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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2021 공예주간 ‘풍경수집가의 방’, 바람이 눈에 보이고, 귀로 흘러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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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2021 공예주간 ‘풍경수집가의 방’, 바람이 눈에 보이고, 귀로 흘러들어온다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1.10.14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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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지난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렸던 2021 공예주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국 각지에서 전시와 체험 행사가 진행되었는데, SNS로 전해지는 소식을 보니 많은 이들이 다양한 전시를 즐겼던 듯하다.

여러 전시 중에서 눈길이 가는 전시가 있었다. 북촌한옥청에서 진행된 ‘풍경수집가의 방’이다. 보통 풍경이라고 하면, 처마 밑이나 창가에 걸어두어서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며 청아한 소리를 내는 종이다. 종에 붕어 모양의 조각이 달린 형태를 떠올리게 된다.
 

풍경수집가의 방 입구 / 전은지 기자
'풍경수집가의 방' 전시가 열린 북촌한옥청 입구 / 전은지 기자

집을 꾸미는 소품이고, 바람에 흔들려 소리가 날 때마다 쳐다보게 되는 존재감이 적은 것이 풍경인데 그것을 수집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어떤 풍경이 있는지도 궁금해 방문하게 됐다.


30여 년 풍경을 수집한 남자의 방

‘풍경수집가의 방’ 전시는 풍경수집가 정문택 씨가 1990년부터 2021년까지 수집한 풍경 약 50여 개를 전시해두었다. 실제 전시장 내부도 주인 없는 방을 들여다보듯 구성되어 있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풍경 진열장은 얼마나 열심히 수집했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
 

전시장 전경 / 전은지 기자
풍경수집가의 방 / 전은지 기자

그런데 이 전시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관람 가이드에 나와 있지 않지만 ‘풍경수집가 정문택 씨’는 실존하는 인물이 아닌 가상의 인물이라는 점이다. 전시장을 방문하면 관계자의 설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풍경수집가 정문택 씨의 책상 / 전은지 기자
풍경수집가 정문택 씨의 책상 / 전은지 기자
수집한 풍경을 직접 수리하는 듯하다 / 전은지 기자
정문택 씨는 수집한 풍경을 직접 수리하는 듯하다 / 전은지 기자

그 설명을 듣지 않거나 듣기 전까지는, 풍경에 진심인 한 중년의 남자가 떠오른다. 전시장에는 정문택 씨가 누구인지 이력이나 사진 한 장도 존재하지 않지만, 그가 썼을 법한 책상과 도구들을 보면 정말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공예가 모임 공백의 제작자와 디자이너들은 작품으로서의 공예보다는,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는 공예를 추구해 가상의 인물을 설정했다. 누군가의 수집품이라고 하면 좀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풍경수집가 정문택 씨의 풍경 컬렉션은 금속과 도자, 그 외의 부재료로 만들어졌다. 관람 가이드에 따르면, 정문택 씨는 방문객들이 직접 풍경을 보고, 만지고, 소리를 들어볼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다고 한다.

관람객들은 자유롭게 풍경을 가까이서 관찰하고 흔들어보며 소리를 감상했다. 보통의 전시라면 그저 눈으로만 감상했을 텐데 직접 만져볼 수 있어서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고요했던 전시장이 분주할 정도였다.
 

감상 공간 / 전은지 기자
감상 공간 / 전은지 기자
풍경을 걸어둘 수 있는 스탠드 / 전은지 기자
풍경을 걸어둘 수 있는 스탠드 / 전은지 기자

진열장에서 하나하나 감상했다면, 전시장 한쪽에 마련된 ‘감상 공간’에서 마음에 드는 풍경을 골라 스탠드에 걸어놓고 볼 수 있었다. 한옥의 고즈넉함과 열린 문 사이로 보이는 북촌, 그 풍경을 장식하는 풍경, 살짝 흔들리며 나는 소리까지 평온했다. 스탠드는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감상 공간에서는 관람객들이 풍경을 관람하며 편안하게 쉴 수 있었다. 방명록에 자신이 고른 풍경을 그리거나 글을 쓰기도 했다. 기존의 전시장 모습을 깨는 획기적인 전시였다.


