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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가루와 모래로 꾸미는 인도의 전통 예술, 랑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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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가루와 모래로 꾸미는 인도의 전통 예술, 랑골리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09.02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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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골리를 그리는 사람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인도에서 유래한 예술 형태인 랑골리는 석회석 가루, 마른 쌀가루, 모래, 석영가루, 꽃잎 등의 재료를 사용해 바닥에 무늬를 만든다. 힌두교를 믿는 가정에서는 일상적인 관습 같은 것이지만 축제나 기념일 같은 행사에서는 작업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며 대체적으로 화려한 색깔을 선호한다. 랑골리는 디왈리, 티하르, 퐁갈 등 대개 축제 기간 때 화려하게 만들어진다. 

랑골리의 디자인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며, 사람들은 예술의 형태와 전통을 굳건히 지킨다. 랑골리는 국가와 문화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다르며, 한 가정의 일상 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랑골리는 대개 집 대청소를 한 후에 이른 아침 정문 문턱 쪽에 그려 놓는다. 랑골리는 가정의 행복, 긍정 등을 상징하며 축제 기간에는 부와 풍요의 여신인 락슈미를 맞이하기 위해 만들어 놓는다. 그래서 집 입구와 랑골리가 깔끔하지 않은 곳은 불행한 집이라 여겨진다고. 


손님을 환영하는 표식, 랑골리
 

하라파 유적지에서 발견된 유물, 기하학적 문양 /flickr

랑골리는 인도의 베다 시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 예술 형태는 동굴에 살았던 혈거인들의 시대까지 올라간다. 선사시대의 초기 인류는 불, 물, 공기, 흙, 우주라는 다섯 가지 요소가 인간의 모든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었다. 초기 인류는 악, 음의 에너지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기하학적인 모양의 복잡한 패턴을 동굴 안에 그려 긍정적인 우주의 에너지를 이끌어 오길 바랐다. 실제 인더스 문명의 계곡과 하라파 유적지에서 볼 수 있는 많은 디자인들은 초기 문명들이 여러 디자인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부정적인 에너지로부터 집과 공동체를 보호하는 형태로 여러 문양들을 사용했다.

인도의 오랜 전설에 따르면 한 왕과 그의 왕국은 제사장의 아들의 죽음에 슬픔에 젖어 신에게 기도를 했다고 한다. 힌두교의 창조의 신 브라흐마에게 모두가 기도하며 바닥에 소년의 초상화를 그려넣고 되살아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하자, 이윽고 그 바닥 페인팅의 예술이 사람으로 부활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유명한 전설은 예술에 빠진 신이 신성한 처녀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망고 나무에서 즙을 뽑아내 물감으로 만들어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이후 랑골리는 여성들이 신성한 힘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예술로 자리잡았다는 설도 있다. 이후 이 예술에는 내구성 없는 재료를 사용하고, 밝은 색상은 신성한 축복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문 앞의 랑골리 /flickr

랑골리는 산스크리트어인 '랑가발리'에서 유래했으며, 색채의 사용을 이용한 창의적인 예술 표현이라는 뜻이다. 이 예술의 묘미는 자, 실, 붓 등의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손가락으로만 한다는 점이다. 예술가들의 능숙한 손놀림은 자유로운 움직임을 자랑한다. 

고대 인도에서는 랑골리가 집 입구를 장식하는 데 쓰였는데, 방문객들에게 따뜻한 환영을 제공한다는 뜻이었다. 즉 랑골리는 따뜻한 환대를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고대에서 랑골리는 실제로 결혼식, 출생일, 종교적인 날을 더욱 빛내기 위해 집 입구에 만든 장식품이었다.

특히 디왈리 축제 기간에는 랑골리가 널리 쓰이는데, 이 시기에는 서로가 서로의 집을 방문해 인사를 하며 단것을 주고받기 때문이라고. 인도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서로 다른 문화가 사람들의 영혼에 녹아들었기 때문에 랑골리 또한 종교적인 요소보다는 축제나 행사 기간 동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문화가 깃든 장식이라 인식된다. 

집 앞에 보이는 랑골리 /flickr

인도 중부 차티스가르주에서 랑골리는 초크로 불리며 집이나 건물 입구에 그려진다. 사람들에게 있어 땅은 예술의 컨버스 그 자체다. 인조 바닥이든 콘크리트 길이든 상관없다. 수많은 무늬가 있지만 그리는 사람의 창의성에 따라 더 다양한 무늬가 나올 수도 있다. 랑골리는 집안에 행운과 번영을 기원하는 뜻에서 일반적으로 길하다고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여자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 집 입구를 청소하고 물을 뿌리고, 랑골리를 그린다. 인도 마하라슈트라와 카르나타카에서는 집 문에 랑골리를 그려 집을 들어오려는 귀신을 물리친다고 한다.

