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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밥 대신 빵이라는데, 이집트에서도 페이스트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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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밥 대신 빵이라는데, 이집트에서도 페이스트리를 만들었다?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09.08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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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고품질의 프랑스 크림을 사용해 시연 중인 꼬헝땅 따팡 셰프, (오)우블리 /소펙사코리아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지난 8월 26일, 유럽 연합과 프랑스 국립낙농협의회(CNIEL)는 프랑스 크림과 ‘예상치 못한 조합’을 주제로 환상적인 <페이스트리 쇼(PASTRY SHOW)>를 개최했다.

크림 오브 유럽(Cream of Europe), ‘프랑스 크림이 선사하는 천상의 맛’ 캠페인은 한국, 중국, 싱가포르, 대만 4개국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캠페인으로 작년에 이어 두 번째 페이스트리 쇼를 진행했다. 올해는 코로나19 및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을 고려해 행사를 전면 온라인 생중계로 전환하여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행사는 아시아 대표 프렌치 셰프로 선정된 꼬헝땅 따팡 셰프가 한국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와 대만의 참여자들도 지켜보는 가운데 이번 행사를 위해 개발한 ‘우블리(Oubli)’를 시연하며 시작되었다. 프랑스 출신의 꼬헝땅 따팡 셰프는 고품질의 프랑스 크림에 예상치 못한 조합으로 잣과 고춧가루를 사용해 프렌치 클래식 페이스트리인 타르트에 한국적 터치를 더했다.


부드러운 빵을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탄생한 페이스트리
 

화려한 색의 페이스트리 /unsplash

페이스트리(pastry)는 밀가루에 유지, 물을 섞어 반죽하여 바삭하게 구운 과자 혹은 빵이다. 맛과 모양이 다양하며, 특히 유럽은 나라마다 독특한 페이스트리가 있는데 프랑스와 독일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덴마크가 특히 유명하다. 얇은 층이 수백 겹으로 겹쳐져 있는 형태의 페이스트리 반죽을 "페이스트리"라 부르기도 한다. 

페이스트리의 기원을 이야기한다면 이집트 말고도 중국이 자주 거론된다. 오늘날의 우리가 먹는 페이스트리의 기원은 아니지만 만드는 방법이 상당히 유사하다. 밀가루 반죽에 돈지, 즉 돼지기름을 싸서 말고 펴기를 반복해 결을 낸 다음 고기와 야채를 넣어 굽거나 튀긴 것이다. 말고 편다는 것에서 페이스트리를 만드는 느낌이 있지만 이것은 현재 페이스트리가 아닌 중국 요리의 하나로 취급한다. 

다시 옛날로 돌아가서, 신석기 시대에도 빵과 비슷한 것이 있긴 했다. 원시적인 빵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물에 곡물을 삶아 만드는 간단한 죽이 그것이다. 부드러운 곡물의 질감은 날것보다는 소화가 쉬웠고, 끓는 과정에서 곡물의 영양분을 더 많이 섭취할 수 있었다. 공동체 생활을 하던 사람들은 주로 밀과 호밀을 비롯해 여러 동물의 고기로 이루어진 영양가 있고 균형 잡힌 식단을 즐겼다. 이 농경 문화가 유럽을 통해 서쪽으로 퍼지며 이 식단은 오늘날 서양인들의 먹는 식단의 기초가 된다. 

고대인들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난로 /flickr

고대 기술이 발달하면서 곡물을 소비하기 위한 준비 과정도 변해갔다. 원래 죽은 뜨거운 석판에 데우거나 불에 굽는 식으로, 사람들은 운반이 쉬우면서도 어딘가 모양이 조악한 빵을 만들었다. 이 곡물들은 육류에는 없는 중요한 영양소를 제공했고 신석기 시대 사람들의 필수품이었다. 심지어 이 곡물들은 공동체 전체가 아껴 먹으며 협업과 나눔 정신 또한 고취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 당시 중요한 발견은 그릇, 화덕의 제작과 사용이었다. 이 기술의 발전은 이후 그리스인과 이집트인들의 제빵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점차 인구가 밀집되고 곡식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이집트인과 그리스인들은 여러 재료와 기술을 통해 실험하며 최초의 제빵 문화를 만든다. 