전통과 현대, 공예의 경계를 무너뜨리다

이번 전시가 독특한 부분은 하나 더 있다. 보통 작품에는 태그가 붙는다. 작품명이나 작가명, 만든 시기, 재료, 크기 등이 쓰인다. 그런데 그 어디에도 태그를 찾아볼 수 없다. ‘풍경수집가의 방’이라는 테마 때문에도 그렇겠지만, 작품을 설명하는 정해진 틀이 없으므로 고정관념 없이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풍경수집가의 노트 / 전은지 기자
풍경수집가의 노트 / 전은지 기자

작품 태그 대신 정문택 씨의 방에는 ‘풍경수집가의 노트’가 있다. 그가 풍경을 수집하며 붙인 이름, 언제 어떻게 구매했고 풍경이 주는 느낌이나 그와 관련된 스토리가 담겨있다. 풍경 자체를 감상하는 즐거움도 있지만,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있다.
 

관람 가이드에 안내된 풍경의 기본 구성 / 전은지 기자
관람 가이드에 안내된 풍경의 기본 구성 / 전은지 기자

풍경의 모양은 대부분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금속과 도자, 천, 플라스틱, 유리, 종이 등 다양하다. 하지만 풍경의 기본 구성인 종, 그 안에 달려 소리를 내는 징, 징에 달려서 바람의 움직임을 눈으로 보여주는 참의 형태는 그대로 유지했다.
 

심해 3 / 전은지 기자
심해 3 / 전은지 기자

진열장이 아닌 외부에 전시된 ‘심해 3’이라는 풍경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한다. 깊은 바닷속을 헤엄치는 해파리를 떠오르게 한다. 물결에 따라 춤을 추듯 흔들리는 촉수가 그대로 재현됐다.

정문택 씨는 이 풍경을 직접 작가에게 주문 제작했다고 한다. 수집하는 것도 모자라 직접 제작하기도 했던 그는 자주 다녔던 편집숍에서 풍경 작가의 연락처를 받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이외의 별다른 설명은 없다. 금속으로 심해의 풍경을 재현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 안에 유리로 만든 종과 징, 참을 달아 만든 독특한 형태가 인상적이었다.
 

심해 1, 2 / 전은지 기자
심해 1, 2 / 전은지 기자

심해 3과 비슷한 심해 1과 2도 있었다. 이 2가지 풍경은 3보다 먼저 편집숍에서 구매한 것이라고 한다. 심해의 생물을 본떠 만들었다고 하는데, 소리는 잘 나지 않았다. 바람이 아닌 물의 흐름을 표현한 풍경이라는 점이 고정관념을 깨게 했다.
 

탁영경(鐸鈴磬) / 전은지 기자
탁영경(鐸鈴磬) / 전은지 기자

9개의 금속 풍경 시리즈인 ‘탁영경’이다. 금속이 주는 차갑고 날카로운 느낌도 있지만, 올곧은 직선미가 느껴져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정문택 씨는 이 풍경을 보고 금속 공예품이 많았던 통일 신라 시대를 떠올리며 보수적인 풍경이라고 설명했지만, 정형화된 형태를 계속 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정문택 씨도 9개를 한 번에 구매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나쁜 마음 도깨비의 이빨 1, 2 / 전은지 기자
나쁜 마음 도깨비의 이빨 1, 2 / 전은지 기자

독특한 형태의 풍경은 또 있었다. 어금니를 연상시키는 커다란 치아 모양의 조형물에 구슬을 길게 이은 참이 달려있거나 사람의 하반신이 달려있다. 흔들리는 유치를 뽑아 지붕 위에 던지면 새가 새 치아를 물어다 준다는 어린 시절 이야기가 떠오르는 풍경이다.

