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1-10-23 05:15 (토)
만들어진 지 어느덧 140년, 장인의 기술로 만드는 이딸라
상태바
만들어진 지 어느덧 140년, 장인의 기술로 만드는 이딸라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09.15 14: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크 그레이’ /이딸라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핀란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딸라 Iittala'는 2021년 브랜드 탄생 140주년 기념으로 여러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동안 개발해 온 수천 가지 다채로운 색상 중 우아한 다크 그레이를 선택해 '다크 그레이' 색상 유리 신제품을 출시했다. 

'다크 그레이’ 신제품은 이딸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디자인 ‘알바 알토(Alvar Aalto)’, 이슬방울을 디자인으로 형상화한 ‘카스테헬미(Kastehelmi)’, 본질에 집중해 균형감이 인상적인 ‘에센스(Essence)’, 간결하면서 내구성이 뛰어난 ‘가르티오(Kartio)’, 호숫가에 이는 물결의 물고리 모양에서 영감을 받은 ‘아이노 알토(Aino Aalto)’ 등 다양한 유리 제품군을 출시했다. 

다크 그레이 컬렉션에서 눈에 띄는 신제품은 핀란드 디자인의 양심 '카이 프랑크(Kaj Franck)'가 디자인한 가르티오 피처다. 오랜 디자인 아카이브에서 발굴해 2021년 한정으로 선보이는 새로운 형태의 가르티오 피처는 핀란드 유리 장인의 마우스 블로운(mouth blown) 방식으로 제작돼 간결하고 세련된 라인이 돋보인다.

'아메시스트 컬렉션’ /이딸라

또 이딸라가 선정한 올해의 색인 '아메시스트' 컬렉션도 진행했다. 2021년 한정으로 선보이는 아메시스트 컬렉션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딸라의 대표적인 유리 제품군에서 출시되었다. 이번 신제품은 봄 기운이 만연한 창가에서 들어오는 햇빛을 받았을 때, 빛의 음영에 유리의 색상이 아름답게 드리워져 감각적인 북유럽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핀란드의 작은 유리 공장에서 140주년을 맞기까지
 

샴페인 잔 /flickr

이딸라는 뛰어난 유리 공예 기법뿐만 아니라, 균일하고 선명한 색감으로 140여년 동안 유리 색채 전문가로 이름을 널리 알린 곳이다. 녹인 투명한 유리 덩어리에 색깔을 내는 여러 성분들을 배합해 고품질의 색 유리를 제조하는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사용하는 성분의 수와 배합에 따라 유리의 색감이 달라지기 때문에, 섬세하고 숙련된 장인의 기술이 필수다.

핀란드 이딸라 지역에서 작은 유리 공장으로 시작한 이딸라는 오늘날까지 사람들의 삶을 풍족하게 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모든 제품은 내구성이 좋아야 하며, 다목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면서도 개성이 있고 또 서로 잘 어우러져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이딸라의 역사는 핀란드 남부, 이딸라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에 유리 공장이 세워진 18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 이딸라는 유럽 대륙의 유리 공예 전통에 따라 유리를 불고, 압축하고, 광을 내고, 칠을 하고, 장식을 새겨 제품을 만들곤 했다. 1920년까지 이딸라의 유리 공장은 수입 주형을 이용해 유리제품을 생산했고, 핀란드와 해외에서도 유사한 제품들이 만들어졌다.

이딸라의 식기들 /flickr

시간이 지나면서 이딸라의 소유권은 알스트룀 그룹에게 넘어가고, 이딸라는 독립 회사로 존재하진 못했지만 1935년 까르훌라와 합병할 때까지는 나름의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 이후 까르훌라 이딸라라는 이름 아래 여러 유리 제품들이 생산된다. 당시까지도 자신들만의 특별한 디자이너가 아닌, 외국의 유명한 디자인을 따 와서 생산하거나 디자이너, 공예가들을 데리고 와 제품을 만들었던 이딸라였다. 이후 이딸라의 첫 디자이너, 고란 조엘이 일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디자인 콜라보레이션을 시작한다.

디자인 콜라보레이션은 1900년대 초 시작된 북유럽의 디자인 전통으로, 디자이너와 브랜드는 서로를 존중하며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고란 조엘은 많은 작품을 직접 디자인했고, 특히 여러 외부 디자인과 유리 제조에 대한 새 공법을 연구하는 데에도 힘썼다. 