유럽의 페이스트리는 우선 고대 지중해 전역에서 사람들이 빵 반죽을 사용했던 때부터 시작한다. 고대 지중해에서는 로마, 그리스, 페니키아인들 모두가 얇은 파이 모양의 페이스트리를 만드는 요리가 있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 옛날에도 지금 우리들의 흔한 취미처럼 베이킹이 있었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움막같이 생긴 곳에 구운 음식을 보관했는데, 이곳에는 뜨거운 김이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있었다. 

이집트에도 이런 모양의 화덕이 있었을 것이다 /flickr

난로에 있는 작은 구멍은 증기를 빠져나게 하는 역할을 했고, 지금으로 따지면 오븐이라 불리는 난로에 음식들을 가져가 불 위에 굽곤 했다. 오늘날 많은 나라들, 심지어 오븐이 없는 곳에서도 이런 기술을 쓴다. 대개 색이 갈색이나 황금색이 될 때까지 빵을 굽는다. 빵을 부드럽게 만들만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 페이스트리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다층으로 된 빵을 만들 때 이집트인들은 반죽 사이에 기름을 넣거나 바른 다음 밀고 펴는 작업을 반복해 부드러운 빵을 만들었다.

이 제빵 기술은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이들은 빵, 생선, 해산물, 치즈, 고기, 과일 등 거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음식을 구웠다. 이들의 요리법은 지금도 전해 내려오고 있고, 이 요리법들 중에는 굳이 오븐이 없어도 만들 수 있는 것들을 바탕으로 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그들의 부와 지위에 따라 여러 식단을 갖고 있었으며, 이들의 주식은 빵과 맥주였다. 

이집트인들이 재배한 밀 품종과 중세 시대의 밀 품종이 혼합된 것을 재현한 빵 /flickr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매 끼니마다 이 두 가지는 꼭 먹었다고 하고, 빵과 맥주가 없으면 밥을 먹은 게 아니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빵은 영양학적으로 사람들에게 단백질과 여러 영양소를 공급했다. 동시에 빵이라는 음식에만 의존하던 사람들에게 심각한 충치를 야기하기도 했다. 이런 건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가리지 않았고 고대 이집트 제18왕조의 제9대 왕 아멘호테프 3세도 같은 고통을 받았었다고. 

제빵은 고대 이집트의 오랜 시간에 맞춰 천천히 발전했다. 이집트 기자 왕조에 있었던 빵집을 발굴한 결과 묵직한 느낌의 진흙으로 만든 빵들이 불씨 위에 일렬로 서 있고, 사람들이 이 반죽을 구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왕국 시대에 이르러 네모 모양의 난로가 사용되었고, 새 왕조가 들어섰을 땐 진흙 벽돌을 쌓고 점토 원통이 있는 오븐이 새로 도입된다. 처음에는 돌판이나 화덕이었지만 오늘날 난이 구워지는 형태처럼 오븐 벽에 붙은 형태로 빵이 구워졌을 거라는 추측도 있다. 

빵 조각들은 신왕조 무덤들에서 많이 발견되었고 크기, 모양, 장식에 제한이 없었다. 어떤 반죽은 물고기나 사람의 형상처럼 알아볼 수 있는 모양으로도 만들어졌다. 원래 이집트인들이 제빵 기술을 바빌로니아인들에게서 배웠다고 하며, 제물로 쓰이는 동물 모양의 빵을 구웠다고 전해진다. 고대 그리스의 희극 시인인 아리스토파네스에 따르면 그리스인들은 밀가루와 꿀로 만든 반죽을 와인에 찍어 먹는 과자, '디스피루스'라 불렀다고 한다. 

