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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왕의 귀환, 카세트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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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왕의 귀환, 카세트 플레이어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08.23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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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KASSETTE /KT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최근 KT는 자사의 레트로 시리즈 첫번째 프로젝트인 카세트 플레이어 'KASSETTE' 판매를 시작했다. 10일부터 전국 KT 매장에서 살 수 있으며 전국 주요 15개 매장에서는 제품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제품은 카세트 플레이어, 지니뮤직과 협업한 카세트테이프 앨범 'Rewind:Blossom', 앨범에 참여한 여러 가수들의 포토 카드와 포스터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 3월 사전 예약판매로 완판된 KASSETTE는 이후 고객들의 추가 구매 및 지속적인 재판매 문의 등 시장 호응에 힘입어 이번에 다시 판매하게 됐다. 바야흐로, 카세트에 대한 레트로 바람이 불고 있다. 


루 오텐스는 없지만, 카세트는 남았다
 

카세트 테이프 /pixabay

요즘에야 컴퓨터와 핸드폰으로 음악을 쉽게 접하고 듣지만 예전에는 그런 전자 기기들이 없던 시절이 있었다. 카세트 테이프를 가게에서 구입하고, 워크맨과 비슷했던 일명 '마이마이'에 테이프를 넣고 재생시키면서 음악을 들었고, 가수들의 노래가 카세트로 발매되어 모을 때마다 탑을 쌓을 정도로 많았던 때가 있었다. 

카세트 테이프가 지금은 아예 사라진 것도 아니다. 고속도로 곳곳에 있는 휴게소에서 화장실을 들렀다 나올 때 익숙한 트로트 음악이 흘러나와 절로 어깨가 들썩거렸던 때가 한번은 있을 것이다. 고개를 돌리면 정체 모를 차에서 엄청난 양의 테이프를 쌓아놓고 그 곳에서 노래가 나오던 등의 풍경 말이다.

테이프가 늘어진 카세트 /pixabay

음악을 너무 많이 들은 나머지 카세트 테이프의 줄이 늘어나 못 들을 때도 있었다는 걸 아는가? 테이프가 늘어나면 뾰족한 연필이나 긴 막대를 이용해 늘어진 줄을 다시 열심히 테이프 안으로 집어넣는다. 다시 음악이 나오면 감지덕지지만, 그래도 다시 살아나지 못한 테이프들도 많았다. 카세트 테이프는 그야말로 그 시대에서는 대체할 것이 없었다. 사람들에게 카세트 플레이어를 들고 다니며 음악을 듣는 건 너무나도 멋진 일이었다. 지금은 먼 과거의 일이지만, 지금은 다시 과거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오디오는 1800년대 후반 세상에 등장했다. 1857년 소리를 녹음하기 위한 최초의 기계인 축음기가 발명된 이후 사람들의 소리와 음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카세트 테이프는 우리가 음악을 폭넓게 즐길 수 있게 해 준 위대한 기술 중 하나다. 오늘날에야 우리는 카세트 테이프를 일종의 구시대의 유물, 펑키하고 그루비했던 시절의 복고 풍속이라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세기의 발명품은 사람들의 문화 수준과 전체적인 사회가 조금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게 했다. 최초의 카세트를 발명해 전 세계 음악인들을 MP3와 테이프에 열광하게 만든 사람은 안타깝지만 이제 세상에 없다. 카세트 테이프의 창시자, 루 오텐스는 3월 6일 94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카세트 테이프의 창시자, 오 루텐스 /네덜란드뉴스라이브

그는 네덜란드 태생으로 엔지니어링을 공부한 뒤 1952년 필립스에 입사해, 필립스 제품개발부서 책임자로 임명되어 일했다. 10대의 오텐스는 제2차세계대전 동안 가족을 위해 라디오를 만들고 싶어했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나치의 방해 시도를 피해 무선 신호를 잡을 수 있는 안테나가 있는 라디오를 제작했다고. 이후 그는 기존에 있던, 고품질의 사운드를 제공하지만 너무 무겁고, 비싸 많이 사용하지 못했던 '릴-투-릴 시스템'을 이용해 카세트 테이프를 만들었다. 당시 릴-투-릴 시스템은 일반 사람들이 쓸 수는 없었고 라디오 방송국이나 녹음실에서만 쓸 수 있었다. 

오래된 릴-투-릴 시스템의 기계에서 나온 테이프 뭉치가 바닥에 널려 있는 것을 보고 오텐스는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어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훨씬 더 사용하기 쉬운 무언가를 만들 생각을 했다. 오텐스는 "대중친화적이지 않은 릴-투-릴 시스템에 화가 났다. 더 간단한 것이 필요했다"고 회상한다.

루 오텐스와 많은 시간을 보냈던 다큐멘터리 '카세트'의 제작자 잭 테일러는 '오텐스는 음악을 휴대하고, 또 쉽게 접할 수 있기를 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텐스의 목표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하고, 저렴한 음악 기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 포맷은 자켓 안쪽 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작아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다. 잭 테일러는 "그는 필립스가 이 새로운 포맷을 다른 제조사에 무료로 제공해 카세트가 세계적인 표준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고 평했다. 

