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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작품이 알려지는 기회, 점점 뜨거워지는 미술 경매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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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작품이 알려지는 기회, 점점 뜨거워지는 미술 경매 시장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08.2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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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카포네의 권총 /위더렐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악명 높은, 갱단의 두목이 썼던 애장품이 경매에 나온다고 하면 어떤 느낌일까.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갱단의 두목 알 카포네가 가족에게 물려줬던 애장품들이 이번에 모두 경매에 나온다고 보도했다. 

'악명높은 한 세기 : 알 카포네의 유산'이라는 제목으로 오는 10월8일 경매에 오르는 카포네의 애장품들은 총 70만 달러(약 8억2천만원)에 팔릴 것으로 추정된다. 다이앤 펫을 비롯한 카포네의 손녀 3명은 할아버지가 아끼던 보석류, 무기, 가족 기념물 등을 새크라멘토 소재 럭셔리 경매회사 위더렐을 통해 내놓는다고 밝혔다. 

경매에 나오는 '알 카포네 컬렉션'에서는 생전 가장 아낀 권총으로 불리는 콜트 45구경 자동 권총과 90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파텍필립 회중시계 등이 주목받고 있다. 카포네의 권총과 나이프는 물론 가족사진, 편지, 도자기, 장식품 등도 경매에 부쳐진다.

회중시계 /위더렐 

물론 이 경매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범죄자의 유품을 경매에 올려 비싸게 파는 행위에 대한 논란이 벌써부터 일고 있다. 에릭 톰슨 존제이형사사법대학 미술범죄학 교수는 "피해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판매하는 게 아니라면 마음이 불편할 것"이라고 전했다.

요즘 미술 경매 시장이 말 그대로 아무리 호화라고는 하지만, 엄연한 범죄자의 유품까지 경매에 나온다는 건 참 별난 일이다. 결이 다른 이야기긴 하지만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디지털 자산인 NFT화된 작품들도 미술 경매 시장에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이쯤되면 미술 경매 시장에 또 어떤 작품들이 등장할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다.


뜨거운 감자가 된 미술 경매 시장
 

김환기 ‘섬의 달밤’ 1959년, 95x146㎝ ⓒ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 /대구미술관

작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상반기 성적은 약 490억 정도였다. 미술 시장의 불황, 그리고 코로나19라는 예상치도 못한 역병까지 겹쳐 비유를 하자면 거의 지구 맨틀을 뚫고 내핵까지 들어가던 암울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반년만에 이 시장으로 몰린 돈은 1483억이 됐다. 무려 3배 이상이 뛴 미술 경매 시장은 요즘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당장 오늘부터 26일까지 국내의 3대 경매 회사로 꼽히는 서울옥션, 케이옥션, 마이아트옥션이 경매를 연다. 총 458점, 약 300억원어치의 작품들이 주인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미술품 양도차익을 거래 횟수와 상관없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경매시장을 떠받치고 있다“며, ”그림에 대한 높아진 관심과 투자와 관련한 세제 혜택 등이 더해져 당분간 시장은 활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강애란 ‘숙고의 방’ /티앤씨재단

이 미술품 경매시장에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까지 가세하며 시장의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NFT 시장 자체가 커지면서 유명 작가들의 작품, 미술품, 심지어 문화재까지 NFT로 제작되는 중이다. 재단법인 티엔씨재단은 최근 자사가 기획하고 NFT화한 '너와 내가 만든 세상' 디지털 작품 13점을 지난 19일 약 4억 7천여만원이 넘는 금액에 모두 판매했다고 밝혔다.

‘너와 내가 만든 세상’전은 티앤씨재단이 기획한 ‘아포브(APoV : Another Point of View)’ 전시 중 하나다. 티앤씨재단 관계자는 23일 “전시작 가운데 13점을 NFT로 만들어 온라인 경매에 출품했다. 8월 19일 시작된 경매에서 400회 이상 입찰이 이뤄져 모든 작품이 다 팔렸다”고 전했다. 

이용백 '브로큰 미러' /티앤씨재단

미디어 아티스트 이용백의 대표작 ‘브로큰 미러(Broken Mirror)’는 40회 이상의 경합 끝에 약 6480만 원에 판매됐다. ‘브로큰 미러’는 총성 속에 거울이 깨지는 모습을 형상화한 영상 작품이다. 책을 반투명 플라스틱 박스와 LED 조명장치를 이용해 구현한 미디어 작품인 강애란 작가의 ‘숙고의 방’은 약 7920만 원에 팔렸다. 최고가를 기록한 김희영 대표의 ‘소문의 벽’은 시작가의 34배인 약 8744만원에 낙찰됐다. 