고대인들의 빵 만드는 모습을 재현한 것 /flickr
제5왕조 무덤에서 발견된 빵으로 추정되는 유물 /flickr

고대 이집트의 빵, 페이스트리에 대해 알려진 것들은 대부분 고고학적인 발견들에서 나왔다. 왜냐하면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집트 무덤을 발굴했을 때 빵과 페이스트리의 한 종류인 유물들이 발견되고 내세를 위해 만든 음식으로 추정한다. 일부 기록에 따르면, 람세스 3세는 매년 9,000개의 케이크와 20만 덩어리의 빵을 신들에게 바쳤다고 한다. 

로마의 빵집으로 추정되는 장소 /flickr

로마인들은 고기를 덮을 때 쓰는 기본적인 페이스트리 반죽을 만들었다. 기름, 밀가루, 물을 섞은 반죽은 고기를 촉촉하게 유지하고 겉이 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 물론 이때는 이것이 먹는 용도로 쓰이진 않았다. 먹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쓰고 나면 버려졌고, 사람들이 먹는 페이스트리는 달걀이 들어 있었고, 더 작은 모양으로 축제 기간 동안 사람들에게 제공됐다. 아마 고대 제빵 발전의 발목을 잡았던 건 오늘날 페이스트리의 풍성함을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버터나 라드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다. 

빵이 주식이었던 로마에서는 제빵이 한 끼를 준비하는 데 중요했다. 사람들이 사는 곳마다 방법은 조금씩 달랐지만 팬, 베이킹소다, 이스트, 물을 포함한 여러 재료들을 준비하는 게 일상이었다. 페이스트리 나이프, 트렌처, 밀대 등 로마의 제빵 기구들은 반죽을 쉽게 말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스 문화는 로마에게 영향을 주었고, 둘 다 요리 과정에서 기름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름은 빵의 단단함을 낮추기 때문에 탄탄한 페이스트리를 만드는 데 어려웠다. 어려웠던 만큼 이 제빵 기술은 수준높은 직업으로 선망받았다.

중세 후반부터 르네상스 시기까지 빵과 페이스트리는 서유럽 전역에서 계속 성장했다. 그러면서 왕족들도 슬슬 엄격한 규제를 하기 시작했는데, 왕족들은 특정 제빵 아이템의 생산을 위해 특정 집단에게 권리를 부여하고 규칙을 정하고, 가격을 통제하며 품질을 테스트했다고 한다. 이후 페이스트리를 만드는 요리사들은 쇼트닝과 버터를 사용히 조금 더 단단한 페이스트리를 만들 수 있었고, 빵 생산 문화가 정착하면서 제빵사들은 곧 '달콤한' 디저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퍼프 페이스트리 /pixabay

16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지금의 페이스트리 요리법이 나오며 오늘날의 큰 틀을 마련했다. 이후 17세기 들어 아프리카산 커피, 초콜릿 등 새로운 재료를 합친 페이스트리 만드는 조리법이 유행하게 되고 페이스트리 예술의 발전을 이룬다. 영국의 제빵사들은 그들의 창작에 사용하는 기술과 정교한 장식에 자부심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아는 퍼프 페이스트리는 프랑스 화가이자 요리사인 클로드 로랭이 병든 아버지를 위해 롤 모양의 버터 케이크를 만들려다가 버터를 빵 반죽에 넣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거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현대 퍼프 페이스트리 조리법의 기원은 스페인 요리책 '요리기술서 Libro del arte de cozina'에 나와 있으며 17세기 초 스페인에서 널리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마리 앙투안 카렘 /Public Domain