카세트와 CD 개발에 지대한 공헌을 한 루 오텐스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루 오텐스는 당시,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상상하며 주머니에 들어갈 만큼의 작고 얇은 나무 블록을 선택했다. 이것은 후에 테이프의 녹음과 재생을 위한 대상이 됐다. 처음 만든 카세트는 음질이 좋지 않았지만 어쨌든 세상에 나왔다. 오텐스는 이를 베를린 전자제품 박람회에서 ‘담배 한 갑보다 작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세상에 처음 공개했다. 이것은 다른 기업들에게도 부러움의 대상이 됐고, 독일의 제조업체인 그룬딕과 텔레풍겐은 물론 일본의 다른 전자 회사들도 자체 카세트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필립스가 1965년 소니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나서야 콤팩트 카세트는 소니의 실질적인 표준이 되었다. 사전 녹음이 된 카세트 테이프는 1965년 49개의 타이틀을 발매, "Music-Cassettes"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당시 필립스는 카세트 테이프를 생산하는 회사였지만 여전히 다른 경쟁사들과 경쟁 중이었고, 더 큰 파동을 일으키기 위해 필립스는 일본 시장에서 탈출구를 찾았다. 필립스가 소니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이후 소니는 1979년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인 '워크맨'을 출시했다. 이 워크맨은 카세트 테이프와의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오텐스는 2013년 카세트 출시 50주년 기념식에서 "카세트는 출시 시작부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필립스박물관장 올가 쿨렌은 "오텐스는 첫 발명품이 보잘것없는 시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술을 사랑한 사람이었다"며, 오텐스가 나무 시제품으로 처음 카세트를 만들었던 것이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아쉬워했다. 1970년대까지 카세트는 가정, 차 안에 있는 오디오 시스템에서 필수적인 부분을 차지했다. 

카세트 테이프 /pixabay
카세트 테이프와 같이 많이 팔렸던 워크맨 /unsplash

1980년대 소니 워크맨과 다른 휴대용 음악 기기의 출시 이후 카세트의 판매량은 크게 늘었다. 이전 모델인 릴-투-릴 시스템보다 가격이 저렴했던 카세트는 비록 음질은 좋지 않아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던 일반 대중들을 위한 물품이었다. 젊은이들은 매우 싼 비용으로 빈 테이프를 구입해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하나의 테이프에 모아 들었다. 이것은 이들에게는 아주 신나는 일이었다. 

빈 카세트에 대한 수요는 자연히 늘 수밖에 없었다. 카세트는 집에서 누구나 값싸게 녹음을 할 수 있는 매개체였다. 사전 녹음이 된 카세트도 있었지만 음질이 너무나도 좋지 못했다. 애초에 카세트 테이프는 누군가에게 좋은 음질을 들려주는 목적의 음악이 아닌 들리는 소리를 녹음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출발했다. 젊은이들을 위한 저렴한 포맷으로 시작했지만 곧 기본적인 카세트 플레이어의 기술이 향상되며 원음과 원화에 충실한 재현인 하이파이 홈 오디오 시스템으로도 만들어졌다. 특히 음질에 대한 노이즈 감소와 개선은 카세트의 음질을 향상시켜 거의 LP 레코드와 맞먹을 수준이 됐다. 

카세트에 관한 우여곡절도 많았다. 크기가 작아 휴대하기 쉬워 도둑들이 그냥 들고 나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가게 주인들은 진열장이나 상자에 들어 있는 카세트를 고정시켜야 했고, 이란혁명 동안 카세트는 지도자들의 설교를 녹음해 반란군들에게 배포하는 데 쓰였다. 칠레에서는 소형 카세트를 이용해 불법 해적판을 만들거나 금지된 음악을 틀기도 했다. 당시 카세트는 일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였기 때문에 인도에서는 카세트 때문에 힌두교가 주요 종교인 지역들에 다른 종교의 설교가 전파되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고. 

쏟아져 나온 카세트 테이프들 /unsplash

오텐스는 1972년, 카세트 테이프의 잡음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콤팩트 디스크, 즉 CD의 개발에도 참여했다. CD는 1970년대 말 필립스와 소니가 공동 개발한 저장매체로, 카세트 테이프의 뒤를 이으며 전세계에서 약 2,000억개가 넘게 팔렸다. 1990년대 들어 카세트는 CD 앞에서 무력해졌다.

CD 플레이어의 등장 후 오텐스는 "이제 기존의 플레이어는 쓸모없게 되었다"라고 선언할 정도였다. 사전 녹음이 되어 있는 CD는 음질도 훨씬 좋았고, 2000년대까지 CD플레이어의 판매량은 카세트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다. 2003년까지 많은 주요 제조사들은 카세트의 생산을 중단했고, 소니는 2010년 마지막 워크맨을 끝으로 판매를 종료했다. 심지어 옥스포드 영어사전은 2011년 12판 사전에서 카세트 플레이어라는 단어를 빼기도 했다. 