이 풍경은 정문택 씨가 동묘 어느 골목 상점에서 구매했다고 한다. 얼굴이 없는 나쁜 마음 도깨비는 사람의 그림자에 붙어살며 착한 마음을 먹다가 얼굴까지 빼앗아 간다고 한다. 이를 막으려면 도깨비의 이빨을 훔쳐야 한다고 한다. 이빨을 훔치기는 어려우니 이런 이빨 모양의 풍경을 만든 것이 아닐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 로마나 인도, 중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는 풍경이 악귀를 쫓아내 준다고 믿었다. 그 의미가 고스란히 담긴 부적과 같은 풍경이다. 이빨이 괴기하지만, 달린 유리구슬이 그 느낌을 완화해주는 존재 같다. 실제로 들어본 금속 이빨에 부딪히는 풍경의 소리는 둔탁했다.
 

항해, 블루문 / 전은지 기자
항해, 블루문 / 전은지 기자

고정관념을 깬 풍경도 기억에 남았다. 종이 아래 달려있다기보다는 아래 놓여있는 모빌에 가까운 풍경이었다. ‘항해’와 ‘블루문’은 동그란 형태의 징과 참이 있고 그 아래에는 유리잔이 있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름처럼 바닷가를 연상시킨다. 바다를 힘차게 항해하며 떠 있는 듯한 배, 그 위에 떠 있는 하얀 보름달처럼.

정문택 씨의 수집 능력과 집착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항해’는 바에서 술을 마시다가 그곳에 있는 독특한 풍경에 눈길을 떼지 못하자, 주인이 건네준 것이라고 한다. 3개의 돛이 달린 배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유리잔에 담긴 닻이 흔들리는 형태다.

블루문도 비슷한 형태다. 마음에 드는 잔으로 그때그때 바꿀 예정이라고 하니 이름도 그때그때 바뀌지 않을까 싶다. 잔에 따라 징과 참이 부딪혀 나는 소리도 다를 것 같다.
 

되돌아가기 2, 노을 낚시, 바람 상자, 뱁새 / 전은지 기자
되돌아가기 2, 노을 낚시, 바람 상자, 뱁새 / 전은지 기자

요즘 트렌드인 ‘업사이클링’으로 버려진 것들을 활용한 풍경도 있었다. 버려진 플라스틱을 재가공해 만든 플라스틱을 징으로 매달아 유리종에 달아놓은 ‘되돌아가기 2’, 유리잔을 활용한 ‘노을 낚시’, ‘바람 상자’, ‘뱁새’는 새활용으로 이런 예술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한다.

‘노을 낚시’는 낚싯줄로 빨간색 참을 매달아 해 질 녘에 뜬 빨간 태양을 표현하였다. ‘바람 상자’는 이름처럼 PVC 참으로 만든 상자 안에 바람이 가득할 것 같은 느낌이다.

‘뱁새’는 특별한 스토리가 있다. 정문택 씨가 하와이 여행을 하며 운동가와 원주민이 업사이클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근처 팝업스토어에서 크리스탈 샷잔에 산호와 돌조각을 매달아 파는 풍경을 구매한 것이다.

그런데 풍경 이름이 ‘뱁새’다. 황새 따라 하다 다리가 찢어졌다는 뱁새의 슬픈 사연과 어울리지 않지만, 버려진 것이 아름다운 풍경으로 재탄생한 것처럼 뱁새도 언젠가는 아름다운 새가 될 것이라는 희망이 느껴진다.
 

물고기 풍경 / 전은지 기자
물고기 풍경 / 전은지 기자
대나무 풍경 / 전은지 기자
대나무 풍경 / 전은지 기자
수박풍경, 일본 인형 테루테루보즈가 달린 풍경, 초록색 종이가 달린 풍경 / 전은지 기자
수박풍경, 일본 인형 테루테루보즈가 달린 풍경, 초록색 종이가 달린 풍경 / 전은지 기자

현대적인 디자인 외에도 전통을 살린 느낌의 풍경도 있었다. 종에 물고기 참이 달린 물고기 풍경은 한옥 처마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바람에 부딪히면 청아한 소리가 나는데 듣기만 해도 깊은 산에 있는 사찰이 생각난다.