프랑스에서는 천재 요리사 마리 앙투안 카렘이 페이스트리를 널리 알린, 최초의 '셰프'가 만든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페이스트리의 예술은 식사가 끝나고 난 후 단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욕망에서 시작되었다. 원래는 저녁 식사 후 디저트로 과일과 치즈가 나왔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사람들의 여운이 충족되지 않아, 페이스트리를 판매하는 제과점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유럽의 여러 왕들을 위한 요리를 하기 전부터 카렘이 만드는 정교한 디저트들은 파티셰리 가게의 유리창을 빛냈다고 한다. 카렘은 화려한 프랑스 요리를 지향했고, 특히 페이스트리에 많은 공을 들였다. 버터를 함유한 빵과 과자들은 화려하고 멋진 식사의 전형으로, 프랑스 페이스트리 디저트의 인기를 높아지게 하는 데 일조했다. 

밀푀유 /unsplash

카렘은 수백 겹을 쌓아 만든 페이스트리를 기본으로 과일이나 크림을 넣어 만드는 밀푀유의 레시피도 만들었다. 당시 크고 화려한 페이스트리로 연회의 식탁을 화려하게 꾸미는 관습이 있었기 때문에 카렘이 만든 다양한 페이스트리도 이런 목적에서 개발되었고, 밀푀유 역시 그 과정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다. 

파스테이스 데 나타 /unsplash

이렇듯 여러 페이스트리 요리법은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유럽 국가에서 개발되고 발전했다.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음식인 파스테이스 데 나타, 러시아의 대표적인 음식인 피로시키에 이르기까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여러 페이스트리를 즐긴다. 파스테이스 데 나타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보는 에그 타르트의 변형이다. 포르투갈의 어디를 가든 볼 수 있는 디저트로, 수녀들이 처음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1837년 처음으로 수녀원에서 외부에 케이크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 지역 주민들과 여행객들이 오븐에서 갓 나온 따끈한 파스테이스를 먹기 위해 모여든다고 한다. 

코니쉬 페이스티 /flickr

잉글랜드의 남서쪽 끝에 위치한 콘월 지방에서 태어난 코니쉬 페이스티는 풍성하게 속을 채운 패이스트리를 뜻한다. 한때 이 지방 고유의 전통적인 노동자 음식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여러 지역에서 즐겨 만들어 먹는다. 값싼 고기, 채소로 만들어 내구성도 튼튼해 가지고 다니면서 먹기에 쉬웠던 이 패이스티는 역사적으로 콘월 지방의 주석과 구리 광산 광부들의 점심 식사였다. 전설에 따르면 코니쉬 패이스티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반으로 접어 아물린 두꺼운 솔기는 광부들에게는 편리한 손잡이였던 셈이다. 광부들의 부인은 코니쉬 패이스티를 만들 때 반죽에 남편의 이름 머리 글자를 새겨두곤 했다고 한다.


밥 대신 빵, 이제는 즐겨 먹는 페이스트리
 

몽블랑 데니쉬 /CU

최근 CU의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 뺑 드 프랑(Pain de franc)의 인기에 힘입어 전용 브랜드 빵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빵 매출 증가에 대해 회사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식보다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밥 대신 빵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CU는 이같은 트렌드에 힘입어 데니쉬 페이스트리 위에 단맛을 추가한 몽블랑 데니쉬를 출시했으며, 최근 전용 빵 수요 증가 추세에 맞춰 디저트 전용 신제품을 추가 계획 중이다.

빵을 부드럽게 만들 길이 없어 반죽을 여러겹으로 말고 쌓으며 자신들끼리 뚝딱뚝딱 얼마든지 빵을 만들어 먹었던 이집트인들과, 단지 음식을 태우지 않는 방패로 반죽을 만들었던 로마인들에게서 어쩌면 시작했을 페이스트리가 여러 나라 요리사들의 손을 거쳐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맛있는 디저트가 되었다. 밥이 별로 당기지 않는 날이라면 발효된 반죽에 버터를 넣고 여러 번 접고 또 미는 과정을 통해 생생한 결을 느낄 수 있는 64겹의 페이스트리를 음미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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