CD가 카세트 플레이어를 대체한 지 너무나도 오래된 지금은 컴퓨터와 핸드폰을 이용해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다. 위대한 무언가가 만들어졌을 때, 또 다른 위대한 무언가가 그 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카세트 테이프 /unsplash

카세트 테이프는 왜 그렇게 인기가 많았고, 지금 다시 떠오르는 걸까. 초기 출시 당시 카세트 테이프는 음질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음질 개선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고 고음질, 노이즈 감소, 새로운 포맷 개발과 함께 녹음 환경 또한 수월해졌다. 거기에 소니 워크맨이 합세했다. 소비자들은 이동하면서도 얼마든지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카세트의 판매량 또한 오를 수밖에 없었다. 어딜 가든 나만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고, 가격도 저렴해 일반 대중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었던 게 컸다.

컴퓨터와 핸드폰이 지배하는 요즘이지만 가끔 옛날이 생각날 때도 있는 법이다. 과거에 대한 향수, 레트로의 부활과 함께 카세트 테이프를 사용했던 그 느낌을 잊을 수 없었던 사용자들에 의해 카세트 테이프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예전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모으고 남들과 공유하기 위해 믹스테이프를 사용했다. 또 유명하지 않은 밴드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홍보하기 위해 테이프에 노래를 녹음하고 사람들에게 돌렸다. 롤링 스톤즈의 기타리스트인 키스 리차드도 카세트를 이용해 테이프를 녹음했다고. 

예전 사람들에겐 일반적으로 들고 다녔던 카세트 플레이어는 이제 수집가들의 귀중한 취미 중 하나가 되었다. 가수 더스틴 무어는 2009년 "나는 카세트만 듣는다. 아직도 카세트를 만드는 회사는 극히 드물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쉬움 속, 카세트는 2016년 이후 모두 판매량의 소폭 증가세를 보이며 부활하기 시작했다.

레이디 가가의 '크로마티카' 앨범 /아마존

영국 오피셜 차트에 따르면 2020년 카세트 판매량은 전년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영국음반산업(BPI)의 연말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영국에서만 15만6542개의 카세트가 판매됐다. 2020년 가장 많이 팔린 카세트테이프 앨범은 레이디 가가의 ‘크로마티카’로 약 14000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지금도 일부 뮤지션들은 저렴한 비용, 편의성 때문에 카세트를 출시하는 전통을 지키고 있다. 

카세트 테이프는 MZ세대에게는 신선한다는 반응이다. KT가 판매한 카세트 플레이어의 주요 구매층도 대부분 젊은 층이다. KT 디바이스 사업본부장 김병균 상무는 “과거에는 휴대성이 떨어지는 데다 한번 재생하면 다음 곡으로 넘기기 어렵다는 점이 카세트 플레이어의 단점으로 여겨졌다면,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는 오히려 이를 아날로그가 주는 색다른 재미로 여긴다”고 전했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믹스테이프 /unsplash

현대카드는 올해 이태원에 음반 매장 '바이닐 앤 플라스틱'을 냈다. 1층엔 카세트 테이프 청음 코너가 마련되어 있는데, 현대카드 관계자는 "30·40대에겐 과거의 추억을 상기시키고, 10대에겐 '과거 카세트 테이프로 이렇게 음악을 들었다'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음반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스트리밍 등으로 '흘려 듣기만 하던' 음악에 '소유'라는 개념이 다시 부상하면서 크기가 작고, 희소성 높은 카세트 테이프에 대중의 눈길이 닿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텐스는 후에 "우리는 이 발견이 커다란 일이 될 수 있다는 건 알았지만, 혁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카세트의 개발자도 이 인기가 신기했던 모양이다. 음악 잡지 '롤링스톤'에서는 오텐스가 카세트의 인기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의아해했다고 전한다. 더 좋은 기술이 개발된 지 오래인데 노이즈도 있고 음질도 좋지 않은 카세트 테이프를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정작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고. 


레트로의 귀환, 반가운 카세트 테이프

 

옛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마이마이), 휴대전화 애니콜 등 /삼성전자

최근 삼성전자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회사의 다양한 옛 물품을 기증받는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21일부터 7월12일까지 진행된 캠페인으로 수집된 자료는 총 331점에 달한다. 기증품에는 과거 실제 업무에 사용되던 문서와 책자, 쌍안경,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마이마이, 휴대용 흑백 TV, 휴대폰 애니콜 등이 포함됐다. 

이제 카세트 플레이어는 옛날 추억의 물건이 되었고, 아날로그의 시대는 다들 끝났다고 생각했다. 걸어다니면서 음악을 듣는 것이 신기했던 그 시절이 지나 너무나도 당연한 일으로 여겨지는 지금이다. 유물로만 남아 있을 줄 알았던 카세트 테이프는 레트로와 복고를 찾는 MZ세대들에게는 신선함을 주고, 그 세대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온통 디지털인 삶 속, 투박한 아날로그의 상징이었던 카세트 테이프를 찾는 사람들이 다시금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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