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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전통 장인] 조선 사람의 필수 모자는 갓! 갓일하는 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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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전통 장인] 조선 사람의 필수 모자는 갓! 갓일하는 장인들
  • 김강호 기자
  • 승인 2018.11.15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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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흑립과 우측 탕건 @User Piotrus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라는 말이 있다. 내 몸과 털은 부모에게 받은 것이라는 뜻이다. 유교 사상이 강했던 조선 사람들은 이에 따라 머리를 자르지 않고 평생을 내버려 두었다고 한다.

하지만 기른 머리를 산발로 마냥 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조선 사람들은 머리를 묶은 다음, 머리띠와 갓을 착용했다. 갓은 종류가 아주 다양하다. 여성용과 남성용이 있고 또 신분과 직급에 따라서도 달랐는데 양반들은 흑립, 정자관(놀부가 쓴 관), 사방관 등을 썼고 무당이 쓰는 호수갓, 관리가 쓰던 전립과 주립, 그리고 일반 양민과 천민들이 쓰던 초립과 패랭이 등이 있다.

갓은 사실 삼국시대부터 존재했던 모자였지만 조선시대에 특히 대중적으로 크게 발달하게 됐다. 국가기관인 경공장에도 망건장·사모장·초립장 등 다양한 장인들을 두어 갓을 생산하게 했다.
 

선비들의 필수 모자였던 흑립 @신윤복의 상춘야흥

오늘날 갓 만드는 일은 대중들에게 잊혀졌지만 갓은 오랜 세월 동안 조상들의 머리를 보호해준 전통 생활용품이었다. 갓일은 오랜 시간과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순서와 종류도 많기 때문에 갓을 만드는 방법과 종류를 각자 따로 공정을 맡아 분업체제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날 정부는 갓일하는 장인들을 중요무형문화재 제4호 '갓일'로 통합해서 지정하고 있지만 실제 장인들은 각자 분업과정을 주로 맡고 있다.

갓 만드는 장인들과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망건을 만드는 망건장이 있다. 망건은 조선 남자들이 상투를 틀고 모자를 쓰기 전에 머리 주위로 두르는 머리띠를 말한다. 원래는 명주실, 비단 등을 짜서 망건을 만들었으나 조선 중기부터는 말의 털인 말총을 주로 쓰기 시작했으며 흔하지는 않지만 사람의 머리카락을 쓰기도 했다.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66호 이수여, 강전향 장인이 있다.

탕건은 갓을 쓸 때 먼저 망건 위에 받쳐 쓰는 모자이다. 편하게 탕건까지만 쓰는 경우도 있었으며 '감투'라고도 부른다. 말총 또는 쇠꼬리 털로 만들었다. 만들 때는 탕건을 만드는 나무틀인 탕건골에 받쳐놓고 실로 엮은 후 골에 끼워서 삶아내서 더 단단하게 굳힌다. 그리고 먹을 진하게 바르고 햇볕에 말리면서 만들었다. 중요무형문화재 67호 김공춘 장인과 딸 김혜정 장인이 탕건을 만들고 있다.
 

초립 등을 착용한 관리 복장 @by gliuoo

갓을 만드는 공정은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갓의 아랫부분인 양태를 만드는 양태장, 윗모자를 만드는 총모자장 그리고 이 두개를 조립해서 갓을 완성하는 입자장이다. 이렇게 각자 장인들이 맡은 분업을 통해 갓을 완성했다고 한다.

양태는 대나무를 쪼개 만든 대오리(죽사)를 엮어서 만드는데 대나무를 아주 세밀하게 실같이 쪼개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오랜 시간과 숙련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총모자는 주로 말총을 이용해 엮어냈으며 입자장은 총모자와 양태를 조립하여 명주를 입히고 인두질, 아교칠, 옻칠등을 거쳐 완성품을 만들었다. 현재 장순자 양태장, 김인 총모자장, 정춘모·박창영 입자장 등이 있다.
 

놀부 갓으로도 잘알려진 정자관 @김경희 作

얼핏 단순해보일지 모르는 이들 과정은 사실 세심하게 파고들면 수십가지가 넘는 공정 순서가 있다. 너무 복잡하고 길기 때문에 모든 공정을 익히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당시 조선의 생활 필수품이면서 현대에도 매체의 영향으로 대중에게 너무나 익숙한 물건인 '갓', 이 갓이 이렇게 복잡하고 섬세한 장인의 숨결이 녹아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갓일 장인들은 수백 년의 세월 동안 일일이 손으로 오랜 과정을 거쳐가며 당시 모든 조선인들의 갓을 만들었다.

하지만 갓이 이제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유물이 될 것이라고 당시 선조들은 생각이나 했을까? 역사의 흐름은 정말 한치도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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