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1-12-03 10:35 (금)
2700년 전 광부의 배설물에서 발견된 것, 다름아닌 블루 치즈와 맥주
상태바
2700년 전 광부의 배설물에서 발견된 것, 다름아닌 블루 치즈와 맥주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10.21 14: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천년 전 광부들도 먹은 블루 치즈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최근 꽤 흥미로운 뉴스가 나왔다. 원래라면 인간의 배설물이 몇천 년이 지나도 남아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 지금의 오스트리아 알프스 할슈타트의 선사시대 소금 광산에서 인류의 배설물이 발견된 것이다. 연구원들이 이 광산에서 나온, 2700년 전 인류의 인분 샘플을 분석한 결과 식품 발효과 상관이 있는 두 종류의 곰팡이를 발견했다. 

흥미로운 건 분석 결과 이 두 종류의 곰팡이가 숙성된 블루 치즈와 맥주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성분 분석을 통해 당시 광산에서 일하던 광부들이 발효 식품을 먹은 것으로 확인되며,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발효 식품을 훨씬 더 일찍 먹었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미 2700년 전에 철기 유럽 시대에서는 블루 치즈를 생산하고 있었던 셈이다. 


냄새? 하지만 맛있는걸, 블루 치즈
 

블루 치즈 /pixabay

블루 치즈는 주로 산악 지대에서 생산되는 천연외피 푸른곰팡이 치즈를 가리킨다. 블루 치즈는 응고된 프레시 치즈를 큐브 모양으로 잘라 물기를 제거하고, 틀에 넣고 응고가 이루어지는 동안 틀에 넣는 과정에서 푸른곰팡이의 일종인 페니실륨 로케포르피 포자를 주입한다. 어떤 블루 치즈는 응고가 되기 전 포자를 주입하거나, 어떤 치즈는 아예 응고가 형성된 후 응고와 혼합된 포자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소금을 넣고 치즈 안에 공기가 들어갈 수 있도록 구멍을 내는데 이것이 페니실륨균과 반응해 빈 공간을 메우고 푸른색의 잎 모양을 만드는 것이다. 블루 치즈는 일반적으로 동굴이나 높은 산악지대처럼 온도가 조절될 수 있는 환경에서 숙성된다. 할슈타트 소금 광산에서 나온 배설물 또한 수천 년 동안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가 약 8℃의 일정한 기온과 광산의 높은 소금 농도가 있었기 때문에 잘 보존될 수 있었고, 푸른곰팡이 또한 발견될 수 있었다. 

블루베리가 들어간 블루 치즈 /pixabay

블루 치즈의 단연 특징적인 것이라면 단연 냄새인데, 일명 꼬릿하게 느껴지는 냄새는 치즈에서 자란 곰팡이와 박테리아에서 나온다. 여담이지만 이 냄새는 껍질에 번식하는 '브레비박테리움 린넨스 Brevibacterium linens'라는 균인데,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양말 냄새나 발냄새 같은 거북한 냄새의 원인이다. 물론, 대조적으로 이 냄새를 좋아하다 못해 환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블루 치즈로 유명한 치즈로는 프랑스의 로크포르, 이탈리아의 고르곤졸라, 영국의 스틸턴 등이 있다. 참고로 이 세 가지는 세계 3대 블루 치즈로 꼽힌다. 

로크포르 /pixabay

블루 치즈는 무해한 곰팡이들에게 유리한 환경인 산악 지대나 동굴에서 만들어진다. 전설에 따르면 세계 3대 블루 치즈 중 하나인 로크포르의 전설에 따르면 프랑스 남서부 지방, 어느 어린 목동이 양치기를 하러 가던 중 폭풍 때문에 한 동굴로 피신한다. 마침 점심 시간이었기 때문에 그는 동굴에 빵과 치즈를 두고 동물들을 살펴보기 위해 동굴을 나간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떠도는 동물을 데리고 온 양치기는 자신이 빵과 치즈를 두고 온 동굴이 생각났을 테다. 동굴에 들어가자 목동은 빵 겉에 푸른 곰팡이가 생긴 것을 발견한다. 

먹을 것은 없고, 배는 고프니 목동은 곰팡이가 핀 빵을 슬쩍 맛만 봤다. 그런데 뜻밖에도 맛이 있었다고. 즉 곰팡이가 이 치즈를 로크포르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단 전설이고, 기록에 따르면 카를로스 6세가 로크포르 쉬르 술종 주민들에게 치즈를 독점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 치즈 이름이 로크포르가 되어 만들어졌다는 설이다. 이후 로크포르의 모조품이 생겨 전통을 보호하자는 취지에 툴루즈 의회의 협약을 통하여 로크포르의 모조품을 판매하는 상인에게 벌금을 물리는 법안이 생기기도 했다. 