티앤씨재단 관계자는 “서울과 제주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너와 내가 만든 세상’전을 메타버스와 NFT로 확장하면서, 가짜뉴스와 혐오에 반대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열망하는 마음은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인들에게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좋은 콘텐츠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공감을 확산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이번 경매 수익금인 4억 7천만원은 티앤씨재단과 바이낸스, 그리고 참여 작가들에게 돌아간다. 또한 티앤씨재단은 재단의 수익금과 김희영 대표의 작품 판매 대금은 모두 코로나 위기 가정을 돕기 위해 굿네이버스에 전액 기부한다고 밝혔다.

 훈민정음해례본 /간송미술문화재단

미술품 말고도 문화재까지 NFT로 발행되어 큰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최근 미디어테크 기업 퍼블리시는 간송미술관과 공동으로 국보 70호인 '훈민정음해례본'을 NFT로 발행했다. 간송미술관은 NFT를 통해 훈민정음해례본을 디지털자산으로 영구 보존하고 문화유산의 보존과 미술관 운영 관리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간송미술관은 아트센터나비와 국보 고려청자 상감운학문매병 등 소장 문화재를 재해석한 NFT 그림 카드도 만들 예정이라 밝혔다. 그뿐인가,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히는 에르미타주는 8월 말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와 함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마돈나 리타'와 빈센트 반 고흐의 '라일락 덤불', 바실리 칸딘스키의 '구성VI', 클로드 모네의 '몽주롱 정원의 한 귀퉁이' 등을 NFT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마돈나 리타 Madonna Litta' /flickr

에르미타주는 각각 작품마다 두 개의 NFT를 발행해 하나는 보관하고, 나머지는 경매에 부칠 예정이다. 미하일 표트로브스키 에르미타주 박물관장은 "NFT는 귀중품에 대한 대중들의 접근성을 확대하는 동시에 소유권을 보다 강화한다"며, "에르미타주는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실험에 나설 것"이라 말했다.

전세계 경매에서 거래되는 미술품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두 기업은 소더비와 크리스티로, 경매 업계에서는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이 두 기업도 NFT 미술 시장에 진출했다. 시작은 크리스티가 먼저였다. 2020년 10월 뉴욕에서 진행한 경매에서 예술가 벤저민 젵릴리의 NFT 작품 '로버트 앨리스의 블록21'을 약 1억 5천만원에 낙찰시켰다.

이후 소더비도 2021년 4월 디지털 아티스트 팍의 작품 '더 펀저블' 컬렉션으로 NFT시장에 진출, 약 188억원에 판매했다. 나중에는 이 시장에 필립스도 가세해 디지털 예술가 미카 도우박의 '리플리케이터'를 출품했고 이 작품은 약 46억원에 낙찰됐다. 이전까지 미술품들이 화랑에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다면 이제는 장소가 미술 경매 시장으로 바뀐 셈이다.

오늘(24일)은 서울옥션이 ‘제162회 미술품 경매’로, 25일에는 케이옥션이 ‘8월 경매’로 미술 경매 시장을 연다. 26일에는 마이아트옥션의 하반기 첫 경매도 준비되어 있다. 3일간 펼쳐질 경매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한국 추상미술 선구자인 김환기(1913~1974)의 작품들이다. 서울옥션에서는 김환기의 붉은 전면점화, 케이옥션에서는 김환기의 초기 희귀작이 출품된다. 

김환기 ‘1-Ⅶ-71 #207’ /서울옥션

서울옥션은 2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강남센터에서 여는 제162회 경매에 김환기가 1971년 뉴욕시절에 그린 붉은색 전면점화 ‘1-Ⅶ-71 #207’을 출품한다고 밝혔다. 가로 91.5㎝, 세로 170㎝의 세로로 긴 형태로 전면점화 중에서도 리듬감이 뛰어난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추정가는 39억원 정도 된다.

두 개의 큰 반원이 회전하듯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서울옥션에 따르면 김환기의 붉은색 전면 점화가 서울옥션 경매에 나온 것은 2019년 홍콩세일 이후 2년여 만이라고 한다. 이옥경 서울옥션 부회장은 “김환기의 뉴욕시기 중 1970년을 기점으로 정점에 오른 그의 전면 점화 작업은 서정적인 한국적 심상을 모티프로 한 모더니즘 양식의 독창적인 순수 추상의 결정체”라고 설명했다.

이우환 ‘동풍’ /서울옥션

이우환의 2007년작 '대화'도 출품된다. 절제된 붓질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점차 옅어지며 변하는 회색점과 이를 둘러싼 여백이 대조를 이루는 작품이다. 1984년작 '동풍'도 추정가 20억원에 나왔다. 서울옥션은 "자유로운 운율에 따라 일률적인 질서가 해체된 '바람' 시리즈 가운데 손꼽히는 대표작"이라고 전했다.