1932년 이후 병과 유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한스 알스트룀은 까르훌라 이딸라 유리 공장을 본격적으로 현대화하기 시작했다. 알스트룀은 1937년 공식적으로 까르훌라와 이딸라 제품의 생산 라인을 나누었다. 이딸라 유리 공장은 손으로 만든 유리에 집중하고, 까르훌라 유리 공장은 유리 자동화 생산을 맡았다. 그러나 여전히 이딸라 제품은 까르훌라 브랜드 딱지를 붙인 채 판매되었고 핀란드 내 이딸라 제품들도 까르훌라 이딸라 브랜드로 판매되었다고 한다. 

이딸라 제품을 살펴보는 한 고객 /flickr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전쟁 동안 재료 부족, 노동력 부족으로 유리 생산은 중단되었다. 1946년이 되서야 생산이 재개되었고, 1947년에는 작업을 위한 가스 창고와 공기 압축 시스템이 구비된다. 디자인을 더욱 돋보이기 위한 아이디어들은 계속해서 나왔고, 당시 지속적으로 외국산 유리 제품의 판매도 증가한 덕분에 여러 경쟁 속에서도 이딸라는 1970년대 중반 석유 파동 위기가 닥칠 때까지 호황을 누렸다.

1981년까지 이딸라는 유리 제품 수출의 77%를 차지하는, 핀란드의 최대 유리 수출 회사였다. 이딸라는 500명이 넘는 직원을 두었고 유리 제조 부문은 1985년 알스트룀의 또 다른 사업부로 이전했다. 수출에 주력했던 이딸라였기 때문에 거기에 더 집중하려 했던 취지였다. 

이딸라의 유리잔 /flickr

이딸라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에 있어서는 최고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로 이딸라의 알바 알토 화병 하나를 만드는 데에만 7명의 장인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예술가는 기본적으로 유리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며, 유리를 접하는 감각 또한 있어야 한다. 유리의 유동성, 유리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성질은 그만큼 조작하는 것도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즉 유리를 다루는 고도로 절제된 움직임, 높은 온도에서 유리가 다른 물질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에 대한 지식 등은 장인들이 갖고 있어야 할 필수적인 요소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은 각각 유리의 두께, 저 멀리 있는 유리의 크기까지 모두 구별할 수 있을 만큼 다르다고 한다. 

이딸라의 대표적인 디자이너인 카이 프랑크와 알바 알토는 이딸라가 항상 사람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도록 영감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싱키의 산업예술대학교를 다닌 카이 프랑크는 삽화 전문가, 실내장식 및 텍스타일 디자이너로 일했다. 

카이 프랑크의 작품 /flickr

1949년 프랑크는 한 기사에 이렇게 기고했다. “생활의 새 조건들과 생활방식은 가정품을 현대화하도록 강요한다 ··· 그러나 일상용 포셀린웨어는 거의 변화를 볼 수 없다. 적합한 유용 제품들의 요구에 타협할 필요는 없다. 내구성, 고체, 방수용, 쉽게 씻을 수 있는 ··· 현재 우리는 우리에게 속해 있는 생활과 형태들의 조건들에 따라 그들의 디자인 관용구를 만들어야 한다."

평소 '생활품 그릇의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하고 가능한 방법은 급진적이고 사회적이어야 한다'고 말한 그의 경력은 한정된 예술품과 함께 대량생산용 기능품을 디자인한 스칸디나비아 디자이너의 독특한 작업 관행을 반영하고 있다. 그는 이딸라가 항상 사람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도록 영감을 주며, 동시에 이딸라는 시대를 초월하는 디자인으로 평생 사랑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바 알토 박물관 /flickr

이딸라의 또 하나의 뮤즈, 알바 알토는 핀란드를 대표하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다. 그는 핀란드 지폐와 우표에도 등장할 정도로 국민적인 인기를 얻은 전설적인 인물이다. 1898년, 핀란드의 자연 속에서 자란 그에게 있어 자연은 엄청난 영감의 원천이었다. 1921년 헬싱키 폴리테크닉에서 건축학 학위를 취득한 후 그는 디자인 분야에서 빠른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파이미오 체어 /flickr

30세의 나이로 1933년 파이미오 요양원 공모전에서 수석을 차지한 그가 선보였던 요양원 베란다에 놓는 파이미오 체어(paimio chair)는 외국에서도 높은 평가를 얻었고,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아내와 평생 함께 작업하며 전 세계 디자인 분야에 커다란 유산을 남겼으며, 콘서트홀과 박물관, 대학, 도서관과 같은 공공 기관들을 비롯해 개인 주택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곳곳의 주요 건축물들을 디자인했다. 