로크포르 치즈를 이용한 마카롱 /unsplash

현재는 로크포르 치즈를 만드는 것은 프랑스 로크포르 지역에서만 만들 수 있으며 생산하는 양 또한 제한되어 있다. 7여개의 치즈 제조 회사가 소유한 춥고 축축한 습기가 있는 동굴에서 로크포르가 만들어진다. 각 공장마다 갖고 있는 지하실은 자신들만의 특별한 치즈를 만들기 위한 비밀이 숨겨져 있으며, 페니실륨균 품종도 700가지가 넘기 때문에 앞으로도 각기 더 특별한 맛을 내는 치즈를 만드는 것 또한 가능할 것이다. 

이들은 예전 동굴에 음식을 놔두고 갔던 양치기와 비슷한 방식으로 지금도 치즈를 만든다. 대신 과정만 조금 더 효율적이고 빠를 뿐이다. 곡물이 유제품보다 곰팡이를 더 빨리 불러오기 때문에 곰팡이의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호밀빵을 몇 주 동안 동굴 안에 놓아둔다고 한다. 곰팡이가 핀 빵을 말리고 갈아낸 다음 채취한 곰팡이를 신선한 커드에 뿌린다. 보존을 위해 소금을 뿌리고 바늘로 구멍을 뚫어 통기를 시킨다. 마지막으로 치즈는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있는, 곰팡이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시원하고 어두운 지하실로 들어간다.

이것은 다른 곰팡이나 박테리아가 치즈에 침투할 수 없게 한다. 동굴이라는 독특한 환경과 결합해 이 치즈는 '세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치즈'라는 평을 듣는 음식으로 만들어진다. 블루 치즈의 초기 버전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다가 이후 발전해 유럽과 북미 전역에서도 생산한다. 로크포르는 로마의 정치가이자 학자인 플리니우스가 블루 치즈의 향과 맛을 좋아했다고 전해져 꽤 오래된 역사가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다

여러 과일과 로크포르 /pixabay

과거 프랑스의 왕과 교황 등 귀족들도 로크포르의 맛과 향을 좋아했다고 하며 카롤링거 왕조의 제2대 프랑크 국왕인 샤를마뉴가 가장 좋아했던 치즈이기도 했다. 심지어 그는 로크포르를 두고 두고 '왕과 교황의 치즈'라 불렀다고. 프랑스에는 현재 약 500여종의 치즈가 생산되고 있으며 로크포르는 콩테 치즈 다음으로 소비량도 많고 수출도 많이 하고 있다.

고르곤졸라 치즈를 넣어 만든 고르곤졸라 피자 /unsplash

고르곤졸라 하면 흔히 피자를 떠올릴 수 있는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고르곤졸라 치즈도 블루 치즈 중 하나다. 곰팡이가 들어 있는 치즈라고 하면 질색할 것 같지만 이 고르곤졸라는 세계 미식가들과 테스터들이 좋아하는 풍미를 가진 음식 중 하나다. 밀라노 동쪽에 있는 롬바르디아 주의 고르곤졸라 마을 이름을 그대로 땄으며, 이탈라이인들은 대개 푸른 곰팡이가 핀 것 같은 블루 치즈를 포르마지오 에르보리나토라고 부른다.

고르곤졸라의 기원은 정확히 알려져 있는 것이 없으며, 이 지역에서 처음 생산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이다. 이런 전설도 있는데, 어느 날 여자친구에게 차인 한 목동이 슬픔에 젖은 나머지 커드(치즈를 만들기 위해 우유를 응고시킨 것) 냄비를 밤에 비우는 것을 잊고 나서 다음날 아침에 거의 썩어버린 치즈를 발견한 때였다. 그는 자신의 실수를 남들에게 들킬까봐 썩은 커드 위에 새 커드를 덮어 버렸고, 시간이 지난 후 다시 확인해 보자 버려야 할 줄 알았던 치즈 층에 녹색 파슬리 모양의 곰팡이가 슬어 있는 것을 본다. 

목동이 발견했을 모습의 고르곤졸라 치즈 /pixabay

그는 치즈를 버리는 대신 맛을 봤고, 마을 사람들의 입맛에도 딱 맞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과정에서 고르곤졸라 치즈가 완성이 된 것이다. 이탈리아의 치즈 테스터 베페 카솔로는 '고르곤졸라 역사의 진짜 전환점은 사람들이 곰팡이가 핀 치즈를 함께 먹고, 그것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곰팡이 핀 치즈가 저녁 식탁에 오르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던 때다'라고 전했다. 