케랄라에서 열리는 오남 축제 기간에는 열흘마다 꽃을 놓고 랑골리를 작업하는데 디자인이 일반 랑골리보다 크고 복잡하다. 오남 축제 동안의 랑골리는 기본적으로 원형의 모양에 꽃을 두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북인도에서는 석고 가루, 남인도에서는 쌀가루로 랑골리를 그린다고 한다. 이렇듯 랑골리는 인도 내 여러 스타일이 사람들에 의해 자유롭게 그려지고 혼합된다. 특히 타밀족과 콜람족의 랑골리는 대칭성, 복잡성, 정밀성을 중시한다. 

커다란 크기의 랑골리 /flickr
바닥에 작게 그리는 랑골리 /flickr

랑골리는 해변에서 볼 수 있는, 모래로 쓴 글씨처럼 일종의 '순간의 예술'이라 불린다. 재료가 가루이기 때문에 입으로 불면 날아가버리기 때문이다. 이 일시적인 그림은 작품 자체가 우리네 삶과 문화처럼 순간순간이면서도 또한 역동적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랑골리는 그들의 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이다. 환대의 표현이고, 집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집을 축복하는 의미로 그려지기 때문에 더 중요한 이유다. 그래서 사람들이 애도할 때에는 집에 랑골리 그림이 없다. 이들의 문화는 '손님은 신이다'를 주요 골자로 했으니 환대를 표현하는 데 랑골리만큼 좋은 것이 없었다. 

랑골리에 쓰이는 여러 가루들 /flickr

랑골리의 기본 디자인은 쌀가루, 시리얼 가루, 콩가루 등을 쓴다. 쌀가루나 시리얼 가루는 개미나 곤충, 작은 새들에게 먹이를 주는 역할을 한다. 랑골리는 귀한 손님부터 작은 동물까지 모두를 환영하는 의미도 있다. 제일 많이 쓰는 흰색은 평화, 순결, 평온을 상징한다. 또한 쌀은 인도인에게 있어 번영의 상징이라 주로 쌀가루나 쌀 반죽을 쓴다. 번영의 또다른 상징은 노란색으로, 황토색은 흰색 윤곽을 채우기 위해 주로 쓰인다.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랑골리 디자인은 기하학적이고 비례적인 느낌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고 새로운 주제가 생겨난다. 작은 발매트 크기부터 거실 바닥 크기까지 크기도 다양하다. 원래는 작은 사각형 무늬로 만들어졌지만 요즘은 호텔 화단, 집 입구, 결혼식장 등 복잡하고 세밀한 디자인을 볼 수 있다. 랑골리 예술가들이 암묵적으로 따르는 규칙은 전체 패턴이 끊기지 않는 선으로 이루어지고, 악령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빈 틈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랑골리의 디자인은 지역마다 고유한 전통, 민속, 관행을 반영한다. 기하학적 모양, 신에 대한 묘사, 기념일이나 행사에 적합한 문양들로 만들어진다. 어떤 기하학적인 디자인은 가정이나 사원에 배치되는 종교적 상징이 될 수도 있다. 전통적으로 여자들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남자들도 만든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평생을 그들의 엄마와 할머니가 랑골리를 그리는 것을 보며 자란다. 아이들은 집에 돌아올 때 이웃집 앞에 그려진 랑골리 패턴을 보고 집에 돌아오면 아까 봤던 랑골리의 패턴을 비슷하게 따라 그리기도 한다. 요즘 사람들은 서점에서 구할 수 있는 패턴집이나 인터넷에서 전통적이지 않은 패턴, 새로운 패턴, 심지어 영화나 산타에 대한 디자인을 그리기도 한다. 무엇보다 창의적인 마인드가 중요해 사람들은 여러 재료를 실험하고 섞는 법을 배운다. 

랑골리를 그리는 사람 /flickr
불과 항아리, 그리고 태양을 그린 듯한 랑골리 /flickr

랑골리의 가장 중요한 점은 다채롭다는 것이다. 랑골리에 쓰이는 주요 상징은 연꽃, 잎, 망고, 화병, 물고기, 앵무새 등을 포함한 신과 인간의 모습 등이다. 랑골리는 색깔의 가루를 이용해 바닥에 뿌려 그림을 그린다. 랑골리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재료들은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어 차별 없이 누구나 작업할 수 있다. 그림자가 있는 입체 예술일 수도 있고, 전통적인 평면을 유지할 수도 있고, 2차원의 디자인처럼 생생할 수도 있다. 색이 있는 가루는 엄지와 집게로 가루를 집어 뿌림으로써 진행된다.