전시실 입구 천장에 달린 대나무 풍경은 종의 청아함보다는 나무끼리 부딪쳐 다는 달그락 소리가 나는데, 이 역시도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참이 머리에 부딪혀 한 번쯤 위를 쳐다보게 한다.

수박풍경과 테루테루보즈가 달린 풍경, 초록색 종이가 달린 풍경은 일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중 수박풍경은 정문택 씨가 일본 출장 때 한 풍경 상점에서 사 온 것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풍경을 ‘후우링’이라고 부르는데, 사 온 후우링 중에 깨지지 않은 것이 수박풍경이라고 한다.

테루테루보즈는 일본에서 날씨가 맑아지기를 바랄 때 걸어두는 인형인데, 그 형태를 종으로 만들어 놓은 점이 독특하고 귀엽다. 달린 종이 참이 일본 고유의 감성을 더해준다.
 

줄무늬 고양이 풍경, 조카를 위한 꽃 풍경 / 전은지 기자
줄무늬 고양이 풍경, 조카를 위한 꽃 풍경 / 전은지 기자

줄무늬 고양이 풍경은 보통의 풍경 형태를 벗어났다. 고양이 발에 녹슨 종 2개가 달려있다. 흔들리면서 종끼리 부딪혀 소리를 내는 듯하다. 금속으로 정교하게 고양이 수염까지 만들어냈다. 일그러진 듯한 고양이 표정이 꽤 익살스럽다.

조카를 위한 꽃 풍경은 금속과 플라스틱이 모두 사용되었다. 데이지꽃과 비슷하게 하얀 꽃잎과 동그란 참이 귀엽다. 참이 길게 늘어진 줄에는 꽃의 줄기라도 표현하듯 긴 막대 형태의 장식이 달려있다.

이름과 풍경을 볼 때는 어린 조카를 생각한 듯했는데, 수집가 노트를 보니 요상한 취미를 가진 삼촌을 놀리는 어느 정도 큰 조카였다. 그런 조카에게 들을 평가를 기대하며 풍경을 구매했다니 입가에 피식 미소를 짓게 된다. 삼촌이란 그런 존재인 듯하다.
 

파란 풍경 1, 2 / 전은지 기자
파란 풍경 1, 2 / 전은지 기자

이름은 파란 풍경이지만, 단추처럼 아주 작은 형태의 파란 장식이 달려있을 뿐 풍경은 전체적으로 하얗다. 하얗기 때문에 파란 장식이 더욱 돋보인다. 도자와 플라스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정문택 씨는 파란색을 좋아해서 파란색에 집중할 수 있는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구매한 것이라고 한다. 왠지 정문택 씨는 작은 것 하나에도 집착하고, 세심한 완벽주의자 성향을 가지고 있을 듯하다.
 

검은 풍경 2, 3, 5 / 전은지 기자
검은 풍경 2, 3, 5 / 전은지 기자

종이라고 하면 밝은색을 떠오르게 한다. 그런데 검은 종이라니 독특하다. 검은 풍경 시리즈는 차분하면서도 모두 다른 형태를 하고 있어 보는 재미가 있다. 동그란 금속 형태, 낡은 천, 링 형태의 금속 참이 달려있다. 종은 모두 원통의 비슷한 형태이지만 다양한 참의 모습 때문에 모두 다른 종 같다.

