어진 설이 있는데, 승려들이 히말라야 주변 마을 거리를 걸으면서 음식을 모을 때 싱잉볼을 사용했다고 한다. 또 티베트 탄트라불교에서는 승려들이 사발이나 종, 징을 사용해 치유 목적으로 해당 악기들의 소리를 사용했다고 한다. 현재는 청동이 일상생활에 쓸 수 있는 유용한 금속으로 인기를 얻어 전세계로 퍼지면서 네팔과 티베트까지 도착했고, 네팔인들이 다른 악기들이나 무기들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싱잉볼도 만들었다는 설이 제일 그럴듯하다.
 

싱잉볼을 치는 사람 /flickr

많은 종류의 금속과 합금이 동쪽으로 향하면서 인도로 가고, 인도를 가로질러 네팔까지 도착한다. 네팔의 야금 역사가 700년이 넘었으며 네팔의 금속 장인들이 금속과 합금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공예가들 중 하나로 불리는 것을 보면 싱잉볼 또한 네팔에서 많이 만드는 이유가 여기 있다.

네팔에 여행 온 여행자들이 이 그릇을 보고 '싱잉볼'이란 단어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싱잉볼이라는 말이 퍼졌고 지금은 인도, 중국, 태국, 캄보디아, 한국, 일본 등에서 여러 형태와 이름으로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싱잉볼이라 부르며 비슷한 형태의 악기인 좌종이나 방짜 종이 있다. 
 

싱잉볼 /flickr

싱잉볼은 과학적인 영역과 영적인 영역이 섞여 있는 묘한 악기다. 완전히 과학적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못 믿을 거리인 것도 아니다. 원래 사람들은 나 자신의 마음이 편해진다면 비과학적인 것도 쉽게 믿으니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도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로만 듣고 흘려도 좋을 테다. 싱잉볼의 효과는 우선 몸이 걸리는 질병이 우리 몸 안에 있는 일종의 불균형에서 나온 결과라 믿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질병으로 인해 몸의 불균형이 생겼기 때문에, 적절한 진동으로 인해 진정과 균형을 되찾을 수 있다는 이론이다. 

싱잉볼에서 나오는 진동이 우리 몸의 조화롭지 않은 부분을 회복시켜 건강 또한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 이론이다. 캘리포니아 신경 화학 연구센터의 창립자이면서 척추 신경 전문의인 제프리 톰슨은 “소리는 공기보다 물을 통해 5배 이상 효율적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신체, 특히 세포를 직접 통과하는 주파수 자극은 몸 전체를 자극하는 데 매우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말하기도. 이들은 음파나 진동이 우리 몸을 직접 흐를 때 혈액이나 조직 등 몸의 모든 부분에 다 퍼진다고 한다. 
 

싱잉볼과 함께 모인 사람들 /flickr

이 파동은 사람의 신경계에 어떤 식이든 영향을 주고, 반사작용이나 이완 작용에 관여해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잊게 한다고 한다. 싱잉볼에서 나오는 소리는 호흡과 심장 박동을 느리게 만들어 몸을 이완시키고 차분하게 만든다.

'차크라'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 봤을 텐데, 차크라는 산스크리트어로 ‘바퀴’ 또는 ‘원형’을 의미하는 요가나 명상의 주요 개념이다. 이 차크라는 교감, 부교감 신경계, 그리고 자율신경계와 연결되어 있으며 사람의 몸에는 수많은 차크라가 존재한다고 한다. 싱잉볼에서 나오는 소리의 진동이 이 차크라들과 동기화되어 몸과 마음이 치유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싱잉볼을 치면 규칙적이고 미세한 소리가 발생하는데 이때 진동도 함께 공기 중으로 전파된다. 이 진동이 몸속 깊은 세포까지 전달되어 온몸을 이완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싱잉볼 /flickr

확실히 흥미로운 이야기다. 현대의 일반적인 치료 이야기와 비교한다면 당연히 허무맹랑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잉볼은 사람들이 여러 치유의 목적으로 많이 쓰고 있는 악기 중 하나다. 과학적이든 아니든 싱잉볼로 인해 신체적인 변화를 느끼는 경우도 있고, 더 나아졌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싱잉볼을 이용한 요가나 명상 이후 통증이 나아졌다거나, 마음이 많이 진정되었다는 일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싱잉볼로 인해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지고 부정적인 기억과 경험이 지워질 수 있다면 어쨌든 비과학적이어도 좋지 않은가. 물론 정말 어딘가가 확실히 아프다면 우선 병원을 가야 하는 게 우선이다. 

싱잉볼은 그릇의 금속 배합 성분에 따라 주파수 대역이 달라 음계가 다르게 느껴진다고 한다. 7가지의 금속(금, 은, 구리, 납, 주석, 철, 수은)을 합금하여 불로 뜨겁게 달군 뒤 두들겨서 제작하며, 금속 배합 성분에 따라 음계가 달라지고 만드는 방식도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싱잉볼은 겉모습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는 소리의 효과를 보고 결정해 구매해야 한다. 대개 큰 싱잉볼은 강하고 깊은 진동이 있으며 작은 싱잉볼들은 높고 강렬한 소리를 낸다. 
 

명상의 종 /용산공예관 

사람의 몸은 높고 낮은 옥타브의 소리에 서로 다르게 반응하며 사람마다 선호하는 소리의 높낮이도 다르다고. 우리나라에서도 방짜 유기로 싱잉볼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번 크래프트 서울에 출품된 전북 무형문화재 방짜 유기장 이종덕 장인의 싱잉볼뿐만이 아니라 국가무형문화재 제77호 이형근 유기장이 만든 ‘명상의 종’은 방짜 유기 제작 방식으로 만든 작품으로, 스틱으로 울림을 주면 그 소리가 매우 맑고 아름다우며 오래 머무는 특징이 있다. 
 

싱잉볼 /flickr

싱잉볼 재료와 소리에 따라 효과도 각각 다르다고 하니, 자신에게 맞는 싱잉볼이 궁금하다면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거나 직접 수업을 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만 싱잉볼을 쓰는 것엔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싱잉볼 자체는 몸에 소리와 진동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임산부에게는 권장되지 않는다. 또 소리가 원인인 뇌전증을 가진 사람은 이상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하루 종일 복잡하고 시끄럽게 흘러가는 시간 속 잠깐의 명상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종의 틈새가 된다. 그 틈새에 싱잉볼이 이끄는 소리와 진동 한 스푼을 얹어 잠시나마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떤가.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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