추사 김정희의 유배시절 서간을 모은 '완당간서첩'은 제주도 유배시절 편지 11통, 제주도를 떠나는 무렵에 쓴 편지 1통, 함경도 북청 유배시절 편지 3통이 실려 있다. 경매에 나올 때마다 고가에 팔리는 쿠사마 야요이의 2016년작 '인피니티 네트'도 출품되어 눈길을 끈다. 

김환기 '무제' /케이옥션 

25일, 케이옥션은 김환기의 작품 다섯 점을 포함해 총 153점의 작품을 경매에 올린다. 김환기가 1936년 일본에서 작업한 '무제'가 단연 눈에 띈다. 김환기의 1930년대 일본유학 시절 작품이 국내 경매에 출품된 것은 처음이며, 1999년 '김환기 25주기 추모전' 이후 대중들에게 처음으로 공개된다.

비슷한 시기 제작한 '론도'(1938년), 1966년 뉴욕시대 작품 '8-VIII-66'도 경매에 올랐다. 케이옥션 손이천 홍보팀장은 "김환기의 일본 유학시절 작품은 현존하는 작품 수가 많지 않고 대부분 작품은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어 개인 수장가가 김환기의 1936년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서보 '묘법No. 050314’ /케이옥션

그밖에도 단색화의 거장인 박서보의 2005년 공기색 색채 묘법 작품 '묘법 No. 050314', 이우환의 100호 ‘대화’ 등이 출품될 예정이다. 해외 작가들의 작품도 눈에 띄는데, 추상미술의 대가 헤수스 라파엘 소토의 작품 ‘무제(Untitled)’, 타카시 무라카미의 '이브 클랭에 대한 오마주', 쿠사마 야요이의 ‘나의 심장-THOQ’ 등을 경매에 올릴 예정이다. 

엄청난 규모의 미술 경매는 아니어도 경매 시장은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재)강원문화재단 국제예술제운영실과 서울옥션이 공동으로 추진한 ‘제로베이스×강원트리엔날레' 경매가 최근 7월 28일 마감되었다. ‘제로베이스 in 강원’은 강원지역의 신진 작가를 국내 메이저 경매시장에 소개,작품의 판매 활로를 찾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문정애 ‘사랑 숲’ /제로베이스

이번 경매는 1993년생부터 1957년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온라인 경매플랫폼 ‘제로베이스’를 통해 7월 22일부터 7일간 진행되었으며 공모를 통해 강다솜·권승연·김태규(무하)·문정애·이구하·이향미 작가 등이 참여했다. 출품작 74점에 대한 경매가 모두 0원에서 시작해 낙찰총액 6810만원에 모두 낙찰됐다. 

특히 문정애 작가의 ‘사랑 숲'이 440만원으로 낙찰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문정애 작가는 “공들인 작품이 작품값보다 낮게 낙찰될까봐 전날밤까지도 걱정했을 정도로 작가로서 모험이었다”며, “그림을 구입할 분들에게 작품을 보여줄 기회가 없어 참여하게 됐는데 깜짝 놀랄 만한 결과가 나왔다. 작가로서의 존재감과 작품을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하다”고 전했다.

정선영 ‘공존’ /제로베이스

서울옥션과 전남문화재단이 작년부터 업무협약을 맺어 전남 작가들의 수도권 시장진출을 위해 협업해 진행하는 온라인경매 '제로베이스 in 전남'에서도 서울옥션 스페셜리스트가 선정한 지역 작가 7명의 작품 66점을 출품했다. 최고가로 낙찰된 ‘공존’의 정선영 작가는 경매 종료 후 “제로베이스 아티스트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내 작품을 알릴 수 있어서 좋은 기회가 됐다. 또 프리뷰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전시 관람이 가능하고, 인터뷰 영상 제공과 온라인 경매가 함께 이루어져 더 큰 홍보가 됐다”고 전했다. 

신지희 강원국제예술제 운영실장은 “강원지역 작가만을 위한 경매 진행 선례가 없는 데다 작품가도 0원에서 시작한다는 점이 작가와 모두에게 부담이었지만 도전이 없다면 결과도 없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시도했다”며, “유튜브와 전시, 경매를 통해 작가들을 알리는 것에 역점을 뒀던 만큼 취지에 맞는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규모가 크든 작든, 관객과 작가가 만나 작가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미술 경매 시장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미술 경매 시장이 유명함의 척도를 떠나 더 많은 작가와 작품들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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