샐러드에 고르곤졸라 치즈를 곁들인 /unsplash

처음 이 곰팡이가 슨 치즈는 가난한 농부들이 먹던 식사의 메뉴 중 하나였다. 시골의 가정마다 각기 다른 종류의 치즈를 만들어 먹었는데, 오늘날까지 시골에서 사는 할머니들은 가끔 벌레가 꼬이는 부엌 식탁에서 치즈를 먹었던 추억을 하나씩은 갖고 있을 것이라 한다. 이들은 갓 구운 빵 위에 치즈 조각을 떠서는 견과류와 같이 먹었다. 참고로 이 치즈는 냄새가 고약할수록 맛있다고.

고르곤졸라는 이후 룸바르디아와 피에몬테 지방을 중심으로 확산되었고 19세기 이후 이탈리아뿐만이 아닌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여러 유럽 국가들로 수출되었다. 고르곤졸라는 이탈리아에서 소젖으로 만든 치즈 중 해외 수출량이 가장 많은 치즈로, 오늘날에도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고르곤졸라의 약 30%가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스틸턴 블루 치즈 /pixabay

세계 3대 블루 치즈 중 마지막으로 스틸턴은 영국을 대표하는 블루 치즈다. 케임브릿지에 있는 스털린 마을에서 만들어져 이름을 따 왔다. 이 역시 수년간 제조 방법이 수없이 바뀌었지만 세계에서도 유명하고 매니아들에게도 사랑받는 음식이다. 영국에서는 '여왕 폐하도 매일 드신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정을 받은 치즈이며 가격 또한 꽤 비싸다. 영국에서 치즈가 얼마나 중요하냐면, 일본과의 FTA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철폐하라는 일본의 요구에 영국은 영국산 치즈 수입량 확대와 함께 유럽 치즈 수입 상한선 폐지를 요구했을 정도다. 영국에서 치즈 무역의 적자는 그야말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는 것. 

스틸턴 블루 치즈로 만든 프로마쥬 /flickr

스틸턴 치즈메이커 협회에 따르면 이 블루 치즈를 처음 판매한 사람은 여관을 운영하고 있었던 쿠퍼 손힐이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레스터셔 마을의 작은 농장을 방문하던 중 블루 치즈를 생산하는 한 농장을 발견한다. 그는 이 치즈와 사랑에 빠졌고, 이 치즈를 자신이 운영하는 여관에 판매하기로 결정하며 독점 판매권을 부여받는 계약을 맺는다. 이것은 그에게도 행운 그 자체였는데, 이 여관이 위치한 스틸턴 마을은 런던과 스코틀랜드를 잇는 그레이트 노스 로드로, 런던을 출발하는 사람들이 쉬어가는 첫 번째 휴게소이기도 했다. 

당연히 여관엔 식당도 있었고, 식사와 같이 올라온 이 치즈가 손님들에게 전해지며 스틸턴 치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스틸턴 치즈는 품질과 원산지 보호를 위해 법적 보호를 받고 있다. 스틸턴이라는 이름을 쓰기 위해서는 더비셔, 레스터셔, 노팅엄셔의 세 주 중 한 곳에서 만들어져야 하며 저온 살균된 우유만을 써야 한다. 매년 백만 개가 넘는 스틸턴이 생산되고 10% 이상은 전세계 40여국으로 수출된다. 

스틸턴 치즈와 와인 /pixabay
샌드위치에 블루 치즈 /unsplash

일반적으로 블루 치즈는 맛이 짜면서도 부드럽고, 크림 같기도 하며 약간 흙을 먹는 기분이기도 하다. 대개 블루 치즈는 맛은 조금씩 달라도 생긴 건 아이보리색에 녹색, 파란색, 회색 등의 곰팡이 점이 있는 게 특징이다. 블루 치즈는 개봉 후 7일 이내에 먹는 것이 제일 좋고, 개봉하자마자 냄새가 날 수 있지만 대부분 5분 정도 지나면 없어진다. 블루 치즈는 과일과 견과류에 특히 잘 어울리며 소스, 드레싱, 수프에 곁들여 먹거나 샐러드 위에 뿌려 먹는다. 또 파스타 요리, 구운 곡물 요리에도 풍미를 더한다.

2700여년 전 광부들은 블루 치즈와 맥주를 먹었다. 이정도면 소위 '맛잘알'이 분명하다. 블루 치즈의 훌륭한 파트너는 맥주나 와인이다. 치즈의 아미노산은 흡수율이 높은 편인데, 아미노산인 메티오닌이 알코올 분해를 촉진시키고 간의 활동을 도와 숙취 해소에도 좋다고 한다. 맥주라면 영국식 맥주 페일 에일의 한 종류인 인디아 페일 에일(IPA)을 추천하며, 레드 와인을 즐긴다면 진판델이나 말벡, 화이트 와인을 선호한다면 보르도 스타일의 와인이 맛있다고. 2700여년 전 광부들이 치즈와 맥주를 즐겼던 것처럼 오늘 저녁에는 치즈에 맥주나 와인 한 잔은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