어딘지 모르게 미완성된 작품의 느낌도 풍긴다. 벌레가 탈피하듯 검은 종이 변화를 거듭해 새로운 종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정문택 씨는 검은 종에서 어떤 매력을 느꼈던 것일까. 가장 최근에 샀다는 검은 풍경 5는 직접 고쳐본 모양이다. 타원 참을 비스듬히 묶어 엉뚱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고 하고, 어울리는 황동 참을 사다가 달아보겠다고도 적어두었다. 수집가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게 수집품의 형태를 리모델링하는 느낌이다.
 

균형 습작 1, 2 / 전은지 기자
균형 습작 1, 2 / 전은지 기자

균형 습작 시리즈는 풍경보다는 모빌에 가까운 듯하다. 돌과 플라스틱 참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균형 있게 매달린 모습이 재미있다. ‘습작’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정문택 씨가 직접 참을 해체한 후에 달아보았기 때문이다. 어느 것 하나에 몰두하고 노력하면 전문가가 된다고 한다. 그 역시도 풍경을 모으다 보니 어느 정도 전문가의 위치에 오른 것일까. 스스로 풍경을 이리저리 조합해보며 완성하고 성취감을 느끼며 웃었을 그의 모습이 떠오르는 작품이다.
 

밤의 풍경 / 전은지 기자
밤의 풍경 / 전은지 기자

도자부터 금속, 섬유, 자개 등 다양한 재료가 조합해서 보름달이 뜬 밤의 풍경을 만들어낸 풍경이다. 이름부터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다.

작품 설명을 보니, 여기에는 정문택 씨의 아내가 등장한다. 마크라메 취미에 빠진 아내가 만든 집 형태의 참을 풍경에 달았다고 한다. 아내에게 헌정한 것이라고 하니, 그가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진다.
 

조합, 겨울의 풍경, 얼음풍경 / 전은지 기자
조합, 겨울의 풍경, 얼음풍경 / 전은지 기자

비슷한 형태의 풍경만 모아 보니 재미있다. 모두 다 다른 재료가 조합되어 있다. ‘조합’은 도자와 돌과 천, ‘겨울의 풍경’은 도자와 종이, ‘얼음풍경’은 도자와 플라스틱이다.

하얗고 동그란 종은 하늘에 떠오르는 열기구, 풍선을 떠오르게 한다. 무거운 도자의 느낌을 가볍게 만들어주는 듯하다. ‘겨울의 풍경’은 달린 종이 참이 마치 겨울에 모든 것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 눈꽃이 달라붙은 느낌을 준다. ‘얼음풍경’은 달린 참의 무늬가 얼음처럼 보인다.
 

고요, 김소연의 풍경, 순수한 재미 / 전은지 기자
고요, 김소연의 풍경, 순수한 재미 / 전은지 기자

독특하고 재미있는 형태의 풍경이다. 동그란 도자링 안에 돌로 만든 징과 참이 달려있다. 이름은 ‘고요’이지만, 다른 풍경과 다르게 더 화려하고 빠른 소리를 낼 것 같다. 보통 풍경이 ‘딸랑’이라면, ‘고요’는 ‘딸랑딸랑딸랑’ 하고 잔망스럽게 울릴 듯하다.

‘김소연의 풍경’은 유일하게 만든 사람의 이름이 있다. 김소연 작가와 친분이 있는 듯한 정문택 씨가 작가가 아끼던 풍경을 간곡하게 부탁해서 가지고 왔다고 한다. 수집가라면 이런 집요함은 필수인 듯하다. 납작한 형태의 종과 독특한 참이 매력적이다.

‘순수한 재미’도 김소연 작가가 만든 것이다. 특별히 구체적인 형태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순전히 재미만을 추구한 풍경’을 제작해 달라고 의뢰했다고 한다. 이런 것도 풍경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작가의 참신함이 느껴진다. 어떤 소리가 날지 흔들어보고 싶었지만, 순수함을 지켜주려면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도자‧금속 제작가와 디자이너가 모인 ‘공백’
- 김소연 대표와의 미니인터뷰


이번 전시는 5명의 도자, 금속 공예가와 디자이너가 협업해 1년 정도의 시간을 거쳐 마련됐다. 서울대 공예과 동아리로 시작해 ‘공백’이라는 모임으로 발전시킨 김소연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양한 풍경 / 전은지 기자
독특한 형태의 다양한 풍경 / 전은지 기자

‘공백’은 어떤 팀인가요

공백은 도자와 금속 제작자 5명과 디자이너까지 총 8명이 모여 만들어진 팀이에요. 공예와 공예 노동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모였습니다. 저도 도자 부문 제작자로 참여했습니다.


