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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의 역사 이야기] 한국인의 달콤한 한식 재료 '엿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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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의 역사 이야기] 한국인의 달콤한 한식 재료 '엿기름'
  • 김강호 기자
  • 승인 2018.11.20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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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에 싹을 틔운 엿기름 @Eugene Kim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옛날 선조들은 현대의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보다 훨씬 적은 종류의 음식을 먹으며 살아갔을 것이다. 있는 음식 하나도 마음껏 배불리 먹지 못했겠지만 말이다. 특히 당시 대다수를 차지했던 가난한 서민 가정일수록 더욱 그랬다.

당시 달콤한 음식이라면 '꿀'이 있었다. 하지만 벌집에서 전문적으로 일일이 손으로 채취해야만 했던 꿀은 서민들은 감히 쳐다보기도 힘든 고급 식자재였다. 하지만 당분에서 느끼는 단맛을 추구하는 것은 시대를 막론한 인간의 본능이었다. 당시 사람들도 얼마나 달콤한 음식을 먹어보고 싶었을까?

그래서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선조들이 사용했던 것은 바로 '엿기름'이다. 서양에서 맥주를 만드는 재료인 '맥아'와도 비슷한 이 엿기름은 우리 전통적인 기호식품인 달달한 한과들을 비롯해 조청, 떡, 식혜, 엿 등을 만드는 재료였다.

엿기름은 단어 그대로 기름이라고 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엿기름은 가을에 채취한 겉보리를 깨끗이 씻고 물에 하루 종일 담갔다가 불어나면 건지고 물을 뿌려가며 싹을 틔게 하는 것이다. 싹이 틔면 녹말 같은 당분과 아밀리아제 등 여러 효소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이때 싹의 적당한 길이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길거나 짧으면 품질이 떨어진다.
 

한국의 전통 음료 식혜 @User Drpepper000

한국인의 대표적인 전통 음료인 식혜도 엿기름으로 만든다. 멥쌀, 찹쌀 등으로 된밥을 짓고 엿기름이 든 물에 풀어 넣으면 밥알이 엿기름의 효소로 인해 삭으면서 위로 뜨게 된다. 그다음 끓여서 만들면 된다. 끓일 때에는 꿀이나 생강, 유자즙 등을 같이 넣어 먹기도 한다.

엿과 조청 또한 엿기름으로 만든다. 모두 식혜를 만드는 방식과 비슷한데 엿은 찹쌀, 수수, 옥수수 등 곡류나 감자, 고구마, 호박 등을 엿기름과 함께 섞고 졸이고 단단히 굳혀서 만든다. 입에 쫀뜩하게 달라붙는 엿은 우리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 추억의 간식이기도 했다.

조청은 물엿과 혼용되기도 하고 원리는 비슷하지만 전통적 제조 방식이라는 차이가 있고 맛과 점도도 조금씩 다르다. 조청은 식혜의 밥알을 걷고 가마솥에 끓이면서 조린다. 그러면서 끈끈한 조청이 완성된다. 조청은 떡에도 찍어 먹고 약과 등을 비롯한 한과에도 발라먹는 등 꿀 대신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감미료였다.
 

조청을 발라 만든 전통 한과인 약과 @stu_spivack

어쩌면 조청과 엿, 식혜는 모두 점도와 형태의 차이일 뿐, 원리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모두 엿기름을 근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엿기름도 곡물을 많이 소비한다는 점에서 가난한 서민들이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엿기름으로 이렇게 다양한 음식을 만든 민족은 한국이 유일하다. 단 것을 갈망했던 우리 선조들은 최대한의 지혜를 모아 보리에서 달콤함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오늘날에 우리에게는 값싼 설탕이 들어오면서 엿기름의 역할도 축소됐다. 하지만 가끔은 우리 전통 재료였던 엿기름을 통해 직접 자연이 주는 달콤함과 선조들의 지혜를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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