가루와 꽃들로 꾸민 랑골리 /flickr

랑골리 디자인은 젖은 바닥, 진흙층에서도 만들 수 있다. 재료에 쓰이는 꽃들 중에서도 일부는 금방 시들고 마를 수 있어 모든 꽃이 적합한 건 아니다. 빨강, 분홍, 흰색의 색조로 나오는 부겐빌리아는 금방 시들어 사용할 수 없다. 대신 코스모스, 국화, 데이지, 장미, 장스민 등 여러 꽃잎들을 쓰고 채운다. 그러나 무한한 상상력을 실제로 발휘하는 것은 온전히 예술가들의 몫이다. 자연의 산물인 꽃이 이들의 예술에 멋짐을 더해주는 것이다. 다양한 색과 꽃잎의 조합은 예술가들의 창의성을 돕는다. 

랑골리를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축제 디왈리는 10월, 11월 장마철이 끝날 때 열리는 힌두교 축제 중 가장 호화로운 축제로서 풍요와 번영의 여신인 락슈미를 기리기 위해 치러진다. 디왈리 축제 기간 동안 여성들은 집 구석구석에 다양한 상서로운 문양을 가진 랑골리를 그린다. 특히 락슈미 여신을 기리기 위해 육각형, 뾰족한 별, 연꽃 모양 등 여러 문양을 그린다. 

랑골리를 작업하는 사람 /flickr
다채로운 모양의 랑골리 /flickr

디왈리 축제 기간 동안 락슈미 여신은 불이 밝게 들어오는 집을 방문한다고 여겨져 사람들은 저마다 집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디왈리에서 랑골리를 만드는 목적은 집안으로 들어오는 락슈미 여신을 환영하는 것이다. 신의 발자국을 나타내는 흔적은 집 정문이나 예배 장소 근처에서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축제 기간 동안 가장 좋은 옷을 입거나, 새 옷을 사거나,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거나, 집 방문을 통해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다.

그래서 랑골리는 모든 사람을 환영한다는 뜻으로 현관 쪽에 만들어진다. 디왈리 축제에서 랑골리 디자인은 신, 또는 특정 테마를 나타내는 일종의 상징이다. 해, 달, 별자리 등도 랑골리의 일반적인 주제이다. 축제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은 여러 디자인을 그리기 위해 함께 일하면서 개인의 창의성과 천재성을 북돋우고, 공동체의 참여를 유도한다. 

스티로폼에 문양을 먼저 그려 보는 것도 좋다 /flickr
아이들도 그릴 수 있는 랑골리 /flickr

랑골리를 쉽게 그릴 수 있는 팁은 많다. 먼저 형태를 선택하기 전에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색을 채우는 연습을 해 보는 것도 좋다. 바닥을 먼저 청소해 불순물이나 돌 같은 게 없게 한다. 그 다음에 물을 뿌리고, 바닥이 콘크리트나 시멘트일 경우 젖은 천으로 닦아 물기를 만들 수도 있다. 이제 첫 번째 단계는 원하는 문양의 골격이 되는 점을 정확하게 찍는 것이다. 일정한 격자를 두고 찍어야 하는데, 점들이 일정하게 정렬되지 않거나 적절한 간격으로 배치되지 않는다면 나중에 디자인이 내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점을 찍었으면 레이아웃을 차례대로 그리면서 디자인을 한다. 가루나 분필 조각으로 기본적인 윤곽을 그리며 윤곽 안마다 꽃과 가루로 색을 채우고 테두리에 흠이 없는지 확인한다. 전체 디자인이 다양한 컬러로 채워지면 파우더나 분필로 두 번째 윤곽을 그려 포괄적인 느낌을 더한다. 부드러운 모래, 소금 등을 넣어 색을 채우면서 자연스럽게 흐르는 듯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현대에도 계속되는 전통, 랑골리
 

문지방을 넘어 만나는 예술, 랑골리 /flickr

랑골리는 번영, 평안, 보호, 소원 성취 등을 위한 상징으로 채워져 있으며 기묘하고 복잡한 패턴을 가졌다. 그러나 요즘은 인도의 주택 건설, 변화하는 사회 구조 등이 랑골리의 존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아파트에 살고, 타일이나 카펫 등은 랑골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이 바닥 페인팅 예술이 존재하지 않는 다른 곳으로 떠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랑골리를 그리는 예술가들도 남아 있다. 이들은 이 창의적인 예술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종이, 컴퓨터를 이용하거나 대회를 열기도 한다. 현대에는 스텐실, 컬러 물감 튜브 같은 재료를 사용해 그리기도 한다. 이것은 예술 양식을 현대화하는 좋은 방법이며, 어린 아이들이 전통적인 문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한다. 지역적인 신념과 개인, 단체의 미학을 반영한 이 예술은 인도인의 삶과 정신을 지키고 후대에 전달하는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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