전시 작품이 특별히 풍경인 이유가 있나요

2016년부터 교내 동아리로 출발했는데, 학생에서 ‘작가’로 전환되는 그 과도기에서 개인 작업보다는 단체로 작업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싶었어요. 도자와 금속 공예는 공정 과정 자체가 완전히 다른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콜라보레이션이 필요했죠. 그런 생산적인 제품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풍경을 찾게 되었어요.



‘정문택’이라는 가상의 풍경수집가를 설정한 것도 이번 전시의 독특함이라고 생각해요. 정문택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사람마다 성격이 다른 것처럼 제작자 모두 성향이 독특해요.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그런 성향이 반영된 작품을 한곳에 모아두었을 때 이질감이 생기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조화롭게 볼 수 있는 대전제가 필요했죠.

그래서 찾은 것이 ‘수집’이었어요. 수집하는 것에는 특별히 정해진 종류도 없어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고, 경계도 존재하지 않죠.

그런 수집을 좋아하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기로 했어요. 사람의 이름부터 성별, MBTI까지 설정했죠. 제작자가 아닌 수집가 관점에서 왜 이런 걸 수집했을까 고민하며 탄생한 것이 ‘정문택’이라는 인물이에요.

그렇게 인물을 설정하고 나서, 이 사람에게 아내가 있는지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등을 함께 고민했고, 풍경마다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도 즐거웠어요.
 

다양한 풍경 / 전은지 기자
다양한 풍경 / 전은지 기자

가상의 인물과 풍경수집가의 방, 풍경의 스토리텔링도 젊은 예술가들의 독특한 발상이 만들어낸 것 같아서 전시 관람 내내 즐거웠는데요. 이런 전시기획을 한 계기가 있나요

저희 공백의 활동 모토를 말씀드리면 이해가 될 거예요. 저희는 일반적 전시공간에서 생기는 관람객과 작품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싶었어요. 작품이 전시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직접 만져보며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저희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일상의 풍경 속에서 공예를 향유하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전시공간도 ‘수집가의 방’과 ‘감상 공간’을 나누어 둔 것이기도 해요.


공예주간 SNS를 보니 전시가 인기가 많아 보였어요. 관람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직접 공예품을 만질 수 있다는 저희 모토에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닌, 직접 만져보는 것에 놀라워하셨어요.

‘수집가의 방’은 드라마나 소설 속에서 보는 장면 같다고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정문택 씨가 누군지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있었죠. 이 방이 가상이 아닌 진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기획했는데 의도가 잘 드러나서 좋았습니다.


전시를 마무리한 뒤, 앞으로 공백의 전시 방향이 궁금합니다

학생이 아닌 전업 작가들이기 때문에 완성도도 높여야 하겠지만, 그보다도 공예 노동과 그 가치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고 싶어요. 공예를 하는 작가들은 자기 분야에만 집중하게 되는데 서로의 공예 분야를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전시 외에도 워크숍 등의 기회도 가질 계획입니다.
 

전은지 기자
전은지 기자

지난 10일 전시가 끝나고 공백의 인스타그램에는 ‘good bye, 정문택 씨’라는 제목으로, 정문택 씨의 방은 제자리로 돌아갔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풍경을 볼 때마다 풍경에 진심이었던 그가 생각날 듯하다. 그가 다시 초대해준다면 그의 방에 가서 모든 풍경을 모두 흔들어보며 소리를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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