알바 알토 화병 /flickr

1930년, 뉴욕 세계박람회에서 처음 공개된 "알토 꽃병"은 그가 핀란드의 호수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작품으로, 꽃병의 살아 움직이듯 부드럽고 역동적인 물결 모양의 디자인은 커다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알토'는 핀란드어로 파도를 뜻하며, 파도의 물결 곡선에서 영감을 받아 이 화병을 디자인했다고 한다.

그는 공모전에 출품하기 위해 여러 모양의 화병을 직접 디자인했고, 직접 입으로 불어 모양을 낸 이 화병은 첫 제작 당시 소규모로 20여점만 나왔지만 제작 방법이 발전함에 따라 대량 생산이 가능해 지금도 이딸라에서 판매 중이다. 알토는 평소 제품들이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아름다우며, 쓸모가 있고 민주적으로 모두가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 꽃병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표적 유리 제품이자 시대를 초월한 이딸라의 디자인 아이콘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딸라에서 많이 볼 수 있고, 또 유명한 디자인 중 하나는 단연 새다. 오이바 토이카는 섬세한 디테일, 아름다운 색상의 작품을 만드는 대표적인 유리공예 디자이너다. 자연에서 주로 영감을 얻는 그는 '카스테헬미 kastehelmi', '글라스 버드 glass bird' 시리즈 등이 있다. 

카스테헬미 /flickr
카스테헬미 /flickr

카스테헬미는 핀란드어로 이슬 방울을 의미하며, 이슬 모양의 글라스웨어로 잔 표면에 이슬 방울 모양의 장식이 되어 있다. 1964년에 만들어진 이 디자인은 유리 생산에서 표면에 남겨지는 접합 부분을 커버할 방법을 찾던 중 나온 아이디어로, 물방물 모양으로 접합 부분을 커버하며 지금과 같은 디자인이 나왔다. 

글라스 버드 /flickr
새 모양의 병 /flickr

그의 '버드 바이 토이카 birds by toikka' 시리즈는 핀란드의 민속 예술과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한다. 파이프를 불어 액체 상태의 유리를 작품으로 만들며 7차례의 수작업 공정으로 이루어진다. 현재 약 300여종의 새 디자인이 시중에 나와 있고, 매 해 한정수량으로 제작되어 유통된다.

이딸라는 같이 작업하는 디자이너들을 존중하며, 디자인콜라보레이션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1930년대 대표작들을 복각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타임리스 모던(timeless modern)을 선보이고 있다. 글라스 버드, 알토 화병 같은 여러 디자인들은 풍부한 경험을 가진 숙련된 장인들이 직접 입으로 불고 손으로 모양을 내 만들어진다. 

띠마 /flickr
플랫웨어 /flickr

이딸라의 특징은 유명한 스칸디나비아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꾸준히 여러 디자이너들과의 지속적인 협업을 해오고 있다. 알바 알토 컬렉션은 이딸라의 가장 오래된 협업이며, 이 컬렉션은 유기적인 모양와 마치 출렁이는 파도 같은 모양으로 유명하다. 오이바 토이카의 글라스 버드 또한 토이카의 독특한 접근으로 시작된 디자인으로 전통적인 유리 불기 기술을 사용한다. 


모두가 쓰는 유리 제품을 만드는 이딸라 

이딸라의 제품들 /flickr

2021년, 언론 행사에서 이딸라의 경영 책임자인 카롤리나 베이드는 '알바 알토, 카이 프랑크와 같은 핀란드 디자인의 선구자들은 경계를 없애고 사람들에게 아름다움과 기능을 전하는 이딸라의 디자인 철학의 기초를 세웠다'고 전한다. 알바 알토, 카이 프랑크와 같은 디자이너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제품을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한다고 믿었다. 사람들에게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함께 제공하기 위해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는 이 디자이너들의 생각은 이딸라의 디자인 철학의 밑거름이 되어 주었다.

1881년, 핀란드 이딸라 마을의 유리 공장에서 시작한 이딸라는 이제 사람들의 매일매일을 풍요롭게 하는 필수적인 일상용품을 만든 지 무려 한 세기 반에 다가섰다. 알토는 유리 공예를 기하학적인 형태에서 해방시켜 유리에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은 형태를 불어넣으려 했다. 유리를 사랑하는 디자이너들은 지금도 이딸라와 같이 일하며 이딸라 디자인의 명맥을 보존하고, 미래 또한 그려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